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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84화 (184/563)

제184화

제9편 체포 (2)

"기사가 죽었다!"

"공주님이 쓰러졌어!"

"화살이 날아왔다! 습격이다!"

"잠깐 멈춰!"

"대공녀도 한패야! 모두 한패다!"

"체포해!"

"죽여!"

내 화살에 기사가 쓰러지면서 혼란은 더 극심해졌다.

평소의 왕실 기사단이라면 볼 수 없을 혼란이었다.

누군가 고의로 저지른 게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그런 혼란이었다.

혼란을 꾸민 자의 목적은 반만 이루어졌다.

기사가 휘두른 검에 공주가 쓰러진 것이다.

대공녀에게 휘둘러졌던 다른 기사의 검은 대공녀 주변에 펼쳐진 마나 장벽에 튕겨 나갔다.

동시에 마나 장벽이 깨져 나갔지만, 대공녀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다만, 공주는 검을 피할 수 없었다.

내가 날린 화살이 판금 갑옷을 뚫고, 공주를 죽이려는 기사의 심장을 꿰뚫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휘두르는 검을 멈출 수는 없었다.

검이 휘둘러지고, 공주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대공녀도 위험을 피한 게 아니었다.

기사가 계속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마나 장벽은 부서져 있었고, 다른 유물을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때, 발레아가 움직였다.

쿵.

그녀가 발을 구르자, 땅이 솟구쳤다.

손을 펼치자, 정원수들이 뿌리를 들어 올렸다.

"나무가 움직인다! 마물이야!"

"마물이 아니야! 능력이야!"

과연 왕실 기사단이었다. 순식간에 원인을 알아내고 대응했다.

솟구친 바닥을 부수고, 나뭇가지와 뿌리를 잘라냈다.

다른 기사들이 주변을 정리하는 사이, 대공녀를 공격했던 기사가 막아선 가지를 베어내고, 다시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무 뒤에는 이미 내가 와 있었다.

나는 잘려 나간 나무 뒤에 보이는 기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기사의 목이 잘려 나갔다.

과감하게 목을 자르는 모습에 명령을 내리던 기사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반역이다! 왕실 기사를 죽였다!"

그는 나를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허둥거리던 기사들이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기사 한 명 죽이고 바로 반역자가 되는 건가.

솔직히 이렇게 된 이상 별 상관 없었지만, 나도 크게 소리쳤다.

"공주님을 죽이려고 하고, 대공녀를 죽이려 한 기사다! 나는 대공녀를 지키기 위해 그를 막았을 뿐이다!"

달려들려던 기사들이 움찔 걸음을 멈추었다.

내 뒤에는 대공녀가 있었고, 몇 걸음 옆에는 공주가 쓰러져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말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다행히 아직 공주는 죽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감각으로 주위를 훑었다.

발레아는 능력을 사용해 기사들을 막고 있었고, 요하힘은 기사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남은 것은 미리사.

"미리사! 빨리 공주에게 포션을 줘!"

나는 큰 목소리로 미리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 네. 네!"

급작스러운 상황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그녀도 왕립 아카데미를 다니는 재원이었다.

미리사는 정신을 차리고, 공주에게 달려왔다.

그녀가 비상용으로 조원들에게 나눠 주었던 포션을 꺼내 공주에게 먹이는 것을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전에는 사람의 행동까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감각도 강화된 것 같았다.

"동료가 죽었어! 당장 공격해! 뭐 하는 거야!"

기사들을 이끄는 선임 기사로 보이는 자가 계속 고함을 쳤지만, 다른 기사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다행히 기사단 모두가 공주와 대공녀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왕실 기사단이 썩었다고 해도 공주와 대공녀를 죽이는 데 모두 가담했을 리가 없었다.

그걸 노리고 맞고함을 친 것이었는데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죽은 두 기사와 소리치는 저 선임 기사 말고도 가담한 기사가 더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나서지 않았다.

내가 일검에 기사를 죽인 것을 봤기 때문일 터였다.

"공주님이 다친 것은…… 맞아, 날아온 화살에 쓰러지신 거다. 기사가 공주님을 지키려다가 화살에 맞은 거였어!"

