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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70화 (270/563)

제270화

제20편 마리아 공작부인 (1)

마을 사람들을 확인한 뒤에 나는 발레아를 멈춰 세웠다.

“아무래도 혼자 들어가야겠습니다.”

빈집과 이상한 마을 사람들을 보니, 발레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나는 발레아에게 마을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해주었다.

발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종의 세뇌 같은 건가요?”

“원래 친밀도를 극단적으로 올려 주는 능력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여태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을 보니, 자신이 없어졌다.

더구나, 그녀의 능력은 공작이 없애 버렸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능력이 등장했으니…….

어찌 되었건, 그녀의 능력은 마나에 대해 예민한 나 같은 사람들이 아니면 버텨내지 못하는 능력으로 알고 있었다.

그 뛰어난 공작도 오랜 시간 능력에 걸린 상태였고.

발레아가 뛰어난 능력자라고 해도,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네. 기다릴게요.”

다행히 발레아는 내 말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나무에 묶어놓은 말 두 마리와 함께 길옆 바위 위에 앉았다.

그리고, 마을로 향하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신검을 쥐고 마을로 걸어갔다.

크고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작지 않은 마을이었다.

내가 마을로 다가가자, 움직이던 마을 사람들이 모두 멈춰 섰다.

어른과 아이들, 남자와 여자들 모두가 자리에 멈춰서서 다가가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보는 수십 명의 표정 없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괴기스러웠다.

나무 방책이 어설프게 둘러쳐져 있는 마을 입구에는 나무창을 들고 있는 두 영지병이 지키고 있었다.

“여기는 이비사 자작님의 영지입니다. 영지에 일이 있어 외부 사람은 들이지 않으니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검을 쥐고 사람이 다가왔는데도, 영지병은 마치 국어책을 읽듯이 말을 내뱉었다.

‘이게 둘째 부인의 능력이라면 오히려 퇴화한 것 같은데…….’

예전에는 다른 이상 없이 그녀를 좋아하게만 만들었었던 능력이었다.

그녀의 능력은 이렇게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능력이 아니었다.

어찌 되었건 나는 이곳에 온 용건을 꺼냈다.

원래는 우선 정찰만 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그녀의 편이라면 정찰을 하는 것도, 숨어드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능력을 뿌릴 수 있다면 뒤에 오는 기사들도 안심할 수 없었다.

우선 검을 다시 허리에 찬 뒤에 입을 열었다.

“그레시아 공작가에서 왔습니다. 이비사 자작을 뵙기 위해 왔습니다.”

그레시아 공작가라는 말에 병사가 몸을 움찔거렸다.

마치, 꺼낼 말을 고르는 것같이 우물거리던 영지병이 결국 입을 열었다.

“……잠시 기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다른 병사에게 나를 맡겨놓고 안으로 달려갔다.

그가 안으로 들어간 사이, 남은 병사는 말없이 나에게 창을 겨누었다.

다른 말도 하지 않고, 창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마치, 그 병사는 다른 일은 전혀 할 줄 모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병사를 혼자 남기다니.

큰 마을 치고는 감시가 소홀해 보이는 듯했다.

다만, 감시자가 내 앞에 병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책 안에 있는 마을 사람 전부가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밖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었다.

집 안에 있는 사람들도 창문 틈으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 뒤, 병사 대신, 30대 기사가 마을 입구로 달려왔다.

판금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는 내 앞에 멈춰 섰다.

실력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기사였지만, 이 기사도 너무 이상했다.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이렇게 마을을 뛰어다니는 것도, 기사를 보고도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기만 했다.

“저번 그레시아 공작가의 요청이라면 답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돌아가십시오. 아니면 혹시 다른 이야기를 하러 온 것입니까?”

뒤이은 기사의 말도 이상했다.

요청도 거절했는데 다른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그때 내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영지의 이상한 일들이 그녀 때문이라면 이건 통할듯했다.

“그레시아 공작부인, 마리아 님을 뵙고 싶습니다.”

“마리아 님이 기다리셨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내 말에 기사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신기하게도 기사의 음성이 무척이나 밝게 들려왔다. 무뚝뚝한 음성이었지만, 어딘가 신나는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왜 그렇게 들렸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기사는 바로 나를 안내했다.

마을을 가로질러 언덕 위에 있는 저택까지.

기사가 안내하자, 병사는 바로 창을 거뒀고, 나에게 모이던 시선도 모두 사라졌다.

다시, 마을은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무척이나 규칙적이고,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마을로 돌아간 것이다.

이상해 보이는 마을을 지나, 우리는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택은 평범했다.

이 정도 영지의 주인이 살만한 크지 않은 저택이었다.

넓지 않은 정원에 몇몇 기사들이 나와 줄을 맞춰 서 있었다.

마치, 나를 맞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일이 잘 풀린 것 같았다.

그렇게 정문을 지나, 기사들 사이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나를 안내하던 기사가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평범한 질문. 나도 평범하게 대답했다.

“알렉스라고 하시면…….”

