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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16화 (216/563)

제216화

제16편 제사 (2)

나만 느낀 게 아니었다.

나가려던 신관과 사제들도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흔들림은 점점 더 심해졌다.

제단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모두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가야 하지 않나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바닥이 흔들리는데 건물 안에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말에 젊은 신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뚫어질 정도로 제단을 노려보고 있었다.

"왜, 지금 신의 축복이 임하는 거지?"

그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제단에서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빛나는 제단.

제단 밖으로 마나가 넘실거리며 흘러나왔다.

마치, 제단으로 빨려 들어갔던 마나가 다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마나는 전혀 다른 마나였다.

뭔가 불길한 느낌의 마나였다.

마나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내 몸을 휘감고, 홀 전체로 퍼져나갔다.

마나가 몸을 덮었지만, 다행히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조금 찝찝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것도 변형된 마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괜찮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커억."

다른 신관과 사제들이 마나에 닿자, 비명을 질렀다.

"악, 몸이……."

"배가 아퍼!"

"뜨거워, 추워."

마나에 닿아 쓰러진 신관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아파했다.

반점이 생기는 신관, 복통을 호소하는 여사제, 열이 들끓는 신관도 있었다.

마치, 바닥을 구르는 신관과 사제의 모습은 모두 서로 다른 병에 동시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내 옆에 있는 신관은 그래도 괜찮아 보였다.

마나가 흘러넘치고 있었지만, 젊은 신관 주변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나를 조정할 수 있는 그의 능력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도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조금 전까지 그 거대한 마나를 조정했었는데, 지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젊은 신관이 더듬더듬 말했다.

"축, 축복이 저주가 되었습니다. 빨, 빨리 막아야 합니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지만, 막아야 한다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저 혼자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기사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홀만이 아니었다. 마나는 홀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고, 밖에서도 비명이 들려왔다.

마나가 점점 더 많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사단장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를 부를 시간이 없었다.

혹시나 해, 주머니에 다시 검을 집어넣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기사의 검을 뽑아 들고 신관에게 물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저를 따라오십시오."

마나가 더 짙어져서인지, 신관은 더 힘들어 보였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그는 제단 뒤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를 따라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시 홀을 채우고 있는 마나와 그 아래에서 몸을 비틀어대며 비명을 지르는 신관과 사제들.

수도의 신전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꿈도 꾸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신관은 제단 뒤쪽으로 돌아가, 바닥에 손을 올렸다.

내가 보기에는 다른 바닥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가 손을 올리고 중얼거리자, 바닥에 선이 그어졌다.

바닥에 사각형 모양으로 그어진 선.

마치 비밀 출입구를 막은 문처럼 보였다.

덜컹.

그가 손을 떼자, 선으로 갈라진 바닥이 불쑥 위로 올라왔다.

비밀 문이 맞았다.

유물인지 능력인지 모르겠지만, 제단 뒤쪽에 지하로 내려가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

통로는 사람 하나 지나갈 만한 좁은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젊은 신관은 계단으로 내려가지 않고, 품에서 책을 꺼내 계단 아래로 던졌다.

‘저건, 경전이잖아?’

놀라서 쳐다보았지만, 그는 어둠에 잠긴 계단 안쪽을 살피느라, 내가 쳐다보는 것을 알지 못했다.

화르르르!

그가 경전을 던지자, 계단 아래쪽에서 불길이 확 일어났다.

"역시, 가동되었군……."

그는 불붙은 경전을 보며 혀를 찼다.

"내려갈 때도 제가 안내하고 싶었지만, 이래서야 방해만 될 것 같군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미안해하는 모습 때문인지, 일을 떠맡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는 땀을 흘리면서도 계속 말했다.

"보신 것처럼, 이 아래에는 침입자를 막는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위급할 때 가동되게 되어 있는데, 지금 전부 깨어난 모양입니다."

경전을 던진 것은 그 장치들이 움직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던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터프한 성직자였다. 확인을 위해서라지만, 경전을 그렇게 써먹다니, 전생의 종교인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신관은 내 갑옷과 기사의 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이 좋은 기사님이라 다행입니다."

기사 대전에서 본 내 실력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장치들을 뚫고, 제일 아래로 내려가면 지하에 제단이 하나 더 있을 겁니다. 그 제단 위에 있는 검을 부숴 주십시오. 그러면 지금 이 난리가 잠잠해질 겁니다."

결국, 검, 유물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소리였다.

도대체 유물이 뭐길래 이런 일이 생긴 거지? 거기다, 이 신관은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 걸까?

의문이 늘었지만, 어쨌거나 상황을 멈추려면 신관의 말을 따라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검이라는 게 내가 생각한 그 검은 아니겠지?

그는 버티기가 어려웠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겨우 다음 말을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돌아오시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위험합니다. 지금은 제발 도와주십시오."

어차피 말을 안 해도 도와줄 생각이었다.

지하로 내려갈 방법이 생겼는데, 그냥 갈 리가 없었다.

침입자를 막는 장치라는 게 쉽지 않아 보이긴 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신관 말대로 지금 상황이 위험해 보이긴 했다.

