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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41화 (241/563)

제241화

제16편 내전의 전야 (2)

왕궁에서 보내준 기사들과 함께 왕실 마차는 빠르게 왕궁으로 향했다.

한적한 거리를 지나, 마차는 오래 걸리지 않아 왕궁에 도착했다.

왕궁의 남문은 전과 달리 무척이나 삼엄했다.

하지만, 왕실 마차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성문을 통과한 뒤에, 본성 입구에 와서야 멈춰 섰다.

성벽에도, 본성과 성 앞뜰에도, 평소에 보지 못했던 병사들과 기사가 서 있었다.

왕궁에서는 처음 보는 철저한 경계였다.

본성 앞에는 마차들이 멈춰 서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얼른 마차에서 내리고, 공주를 에스코트해 주었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공주와 나는 아카데미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걸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주가 마차에서 내리고 있을 때, 급하게 들어서는 마차가 있었다.

저 마차도 왕족이 타고 있는 왕실 마차였다.

히이이잉.

왕실 마차는 우리 뒤에 급하게 멈춰서고, 마차에서 제2 왕자가 내렸다.

마차에서 내리는 제2 왕자의 눈은 기이하게 번쩍이고 있었다.

광기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왕자는 나도 공주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다른 것들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왕자는 달리듯이 궁 안으로 들어섰고, 일행이 급하게 왕자의 뒤를 따랐다.

대검을 등에 지고, 본성 안으로 들어가는 공주의 뒤를 따랐다.

다행히 공주는 침착해 보였다.

억지로 버티는 것일 테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의연해 보였다.

공주가 복도를 걸어가자, 사람들이 공주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왕이 위독한 상황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공주가 그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두 왕자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면 감히 중간에 고개를 들 생각도 못 했을 터였다.

왕의 침실은 당연하게도 본성 깊은 곳에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대신 복도 곳곳에 병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화려한 문 앞에 도착했다.

문 양쪽에 있는 기사가 공주를 보고, 경례를 올린 뒤, 문을 열어주었다.

공주가 왔다고 외치지는 않았다. 환자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공주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두 기사는 공주의 뒤를 따라가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 것 같았다.

공주의 호위 기사가 이렇게 어릴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기사들은 내가 방 안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안은 엄청나게 큰 응접실이었다.

침실과 이어진 응접실.

응접실 안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 몇 명은 아는 사람들이었다.

제2 왕자와 같이 온 사람들이 한쪽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제2 왕자의 새로운 호위 기사가 그 옆에 서 있었다.

예전 호위 기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기사였는데…….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제2 왕자는 보이지 않았다. 침실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다른 쪽에는 나이 든 귀족들과 늙은 왕족이 있었고, 구석에는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왕실 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 그리고 세우타 공작이었다.

단장과 부단장은 서로 다른 줄을 섰는데도 여기서는 같이 모여 있었다.

둘 다 왕실 기사단이어서인 모양이었다.

나는 슬쩍 눈인사만 하고, 빈자리에 서서 침실로 들어가는 공주를 배웅했다.

“바로 옆에 제가 있습니다.”

내 말에 공주가 나를 한 번 바라보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에, 왕이 누워 있는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응접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말이 없었다. 초조한 얼굴로 침실 문을 바라보고, 무언가 생각에 잠긴 사람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엿들을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이 방안에서는 엿듣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그런 기능을 가진 유물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벌컥.

이어서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렸다.

기사가 열어준 게 아니었다.

문을 연 것은 제1 왕자, 왕세자였다.

그는 응접실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늦은 건가?”

공주도 왔고, 제2 왕자도 왔으니, 늦은 게 맞았다.

“뭐, 내가 늦은 게 아니라, 다들 너무 빨랐어. 이미 다 정해져 있는데, 무슨 부스러기를 얻어먹으려고 이렇게 서둘러대는지.”

하지만, 제1 왕자는 자기가 늦게 온 게 아니라는 궤변으로, 먼저 와 있는 사람들을 비웃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런 표정들을 재미있게 구경하다가, 왕자는 천천히 침실로 걸어갔다.

“그럼 마지막 인사나 드리러 가볼까.”

제1 왕자는 이번에도 침실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실 문이 닫히자, 응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조용해지니, 다시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게 아니라, 의아한 듯이 힐끔거리는 시선들.

공주와 같이 온, 아카데미 제복을 입은 소년이 누구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늦게 들어온 제1 왕자 일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제1 왕자 일행에는 아는 얼굴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도 보였다.

잘생긴 중년 귀족.

이바나의 아버지이자, 죽은 왕비의 숨겨진 애인인 모레나 자작이 같이 온 것이다.

이제, 같이 다녀도 될 때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왕이 죽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라는 배려인 것인지.