하지만, 나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뚝.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친절하게 나를 안내하던 기사가 내 말을 듣고, 그대로 멈춰 섰다.

끼이이익.

기사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돌아가는 머리.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데, 기름칠하지 않은 로봇이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어서 그의 입이 열렸다.

“알렉스라고?”

그의 입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도, 남자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들어 본 적이 있었던 목소리, 둘째 공작부인의 목소리였다.

“네, 네놈이 감히 여기를 찾아오다니!”

나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기사 입에서 공작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다니.

아니 설마, 빙의라도 한 것일까? 능력이 퇴보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동시에 나란히 늘어서 있던 기사들이 바로 검을 빼 들었다.

치솟는 살기. 신기하게도 기사들의 넘실거리는 마나와 살기가 모두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나도 검을 빼 들었다.

아무래도, 싸우지 않고, 얼굴 보기는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부우우우웅.

이어서, 저택 중앙에서 마나가 가득 피어올랐다.

저택을 넘어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가는 마나.

조금은 달라졌지만, 오래전 보았었던 마나였다.

둘째 공작부인이 펼쳤던 마나. ‘마나 감응력’이 아니면 보기도 느끼기도 어려운 그 마나였다.

마나가 퍼지자 언덕 아래쪽, 마을 사람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다들 집에 들어갔다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밖에 있던 사람들 말고도,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있었다.

쇠스랑과 낡은 부엌칼과 빼쭉한 농기구까지.

어른과 아이, 노인과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무기로 쓸만한 것들을 들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곤란하게 되었는걸…….”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공작부인의 능력이 약해진 것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 전체를 세뇌하다니……. 방식은 달라져 있었지만, 분명 더 강해져 있었다.

잘못하다가는 이곳 영지민을 모두 죽인 대살인마가 될 수도 있을 터였다.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싸우지 않고, 도망치기도 쉽지 않았다.

사방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도망칠 곳은 영지민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결국, 여기 기사들을 처리하고, 공작부인과 담판을 짓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덤벼오는 기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 *

같은 시간.

발레아는 바위 위에 앉아 한가롭게 마을을 지켜보고 있었다.

발레아는 무척 여유로웠다.

이런 작은 영지에 알렉스를 상대할 만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유배되었다는 공작부인이 이상한 정신계 능력을 쓰고 있다지만, 전에도 이긴 적이 있다고 들어서 그것도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물론, 마을로 같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이렇게 둘이 여행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작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약해서 자신을 떠날 것 같지도 않았고, 아버지와 달리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 주니, 이런 사람이 다시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내전으로 공주도 대공녀도 모두 바쁘기만 했으니, 지금이 그녀에게는 알렉스와 둘만 지낼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였다.

그런 마음으로 즐겁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머리를 두들겼다.

부우우웅.

발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을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저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불안이, 걱정이, 염려가 머릿속에 가득 떠올랐다.

그리고, 마을 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스 공자님?”

분명 들리지 않을 거리였고, 알렉스의 목소리도 아니었지만, 발레아는 알지 못했다.

그저, 참지 못하고 마을로 달려갈 뿐이었다.

다른 마을 사람들과 똑같이.

* * *

“제길.”

기사들은 모두 쓰러뜨렸지만, 입에서는 욕이 절로 흘러나왔다.

머리가 계속 지끈거렸기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픈지도 알고 있었다.

저택에서 흘러나오는 마나 때문이었다.

사람들을 홀리는 저 마나.

내 마나 감응력이 막아 준 덕분에 나는 멀쩡할 수 있었지만, 두통까지 막아 주지는 못했다.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머리를 잡고 굴렀을지도…….”

나는 인상을 쓰면서 저택으로 걸어갔다.

마나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는 잘 보였다.

저택 안에 들어간 뒤에도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하녀가 부지깽이를 들고 덤비기도 했고, 집사로 보이는 노인이 가위로 나를 찌르려고 했다.

부엌칼을 양손에 들고, 쌍칼 검사처럼 덤비는 요리사도 있었으니,

저택의 고용인들은 모두 덤벼드는 것 같았다.

세뇌당한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어, 전진이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덤벼오는 사람들을 차근차근 쓰러뜨리고, 마나가 흘러나오는 곳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이 전시된 복도를 지나, 화사한 문양이 그려진 문 앞에 섰다.

나는 양손으로 문을 잡고 문을 활짝 열었다.

“죽어!”

안에서 나이 든 노인이 나를 향해 손을 펼치는 게 보였다.

잠시 눈앞이 어두워졌다. 동시에 옆에서 느껴지는 살기.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다가오는 살기를 향해 휘둘렀다.

쨍강.

검날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눈이 밝아졌다.

내게 손을 뻗었던 노인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아…….”

단검을 휘두른 곳에는 젊은 남자가 부러진 검을 들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노인 뒤에 그녀가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뒤에 제일 먼저 나를 죽였던 사람.

그리고, 나를 제일 많이 죽였던 사람이 응접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나는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마리아 데 그레시아.

분명 공작에게 능력을 잃었다던 그 둘째 공작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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