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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83화 (183/563)

제183화

제8편 체포 (1)

만찬 이후 며칠이 지났다.

텅 빈 후작가 연무장.

나와 기사단장이 두 번째 대련을 벌이는 중이었다.

카앙!

검과 검이 충돌하면서 불꽃을 뿌렸다.

능력이 담긴 검들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검들의 부딪침이었다.

마나를 뚫는 신검의 능력도 쓰지 않고, 나도 '마나 유형화'를 쓰지 않은 검술의 대결.

나와 대련하는 세르히오 기사단장은 뭔가 고민이 있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대련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첫날처럼 격렬한 싸움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검술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첫 대련 이후, 나는 유물을 살피는 대공녀와 조원들을 따라다녔다.

용사들이 쓰던 유물은 없었고, 대전쟁으로 유물들의 기원도 알 수 없었지만, 조원을 따라다니는 것 말고는 할 일도 없었다.

더구나, 소문이 얼마나 퍼져 나갔는지, 사람들의 시선에 따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기사들의 시선 때문에 따로 훈련하는 것도 어려웠고, 혼자 산책하러 나가는 것도 고용인들과 하인들의 시선 때문에 불편할 따름이었다.

거기다, 시선 끝에 모습을 보이는 후작 딸들까지.

결국, 지루한 유물 구경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돌아가는 날이 내일로 다가오자, 기사단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루 시간을 낼 수 있으니, 대련하자는 이야기였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놀랐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바로 승낙했고, 지금 열심히 그와 검을 나누는 중이었다.

카앙! 캉!

줄줄이 풀리는 후작가의 검술.

검을 상대하면서 다시금 검술을 머릿속에 박아 넣었다.

검술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겪을 수 있으니, 파악하고 외우기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심법은 내 감각으로 유추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뿌리가 같아서인지, 감을 잡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나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심법.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오고, 결국 능력이 되어 버린 그레시아 공작가의 심법과 지금 익히고 있는 세우타 명예 공작의 심법.

마지막으로 지금 훔쳐보고 있는 피센 후작가의 심법까지.

분명, 다르지만 비슷한 면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다른 심법으로 용사의 마나 변형을 흉내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세르히오 기사단장과 대련을 하면서 가슴속이 계속 간질거렸다.

뭔가 심법들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 조금만 더 나가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간질거림이었다.

다만, 그 조금이 얼마나 먼 거리일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차근차근 나아갈 뿐.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검을 휘두르고 있으니, 기사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센 후작가의 주된 상속 능력인 '피센 심법'은 마나를 이용해서 검의 파괴력을 증가시키는 심법이네."

고민을 하는 것을 끝낸 모양이었다.

기사단장이 표정을 풀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도 대련같이 대련 중에 가문의 심법을 설명해 주었다.

보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지만, 설명까지 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다만, 심법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법에까지 가문 명을 붙이다니.

전생에서 무협지에서 보던 무당 검법, 남궁 검법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른 게 없었다.

음.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할 것도 없는 것 같지만…….

갑자기 왜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대련을 이어 갔다.

그렇게 한참 동안 검을 휘두르고 있자,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연무장 너머, 후작가 저택 쪽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검을 멈추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슨 일이지?"

"신경 쓸 것 없네. 대련이나 더 하지."

기사단장이 다시 싸우자고 했지만, 다행히 내 귀는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갑자기 왕실 기사단이…… 아카데미 학생을 잡아간다는 게 말이……."

"황태자님의 명령……."

"그는 제국 유학생……."

나무들을 뚫고 띄엄띄엄 들리는 소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아니었다.

"아뇨. 저희 조원들과 관계된 문제 같습니다만."

나는 검을 거두고, 연무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척.

하지만, 내 앞을 기사단장이 가로막았다.

"괜히 자네까지 가면 일이 복잡해져. 황태자의 명령으로 왕실 기사단이 하는 일일세. 공무 집행일 뿐이니 일이 마무리되고 가게나."

갑자기 대련하자고 한 게 이런 이유였나?

거기다 왜 뜬금없이 황태자와 왕실 기사단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뭔가 요하힘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드문드문 들려오는 소리로는 정확하게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를 막는 것을 보면 제대로 된 이유가 아닐 게 분명했다.

"평범한 공무 집행이면 저를 막을 이유가 없을 텐데요."

내 말에 기사단장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건…… 자네가 휩쓸리지 않게 잡아 두라는 후작님의 명령일세. 나는 그 명령을 어길 수 없네."

기사단장의 표정을 보면 내게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양심에 걸리는 일임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한 가지였다.

"저는 가야겠습니다."

"그럼 나는 막아야겠지. 그때는 신검의 능력을 제대로 쓴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 두도록. 자네가 가진 유물로 막을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나도 전력으로 상대한 것이 아니었다.

허리에 찬 장검 대신, 가슴에 손을 집어넣어 대검을 꺼냈다.

"유물이 한두 개가 아니었군."

그의 말에 대답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대검을 들고 그에게 달려갔다.

