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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47화 (247/563)

제247화

제22편 영지전 속의 마을 (2)

기사와 병사들에게 들은 영지전 상황은 내 예상과 조금 달랐다.

물론, 갑작스러운 영지전은 모레나 영지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모레나 영지가 갑작스러운 영지전 신청에 허둥대는 사이에, 물아센의 병력은 모레나 영지를 관통해서 영지전 신청 이틀 만에 중앙 마을 앞에 도착해 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전투.

그런데, 그 전투는 물아센 영지의 계획과 달리, 쉽게 끝나지 않았다.

마을을 감싼 목책도 생각보다 튼튼했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섰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지병들도 생각보다 잘 싸웠다.

“아니, 따지고 보면 모두 지휘하는 영주 대리 때문이었습니다.”

“오헨이라고 했나? 늙은 퇴역 기사가 그렇게 사람들을 잘 이끌 줄 생각도 못 했습니다.”

“지휘도 잘했지만, 실력도 대단했어요. 늙은 퇴역 기사가 기사들과 싸워 이기다니. 덕분에 목책을 뚫는 데 한참 걸렸다니까요.”

기사가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널브러진 것을 보고, 병사들이 앞다투어 그동안의 일들을 떠들어댔다.

그렇게 열심히 싸웠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며칠 동안 열심히 막아냈지만, 결국 목책이 무너지고, 물아센 병력이 마을로 밀고 들어갔다.

그게 어제 있었던 일이었다.

우리가 본 무너진 목책과 검은 연기가 그 흔적이었다.

“그 영주 대리도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놓고, 마을도 다 점령했는데, 갑자기 영주가 기사들을 이끌고 난입을 했다 아닙니까.”

“그게, 원래 영지전에 다른 영지가 끼어드는 건 안 되는 건데요. 원래 영주가 끼어들어 버리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그 영주의 능력이 대단하더라고요. 영주를 공격하던 우리 기사들이 전부 매가리 없이 나가떨어지지 뭡니까. 그 탓에 급하게 도망 나와야 했다니까요.”

한번 말문이 열리니, 서로 더 많이 알려주겠다는 듯이 말을 쏟아냈다.

이야기를 정리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쉽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모레나 영주가 1 왕자의 기사들을 이끌고 와서 영지를 구했다는 것.

그리고,

“영주 대리가 기사 둘을 이겼다라…….”

늙을 퇴역 기사가 갑자기 그렇게 강해지려면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이바나가 능력을 걸어준 것일 터였다.

이바나가 아직 영지에 있다는 소리였다.

모레나 자작이 달려온 것도 딸을 구하기 위해서일 테고.

다만, 우리가 잡은 기사도, 병사들도, 이바나에 대해 알지는 못했다.

“귀족들을 잡아놓으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영지민들도 최대한 죽이지 말라고 했고요.”

아마도, 관련된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하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아는 것은 전부 이야기했습니다.”

“차라리, 밑에서 일하게 해주십시오. 어차피 한탕 하고 달아날 생각이었습니다.”

“저 쓰레기 기사에게 잡혀서 도망도 치지 못하고……. 여러분 같은 분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병사들은 살기 위해 별의별 소리를 다 했지만,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모두 숨을 끊어놓고, 숲에서 나와 목책을 바라보았다.

반쯤 무너진 목책 위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저 안에 이바나가 있었다.

이바나의 능력은 퇴역 기사에게 쓴 것 같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은 만나 봐야 할 것 같았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왔다는 것을 알릴 생각은 없었다.

우리는 밤에 움직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어둠이 깔렸다.

발레아와 나는 조용히 목책으로 다가갔다.

레스티는 같이 오지 않았다.

“저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저는 평범한 용병이라 밤에 목책을 타 넘기는 무리입니다.”

“각성자에 신관이시라면서요.”

발레아가 의아해했지만, 레스티는 그녀의 말에 씩 웃었다.

“유물 감정사에 이단 신관이죠. 저는 이 밖에서 다른 신자들이 남긴 정보가 있나 알아보겠습니다.”

목책 밖에 있는 사람들이라곤, 저기 숙영지를 세운 물아센의 병력밖에 없었다.

결국, 물아센 쪽을 살펴보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의 단독 행동을 허락했고, 이렇게 발레아와 둘만 목책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달도 구름에 가려서 어두운 밤.

목책 아래에서 발레아는 나에게 속삭였다.

“공주의 호위 기사에, 대공녀의 지인, 거기다, 비밀 교단의 성기사인 공작의 아들이라니.”

오는 길에 발레아에게 교단과 성기사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도, 신검으로 새로 계약할 때도, 미소만 짓던 발레아였다.

그런데, 이럴 때 말을 꺼내다니.

어떻게 보면, 발레아답다고 해야 할까.

“내가 들은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얼마나 더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사랑을 이야기할 것 같은 부드러운 속삭임이었지만, 악마의 유혹같이 들리기도 해 살짝 소름이 돌았다.

나는 슬쩍 말을 돌렸다.

“하지만, 발레아 영애의 친구이기도 하죠.”

그런데, 내 말이 의외로 발레아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내 말을 들은 발레아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

“맞아요. 난 그게 공자님의 제일 큰 비밀이었으면 해요.”

말과 함께 발레아가 목책에 손을 올렸다.

투투툭.

그녀가 손을 올리자, 나무를 잘라내 만든 목책에서 가지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능력이었다.

솟아난 가지들은 마치 계단과 같은 모양으로 형태를 갖추고, 목책 끝까지 이어졌다.

“올라가죠.”

