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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19화 (219/563)

제219화

제19편 신검이 묻힌 던전 (1)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제사가 끝난 뒤에도 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아쉬워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교단이 철저하게 입조심을 시켰는지, 제사에 관한 이야기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나도 일상으로 돌아왔고, 대공녀도 휴일 다음 날에 멀쩡한 모습으로 아카데미에 나왔다.

고친 검에 대해 궁금한 눈치였지만, 계약을 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더 이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공주나 다른 조원들도 제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왕의 병세가 달라지지 않았는데, 제사에 대해 묻기는 어려웠다.

평범한 시간이 지나갔지만, 나는 시간이 늦게 가는 것 같아 무척이나 답답했다.

세우타 공작과의 훈련 시간에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시간은 흘렀고, 결국, 세우타 공작과의 훈련일이 되었다.

훈련 당일, 나는 지하 개인 훈련장 중앙에 서서 벽을 보는 중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강을 한 두꺼운 돌벽이었다.

마나가 담긴 검을 휘둘러도 웬만큼 버틸 수 있다는 튼튼한 벽이었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 벽은 10m가 넘게 떨어져 있었다.

여기서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닿을 수 없는 거리였다.

마나 유형화로 검을 늘린다고 해도 닿지 않는 거리.

검을 던지지 않는 이상 저 벽에 상처를 입히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며칠 전의 이야기였다.

"휴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능력을 깨우고, 마나를 움직였다.

우우웅.

대검에 마나가 흘러 들어갔다.

전과 다른 마나였다.

검에 흘러든 마나는 점성이 약했다. 의지로 묶어두지 않으면 검에서 바로 빠져나갈 것 같았다.

이 마나가 내가 이번에 새로 얻게 된 능력이었다.

‘마나 방출’ 능력.

기사의 검을 쥐고서 얻게 된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마지막으로 정보창의 ‘기사형 영웅 능력자’의 공간이 모두 채워졌다.

기사 영웅 능력자, 용사 카를로스의 능력을 모두 얻었다는 소리였다.

물론, 20살 카를로스와는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더는 카를로스 용사의 뒤를 캐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이제 배운 능력들을 성장시켜야 했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테스트를 해봐야 했다.

새로운 능력을 얻은 제사가 있던 날 밤.

나는 참지 못하고, 저택의 연무장에 나가 능력을 확인해 보았다.

능력은 잘 써졌다.

쾅쾅거리는 소리가 저택을 울리는 바람에 몇 번 써보지도 못했지만, 능력에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허공에다 칼질한 것뿐이라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능력을 아무 곳에서나 시험해 볼 수는 없었다.

혼자서 훈련할만한 곳이라면, 수련검이 있긴 했다.

그렇지만, 수련검의 정신세계는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 밖에서 사용해보지 않으면 내 능력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결국, 현실에서 혼자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 세우타 공작과의 훈련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훈련 시간이 되기 전에 먼저 지하 훈련장을 찾아온 것이었다.

오늘 하루, 이 훈련장을 세우타 공작이 대여했다.

세우타 공작이 오기 전까지 이 훈련장은 나 혼자 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기사단장도 오지 않는 날이니, 편하게 능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벽을 보며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검에 묶어놓았던 마나를 놓아주었다.

푸학.

검에서 마나가 뛰쳐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몸에 있던 마나가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삼투압인가…….’

뜬금없는 과학 상식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 전에 폭음이 귀를 어지럽혔다.

콰아앙!

절로 이마가 찌푸려졌다.

분명, 20살 카를로스가 쓸 때는 이렇게 소리가 크지 않았었다.

능력을 쓸 때마다 이렇게 시끄러웠다면, 내가 피하는데 그렇게 고생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소리만 크게 난 것은 아니었다.

벽에 먼지가 확 일어나 있었다.

내가 쏘아낸 마나가 벽에 부딪힌 것이었다.

잠시 뒤, 먼지가 가라앉자 벽에 새겨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검을 휘두른 모양으로 두꺼운 선 하나가 벽에 그어져 있었다.

내가 날린 마나가 벽을 파헤쳐서 긴 선을 만든 것이었다.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내가 만든 선은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깊게 패어 있었다.

벽 대신 평범한 갑옷을 세워놓았다면 충분히 잘라낼 수 있는 깊이였다.

10m 거리에서 갑옷을 잘라낼 수 있는 공격이라…….

이 정도면 실전에서도 충분히 쓸만했다.

"다만, 이 소리는 어떻게 해야……."

다시 한번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폭음이 울리고,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졌다.

먼지를 뒤집어쓰니, 그제야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훈련장 안으로 노인이 들어왔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노인은 먼지를 뒤집어쓴 나를 보고 혀를 찼다.

나는 얼른 손으로 먼지를 털고서 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노인은 훈련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저었다.

"호위 기사 대전에서 대처를 잘하는 것을 보고 칭찬이라도 해줄까 하고 일찍 왔는데, 이 꼴을 보니, 칭찬을 듣기는 힘들겠어."

칭찬해주는 대신에 조금 더 늦게 오셨으면 좋았을 터였다.

