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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30화 (230/563)

제230화

제5편 신검 (2)

신검은 다른 사람도 치료할 수 있었다.

부상이 심하던 사람들도 오래 지나지 않아 일어날 수 있었다.

내가 회복한 것처럼 빠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포션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교단의 사제와 신관들보다 더 빠르게 치료되는 것 같았다.

모두 정신을 차린 뒤, 우리는 우선 움직이기로 했다.

그 난리를 겪은 곳에서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폐허가 된 유적을 보고, 숲으로 들어갔다.

마물 왕이 와서 난리를 피워서인지, 근처의 마물들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조용한 숲.

말없이 걸음을 옮기던 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 괴물……. 마물 왕이 맞겠죠?"

악셀 기사의 물음에 다들 눈을 굴렸다. 누가 먼저 대답하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게 마물 왕이 아니면 도대체 어떤 마물이 마물 왕이겠어요."

모두 눈치를 살피자 카트린이 나서서, 악셀 기사의 말에 대답했다.

그녀의 말에 다들 떠들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는 마물 왕에게서 살아남은 건가요?"

자신들이 마물 왕에서 살아남은 것에 다들 놀라고,

"아니, 왜 마물 왕이 물러간 거죠?"

"그게, 죽은 줄 알았던 알렉스 공자가 나타나서……."

"……골렘들이 나타나서 마물과 싸우고……. 그 뒤에 신검으로 여러분을 치료해주셨어요."

공주와 대공녀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골렘과 신검 덕분입니다."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골렘들과 신검이 아니었으면 분명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내가 싸우는 것을 본 공주가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내가 먼저 말을 끊었다.

"신검이 도와준 덕분입니다."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지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사들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지만, 카트린과 다른 조원들은 그러려니 하는 표정들이었다.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 주겠다는 느낌이려나.

"그보다, 이건 비밀로 해야겠죠?"

대공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니까요."

"죽은 사람도 많은 데다가, 성기사의 검까지 있으니."

다들 같은 생각이었지만, 차마 대상을 입에 담지 못했다.

그동안의 삶 때문이기도 했고, 그만큼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맞아요. 교단이 알면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발레아는 교단이라는 말을 쉽게 꺼냈다.

"추살대도 엄청나게 죽었고, 추살 대장이 악신의 검이라고 부른 검까지 얻었으니, 교단이 가만히 있을 리 없죠."

발레아의 말에 두 기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교단이라는 말이 나온 이상, 기사들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럼, 모두, 여기서 보고 겪은 일을 비밀로 하겠다고 맹세하죠."

카트린이 비밀을 지키기 위한 맹세를 이야기했다.

그녀다운 방법이었고,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두 공주와 발레아, 카트린도 비밀을 지킬 것은 걱정하지 않았다.

두 기사가 문제인데…….

그동안 두 기사를 보아온 경험으로, 기사의 맹세라면 어느 정도 비밀이 지켜질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악셀 기사가 다른 의견을 냈다.

"차라리, 계약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연히 비밀을 지키기에는 계약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계약은 신전에서만 할 수 있었다.

"교단의 비밀을 숨기는 계약을 교단에서 하자는 말이잖아요."

발레아의 말대로 계약 자체가 황당한 이야기였다.

"상관없지 않습니까? 봉인지에서 있었던 일 전체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계약하면 되겠죠."

의외로 악셀 기사의 생각은 나쁘지 않았다.

"한배에 탔으니 확실하게 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선임 기사님."

악셀 기사의 말에 미로 기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악셀 기사의 말대로 두 기사는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지금 상황은 공주에 줄을 댄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잠시 고민을 하던, 미로 기사가 걸음을 멈추고 공주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결심을 한 것 같았다.

"돌아가면 바로 신전에 가서 계약하겠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서 따로 공주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미로 기사가 가슴에 손을 올리자, 악셀 기사도 뒤를 이었다.

기사들이 인사를 드린다는 말에 여성들은 눈을 반짝였다.

기사들의 충성 맹세였다.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기사는 실력으로는 왕립 기사들에게 미치지 못하는 기사들이었지만, 해야 할 일은 목숨을 다해 수행하는 충성된 기사들이었다.

공주도 그동안 지켜보아서 알고 있었다.

공주가 잠시 기사들을 바라보다가 가슴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카를로스 왕가의 딸로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정식 자리가 아니니, 간단하게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간단한 인사였지만, 본인들에게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공주는 나 이외에 처음으로 기사들을 들이는 것이었고, 두 기사는 아카데미 기사를 그만두고, 공주의 휘하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그럼, 돌아가면 바로 사표를 내야 하나요?"

악셀 기사의 말에 미로 기사가 공주를 바라보았다.

공주가 슬쩍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공주가 정할 일이었다.

"어차피 졸업 때까지는 아카데미를 다녀야 하니까, 졸업 뒤에 오세요."

"알겠습니다."

일을 숨기기 위한 대화가 공주의 두 기사의 영입으로 끝났다.

