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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02화 (302/563)

제302화

제2편 광산을 내려가다 (1)

부서진 벽 사이로 밖을 내다보니, 마물은 아직도 성벽 위에 서 있었다.

느껴지는 마나가 확 줄어든 것을 보니 큰 공격 다음에는 대기시간이 있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1 왕자와 마지막 이야기를 할 시간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어리둥절한 1 왕자에게 말했다.

“1 왕자님도 알아보셨죠? 저 마물이 1 왕자님만큼이나 저를 눈여겨보는 것을.”

내 말에 왕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내 말에 의문을 표했다.

“그게 왜…….”

나는 친절하게 그의 의문에 대답해 주었다.

“왕자님이 없더라도 마물을 유인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말도 안 된다! 놈은 용사와 가까운 왕족을 따라 움직이는……. 설마, 네놈이 더 용사와 가깝다는 말은 아니겠지?”

아니긴,

생각해보면 이 나라의 왕족들보다 내가 더 용사에 가까운 게 사실이었다.

카를로스 용사의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나밖에 없었고, 다른 용사들의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정말, 저 마물이 용사를 찾는 능력이 있다면 1 왕자보다 나를 더 따라다닐 게 분명했다.

내가 씩 웃으니, 왕자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소리는 이제 나만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너도 이, 이방인에게 능력을 얻은 거냐!”

붉은 반점이 이제 왕자의 몸 전체에 퍼진 상태였다.

더 이상 왕자에게서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 감각으로도 왕자가 죽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왕자는 마나 고갈을 넘어 생명력 자체를 뽑아낸 것 같았다.

거기다, 저렇게 자기가 다 말해버렸으니, 따로 정보창을 볼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거리의 현자, 혹은 이방인.

이제는 그를 확실히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왕국을 돌아다니며 유물을 뿌리고, 귀족과 왕족들을 농락한 자.

이 왕국이 바로 설려면 조직은 물론이고, 그 이방인이라는 자를 그냥 놔둘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있는 왕자에게 집중할 때였다.

“아니, 너도 유인할 수 있다면서 나를 왜 구한 것이냐. 이미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할 텐데…….”

목소리가 줄어든 만큼 왕자의 자신감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자신감을 잃은 만큼 나름 현실감도 돌아온 것 같고.

하지만, 내가 그를 구한 이유를 알아맞히지 못했다.

하긴,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었다.

없어졌던 시간대에서 있었던 일이었으니.

“맞아요. 그냥 놔두어도 죽을 거고, 마물 왕에게 던져주어도 될 것 같긴 하지만……. 그러면 내 복수는 못 할 것 같아서요.”

나는 식어가는 검을 들어 올렸다.

“설마……. 그런 어이없는…….”

왕자는 내가 든 검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이제야 그도 알아차렸다.

나는 그를 직접 죽이기 위해 그를 구한 것이었다.

나는 왕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 * *

성벽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마물 왕이 결국 아래로 뛰어내렸다.

마물 왕은 성벽을 박차 아래로 쏘아졌다.

마물 왕의 목표는 왕자와 알렉스가 처박힌 대장간이었다.

도시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버린 마물의 공격에 반쯤 넋이 나가버렸었던 단장이었지만, 마물의 움직임에 바로 뒤를 따르려 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가 반도 따라가기 전에 마물 왕은 대장간을 박살 내 버렸다.

마물 왕이 대장간에 부딪히며 휘두른 반대편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검은 대장간 벽을 갈랐고, 신기하게도 대장간 전체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파편들과 함께 피보라가 퍼져나갔다.

동시에 밖으로 튀어나오는 인영.

단장은 그 인영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알렉스였다.

그는 마물의 이상한 공격에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파편들을 밟아가며 마물에게서 멀찌감치 몸을 피했다.

그가 멀쩡하다면 건물과 함께 터져 나온 피보라는 누구 것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저렇게 많은 양의 피라면 당사자는 살아 있기가 불가능했다.

