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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20화 (220/563)

제220화

제20편 신검이 묻힌 던전 (2)

목적지를 알게 된 뒤에, 내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카트린, 카트리네 교수의 방이었다.

그녀는 반갑게 나를 맞이했지만, 내 말을 듣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실전 수업에 따로 행동하겠다고?"

"네, 봉인지에 있는 던전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아니, 너한테 말하기는 좀 그런 말인가."

내 실력을 옆에서 보아온 카트린이었다.

올해에는 내 실력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 자신보다, 웬만한 기사보다 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던전은 무슨 말이야."

"조별 과제를 하면서 자료를 모으다 보니, 재미를 붙여서요. 봉인지에 갈 일이 거의 없을 테니, 이번에 찾아봤으면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카트린의 방까지 오면서 생각해낸 핑계였다.

꽤 쓸만한 핑계여서 내심 만족하고 있었다.

"이해는 가긴 하는데……."

하지만, 카트린은 고개를 저었다.

"말은 해보겠지만, 허락이 안 떨어질 거야. 작년에도 사고가 나서 말들이 좀 있었거든. 아무리 사고에 무덤덤한 아카데미라도 그런 일이 있는데 개인행동을 허락하긴 어려워."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말이라도 한번 해주셨으면 합니다."

"알았어. 대신 기대는 하지 마."

"네."

나는 카트린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와 한숨을 쉬었다.

정식으로 승낙을 받고 움직이고 싶었는데,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한 회차를 버려야 하나."

승낙을 받지 못하면 무단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벌써, 수업일수가 간당간당했다.

이럴 때, 봉인지에서 무단으로 움직이면 정학은 물론, 퇴학당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죽어서 과거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날, 혹시나, 허락이 떨어질까 기다려보았지만, 역시나였다.

따로 학장에게 찾아가 보았지만, 혼만 났고, 결국, 무단 이탈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조별 과제 모임 날이 되었다.

조별 과제도 일시 중단 상태였다.

다음 방문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로 실전 수업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저번 모임에서 실전 수업 뒤에 방문할 곳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단순히 자료 조사를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도 나름으로 열심히 자료를 조사했고, 편하게 우리가 모이는 응접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응접실 안 분위기는 내 생각과 전혀 달랐다.

내가 방에 들어서자, 여성진 일동이자, 조원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거기다 공주와 대공녀는 나에게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한 분위기에 우뚝 멈춰 섰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내 물음에 공주가 벌떡 일어나 나에게 물었다.

"카트린에게 들었어요. 실전 수업 때 혼자 따로 돌아다닐 수 있는지 물어봤다면서요?"

카트린에게 물어봤던 일이 공주에게 전해진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야기를 못 들은 건가? 거절당한 것을 알았으면 저렇게 화난 얼굴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락이 안 떨어졌습니다."

내가 말을 해도 공주와 대공녀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거기다, 발레아는 끼어들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고, 미리사는 뒤로 물러나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보고 있었다.

오래 같이 다니지 않았는데, 미리사는 벌써 이 조에서 자신의 위치를 잡은 것 같았다.

역시 그녀도 왕립 아카데미를 다니는 엘리트였다.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화가 난 거예요. 우리를 또 떼어놓은 거잖아요."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은 죄송합니다."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말하기는 좀 그런 것 같았지만, 나는 공주에게 사과했다.

"미리 말하지 않아서 화난 것도 아니에요."

"네? 그럼……."

"허락이 안 떨어졌으니까, 안 할 건가요?"

공주의 질문에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공주 말대로 무단 이탈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봉인지에 가면 바로 들킬 거짓말이었다.

죽어서 과거로 회귀하면 기억을 못 할 테니, 거짓말을 해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지금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더구나, 나는 어느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었다.

죽을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해도.

나는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번만이 아닌, 과거 이들 모르게 행동했던 것과 앞으로의 잘못까지.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사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이상, 다른 이들 모르게 움직이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도 앞으로 계속될 터였다.

그 모든 것들을 모두에게 사과했다.

"아니, 그렇게까지 사과하지 않아도……."

공주가 얼굴이 빨개지며 뒤로 물러났다.

"사과 한번 받았다고 바로 물러나면 안 돼요. 이번에는 다짐을 받아야 해요."

하지만, 대공녀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그 검 때문에 그러는 거죠?"

나는 의아한 얼굴로 대공녀를 바라보았다.

검? 대공녀도 제사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거기다 말을 하다 보면 대공녀의 능력에 대해서도 말이 나올 수 있었다.

"후작령 대장간에서 찾은 검 말이에요. 거기서 뭔가 찾은 거죠?"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신전에서 찾은 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비껴갈 줄이야.

역시 대공녀였다.

대공녀는 여러 번 검을 수리해주면서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 터였다.

새로운 검을 어디서 얻었는지도, 검을 추적할 방법이 있다는 것도.

그래서 나 혼자 움직이려 한 것에 더 화가 났을지도 몰랐다.

대공녀가 판을 깔아주었으니,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망가진 검을 조사하다가 운 좋게 비슷한 검을 하나 더 찾았습니다."

"피센 후작님의 신검이랑 비슷한 검을 찾았다고요?"

이미 알고 있는 대공녀는 시큰둥했지만, 다른 조원들은 깜짝 놀랐다.

"비밀로 해주십시오."

"부르는 게 값일 텐데."

평민인 미리사는 검의 가격부터 떠오른 모양이었다.

"피센의 신검과 비슷한 신검이라면, 대단한 유물일 텐데……. 어디서 그런 걸 구했나요."

공주의 질문에 표정을 굳혔다.

"계약해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계약을 강조했다.

미리사는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다행히 공주도 발레아도 진지하게 내 말을 받아들었다.