그냥도 올라갈 수 있었지만, 나는 발레아가 만들어준 계단을 밟고 목책 위로 향했다.

내가 목책 위로 올라가 감시하는 병사를 기절시켰고, 발레아와 나는 무사히 마을로 스며들 수 있었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사방에 세워놓은 횃불 덕분에 마을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물론 불이 없어도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밝은 게 더 좋은 것은 당연했다.

솟아오른 연기를 보고 예상했던 것처럼, 마을은 엉망이었다.

부서진 집들과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무너진 집 옆에는 천에 덮인 시체가 보였고, 그나마 멀쩡한 집에서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마을은 더 이상 전에 보았던 따스하고 정감 있어 보이던 마을이 아니었다.

발레아와 나는 순찰하는 병사들을 피해 가며 마을 중앙으로 향했다.

“어, 여기는…….”

마을을 지나가다, 내가 묵었던 여관을 지나가게 되었다.

과거로 돌아가게 되어 없었던 일이 되었지만, 여관 주인인 여성과 그 딸은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다행히 여관은 무사했다.

잠깐 기억을 떠올리고는 여관을 지나가려는데, 여관 안에서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진통제에 쓸 약재가 다 떨어졌어요!”

목소리를 들으니 기억이 났다. 여급인 줄 알았던 딸의 목소리였다.

“지하실도 다 찾아봤니?”

딸의 목소리에 이어, 여관 주인인 엄마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없어요!”

“어쩌지, 이바나 님이 주신 포션은 예전에 떨어졌는데…….”

모녀의 음성을 듣는 중에, 여관 안에서 여러 신음이 들려왔다.

감각으로도 여러 사람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여관 안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여럿 있는 것 같았다.

“환자들인가…….”

그나마 멀쩡한 여관을 임시 병동으로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발레아가 의아하게 바라보았지만, 안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바나 님이 계속 여기에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영주님이 오셨으니, 저택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잖니.”

“흥,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아 놓고, 영지가 망할 것 같으니까 겨우 찾아온 영주님이요?”

“그래도 영주님이 기사들을 데려와서 저놈들이 물러간 거잖니.”

“흥, 오헨 기사님과 이바나 영애가 힘내주셔서 이렇게 버틴 거지, 두 분이 없었으면 예전에 망해버렸을 거예요.”

여관 주인도 딸의 말에 반대하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바나 님도 수도에 다녀와서 정말 친절해지셨는데…….”

“직접 나와서 병사들을 치료해주실 줄은 몰랐지.”

“겨우 얼굴을 보인 영주님보다 오헨 기사님이 더 이바나 님의 아빠 같았다니까요.”

“그만! 영주님도 와 계시는데, 듣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이바나 영애님도 힘드실 텐데, 괜히 너까지 일 만들지 마라.”

“……네. 알았어요.”

“이바나 님이 걱정이야. 오헨 기사님이 위독하신데, 영주님은 이바나 님을 수도로 데려간다고 하시고 있으니…….”

잠시 두 사람의 말이 멈추었다.

그리고, 딸의 하소연.

“맞다. 그보다 어떻게 해요. 진통제가 없으면 다들 무척 힘들 텐데…….”

듣고 있던 나는 등에 메고 있는 배낭을 내렸다.

그리고, 포션 몇 개와 진통제로 쓰는 약초 한 묶음을 꺼내 문 앞에 내려놓았다.

사라진 시간대에서 맛있게 먹은 식사에 대한 감사와 방금 들은 정보비였다.

발레아는 내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았지만, 따로 묻지는 않았다.

역시, 발레아를 데려오기를 잘한 것 같았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집을 떠났다.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놀란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우리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 뒤였다.

그보다, 이바나가 직접 나서서 부상자를 치료하다니. 오헨 기사에게 능력을 걸어준 것도 그렇고.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바나 영애가 달라진 건가?”

길을 걸으며 중얼거린 말에 발레아가 대답했다.

“원래 성격일걸요? 뻣뻣하게 구는 척했지만, 억지로 하고 있는 게 티가 났어요.”

본인이 특이한 것처럼, 사람을 파악하는 데도 뛰어난 능력을 지닌 발레아였다.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테러로 죽을 위험이 이바나를 바꾼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만났을 때도 전과 달라진 느낌이긴 했다.

횃불을 피해서 계속 걸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영주의 저택이 보였다.

횃불이 주위를 둘러싸서 밝게 보이는 저택.

어두운 밤에 봐서 그런지, 전과 달리 무척이나 차가워 보였다.

저택 앞에는 기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기사들도 사라진 시간대에서 봤었던 기사들이었다.

왕실 기사들, 1 왕자의 기사들이었다.

“자, 그럼 들키지 않고 어떻게 들어가야 하려나…….”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로 어떻게 잠입할지 고민하는데, 발레아가 내 등을 두드렸다.

돌아보니, 발레아가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땅에 손을 올렸다.

퍼퍼퍽.

땅이 꺼지며 동굴이 만들어졌다.

저택으로 이어진 동굴이었다.

동굴을 보고, 다시 발레아를 쳐다보았다.

동굴까지 만들 수 있다니, 이 정도로 다재다능할 줄 몰랐었다.

“환상에 가까운 능력인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목책을 올랐을 때도 환상이 아니었다.

아쉽게도,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어느 쪽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발레아는 먼저 동굴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환상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모두가 진짜라고 믿으면 현실이에요.”

과연. 그녀의 말대로였다.

어차피 마나는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이었다.

나는 그냥 발레아의 능력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발레아와 나는 들키지 않고, 저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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