진동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마나도 계속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마나가 신전을 벗어나 수도 전체에 뿌려지면 어떻게 될지, 감이 오지를 않았다. 어쨌거나 좋은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밖에 계신 기사단장님께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젊은 신관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저렇게 퍼져있는 것을 보니,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알리기는커녕, 여기서 더 버티기도 어려워 보였다.

꼴을 보니, 방어 장치들이 없더라도 따라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버티기가 어려웠는지, 위에서 내려다보던 신관의 모습이 사라졌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나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어, 근육 기사의 검이군요.]

단검은 다른 손에 들린 기사의 검을 바로 알아보았다.

[기사의 검을 확인하기 위해 꺼내신 거군요. 확실합니다. 머리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기사가 쓰던 검입니다.]

말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인지, 단검은 열심히 떠들어댔다.

안됐지만,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기사의 검을 확인하기 위해 꺼낸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단검을 거꾸로 잡고, 불타고 있는 경전을 확인한 뒤에, 팔을 휘둘렀다.

쉬이이익!

단검이 앞으로 쏘아졌다.

불타고 있는 경전 위쪽 천장에 단검이 박혔다.

화르륵!

단검이 박힌 천장에서 불길이 확 일다가 사라졌다.

나는 단검을 다시 소환했다.

천장에 박혀 있던 단검이 손에 나타났다.

손에 들리게 된 단검은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또 삐진 모양이었다.

나는 단검에 관심을 끊고, 단검이 박혔던 천장 아래로 걸어가, 불길에 그을린 천장을 살폈다.

"이것도 일종의 유물이려나……."

침입자를 막는 장치가 맞았다. 봉인지 던전에서 보았던 물건이었다. 마나를 흡수해서 자동으로 발동되는 일종의 트랩.

고대 제국 때의 물건이니, 유물이긴 했다.

"던전 같은 데서 뜯어 온 걸까?"

던전에서나 보던 걸 이곳에서 보게 되어 신기하기는 했지만, 우선은 계속 걷기로 했다.

계단은 지하로 계속 이어졌다.

왕궁 옆에다 이렇게 깊게 땅을 판 게 신기할 정도였다.

생각보다 방어 트랩들은 쉽게 부술 수 있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트랩들이었다. 당연히, 마나를 감지하는 내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특별한 장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 개가 넘는 장치를 부수고, 계단을 오백 단 이상 내려오니, 신관의 말대로 제단이 보였다.

제단이 있는 곳은 작은 지하 광장이었다.

지상의 크고 화려한 홀과 달리, 이 지하 광장은 깨져 나간 암석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마치 버려진 지하 광산 같았다.

제단은 그 광장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제단에 검이 거꾸로 박혀 있었다.

의심했던 대로였다.

제단에 박혀 있는 검은 주머니에 들어 있는 신검과 닮아 있었다.

저 검도 ‘피센 신검’의 형제 검이었다.

우르르르르.

평범한 사람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땅이 흔들렸다.

이곳에 오니, 왜 땅이 흔들리는지,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있었다.

제단에 꽂혀 있는 검 때문이었다.

검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상의 홀에서 퍼져나가던 그 마나였다.

검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는 천장에 그려진 마법진 같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 저 마법진 같은 것과 지상의 제단이 이어져 있을 터였다.

땅이 흔들리는 것은 마법진 비슷한 곳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마나는 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전부 검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중에, 다시 머릿속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폭주 중입니다. 검을 이용해서 뭔가 하는 도중에 검이 폭주한 것 같습니다.]

삐졌던 단검이 상황을 보고 입을 연 것이었다.

"폭주?"

[상황을 보니, 그동안 편법으로 유물의 능력을 뽑아 먹는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천장에 마법진 비슷한 것이 있고, 제단에 마나를 모으던 것을 떠올리니, 단검의 말이 틀리지 않아 보였다.

[편법으로 능력을 뽑아내다가 탈이 난 모양입니다. 에고가 없다고 해도, 오래된 유물은 자아 비슷한 것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렇게 편법으로 쓰게 되면 유물이 폭주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래된 물건이 영성을 가진다라……. 토테미즘 같은 건가?

[이 시설을 만든 자도, 자아가 깨어나지 못하게 조처를 했겠지만, 완전할 수는 없겠죠. 너무 과하게 써먹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뭔가 외부에서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설마 나 때문은 아니겠지?

마나 선이 연결되자마자, 땅이 흔들린 것이 생각났다.

겨우, 마나 선 하나가 연결되었다고, 검이 깨어났을 리가…….

살짝 목 뒤에 흐르는 땀을 느끼며 제단 앞으로 걸어갔다.

아직, 제단이 만들어진 이유도, 검이 이곳에 있는 이유도 모르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나는 단검과 기사의 검, 두 검을 보다가 단검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기사의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저렇게 마나가 무시무시하게 뿜어져 나오는 검을 아무 검으로 상대할 수는 없었다.

기사의 검은 국보로 이름 높은 검이었다. 저 정도 검은 충분히 부술 수 있을 터였다.

당연히, 내 검을 썼다가 망가질까 봐 안 쓰는 게 아니었다.

나는 제단 위로 올라가, 힘껏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빛이 지하 광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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