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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57화 (157/563)

제157화

제7편 저택의 주인 (2)

"크윽, 움직일 수가……."

이제야 어렸을 때 보았던 암살자처럼 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을 내 마나로 가득 채워서 그 안에 있는 자들의 움직임까지 제어하는 기술.

마나 낭비도 심하고, 과시용에 가까웠지만, 상대방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일정 수준 이하에만 효과가 있었다.

강도와 용병 반 이상이 내 마나를 버텨내고 있었고, 밀어내려고 하는 자도 있었다.

파파팍.

몸 주위에 스파크가 튕기고 있는 맨 앞에 선 덩치처럼.

내 실력이 뒤떨어진 게 아니라면 내 앞에 있는 자들은 실력 좋은 자들만 모여 있는 듯했다.

하기야, 발레아의 왕국에서 도망친 자들이었으니.

발레아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방금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이동하면서 쓰거나, 급하게 만든 영역만 보았었다.

이렇게 제대로 준비해 놓은 곳에서 발레아의 능력은 내가 보기에도 무시무시했다.

제대로 구축해놓은 발레아의 영역에서 일정 수준 이하의 적들은 순식간에 몰살당할 수밖에 없었다.

방어에 특화된 능력이고, 대단위 적에게 치명적인 능력이었다.

아까 마녀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정도 능력이면, 전쟁터에서 전쟁의 마녀라는 말을 들을 만했다.

풀어놓았던 마나를 다시 회수했다.

숨을 몰아쉬는 강도, 용병들.

맨 앞에 선 험상궂은 덩치의 표정은 더 안 좋아졌다.

"모두 공격해! 선수를 놓치면 다 죽어!"

역시, 덩치는 다른 놈들과 달리 상황을 알고 있었다. 이런 강도질을 할 것 같지 않은, 실력을 갖춘 용병이었다.

하지만, 항상 봐왔던 대로 인성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 법이었다.

그리고, 선수를 놓치지 않는다고 죽지 않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

덩치가 달려오면서 도끼를 휘둘렀다.

부우우웅.

도끼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내 허리를 가르려 했다.

나도 한 손으로 들고 있는 대검을 휘둘렀다.

카앙!

대검에 부딪혀 도끼가 내 옆구리 옆에서 멈춰 섰다.

바로 뒤이어 덤벼드는 다른 용병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놀란 덩치가 뒤로 물러섰지만, 전진하는 내가 더 빨랐다.

등 뒤로 다른 용병들이 휘두른 검과 창이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대검을 맞댄 채로 다른 손을 움직였다. 검 끝이 길게 일렁거리는 단검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크악!"

"내 팔이!"

내 주변이 피로 물들고 비명이 들려왔다.

"이 XXXX, X 같은 놈이!"

내 대검에 도끼를 맞댄 채로 물러서던 덩치가 고함을 질렀다.

오랜만에 찰진 욕이 귀를 울렸다. 용병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현업으로 강도를 하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생에나 듣던 멋진 욕이었다.

나도 전생에 키보드로 배틀을 벌이던 가닥으로 덩치 어머니의 안부를 물을까 했지만, 여기서 더 정신이 나가면 곤란했다.

저택 안에서 다 갈려 나가 쓸만한 상대가 거의 남지 않았는데, 함부로 다루면 곤란했다.

그는 도끼를 양손으로 잡고 힘겹게 나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역시, 아직은 상대 무기를 계속 묶어두기는 어려웠다.

잠깐은 비슷하게 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카를로스의 다른 심법이 필요했다.

"좋아, 그럼 이건 어떨까."

나는 대검을 힘차게 내리찍었다.

쿠웅!

"크윽."

덩치가 떨어져 내리는 대검을 막아섰지만, 그 무게에 비명을 질렀다.

"크으윽, 말도 안 돼. 갑자기, 왜 이렇게 무거운……."

그래도, 덩치는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조금씩 대검을 밀어내고 있었다.

검의 무게를 늘리는 것도 오래 사용하기 힘들었다.

잠깐씩 사용하는 것도 싸움에 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역시 이것도 제대로 된 심법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른 기술을 확인해 볼까.

나는 대검을 등에 메고, 단검을 휘둘렀다.

"씨X XXX!"

다시금 상대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새로 얻은 여러 가지 기술을 시험하는 동안 다른 용병과 강도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버렸다.

물론, 중간에 도망치는 놈들도 있었지만, 단검을 날려 뒷머리에 박아 주었다.

던진 단검은 새로 얻은 능력으로 회수하니까, 도망치던 놈들도 죽자 살자 덤벼들어서 좀 더 제대로 된 실전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덤벼들던 놈들도 모두 죽어버려서, 이제 온전히 서 있는 것은 덩치 하나밖에 없었다.

"죽여라."

그도 내가 연습 상대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살 방법을 찾는 것 같았는데, 결국 사는 것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덩치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왜 도끼는 들고 있는지, 거기다 눈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래도 마침 물어볼 게 있었는데, 잘 됐다.

"대답을 잘하면 혹시 살려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걸 믿는 바보가 있냐."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기대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무슨 생각으로 영지를 쳐들어오게 된 건지 이야기해봐. 쓸모있는 내용이 있으면 고려해볼 테니까."

"아, 그건, 내가 자세히 말해줄 수 있지. 이 영지를 잘 안다는 용병 둘이 나를 찾아왔는데……."

덩치는 처음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말을 하면서 조용히 팔도 내렸고,

엄청 자세히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누군가 찾아와서 도와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니면, 제대로 처벌을 받게 되기를 기다리거나. 그렇게 되면, 바로 죽지는 않을 테니까.

