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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212화 (212/563)

제212화

제12편 여기사

날아오는 검은 꼬챙이처럼 생긴, 날카로운 검이었다.

분명, 검을 찌르기만 했는데, 화살이 날아오듯 쏘아져 들어왔다.

가까운 거리에서 저 속도라니. 기사단의 갑옷으로도 막기 어려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저렇게 뻔히 보이는 곳에서 직선으로 날아오는 것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나는 대검을 들어 앞을 막았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검날에 ‘마나 유형화’를 펼쳤다.

내 앞에 보이지 않는 방패가 펼쳐졌다.

터엉!

앞까지 날아온 검이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가는 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날아오는 검을 막은 것은 대검이 아니었다.

검날 양옆으로 확장된 보이지 않는 방패가 막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 대검으로 검이 날아오는 길을 막았었다.

저 검은 날아오는 도중에 방향을 바꾼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증거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튕겨 나가던 검이 다시 기사의 손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마치, 무협지에서 보았던 날아다니는 검, 이기어검 같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심법 중에는 그런 기술을 할 수 있는 심법은 없었다.

대신, 비슷한 능력은 알고 있었다.

"설마, 염력 능력자?"

하지만, 염력 능력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빨랐다.

검을 쥔 여기사가 날 듯이 달려왔다.

이번에는 손에 든 채로 검을 휘둘렀고, 나는 겨우 막아 낼 수 있었다.

쿵.

검에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웬만한 기사보다도 강한 힘이었다.

‘다중 능력자인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놀란 모양이었다.

"염력을 쓰는 육체 능력자였어?"

"그런 게 가능한 건가요?"

"말도 안 돼! 그건 불가능해!"

놀란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밀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는 착실하게 방어를 해 나갔다.

아직 상대를 알지 못하니, 섣부르게 공격할 수 없었다.

다행히 크게 위험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도 죽어서인지, 감각으로 느껴지지 않아도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어느 정도 느낌이 왔다.

다행히 지금은 죽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쾅, 콰앙!

그리고, 계속 검을 맞대니, 위화감이 느껴졌다.

창! 차앙!

강한 힘에 속도도 빨랐지만, 조금 검술이 경직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다른 사람이 대신 검을 잡고 휘둘러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묘한 감각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상대가 이를 악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너무 수월하게 막았던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기사의 움직임이 변했다.

으득,

위에서 내리꽂히던 검이 관성을 무시하고 옆으로 움직였다.

미리 막아섰던 대검이 허공을 가르고, 기사의 검이 허리로 밀려들었다.

완전한 기습, 대검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빈손에 단검을 쥐어야 했다.

‘소환.’

캉!

반대쪽 손에 들린 단검이 찔러오는 검을 막아냈다.

튕겨 나간 기사는 놀란 눈으로 내 손에 들린 단검을 노려보았다.

막을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하기야, 나도 검을 소환하는 능력이 없었으면, 막을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내가 꺼내든 단검을 보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언제 꺼낸 거지?"

"꺼낸 것 봤어요?"

"아니, 갑옷 안에 숨겼던 모양인데, 마술인가, 재주도 많네."

갑옷 안에 숨겼던 것도 아니었고, 마술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능력으로 단검을 불러낸 것일 뿐이었다.

자신의 무기를 소환하는 능력. 용사의 수련 검을 얻게 되었을 때, 생겨난 능력이었다.

나는 호위 기사에게 감탄했다.

그동안, 그녀는 내가 숨겨왔던 능력을 쓰게 만들었다.

더구나, 상대는 다중 능력자도 아니었다.

"대단한데요. 염력을 그렇게 활용할 줄을 생각도 못 했습니다."

내 말에 다시 공격하려던 기사가 움찔 몸을 떨었다.

이렇게 빨리 들킬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염력으로 몸을 움직이고, 무기를 강화하다니.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검을 부딪치며 느꼈던 위화감이 무엇인지, 마지막에 관성을 무시하고 찌른 검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앞에 있는 기사는 염력으로 자신의 몸과 검을 움직이고 있었다.

스스로 힘에 염력을 더해, 육체 능력자 이상의 힘을 내게 된 것이었다.

검이 무거웠던 것도 염력 때문이었고, 관성을 무시하고 검을 움직인 것도 염력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육체 능력자가 아니었다. 일반인보다 조금 몸이 좋은 각성자일 뿐이었다.

물론, 염력만으로 이렇게 나와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검술도 훌륭했고, 싸우는 실력도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검술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훈련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육체 각성자도 아닌 몸으로 기사 이상으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었다.

더구나, 염력으로 기습까지 할 수 있으니, 다른 기사보다 더 훌륭한 기사이자, 능력자라고 말 할 수 있었다.

다만, 편법으로 쌓아온 실력은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더 싸울 수 있겠습니까?"

염력이 도와주었다고 해도, 강화되지 않은 육체가 마나를 품은 육체처럼 계속 움직일 수는 없었다.

얼마 싸우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몸은 계속 안 좋아지고 있을 터였다.

처음부터 검을 염력으로 쏘아낸 것도, 검을 섞은 지 얼마 안 될 때 비장의 기술을 보여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내 말에 기사는 공격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걸, 어떻게……."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검을 섞다 보니……."

"제 평생에, ··…·그렇게 금방 들킬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나요……."

그녀의 말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생각보다 내 말이 그녀에게 큰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하기야, 멋지게 처음 데뷔한 자리에서 약점들이 훤하게 드러났으니 실망할 만도 했다.

하지만, 싸우는 처지에서 그런 것까지 배려하기는 어려웠다.

거기다, 제2 왕자는 모르겠지만, 나는 제2 왕자에게도 앙금이 많았다.