흥분해서 소리치는 것치고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무척 좋은 선임 기사였다.

"아르닌 기사도 대공녀님을 지키기 위해 앞을 가로막은 나무를 벤 것뿐이었어. 그런 그를 저놈이 죽인 거잖아!"

꽤 그럴듯한 말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그 기사는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 제가 증언할 수 있습니다."

내 뒤에 있는 대공녀가 선임 기사의 말에 또박또박 반박했다.

선임 기사의 말이 뚝 끊어졌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잠시 말을 잃었던 선임 기사가 주위를 살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공녀의 말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기사들이 모두 그를 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대공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할 수 없군요. 이 문제는 왕궁에 돌아가서 시시비비를 가리겠습니다."

자신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었다. 다만 이곳에서 더 이야기는 안 하겠다는 말이었다.

뒤로 미룬 말일 뿐이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을 멈추기에는 충분했다.

나도 안심이 되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다시 공주와 대공녀를 죽이려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내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 동안, 주위 환경도 원래대로 돌아갔다.

발레아가 능력을 거둬들인 것이다.

거칠었던 공주의 호흡도 괜찮아졌다. 큰 상처였지만, 목숨의 위험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겨우 마무리가 되는가 싶더니, 선임 기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기사들이 죽었습니다. 더 이상 강제 구인은 막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지금도 강제로 진행하는 동안에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걸 또 하겠다는 소리였다.

"아니, 그건……."

대공녀가 항의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요하힘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왜 이런 오해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카롤로스 왕국이 제국에서 온 유학생을 함부로 죽이지는 않겠죠."

그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바닥에 버린 뒤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요하힘의 항복에 조원들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선임 기사는 요하힘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것 같았다.

"강제 구인을 할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습니다."

그는 검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왕실 기사를 죽인 자도 구인해야 합니다. 다른 기사를 죽인 화살도 그가 온 쪽에서 날아왔습니다. 대공녀님이 말씀하신 정당방위의 이유를 대는 것도 재판정에서 하면 될 겁니다."

선임 기사는 나를 보며 이를 갈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끝장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선임 기사의 말에 대공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재판에서 내가 무죄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기사들이 보는 앞에서 왕실 기사를 베어 버렸다.

거기다, 버려 놓은 쇠뇌를 찾으면 죽인 기사가 한 명 더 늘어날 게 분명했다.

공주가 쓰러져 있으니, 이건 변호할 방법도 없었다.

요하힘이 체포될 상황에 몰리고, 그 와중에 공주와 대공녀가 암살당할 뻔했다.

적어도 파벌의 상층부에서 벌인 일이었다. 일을 망쳐 버린 나를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공주가 정신을 차려서 나를 변호해 준다면 풀려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공주의 상황을 보니 언제 깨어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놈들은 바로 재판을 걸어서 내 목을 베어 버릴 수도 있었다.

대공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 작위가 공국의 작위니, 재판에서 제 증언이 먹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내 증인은 여기 있는 조원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하힘은 쓸모없었고, 공주는 쓰러져 있고, 미리사는 평민, 발레아는 죽은 남작의 딸이었다.

정치와 관련 없는 조원을 고른다는 게 이런 결과가 되어 버렸다.

여기서 체포되면 어떻게 될지 결과가 빤히 보였다.

운이 좋으면 몇 년 이상 감옥살이일 테고, 잘못하면 밧줄에 목이 매달릴 것이었다.

물론, 그런 결과를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처음 화살을 날렸을 때부터, 나는 이번 삶을 이어 나갈 생각을 버렸다.

기사단 앞에서 왕실 기사를 죽이는데, 괜찮으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공주나 대공녀가 죽는 것을 볼 생각도 없었고, 왕실 기사를 죽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삶을 포기할 수밖에.

'수도에서 벗어났을 때 저장 시점을 만들겠냐고 물었던 것이 이것 때문이었나?'

싸한 느낌 때문에, 그때 만드는 것을 거절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잘한 것 같았다.

나는 조원들을 돌아보았다.