덩치의 생각대로 누가 오기는 올 예정이었다.

마누엘과 기사들이 지금 열심히 달려오고 있으니까.

마을에서 설치고 있는 강도와 용병들은 저택에서 살아남은 병사와 기사들이 처리할 것이다.

발레아가 같이 움직이니 걱정할 일은 없었다.

마을을 지나오면서 저택에서 느꼈던 감각과 비슷한 느낌을 살짝 느꼈었다.

묘한 거슬림이었는데, 인제 보니, 발레아가 미리 깔아 놓은 마나였다.

그녀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마법진 비슷한 것이었다.

그녀가 영역을 일으키면 준비해 놓은 마나들이 호응을 해서 방금 저택에서 일어난 일 같은 대규모의 이적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이 정도가 되면 환상인지, 현실인지 구별도 안 될 정도니…….'

환상을 보고, 살이 잘리고, 뼈가 부러지면 당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환상이든, 현실이든 차이가 없을 것이었다.

거기다, 모든 사람이 같은 환상을 보게 되니, 결국 현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덩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상한 말이 들려왔다.

"잠깐, 저택의 사정을 아는 용병이 불만이 많은 기사를 소개했다고?"

이 저택에 왔을 때 보았던 남녀가 잠깐 머리를 스쳐 갔지만, 덩치가 말한 용병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자세히 얼굴을 기억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건 발레아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 뒤에 이어진 말들은 별로 가치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강도가 된 용병들과 다른 강도들을 모아 영지를 습격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다른 강도단이나 용병대의 이름들도 내게는 별 필요가 없었고.

"발레아에게 보여줘야 하니, 죽일 수는 없겠지."

더는 할 이야기가 없는지, 덩치는 같이 쳐들어온 용병들 신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말하는 꼴을 보니, 아는 것이 많을 것 같아 죽이기도 그랬다.

대충 팔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하다가,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나는 가슴에서 검은색 검을 꺼냈다.

"동기화 중간보다 조금 높게 설정."

내가 가슴에서 다른 검을 꺼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니, 말을 하던 덩치가 입을 다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래도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검을 잡아. 테스트이긴 하지만, 이건 벌이 아니라 보상 느낌인데……."

두 번째로 왕의 검을 잡는 사람이 이런 강도라니.

그래도, 다른 사람은 어떤 식으로 느끼게 될지 확인해 봐야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소문을 내지 못할 사람이어야 했다.

겁을 먹었지만, 그래도 덩치는 내가 내미는 검을 잡았다.

덩치의 표정이 사라지고, 눈에 초점도 없어졌다. 그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나도 저렇게 있었으려나.

매번 직접 검을 잡다가, 삼자 입장에서 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더 조심해야겠다. 이건 완전히 무방비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기숙사 방에서 매번 검을 잡고 수련하던 게 얼마나 무방비한 짓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을 찾기도 어려우니,

"들키면 자살밖에 없나."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자살해야 할지도…….

그렇게 지켜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덩치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곧이어, 입에 거품을 물고, 온몸을 떨어댔다.

그는 검을 놓고도 바닥을 굴러다녔다.

"생각보다 반응이 심한데……."

고통이 있기는 했는데, 이 정도 심한 것은 아니었다.

대충 검에 팔이 잘린 느낌 정도였나. 조금 다르긴 했지만, 죽을 때 느낌보다는 약한 것 같았는데…….

검을 잡은 뒤에도 팔다리는 잘라놓아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이래서야 발레아가 물어볼 때 답변이나 제대로 할 수 있나 모르겠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팔다리는 전부 부러뜨려 놓았다.

그리고, 대충 한쪽에 던져놓고, 나도 마을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마을에 남은 강도들은 모두 정리되었다.

살아있는 강도는 없었다. 분노에 찬 기사와 병사들이 모두 죽인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기사와 병사들 뒤에는 치맛단만 찢어져 있는 온전한 모습의 발레아가 서 있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병사와 기사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지금, 이 영지의 영주는 발레아인 것 같았다.

"도망친 두목들은 다 마무리했나요?"

누가 도망치고, 누가 막아섰는지 발레아는 모두 알고 있었다.

저택 밖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그녀의 시야 안인 모양이었다.

능력이 닿지는 않아도 그 근처는 감지할 수 있는 건가. 이것도 머릿속에 담아두자.

"아는 게 많은 것 같아서 한 명은 살려뒀어요. 나중에 심문을 해봐요."

덩치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내 말에 발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은 무사해요?"

"네, 어머니는 무사하세요."

음. 그녀의 친어머니만 무사하다는 소리인지, 다 무사하다는 소리인지, 가늠이 안 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묻기도 그렇고.

다행히 그녀가 말을 이었다.

"영주 대리와 남작 부인도 살아있어요. 영지가 무너지면 아카데미를 다니기 곤란해지니, 살아계셔야죠."

아카데미가 아니라면 살려놓지 않으려고 했으려나. 이번에도 다시 묻기가 곤란했다.

다행히 마을을 정리하는 것으로 남작 영지의 소란은 끝이 났다.

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남작 일가 중에 죽은 사람은 없었고, 그들이 가진 재산도 지킬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일까.

나는 시간을 돌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들의 생명보다 내 고통이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다른 이들을 모두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마누엘과 기사들이 영지를 수습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발레아는 내가 살려놓은 덩치를 심문하고는 고민이 생긴 듯했다.

어쨌거나, 방학은 길지 않았고, 우리는 남작가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열심히 복구하고 있는 영지를 보며 우리는 공작령을 향해 출발했다.

남작 일가가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고, 발레아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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