왕자의 부하들이 던전에서 나와 공주를 죽이려 했던 기억이 똑똑히 남아 있었다.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던 기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투구 아래의 눈이 다시 번쩍이고 있었다.

뭔가를 결심한 눈이었다.

기사는 검을 양손으로 잡고 앞에 세웠다.

아무래도, 내 말에 그녀의 깊숙한 곳을 건드린 것 같았다.

그녀는 차갑게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잠깐, 멈……."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느꼈는지, 제2 왕자가 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제2 왕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기사가 내게 쏘아져 들어왔다.

팟!

비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염력으로 자신의 몸을 밀어버렸는지, 발돋움도 하지 않고, 그녀는 나에게 총알처럼 날아왔다.

날아오는 그녀의 앞에는 검이 세워져 있었다.

날아오는 동안에도 검은 마구 떨리고 있었다. 딱 봐도 뭔가 무서운 기술을 쓸 것 같았다.

나도 놀라 대검을 앞에 세웠지만, 검이 닿기 전에 기사의 검이 깨져나갔다.

카앙!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몇십 배를 곱한 소리가 연무장을 울렸다.

박살 난 검은 수십 개, 수백 개의 파편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파편들은 기사와 함께 내 쪽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산탄총의 총알처럼, 수백 개의 파편이 나에게 날아왔다.

보이지 않은 검기를 펼쳐서 최대한 크게 막았지만, 카트린처럼 아예 공간을 차단하는 방어막을 만들 수는 없었다.

거기다, 마나 방벽을 만드는 반지는 대결을 위해 빼놓았었다.

문제는 저 파편들이 모두 나에게만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내 뒤에는 공주와 대공녀 일행이 있었다.

저 파편 몇 개는 내 뒤로 날아갈 게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공주나 대공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뒷수습을 어떻게 할 생각인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녀들이 다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나는 날아오는 파편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처음으로 실전에 쓰는 수법이었다. 거기다, 지금 쓰는 것은 용사가 쓰던 것보다 더 힘든 기술이었다.

카를로스가 쓰던 장면을 떠올리며 마나를 움직였다.

‘당겨!’

나는 대검에 흐르는 마나에 당기는 힘, 인력을 부여했다.

용사 카를로스가 내 검을 자신의 검에 붙여버린 것과 같은 식으로 마나를 변형한 것이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카를로스의 심법들은 대충 다 볼 수 있었다.

왕실의 검법과 세우타 공작의 검과 기사단장의 검, 피센 후작가의 검과 그레시아, 우리 가문의 검까지.

아직은, 그 심법들을 모아,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심법을 세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심법들을 다 확인한 이상, 이제는 용사 카를로스의 검을 흉내 이상으로 쓸 수 있었다.

촤좌좌좍.

날아가는 파편들이 당겨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정신을 모으고, 마나를 집중했다.

* * *

제2 왕자의 호위 기사 이네스.

그녀는 기사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었다.

어렸을 때부터 기사인 아버지와 기사로 자라는 형제들을 보며 그녀는 기사가 되는 꿈을 꾸었었다.

철부지 어린 소녀의 꿈이었을 지도 몰랐지만, 그녀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소녀가 각성일에 얻은 능력은 어머니 가문의 능력.

염력이었다.

좋은 능력이라고 다들 기뻐해 주었지만, 소녀는 기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기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염력은 좋은 가문의 안주인이 되기에 충분한 능력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미래를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기사가 되고 싶었다.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가족에게 애원했다.

다행히 배려심이 많았던 부모는 그녀에게 기사 수업을 받게 해주었다.

물론, 힘든 기사 훈련을 받다 보면 포기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힘든 훈련도 끝까지 따라갔고, 부족한 능력은 염력으로 메꾸었다.

그녀는 점점 강해졌다.

염력은 그녀에게 힘을 주었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형제들과의 대련에서도 이길 수 있었다.

다만, 그녀가 강해질수록 그녀는 고립되어갔다.

누구도 그녀가 기사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홀로 훈련을 이어가던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제2 왕자가 듣게 되었다.

제2 왕자는 그녀의 사정을 재미있게 여겨서, 그녀를 자신의 호위 기사로 삼게 된 것이었다.

제2 왕자의 여성 편력 때문이었는지, 다행히 제2 왕자는 이네스의 호위를 만족스러워했다.

거기다, 제대로 실력을 쌓으면 세상에 알리겠다고 약속도 해 주었다.

제2 왕자의 안 좋은 행실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어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녀는 언젠가 기사로 우뚝 설날을 기다리며 임무에 충실해 왔었다.

그리고, 오늘 세상에 나가게 되었지만, 그 첫 발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그녀는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자신보다 어린 기사에게 처참하게 져 버린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상대는 검을 몇 번 섞은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비밀과 약점을 알아차렸다.

고통 속에 쌓아온 그녀의 인생이 모두 부정되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더 싸울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기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사가 되기에는 체력이, 육체가 너무 약했다.

호위 기사로 지내는 것은 괜찮았지만, 제대로 싸운다면 호위 기사로서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마지막, 그녀는 눈앞의 기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는 검을 부쉈고, 충격에 바닥에 구른 뒤,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무사했다.

일정 지역을 초토화하는 자신의 마지막 비기가 시전되었는데, 모두 멀쩡했다.

자신의 쏘아낸 파편은 모두 자신과 싸운 기사 앞에 떨어져 있었다.

기사의 대검에도 파편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설마, 저 검으로 막은 것은 아니겠지?’

그녀는 계속 대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네스가 멍하니 검을 쳐다보는 사이, 신관이 나와 선언을 했다.

"제사에서 기도드릴 기사의 검 운반자는 아이샤 공주의 호위 기사인 알렉스 경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알렉스가 제사, 최고의 성법에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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