어쨌거나,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그리고, 부단장이 제1 왕자 일행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왕실 기사단이라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제1 왕자가 오지 않아서 단장 옆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부단장은 제1 왕자의 호위 기사인 아들 옆에 서서 나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호위 기사, 다빗이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련 상대였지만, 갑옷에 투구까지 쓰고 있어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부단장이 다빗의 귀에 속삭였고, 호위 기사의 눈이 커졌다.

이제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둘은 귓속말로 더 이야기를 나누더니, 아들 쪽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저번에 봤었지? 왕세자님의 호위 기사 다빗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이쪽으로 모였다.

괜히 시끄럽게 할 수 없으니, 나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알렉스입니다. 아이샤 공주님의 호위 기사죠.”

평범한 악수를 하고 나니, 사람들의 시선이 줄어들었다.

다빗은 내 얼굴을 다시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어릴 줄 몰랐는데…….”

한숨을 내쉰 그는 다시 밝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런 어린 기사에게 졌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앞날이 창창한 기사에게 졌으니, 부끄럽지는 않아.”

무슨 말을 하려고, 내 얼굴에 금칠은 하는 것인지…….

다만, 내 실력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 금칠이 금칠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앞으로 엄청난 혼란이 있을 거다.”

그래도, 다행히 서론이 길지는 않았다.

“결국, 왕세자께서 전부 수습하시겠지만, 도중에 휘말려 죽는 이들도 많을 거야.”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들었는데도 다 들은 것 같았다.

조금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공주님 옆에 있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자네의 앞날을 위해서 빨리 왕세자님께 오는 게 좋을 거야. 아버님도 인정하고 계시는 듯하니, ‘서자’라는 이유로 피해를 보지는 않을 거야.”

역시, 뻔한 이야기였다.

그 뒤에도 이리저리 권유하는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부단장이 계속 곁눈질로 쳐다보고 있었다. 부단장이 지시한 일인 듯했다.

이렇게 노골적인 인력 빼가기라니.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왕은 죽은 사람인 듯했다.

시간이 흘렀다.

몇 명이 더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했고, 왕실의와 신관들이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기도 했다.

침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어두웠고, 왕의 침실에서는 죽음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깊어질 무렵.

조용하던 침실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흑흑흑. 왕이시여!”

“크윽…….”

우는 소리와 울음을 참는 소리가 같이 들려오고, 이어서 침실 문이 활짝 열렸다.

제1 왕자, 왕세자가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왕께서 돌아가셨다. 장례를 진행할 터이니, 준비하도록.”

왕세자의 얼굴은 깨끗했다. 눈물 자국도, 슬픈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뒤따라 나온 왕실 집사장이 왕세자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다리던 하녀와 집사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제1 왕자는 기다리던 일행에게 걸어갔고, 제2 왕자도 다른 사람들도 침실 밖으로 나왔다.

이어서 몇몇 귀족들과 세우타 공작이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죽은 왕에게 인사를 할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제2 왕자가 일행과 함께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지금 어디 가는 거냐?”

제1 왕자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왕의 주검이 침실에 있는데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형님께서 준비하실 터인데, 제가 낄 이유는 없겠죠. 장례식에는 참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죠.”

제2 왕자는 죽은 왕도 왕세자도 안중에 없었다.

왕자는 제1 왕자에게 손을 흔들더니, 일행과 함께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제1 왕자는 방을 나가는 동생을 노려보았다.

동생이 떠나자, 그는 남아 있던 집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 집무실에 있을 테니, 장례식에 내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해.”

“당장 조율할 일들이…….”

“그건 종친들이 하면 되잖아!”

종친, 그러니까, 승계서열이 낮은 왕족들은 지금 침실 안에서 죽은 왕을 배웅하는 중이었다.

제1 왕자도 결국, 남은 일을 다른 왕족들에게 떠넘기고, 방을 나가버렸다.

아슬아슬하게 집 모양을 유지하던 한 왕국의 왕가가 콩가루가 되어버린 모습을 현장에서 보게 되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 카메라라도 있으면 담아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왕자들이 떠나가든, 남은 왕족들이 화를 내든, 장례식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왕의 시체는 화려한 관에 담겨 중앙홀에 안치되었고, 왕이 죽었다는 소식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땡, 땡, 땡, 땡, 땡,

신전과 종이 달린 건물에서는 계속 종소리가 울렸고, 조기가 건물마다 올라갔다.

공주와 왕비는 관 옆에서 계속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나도 그들의 뒤에 서서 그들을 지켰다.

이윽고, 날이 밝았다.

수많은 사람이 왕궁 앞과 중앙 홀에 모여들었다.

아직, 수도 밖에는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지만, 수도에 있는 귀족들은 모두 모인 것 같았다.

신관들이 홀에 들어오고, 투덜거리며 나갔던 왕자들도 엄숙한 얼굴로 홀에 들어섰다.

왕의 장례식.

두 주에 걸친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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