유인 중에 죽일 필요도 없이, 1 왕자가 시작부터 마물에게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럼 마물 유인은 어떻게?’

단장의 머릿속에 당연히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그의 의문은 알렉스의 외침에 더 미궁에 빠지게 되었다.

“발레아와 함께 따라오세요! 마물은 제가 유인하겠습니다!”

알렉스가 그렇게 말하며 광산 방향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단장은 당연히 알렉스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왕자를 쫓아 여기까지 온 마물인데, 그 마물이 알렉스를 쫓는다고?

분명 믿을 수 없는 소리였는데, 이어진 광경은 알렉스의 말대로였다.

마물이 알렉스를 따라 몸을 날린 것이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발레아가 그에게 소리쳤다.

“빨리 따라가야 해요!”

단장이 점점 작아지는 마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영애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단장의 물음에 발레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이 정도면 알렉스 공자가 한 일 중에서는 평범한 일이에요.”

발레아가 괜히 알렉스를 따라다니는 게 아니었다.

그가 죽은 아버지를 대신한 자신의 지지대이기도 했지만, 그의 옆에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가득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장은 발레아의 말에 고개를 젓더니 광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발레아는 손을 펼쳐, 그녀의 영역 안에 있는 사물을 움직였다.

광산 쪽 땅들이 차례로 접혀오고, 그녀가 서 있는 땅이 앞으로 쭉 밀려갔다.

발레아는 가만히 서 있는 채로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알렉스가 보았으면 ‘이건 축지법이야!’라고 외쳤을 만한 광경이었다.

* * *

마물 왕은 예상대로 나를 따라왔다.

도시 안이라서인지, 아니면 마나를 많이 소모해서인지, 마물의 속도는 나보다 빠르지 않았다.

도착하기 전에 따라잡힐 걱정이 없어지니, 나는 다시 계획을 확인했다.

협력자인 발레아는 단장을 데리고 알아서 따라올 테니 걱정할 필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안내자가 제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나는 가슴에서 길쭉한 나무통 하나를 꺼냈다.

이건 발연통이라 불리는 물건이었다.

나는 그 통을 하늘을 향하게 하고, 끝에 달린 줄을 잡아당겼다.

슈우우우웅.

큰 소리와 함께 색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이 발연통은 용병 밀톤이 준 물건이었다.

용병들 사이에서 신호를 전하기 위해 쓰는 물건이라고 했다.

밀톤과 나는 이 발연통을 마물 왕을 유인하게 되면 쓰기로 했다.

원래는 내일이나 그 뒤에 썼어야 했지만, 지금 이렇게 유인하게 되었으니, 당장 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발연통을 쏘자, 멀리 광산 방향에서 같은 색 연기가 솟아올랐다.

밀톤이 올린 연기였다.

만약을 대비해 밀톤을 광산에 대기 시켰는데, 이렇게 딱 맞다니.

이번 삶은 무척이나 운이 좋은 것 같았다.

‘이거 잘하면 죽지 않을지도?’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니, 결국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완전히 전생의 영화에서 보던 사망 플래그였다.

사망확률도 높고, 죽어도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쉽게 당해줄 수야 없지.”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지워버리고, 건물 지붕을 박차며 쭉쭉 앞으로 달려 나갔다.

머리가 두 개인 마물은 달리면서 점점 더 속도가 빨라졌지만, 다행히 광산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따라잡지 못했다.

텅 빈 광산 앞에는 밀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멈춰서자 그는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정말 그 마물이 왔습니까? 그 무시무시한 폭발을 사람이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그의 말에 나는 뒤를 가리켰다.

“서둘러.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어.”

“이런!”

밀톤은 내 뒤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버려진 광산 안으로 뛰어들었다.

나도 뒤를 돌아보니, 집들 위로 뛰어오른 마물이 보였다.

거기다, 마물 주위에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마나가 가득 차 있었다.

