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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71화 (271/563)

제271화

제21편 마리아 공작부인 (2)

공작부인의 상속능력을 이겨낸 뒤에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도, 공작부인은 미인이었다.

천사처럼 아름다운 미소는 더 느껴지지 않았지만, 대단한 미모는 남아 있었는데, 지금 그 미모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었다.

관리를 잘했는지, 공작부인은 아직 피부도 얼굴형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얼굴의 주름이 그 미모를 다 지워버리고 있었다.

이마에 여러 개의 긴 고랑이 패이고, 눈썹사이에 깊게 주름이 생겨나 있었다.

마치 수년 동안 써온 인상이 그대로 주름으로 굳어진 것 같았다.

“설마, 네가 그 알렉스라고?”

그 주름을 더 깊게 만들며 마리아 공작부인이 입을 열었다.

나는 검을 든 채로 공작부인에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공작부인이 앉아 있는 곳은 아무리 봐도 영주가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녀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해 보였다.

당연하게 보일 정도로 정말 오래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공작부인은 자리에 편하게 앉아 나를 훑어보았다.

“정말 오랜만이야. 네가 이렇게 클 줄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녀의 말은 이렇게 클 때까지 살아남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는 느낌이었다.

그 말에 나도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내 물음에 조금 펴졌던 주름이 다시 깊어졌다.

“네가 보기에는 잘 지낸 것 같아? 이런 감옥에서 그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잘 지낼 리가 없잖아?”

능력을 잃고, 이런 외진 분지의 처가로 쫓겨난다면, 감옥으로 여겨질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공작부인이 지내는 모습은 감옥치고는 너무 좋아 보였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십니다만.”

“흥, 겨우 능력을 되찾았기에 망정이지, 그동안 집 안에 갇혀서 문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시간이 얼마였는지 알아?”

드디어, 궁금했던 내용이 나왔다.

공작부인이 집을 떠나기 전, 그레시아 공작이 그녀의 능력을 없앴다고 들었다.

지금 꺼낸 말대로라면, 공작이 그녀의 능력을 없앤 것은 사실이었고, 그녀가 그 능력을 되찾았던 모양이었다.

아니, 같은 능력이 아니었으니, 새로운 능력을 각성한 것일까?

그때, 공작부인의 머리 위로 문자가 떠 올랐다.

< 정신계 영웅 능력자 >

< 사용 능력 >

- 꼭두각시(레벨 파악 불가) : 친화 강화의 변형 능력.

* 능력이 강제로 회복되며 변형됨.

*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

그러고 보니, 나는 다른 능력자들의 능력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상태에서, 집중해야 볼 수 있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나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강제 회복?

공작이 없애버린 것을 다시 되살렸다는 건가? 어떻게?

궁금한 점이 가득했지만, 아쉽게도 공작부인은 가르쳐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왜 찾아온 거지?”

대신, 내가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분명, 기사에게 한 말을 공작부인도 듣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공작부인은 전혀 모른 척을 하고 있었다.

“공작가의 제안에 답변이 없어서 다시 찾아왔습니다.”

내 말에 공작부인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누워 있는 노인을 가리켰다.

“설마, 저기 쓰러져 있는 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말이야? 그런 쓸데없는 말에 무슨 답변을 보내겠어.”

비슷한 능력을 쓰길래 친족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정말 공작부인의 아버지, 이비사 자작이었나?

“공작님, 아니 안드레스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으면 모를까. 저런 노인에게 보내는 쓸데없는 문서들은 전부 돌려보냈어. 전령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배려였다니까.”

공작부인은 말을 하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그녀는 전처럼 귀족의 모습을 보여 주지도, 연기를 하지도 않았다.

거기다, 정보창이 보여준 것처럼 감정도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다.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할 거면 그냥 돌아가. 아버지도 내 동생도 하실 말이 없으실 테니까.”

쓰러져 있는 노인이 아버지고, 검을 깨뜨린 채로 주저앉아 있는 게 동생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는 것은, 가족까지 전부 그녀의 꼭두각시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비슷한 능력을 지닌 가족과 저택에 있는 모든 고용인, 그리고, 마나를 깨우친 기사들과 이 마을의 모든 영지민까지.

그녀가 꼭두각시로 삼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과거 능력의 변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능력이 대단해져 버렸다.

“공작가의 안건도 있었지만, 저도 따로 공작부인을 뵐 일이 있었습니다.”

“흥, 네 놈 따위가 나와 만날 일이 뭐가 있다고. 공작의 꼭두각시 따위가.”

그 당시 내 나이 때문에 공작부인도 다른 사람들처럼 공작이 일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내가 벌인 일이란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을 테지.

아니, 기사들도 쓰러뜨렸고, 가족과도 검을 나누었으니, 이미 싸우는 중이었나?

다만, 내 앞에서 그녀가 이렇게 편안하게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 안 통하는 것을 분명히 봤을 텐데. 더구나, 기사들이나 가족들도 막지 못했고.

밖에는 영지민들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나를 어찌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없었다.

숫자가 많아 짜증이 날 뿐일 테고, 아마,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게 되어 마음이 불편해지겠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내가 그녀를 여기서 죽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이렇게 여유로운 게 신기한 모양이지?”

그녀도 내 표정을 보고 씩 웃었다.

“차라리 잘 되었어. 슬슬 기다리기도 지쳤는데. 더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 보는 게 좋겠어. 네 실력을 보니, 네놈을 앞세워서 공작가를 찾아가도 재미있을 것 같아.”

