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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65화 (265/563)

제265화

제15편 회전(會戰) (2)

쾅, 콰아앙!

전생에 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허공에는 마나 충돌로 생기는 불꽃들이 번쩍이고 있었고.

그 불꽃들을 뚫고, 불덩이와 낙뢰가 달려가는 기사들과 병사들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르! 콰콰앙!

낙뢰는 병사들 머리 위에 펼쳐진 반투명한 막에 막히고, 불덩어리는 지상에서 쏘아진 물줄기가 불을 꺼뜨렸다.

“공격은 무리입니까?”

“우리 쪽 귀족이 숫자가 부족해! 막는 것도 벅차!”

그사이에 들리는 기사의 질문과 지친 귀족의 대답.

귀족의 말대로 막아 내지 못한 불덩이와 낙뢰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병사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선임병들이 고함을 지르며 병사들을 재촉했다.

“더 빨리 달려! 뚫리기 전에 달라붙어야 해!”

쏟아지는 능력들을 뚫고 전진하는 병사들.

그 사이 두 기사단은 적 병력 앞에 다다랐다.

쿠쿠쿠쿵.

적들도 기다리고 있었는지, 기사단 앞 땅이 마구 흔들렸다.

그냥 서 있기도 힘든 지진이었다.

“돌파해!”

하지만, 기사들은 흔들리는 땅을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몇몇 기사들은 말과 함께 땅에 나뒹굴었지만, 대다수 기사는 마나를 써서 어떻게든 적의 방해를 뚫어냈다.

그리고, 적의 병력과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선두에 서 있던 병사들이 장난감처럼 튕겨 나갔다.

전생에 보았던 중세 영화보다 훨씬 더 만화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마나를 가진 기사들의 돌파력은 차원이 달랐다.

선두의 병사들은 말 그대로 갈려 나갔고, 기사단은 두 개의 송곳이 되어 진영을 뚫고 들어갔다.

고함과 비명이 귀를 어지럽히고, 그 사이에 적 십인 대장과 백인대장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진격을 막아!”

“기사들은 어디 있어?”

“놈들이 장교님들 쪽으로 간다! 막아!”

적들의 말처럼 우리는 본진에 공격 중인 적 장교들을 향해 말을 달리고 있었다.

적 장교들은 방어를 위해서인지, 각 부대의 진영 중간쯤에 모여 있었다.

적 진영을 반 이상 관통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우리는 막아서는 병사들을 베어 내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적 진영에 진입한 뒤에 쐐기 모양이 된 기사단의 선두에는 미겔이 말을 달리고 있었다.

지금 이 기사단에서 가장 강한 기사이자, 기사단의 선임 기사이니 그가 선두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만큼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첫 충돌을 뚫고, 기사단을 진영 안으로 난입시킨 것도 그였고, 여기까지 밀고 올라온 것도 그의 덕이었다.

다만, 이제 슬슬 한계가 오고 있었다.

피를 뒤집어쓰고 검을 휘두르고 있는 미겔의 표정은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그리고, 그가 타고 있는 말도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기사단이 나아가는 방향이 제일 방어력이 강한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본진을 공격하는 귀족들을 지키기 위해 관록 있는 병사와 기사들이 우리 기사단을 몸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다른 때였다면, 돌파력이 소진되기 전에 방향을 바꿔서 진영을 빠져나가야 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본진의 병사들이 더 당하기 전에 귀족들의 공격을 멈춰 세워야 했다.

그리고, 선두의 기사 중에 지치지 않은 것은 나밖에 없었다.

나는 위로 제쳐놓았던 투구를 눌러썼다.

어어, 내 자리에서 빠져나와 미겔이 있는 곳으로 말을 달렸다.

병사들이 달라붙었지만, 마나도 없는 검에 멈출 내가 아니었다.

피보라가 일고, 금방 미겔 옆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누구……! 컥!”

나는 미겔을 막아서는 기사를 베어 내고 크게 외쳤다.

“제가 선두에 섭니다!”

내 목소리에 미겔이 놀랐지만, 곧 그는 내 말에 수긍했다.

“그건…….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적의 방어가 두터웠다.

공작 아들의 안전은 중요한 것이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작전을 어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내 바로 뒤 허공에서도 신음이 들린 것 같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미겔이 비켜준 자리에 말을 밀어 넣었다.

자리를 잡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왼쪽에는 30대 전성기의 미겔, 반대편에는 40대의 노련한 우고.

선두의 나.

그리고, 뒤에 늘어선 기사단.

앞에는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우리를 막아서는 적들.

그들을 보며 나는 활짝 웃었다.

광기가 가득한 살벌한 전장이었지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건 전장의 광기 때문이 아니었다. 상대를 비웃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어렸을 때, 미겔에게 검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일이 드디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기사단 진격의 선두에 서는 것만큼 소년의 꿈에 어울리는 일은 없었다.

나는 오랜 삶을 살긴 했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기사단 앞으로!”

크게 고함을 지르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막아서는 병사와 기사.

악으로 붉어진 얼굴은 내 검이 지나간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열린 시야.

말을 달리고, 검을 휘둘러 막아서는 적을 쓰러뜨렸다.

정신없이 싸워서 그런지 내 첫 공격을 막아 내는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적어도 자세를 흩트려놓았으니, 그런 기사들은 나를 따라오는 기사들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다.

“기사단의 선두가 해야 할 일은 적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 놓친 적은 동료들이 해치워 줄 겁니다.”

어렸을 때 미겔이 들려준 이야기가 다시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미겔은 내가 흘린 기사를 쓰러뜨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환청이었나.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젓고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동료를 믿고 적을 쓰러뜨린다.