조금 어이없는 결과이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이기도 했다.

공주도 나 말고 다른 기사들도 아래에 두어야 했다.

왕비 직속의 기사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이 공주의 수하들은 아니었다.

왕의 죽음도, 내전이 코 앞이었다. 공주도 준비할 때였다.

"언제 다시 한번 올 수 있겠죠?"

대공녀는 유적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다.

수많은 골렘을 두고, 그냥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능력을 생각하면 아쉬워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언제 다시 봉인지에 올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거기다, 유적 근처에는 누더기 괴수, 마물 왕이 있었다.

마물 왕을 쓰러뜨릴 수 없다면 유적에 오기는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네, 돌아올 수 있습니다."

돌아올 수 있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마물 왕을 물러나게 했지만, 싸워서 이긴 것도, 마물 왕이 도망간 것도 아니었다.

귀찮아서 봐준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물론, 격차는 엄청났다.

왕국에서 드디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마물 왕과의 격차는 까마득했다.

더구나, 마물과의 싸움법을 따로 배워야 했다.

기존 검술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좀 더 강한 공격 방법이 필요했다.

할 일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았지만, 오히려 목표가 생긴 것 같아 기운이 났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 뒤, 악셀 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이대로 비밀로 묻고 끝내도 되는 겁니까?"

악셀 기사의 말에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교단이 다른 종교의 유적을 털고, 과거의 종교를 지워버리고 있다는 것과 대전쟁 이전의 기록들을 묻어버리고 있다는 것.

고대 제국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도 교단 때문일지도 몰랐다.

모두 세상이 알면 난리가 날 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알릴 수는 없었다.

교단의 힘은 오래전부터 일개 왕국을 넘어섰다.

대전쟁 이후 홀로 대륙의 믿음을 틀어쥐었던 교단이었다.

왕이 말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도 교단이 말하면 믿었다.

그런 교단의 비밀을 퍼트리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위험하기도 하고, 사람들도 믿지 않을 거예요."

대공녀의 말대로였다.

오죽했으면 정의를 부르짖는 카트린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표정은 제일 어두웠지만, 카트린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다들 완치가 되지 않아 천천히 움직였지만, 돌아가는 길은 힘들지 않았다.

마물 왕이 난리를 쳐준 덕분이었다.

마물들은 모두 둥지에 숨어 버렸고, 나는 둥지를 피해 다니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우리는 늦지 않게 ‘실전 수업’에 복귀할 수 있었다.

우리가 돌아왔을 때는 막 실전 수업이 끝났을 때였다.

많은 마물이 벌판에 널려 있었고, 학생들은 지쳐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작년에도 보았던 광경이었고, 마물 왕과 거창한 싸움을 하고 온 우리는 그런 광경을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담담한 모습이 마음에 안 든 모양이었다.

학생들 일부와 교수, 학장은 우리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뻐했지만, 많은 학생은 우리를 외면했다.

그 학생들은 자신들이 마물들과 드잡이를 하는 동안, 우리만 쏙 빠졌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공주와 대공녀만 아니었으면 다들 화를 냈을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우리는 학생들의 불만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나도 오면서 들은 이야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당연하게도 새로 얻게 된 검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다.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대공녀였다.

"알렉스 공자가 그 검의 주인이 된 거잖아요."

"아, 원하실 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래야 하고 말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 검의 주인이라면 새로운 성기사라는 말이잖아요."

"그럴 리가요. 제가 용사도 아니고."

"꼭 용사가 성기사는 아니잖아요."

여기까지 들은 나는 대공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 종교는 다를지 모르지만, 성기사라는 것은 교단의 대표, 주교하고 같은 위치잖아요. 그러면, 알렉스 공자가 주교 같은 위치가 된 것 아닌가요?"

여기까지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어질 말이었다.

"그럼 제사도 진행해야 하고, 신전도 세워야 하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닌지."

나는 저절로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어디서 일을 더 가져올 생각인 건지.

내 표정을 보았는지, 대공녀는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신도가 없으니 상관이 없으려나."

그녀는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지만, 신도라는 말에 나는 한 용병, ‘신검 추적자’가 떠올랐다.

설마, 그가 그 종교의 ‘신도’라서 그렇게 검을 찾아다녔던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과연 그냥 무시해도 좋은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런 여러 가지 고민 덕분에 주변의 시선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거기다, 고민이 많든, 불만이 많든 간에 시간은 똑같이 흘러갔다.

다음 날 해가 떴고, 우리는 아카데미로 돌아가게 되었다.

문양이 새겨진 중앙에 학장이 섰다.

이럴 때면 저 피곤함에 지친 얼굴이 혜안에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학장도 귀찮았는지, 따로 연설도 하지 않고 능력을 사용했다.

마나가 몰아치고, 우리는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오게 되었다.

텅 빈 건물 안, 모두 즐거워할 때, 나는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았다.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라 있었다.

<예상한 위험을 성공적으로 이겨냈습니다. 위대한 업적입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저장 시점’을 설정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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