표정들을 보니, 비밀은 지켜질 것 같았다.

나는 나머지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 검을 조사하다 보니, 봉인지에 검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봉인지에 있으니, 검은 던전에 있는 거겠죠."

사과를 한 뒤에 바로 거짓말을 하려니, 입맛이 쓰게 느껴졌지만, 여기서 ‘성기사의 신검’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알맹이가 쏙 빠진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최대한 사실대로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조원들은 각자 생각에 잠겼다.

나를 말릴 방법을 생각하는 걸까?

봉인지를 가면 나를 말릴 사람은 없었다.

설마, 실전 수업에서 나를 빼낼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식은땀이 솟았다.

공주과 대공녀지만, 그렇게까지 아카데미 일정에 끼어들지는 못할 게 분명했다.

아니, 못해야 했다.

혼자서 상상을 이어가는 사이에, 대공녀가 제일 먼저 결정을 내렸다.

"좋아요. 다음번 조별 과제는 봉인지의 던전 탐사로 하겠어요."

나는 눈을 끔벅였다.

대공녀가 한 말은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그리고, 대공녀가 한 말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아카데미는 봉인지에서 나 혼자 다니는 것도 허락해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공주와 대공녀가 껴있는 조를 봉인지에서 따로 돌아다니게 해준다고?

이건 절대 허락이 떨어질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조원들은 나와 생각이 달랐다.

"진짜 던전은 처음이에요. 저도 같이 허락을 받겠어요."

전에 갔었습니다만.

공주님은 기억 못 하겠지만, 나와 함께 던전을 가본 적이 있었다.

고생도 엄청나게 했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으면, 저런 말도 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저도 할게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발레아는 신난 얼굴로 손을 들었다.

발레아라면 뭐…….

솔직히 발레아가 같이 가주면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했다.

"저는 아쉽게도 같이 가지 못하겠네요. 행정학부는 실전 수업에 가지 않으니까요."

말과 달리, 미리사는 전혀 아쉽지 않은 얼굴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전혀 기대하지 않은 표정들이었고.

다만, 이렇게 되면 또 시끄러워질 게 분명했다.

거기다, 통과될 리도 없겠지만, 교수들과 학장에게 또 찍힐 수밖에 없었다.

나는 대표인 대공녀를 말려보았다.

"봉인지는 위험한 곳입니다. 기사학부인 아이샤 공주님과 전투 쪽 능력을 가진 발레아는 괜찮아도 대공녀께서는 버티기 어려우실 겁니다."

다른 이들과 달리, 대공녀는 봉인지에 가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대공녀의 상속 능력은 던전에서 유물을 판별할 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마물과의 싸움에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대공녀는 내 말에 팔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리고, 팔을 걷어붙였다.

맨손과 팔이 드러났고,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들과 손목에 채워진 팔찌가 눈앞에 펼쳐졌다.

전부 유물이었다.

공국에서 떠날 때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내가 모르던 유물도 있는 걸 봐서는 다른 곳에서도 유물을 모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건 방어벽이고, 이건 화염구, 그리고, 이건 전격 공격용이고, 이것도 방어벽이고……."

대공녀는 반지와 팔찌, 목에 걸린 목걸이까지 하나하나 설명해나갔다.

조원 모두가 멍하니 대공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많은 유물을 몸에 두르고 있었던 것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일국의 왕도 이렇게 가지고 있기는 어려웠다.

고장 난 유물을 고칠 수 있는 대공녀만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허락도 안 떨어질 일이었다.

괜히 여기서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실전 수업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위에서 엉뚱한 공문이 내려왔다.

봉인지 던전 탐사를 허락한다는 공문이었다.

황당한 결과에 입이 쫙 벌어졌지만, 결정된 이상 돌이킬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렇게 시간이 흘러, 출발 당일이 되었다.

* * *

카를로스 왕립 아카데미 실전 수업 일.

봉인지는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시끄러운 곳은 학생들이 공간 이동으로 넘어오게 되는 공터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몇 km 떨어진 다른 공터였다.

그곳에는 용병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신관들이 모여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화아아악.

공터 중앙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카데미 학장이 공간 이동을 할 때 뿜어져 나오던 빛과 다르지 않았다.

빛이 사라지자, 그 안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다.

검을 허리에 찬 신관들. 신전 기사들이었다.

공간 이동 때문인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자리에 쓰러지는 사람은 없었다.

맨 앞에 서 있던 신전 기사에게 나이 든 신관이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늙은 신관은 신전 기사에게 말을 높였다.

"확실한 건가? 카를로스 지부에 있던 검은 부서졌다고 들었는데. 다른 검도 예전에 폐기되었고."

신전 기사는 당연한 표정으로 반말을 했다.

"하지만, 마나를 감지하는 유물이 반응했습니다. 거기다, 던전의 위치도 확인했습니다."

"그런가. 확인했다면 맞겠지."

질문을 하던 신전 기사는 결국, 늙은 신관의 대답에 수긍했다.

하지만, 다른 신전 기사는 아직 의문이 남아있었다.

"유물 검을 찾는 데 왜 저희가 온 겁니까? 그냥 탐사 조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닙니까?"

신전 기사의 질문에 방금 질문을 던졌던 기사가 대답했다.

"봉인지에 있는 던전을 탐사하는 거다. 어떤 함정이, 어떤 마물이 있을지 알 수 없다. 교단 최고의 전투 조직인 추살대가 오는 게 당연하다."

그는 늙은 신관을 앞세우고, 봉인지 안으로 걸어갔다.

이어서, 부하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알렉스가 봉인지로 다시 오게 된 날.

추살대 2대대장, 프란츠는 ‘성기사의 신검’을 찾기 위해 부하들과 함께 봉인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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