그것만 생각하며 계속 나아가다 보니, 결국 병사들 사이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귀족 장교들이었다.

“막아!”

“이 병신들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기사 놈들은 뭐한 거야!”

우리를 보고, 장교들이 고함을 질러댔다.

“공격 중지! 당장 피해!”

제일 높은 이가 소리치기 전에 이미 장교들의 공격은 멈춰있었고, 우리 병사들의 고함이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하지만, 공격을 멈추면 적의 진격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 정도 했으면 됐어! 나머지는 병사들과 기사들 몫이야! 모두 후퇴!”

한자리에 모여 있던 장교들이 서로 거리를 벌리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표정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적 병사와 기사들은 장교들을 살리기 위해 힘껏 우리를 막아섰다.

멀리, 요새 기사단이 밀고 들어간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쪽도 장교들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우리 쪽 병사들은 이제 진격에 방해를 받지 않고, 달려올 수 있게 되었다.

쿠웅. 쿠쿵.

곧이어, 거대한 두 진영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두 부대의 충돌음은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우리 할 몫을 다했습니다!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미겔 기사의 고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진영을 뭉개고 병사들의 발을 붙잡고 있던 귀족들도 흩어버렸으니, 기사단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끝이 났다.

이제, 온전한 모습으로 적의 진영을 빠져나올 차례였다.

나는 미겔 기사에게 다시 선두를 부탁했다.

말하는 것을 보니, 체력도 회복한 것 같고, 진영을 빠져나가는 것은 지금보다 쉬울 터였다.

“선두를 다시 맡아주세요! 전 뒤로 빠지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뒤로 물러섰고, 미겔 기사가 내 자리에 서서 기사단을 이끌었다.

“방향 전환! 왼쪽으로 90도 틀어서 대각선으로 적 진영을 관통한다!”

이대로 뒤돌아 갈 수는 없으니, 미겔 기사가 한 말이 최선이었다.

“퉁! 퉁! 퉁!”

기사단원들은 투구를 두드리며 미겔의 말에 답했고,

“좌측으로 돈다! 우측 가속! 적을 놓치면 그냥 포기해! 뒤쪽은 앞 사람을 놓치지 마라!”

미겔은 고함을 지르며 말을 박찼다.

약한 부분을 공격하니, 주춤했던 기사단이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 진영을 가르며 기사단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단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빠져나간 기사단에는 내가 없었다.

나는 미겔에게 선두를 양보한 뒤에, 계속 뒤로 물러서다가, 말에서 뛰어내렸다.

말 엉덩이를 두드려 기사단을 따라가게 하고, 나는 기사단이 방향을 틀기 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적 기사다! 낙마한 기사가 있다!”

혼자 남은 나를 보고 병사들이 외쳤지만, 그 외침은 금방 멈추었다.

서걱!

피가 떨어지는 검을 털며 나는 병사들을 헤집고 계속 나아갔다.

뒤쪽에서 맞붙은 두 진영은 이제 서로 엉겨가며 난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쪽 공격이 멈춰서인지, 이쪽으로도 우리 쪽 공격이 날아왔다.

머리 위로 불덩어리가 떨어지기도 하고, 바람의 칼날이 옆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다만 아쉽게도 우리 쪽 귀족들의 숫자가 작아 적에게 큰 타격을 주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꽤나 혼란을 준 덕분에 내가 움직이기는 많이 편해졌다.

막아서는 병사와 고함을 치는 병사들을 가르며 계속 나아가던 나는 결국, 숨을 헐떡이는 장교를 찾게 되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호위하는 병사들을 데리고 왔는지, 병사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기사도 막기 어려운 내 검을 그들이 막을 수는 없었다.

병사들은 허무하게 쓰러지고, 젊은 장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게 손을 뻗었다.

마나가 모이고, 내 앞에 불덩이가 소환되었다.

내 상반신만 한 큰 불덩어리였다.

하지만, 별로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겉보기만 요란한 불덩어리였다.

마나가 다 떨어졌나?

나는 마나가 긷든 검으로 불덩어리를 잘라냈다.

“어떻게 검으로 능력을…….”

나는 불덩이가 아니라 불덩어리의 모태가 되는 마나를 잘라낸 것이었지만, 상대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

대신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허공을 보고는,

“이 장교는 어느 쪽이었지?”

장교의 성향을 물어보았다.

허공에서 글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지치고, 반쯤 포기한 듯한 목소리였다.

“그 장교는……. 도망치자는 쪽이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럴 것 같았다.

나는 겁에 질려 딱딱하게 굳은 장교를 그 자리에 놔두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도망치자는 쪽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가 아니더라도 죽일 장교는 많았다.

더구나 난전이 점점 심해져서 슬슬 내가 있는 곳까지 여파가 밀려오고 있었다.

진영은 엉망이 되었고, 내가 움직이기는 더 편해졌다.

나는 감각을 퍼트려 마나를 찾았다.

‘빙고!’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마나가 뭉친 곳이 있었다.

나는 병사들을 죽여 길을 만들었고, 잠시 뒤, 마나가 가리키는 곳에 도착했다.

이번 장교는 제대로 나를 막아섰다.

병사들에게 나를 포위하게 만들고, 땅을 갈라 그 속에 나를 떨구려 했다.

아쉽게도 땅속으로 떨어진 것은 포위한 병사들이었다.

그 장교는 검에 찔려 땅에 나뒹굴었을 때도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그를 무시하고 다시 몸을 감추고 있는 글란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이 장교는?”

“……싸우는 쪽이었습니다.”

“좋아.”

글란의 대답을 듣고, 나는 검을 휘둘렀다.

장교는 목숨이 끊어졌고, 나는 다른 장교를 찾기 위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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