콰아앙!

싸움은 몇 합 만에 승부가 났다.

제대로 싸웠다면 오랜 시간 승부를 겨루어야 했을 상대였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싸울 시간이 없었다.

나는 가지고 있는 유물을 모두 동원해서 최대한 빨리 그를 쓰러뜨렸다.

목걸이를 써서 마나를 증폭하고, 대검을 방패로 만들고, 단검을 늘려서 기사단장을 공격했다.

숨겨 왔던 실력도 모두 드러냈다.

용사와 싸우면서 얻은 마나 변형도, 단검에서 얻은 마나 유형화도, 세우타 공작에게 배우던 검술까지.

갑자기 달라진 내 모습에 기사단장은 허둥거리다가, 신검을 놓치고 말았다.

목숨을 걸고 나를 막았다면 훨씬 더 시간을 끌 수 있었겠지만, 그도 그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는 황당한 얼굴로 바닥을 구르는 신검을 바라보았다.

기사단장을 위로할 시간도, 진짜로 한발 물러선 것에 감사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넋이 나간 기사단장 옆을 지나, 후작 저택으로 달려갔다.

목소리를 막는 나무들을 지나, 저택으로 다가가니 드문드문 들리던 소리가 제대로 들렸다.

"물러서지 못할까!"

공주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고,

"강제 집행에 들어가겠습니다. 물러나십시오!"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가 공주의 말을 거절했다.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정당한 재판을 원합니다."

이어서 대공녀가 항의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공주와 대공녀가 무척 화가 난 것 같았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저택과 이어진 길을 달리자, 하인들과 병사들이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다행히 나를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기사단장 혼자서 충분히 나를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문은 더 늘었다.

왕실 기사단이 나섰는데, 후작이 나를 막아선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미리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이었다.

후작은 왕실 기사단이 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일이 뭔가 엄청나게 잘못된 모양인데, 정보가 너무 없었다.

저택 옆을 지나, 저택의 앞으로 나가니, 판금 갑옷을 차려입은 왕실 기사단이 보였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이십 명 이상, 기사단 십인 대가 둘 이상 와 있었다.

왕실 기사단과 우리 조원들은 저택 앞 정원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기사단들은 앞에 늘어서서 조원들을 겁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기사들이 말을 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기본적으로 예의는 갖춘 것 같았다.

하지만, 흉흉한 분위기를 보니, 그 예의는 우리 일행이 아니라 후작가에게 보내는 예의인 모양이었다.

나는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조원들의 표정이 보였다.

난감해하는 요하힘과 화난 공주와 대공녀. 슬쩍 물러서 있는 발레아와 겁먹은 얼굴의 미리사.

그들은 멀리서 다가오는 내 모습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나는 반대로 표정이 어두워졌다.

왕실 기사들을 전부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국에 같이 갔던 기사들이었으면 기뻤겠지만, 조원들 앞에 서 있는 기사들은 다른 곳에서 보았던 기사들이었다.

나는 저 기사들을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죽어서 없어진 시간대에서 보았었다.

조원들 앞에 서 있는 왕실 기사들은 모두 공주와 같이 들어갔던 봉인지 던전에서 보았던 기사들이었다.

그 지하 던전에서 마물과 열심히 싸웠던 기사들이었지만, 나는 다른 것을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지하 미로를 헤맸던 기억이었다.

공주와 내가 지하 미로를 헤맸던 이유는 일행에게 배반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을 벌였던 것은 눈앞의 기사들이 아니라 귀족 장교였지만, 귀족 장교들과 같이 행동했다는 것으로도 의심하기는 충분했다.

정보도 없고, 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의심이 들면 움직여야 했다.

나는 앞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요!"

하지만, 내 음성은 일행에게 닿지 않았다.

거리가 너무 멀었고, 내가 고함을 치는 순간, 앞에 선 기사도 같이 외쳤기 때문이었다.

"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강제 집행하겠습니다!"

기사들 일부가 조원들에게 달려갔다.

요하힘을 체포하기 위해 달려가는 기사들과 다른 조원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기사들.

공주와 대공녀는 분노한 표정이었지만, 저항을 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마나를 가득 끌어올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기사 중에 마나를 가득 끌어올리는 자들이 있었다.

공주와 대공녀를 막아서는 기사들이었다.

나는 달려가면서 가슴에 손을 넣었다.

동시에 주머니 속에 있는 석궁을 떠올렸다.

손에 석궁이 잡혔다.

바로 꺼내서 석궁을 겨누었다.

공주와 대공녀 앞에 있는 기사들이 검을 드는 것이 보였다.

저택 앞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려 두 기사가 검을 휘두르려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공주와 대공녀도 요하힘을 보느라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목표는 둘.

둘 다 처리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결정을 내리고, 석궁을 쏘았다.

쓔아아악!

검은 화살이 석궁을 떠나 앞으로 날아갔다.

빛처럼 빠른 화살.

검은 화살은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퍽!

화살은 목표를 맞췄고, 검이 휘둘러졌다.

피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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