괜히 꿈지럭거리다가는 좀 전에 얻어맞은 화염을 다시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밀톤의 뒤를 따라 광산 안으로 뛰어들었다.

감각으로 살펴보니, 마물도 우리 뒤를 따라 광산 안으로 들어왔다.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려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추격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나는 밀톤의 뒤를 따라 터널을 달리며, 벽과 목책에 검으로 표식을 남겼다.

발레아와 단장이 찾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영역을 가진 발레아라면 나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을 테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길을 알려 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밀톤을 따라가니, 밀톤은 숨을 헐떡이며 나에게 물었다.

“헉, 헉, 따라오고 있나요?”

“따라오고 있으니까 속도를 늦추지 마!”

따라오고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다행히 마물의 머리가 나쁘지 않아, 터널이 무너질 화염 공격을 쓰고 있지 않지만, 점점 느껴지는 마나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뭔가 할 모양이었다.

얌전히 따라와 주면 좋으련만, 마물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휘이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뒤에서 밀려오기 시작했다.

살을 에는 추위였다.

“거짓말이 아니었어.”

세우타 공작을 싸움에 참여시키는 대신에 공작이 싸웠던 이야기를 시시콜콜 들어 두었었다.

그 가운데에는 머리 두 개 마물 왕의 능력에 대한 것도 있었다.

두 개의 머리, 두 가지 다른 능력.

하나는 검을 사용하는 육체 능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화염이 아니었다.

“강력한 화염에 진영이 박살 나버리고, 검으로도 상대가 안 되니, 처음에는 다른 능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

노인은 회한에 잠긴 채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마물의 능력은 화염 하나만이 아니었어. 얼음과 바람, 번개까지 가지고 있었지.”

머리 두 개의 마물은 검과 화염이라는 두 가지 능력을 쓰는 마물이 아니었다.

“알아차리지 못한 덕에 엄청나게 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얼음과 번개에 휘말려 죽어버렸어. 정말, 어이없는 떼죽음이었지.”

영하 수십도 아래의 강한 바람에 병사들이 얼어버리고, 마나로 열기를 만들어 내 얼음을 녹인 기사들은 번개, 아니 전기에 감전되어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한 손으로 셀 수 없는 능력을 갖춘 마물이라니. 이런 마물을 상대하기는 힘들었지.”

세우타 공작은 머리 두 개 마물을 여러 개의 능력을 지닌 마물로 이야기했지만, 내가 직접 살펴보니, 그렇게 많은 능력을 지니지는 않았다.

마물은 단지 두 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 변형된 마나를 가진 이계 생명체 >

< 사용 능력 >

- 원소 능력 : 마나를 원소 형태로 발현 (물, 불, 바람, 번개 형태로 사용)

- 마나 회로 구축법 : 레벨, 방식 등이 확인되지 않음.

이건 구슬을 이용해서 알아낸 마물 왕의 정보창이었다.

여러 자연계 능력은 알고 보니, 하나의 원소 능력이었고, 마물이 휘두르는 검은 일종의 마나 심법이었다.

거기다, 봉인지에 있는 강대한 마물들은 마왕이 마계에서 데려온 괴물들이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떡하니 정보창 제일 첫마디에 ‘이계 생명체’라는 말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옆을 보니, 밀톤이 입김을 내뿜으며 힘겨워하고 있었다.

작은 마나를 가진 용병이 이런 추위를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멈추며 그에게 외쳤다.

“계속 달려요.”

마물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다. 거기다, 뒤따라오고 있는 발레아와 단장도 만나야 했다.

그렇다면, 원하던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마물과는 한 번 정도 싸워줘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였다.

걸음을 멈춘 나는 몸을 돌렸다.

벽과 바닥, 천장이 점점 얼음으로 덮여가고 있었다.

추위가 점점 강해졌지만, 아직은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나는 대검을 고쳐 잡은 뒤, 마물 왕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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