"쯧쯧, 벽에다 왜 칼질은 한 건지, 힘이 남아도는 게냐. 저기까지 뛰어올라서 건물을 망가뜨리는 것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노인은 천장에 그어진 검상을 보며, 젊은 놈 생각은 이해를 못 하겠다며 구시렁거렸다.

확실히 천장에 상처를 낸 것은 실수였다.

더구나, 세우타 공작이 너무 빨리 와서 벽에 난 흔적도 지우지 못했다.

원래는 공작이 오기 전에, 벽에 흠집을 더 내서 그어진 선을 숨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부 끝나버린 계획이었다.

이거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까…….

돈은 충분했지만, 쓸데없이 나가는 돈이 아깝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나는 노인에게 팔찌를 건네주었다.

기사단장이 오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전과 달리 팔찌에 마나를 충분히 채워왔다.

계속 구시렁거리며 팔찌를 채우던 노인이 어느 순간 표정을 바뀌었다.

노인은 만족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오, 이번에는 대단한 양을 채워왔구나. 좋다. 네놈이 잘 싸우면 내가 수리비를 내주마."

어라?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차피 ‘마나 방출’ 말고도 강해진 ‘육체 최적화’도 확인해봐야 했다.

원래는 기사단장과 대련을 해서 확인해 볼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되면 노인 학대가 되어도 제대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대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쓰지 못하는 몇 가지 능력을 봉인해야 했지만, 팔찌에 있는 마나로 억지로 능력을 쓰는 노인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나는 검을 들고, 세우타 공작에게 달려들었다.

그날, 아쉽게도 세우타 공작을 이기지는 못했다.

마나를 쓰는 세우타 공작은 능력을 전부 사용해도 이기기 어려운 상대였다.

그런 상대를 능력을 봉인한 채로 싸워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간을 계속 끌어서 마나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지만, 세우타 공작도 나도 그런 싸움은 원하지 않았다.

나는 열심히 싸우고, 제대로 졌다.

세우타 공작도 대련에 만족해했다.

그는 오히려 내가 너무 빨리 강해지는 것 같다고 의아해했다.

내 진면목을 보면 더 놀라겠지만, 역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다행히 세우타 공작이 만족한 덕분에 훈련장 수리비는 공작이 대신 내주기로 했다.

아마도, 지금은 내가 더 부자일 것 같긴 하지만, 나는 공작의 친절을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음 조별 과제의 목적지를 마나 선이 향하는 곳으로 정하려 했던 내 계획은 커다란 암초를 만나게 되었다.

마나 선이 가리키는 곳이 뜻밖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대공녀 집에서 마나 선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는, 바로 마나 선을 보이지 않게 해야 했다.

마나 선을 볼 수 있는 왕족들이 사는 왕궁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카데미로 돌아와서, 마나선이 가리키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려 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기숙사 방바닥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대륙 전도를 펼쳐놓고, 검 두 개를 최대한 멀리 떨어뜨렸다.

마나 선 길이와 방 크기를 생각하면 별로 의미 없는 일이었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그 뒤에, 대장간에서 찾은 ‘신검’에 마나를 흘려 넣어 스위치를 올렸다.

딸각.

실제로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마나 선이 검에서 쭉 빠져나왔다. 두 검에서 각각 자라난 선은 벽을 뚫고 안 보이는 곳까지 멀리 이어졌다.

나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마나선을 확인했다.

바짝 붙은 두 개의 선과 멀리서 출발한 또 다른 선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다른 왕족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일을 끝내야 했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서 열심히 만든 도구로 두 선의 기울기와 방향을 확인해서 바닥에 있는 지도에 선을 그었다.

수도에서 출발한 선 두 개와 피센 후작 저택에서 출발한 선.

선들을 쭉 이어가니, 결국 선들은 한 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지도를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곤란한데……."

선이 맞닿은 곳은 수도에서 너무 먼 곳이었다.

이 왕국을 벗어난 곳, 대륙 전도가 아니었으면 확인도 못 할 뻔했다.

"봉인지라니."

선이 맞닿아 있는 곳은 대륙의 동쪽 끝. 마왕 봉인지였다.

선들이 나란히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낌새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봉인지가 목적지일 줄 생각도 못 했다.

조별 활동을 위해 봉인지를 가자고 하면 찬성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너무 멀고, 너무 위험했다.

하지만, 안 가볼 수도 없었다.

마나 선 세 개가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른 검들을 찾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세 검의 원형이자, 상위 검. 성기사의 신검이 그곳에 있을 게 분명했다.

"조별 과제는 포기하고 혼자 간다고 해도……. 무리겠지?"

왕국을 가로지른 뒤, 다른 왕국을 지나, 봉인지 안을 또 얼마나 지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공간 이동이라도 쓰지 않으면 몇 개월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공간 이동이라……. 맞다. 아카데미 학생이면 갈 방법이 있어!"

얼마 전에 1학년이 현장 학습으로 봉인지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작년에 나도 갔다 온 현장 학습이었다.

"그럼, 이제 곧 실전 수업이겠지?"

나는 벽에 붙어 있는 일정표를 확인해 보았다.

실전 수업은 앞으로 두 주 뒤였다.

길다면 긴 시간.

하지만, 준비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나는 스위치를 끈 뒤에, 검을 유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지도를 치우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실전 수업 시간에 따로 ‘신검’을 찾으려면 내일부터 준비할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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