걱정스럽게 나를 보는 대공녀와 미리사, 이를 악물고 있는 요하힘. 그리고,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보고 있는 발레아.

마지막으로 미리사 품에 안겨 있는 아이샤 공주.

나는 그들을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

지금, 이 순간의 그들 모습은 내 기억에만 남게 될 것이었다.

"검을 버려. 너도 저 제국 놈하고 같이 가는 거다!"

기사가 소리쳤지만, 나는 검을 놓지 않았다.

죽을 각오는 했지만, 그냥 죽을 수는 없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나는 목소리에 마나를 가득 담아서 소리쳤다.

"피센 후작님 보고 있으십니까? 계시면 이제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조원들이 깜짝 놀랐다.

조원들은 이제야 이상한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이곳은 후작의 집 안마당이었다.

집 안마당에서 후작의 손님, 공주와 대공녀가 왕실 기사들과 대치하고 있는데 집주인이 얼굴도 비치지 않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한쪽과 미리 이야기가 되었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겠지만, 일이 틀어진 지금은 주인이 나와야 했다.

잠시 뒤, 후작이 집사를 대동하고 문밖으로 나왔다.

그는 민망한지 대공녀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대신 나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자네는 연무장에서 대련 중이었을 텐데……."

"기사단장님이 길을 비켜 주셨습니다."

"설마, 세르히오가 내 말을 거절했다고?"

"아뇨. 제가 비켜 주시게 했습니다."

"설마……."

후작이 다시 한번 나를 살폈다.

그가 뭔가 다른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집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 집에 있을 동안에는, 후작님이 공주님과 대공녀님의 신변을 보장해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 말에 후작은 눈썹을 찌그러뜨렸다. 내 말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었다.

후작에게 공주와 대공녀의 안전을 공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공주와 대공녀가 바로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그동안 후작이 지켜주는 것도 당연했지만, 그것을 공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집 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는데, 손님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귀족의 체면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미리 자리를 피했던 것이었고.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알겠네……."

후작이 입술을 깨물며 내 말에 대답했다.

후작에게 단단히 찍힌 것 같았지만, 지금은 아무 상관 없었다.

공주와 대공녀의 안전을 보장받았다.

"공국에서 기사들을 부르세요. 공주와 같이 계시다가 기사들이 오면 공국으로 돌아가세요."

후작의 대답을 들은 뒤, 방음벽을 치고 대공녀에게 말했다.

대공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국의 공주가 암살당할 뻔한 나라에 계속 머물 수는 없었다.

"공주는……."

"왕비님이 지켜주실 겁니다."

솔직히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죽은 뒤에 이 세상이 이어질지도 알 수 없으니.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해야 할 일은 다 끝난 것 같고.'

이제 죽기 전에 알아내야 할 일만 남았다.

이번에 벌어진 일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뜬금없이 뒤통수를 맞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냥 죽으면 무엇을 알아봐야 할지도 모를 판이었다.

여기서 그냥 죽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항복하고 감옥에 갇힐 수도 없었다.

감옥 안에서 정보를 모을 수도 없을 테고, 오랜 시간 감옥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발레아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낸 뒤.

검을 휘둘렀다.

서걱!

다가오던 기사의 팔이 잘려 나갔다.

"크악!"

갑작스러운 공격에 다들 굳어 버렸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나는 계속 움직였다.

다리에 마나를 밀어 넣어 요하힘 쪽으로 달려갔다.

달리면서 요하힘을 향해 외쳤다.

"달려! 여기서 빠져나간다!"

놀란 요하힘이 나를 쳐다봤지만, 그를 쳐다보는 대신에 바닥을 구르는 그의 검을 발로 차 버렸다.

날아가는 검을 요하힘이 잡아챘고, 엉겁결에 내가 달리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쫓아라! 반역자다!"

뒤늦게 선임 기사의 고함이 터져 나왔지만, 요하힘과 나는 이미 기사단의 포위망을 벗어난 뒤였다.

나는 체포 대신에 도망자를 선택했다.

어차피 포기한 삶이었다.

잡혀서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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