공작부인의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직도 그녀의 마나가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고 있었지만, 분명 잘 막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앞세운다고?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아무래도 더 이야기를 듣기는 무리일 것 같았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쿨렁.

바닥이 출렁거렸다.

“후딱 끝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재료가 들어왔네. 같이 다니는 여자애가 있었나 봐?”

공작부인이 출렁거리는 바닥에서 자세를 잡는 나를 보며 싱글거렸다.

그녀가 옆을 쳐다보았다. 공작부인이 쳐다보자, 큰 창문이 혼자서 활짝 열렸다.

창문이 열리자, 시끄러운 발소리와 농기구, 무기, 사람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택을 감싼 영지민들이 만드는 소음이었다.

나는 긴장한 채로 열린 창문을 노려보았다.

저택으로 모여든 영지민 때문이 아니었다.

스르르르르.

열린 창문으로 굵은 나뭇가지가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누군가를 태우고 온 것처럼 나뭇가지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섰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밟고, 발레아가 안으로 들어왔다.

발레아는 전과 다른 표정이었다.

다른 영지민들처럼 무표정한 얼굴. 그녀도 공작부인의 능력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럴 것 같아서 멀리 두고 온 건데…….”

공작부인의 능력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발레아는 나뭇가지에서 내려와 공작부인 옆에 섰다. 발레아는 마치 공작부인을 지키려는 듯했다.

“예쁘네. 나이도 어리고. 너 따위도 안드레스의 아들이라 이거야? 안드레스처럼 좋아하는 여성과 둘이 여행하겠다는 거니?”

발레아를 훑어보던 공작부인의 눈이 허공으로 향했다. 그녀의 눈은 과거를 보는 것 같았다.

“그때는 정말 행복했는데. 안드레스와 둘이서만 여행을 한 그 시간……. 브리비아 년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아만다 년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그리고 입가에 피어오르는 미소. 나는 그녀의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진짜 좋아한 것도 아니고, 능력으로 세뇌한 것일 뿐이면서…….”

“감히!”

감히는 무슨 감히.

발레아를 저렇게 묶어놓고서는 내게 존중을 받을 거로 생각하다니.

그건 너무 염치없는 생각이었다.

“흥,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꼴을 보기 전에 연인끼리 싸우는 것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자, 가서 죽여라.”

공작부인의 말에 발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렉스를 왜 죽여?”

공작부인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

“설마, 그걸 버텨낸다고? 당장 가서 죽여!”

공작부인의 몸에서 마나가 터져 나왔다.

크윽.

두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버티기가 만만치 않았다.

“죽, 죽이면 안 되는데…….”

발레아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그녀의 입은 아직도 명령을 거절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공작부인의 뜻을 따랐다.

쿠구구궁.

바닥이 솟구치고, 벽이 꿈틀거렸다.

과거, 그녀의 집에서 발레아와 싸울 때와 다르지 않았다.

영역을 준비하지 않고도 이 정도라니.

확실히 발레아는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동시에, 의자와 가구가 움직여 공작부인을 보이지 않게 숨겼다.

확실히, 발레아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숨기니, 공작부인을 찾을 수 없었다.

공작부인이 뿌리는 마나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사방에서 마나가 느껴져 어디인지 알지 못하는 것일 뿐이었다.

벽과 바닥을 전부 부숴버려야 공작부인을 찾을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 전에 발레아의 공격을 막아야 했다.

벽이 물결치듯 다가오고, 바닥에서 창이 솟구쳤다.

검으로 잘라내고, 몸을 피해도, 주변 모든 물건이 나를 따라왔다.

방 중앙에는 발레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몸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공작부인이 일부러 놔둔 것인지, 아니면 발레아가 버티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를 죽여주세요. 그럼 공격이 멎을 거예요.”

아직 정신만은 온전한 것처럼 보였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한 것을 보니.

하지만,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발레아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한다고? 그럴 리가.

공작부인은 발레아를 알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완전히 발레아를 장악한 모양이었다.

공작부인도 바로 찾기 어려울 것 같고.

아무래도 지금은 모험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검을 다시 허리에 걸치고, 유물 주머니에서 다른 검을 뽑았다.

그리고, 날아드는 물건들을 베어내며 발레아를 향해 달려갔다.

땅이 출렁이고, 벽이 나를 빨아들이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나를 막을 수 없었다.

몇 걸음 만에 나는 멍한 얼굴로 자신을 죽여달라는 발레아 앞에 도착했다.

발레아 앞에서 나는 검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발레아를 살폈지만, 발레아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자살할 각오를 하고, 발레아의 배에 검을 찔러넣었다.

푸우욱.

살을 뚫고 검이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사람을 베었지만, 지금처럼 기분이 더러운 적이 없었다.

“아.”

작은 감탄사와 함께 발레아의 몸이 허물어졌다.

그와 동시에 일그러졌던 세상이 원래로 돌아갔다.

바닥이 다시 평평해지고, 벽이 원상태로 돌아갔다.

가구도 원래의 자리에, 원래의 모습으로 자리해 있었고, 공작부인도 전에 앉아 있던 그곳에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호호호호! 정말 죽였어. 넌 안드레스의 아들도 아니구나. 좋아하는 여자를 죽이다니.”

아니, 안 죽였다.

능력이 사라진 것은 발레아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 힘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배에 검을 꽂은 채로 발레아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멍한 얼굴이 아니라, 고통에 인상을 쓰면서도 내게 웃고 있는 발레아의 원래 모습이었다.

지금, 그녀의 배에 꽂혀 있는 검은 이 왕국의 사라진 국보인 기사의 검이었다.

그 검은 모든 정신 공격을 막아 주는 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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