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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47화 (147/563)

제147화

제22편 기사의 수련 검 (1)

불새 단검이 머릿속에서 떠드는 소리를 무시하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쇠사슬이 둘러쳐 있는 검은 검 말고도 유물은 많았다.

대공녀는 아예 위험하다는 검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창고지기는 그녀에게 유물들을 설명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지금 자신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에고 단검에게 물어보았다.

"다른 유물 중에 용사가 사용했던 유물은 없어?"

[전에 보았던 것 같은 액세서리 몇 개를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 것들입니다.]

액세서리 같은 것들은 주인의 능력을 강화하고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마나를 배터리로 사용할 뿐이었다.

용사의 능력을 얻으려는 내게는 당장은 의미가 없는 유물들이었다.

나는 다시 쇠사슬이 둘러쳐져 있는 검을 훔쳐보았다.

정말 저 검밖에 없는 걸까.

아니, 하나라도 있는 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단지 죽는다는 황당한 검이라는 게 문제일 뿐이었다.

그것도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위험 부담이 많이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물론, 다 죽었는데 나라고 안 죽을 리가 없었다.

카를로스 초대왕은 안 죽고 잘 사용했다고 하지만, 그 뒤에 다 죽었다니, 십중팔구 나도 죽을 거다.

문제는 죽기 전에 뭔가 얻을 수 있느냐인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냥 죽어 버리면, 엄청난 고통과 함께 상당한 시간을 그냥 날려 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냥 중간 세이브용으로 한 번 죽는 것도 괜찮잖아. 어차피 다음에 죽으면 또 반복할 텐데.'

하지만, 그 고통은 어떻게 하려고.

'차라리 한 방에 죽는 게 더 좋을 것 같지 않아? 괜히 죽을 때까지 계속 고통에 휩싸이는 것보다 한 방에 딱! 이렇게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마음속에서 계속 검을 잡는 게 좋지 않겠냐는 유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성이 열심히 막아섰지만, 눈이 돌아가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고, 어느새 나는 쇠사슬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다시, 대공녀와 창고지기를 살펴보았지만, 그들은 유명한 창술가가 사용했다는 엄청나게 휘어지지만 절대 부러지지 않는 창을 열심히 구경하고 있었다.

"이건 약간 문제가 있는 유물 같은데요. 그냥 휘어졌다고 돌아오는 유물이 아니었을걸요?"

"아, 원래는 휘어졌던 힘을 계속 누적시켰다가 터트리는 유물이었던 모양입니다. 어차피 유물이란 게 많이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고장 나기도 하는 거니까요."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을까요?"

대공녀의 손이 조금씩 창을 향해 다가갔다.

"네, 만지셔도 됩니다. 어차피 망가뜨리거나, 창고 밖으로만 가져 나가시지 않으면 됩니다. 물론, 그런 식으로 관리되는 것을 알고, 창고 안에 유물들을 엉망으로 흩어놓고 나가시는 분들도 있었지만요."

설마, 여기서 고칠 생각은 아니겠지.

툭. 툭.

나는 슬쩍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거의 보이지 않는 먼지였지만.

거의 창에 닿을 뻔했던 대공녀가 움찔 손을 뺐다. 그녀는 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대공녀는 자기도 모르게 고장 난 창을 고칠 뻔한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눈치를 준 덕분에 겨우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여기서 유물들을 고쳐 버리면 상황이 엄청나게 복잡해질 게 분명했다.

망가진 유물들은 나중에 따로 구하고, 여기서는 구경이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건, 나도 같은 상황이긴 한데…….

아쉽게도 나는 일을 벌여도 상황이 복잡해지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복잡해질 일이 없지 않은가!

결심을 하니, 다음은 쉬웠다.

탁.

슬쩍 발을 구르니, 쇠사슬을 뛰어넘어 버렸다.

이렇게 쉽게 넘다니, 이건 쇠사슬이 너무 낮은 탓이었다.

검날에 까만 칠을 한 거로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날 자체가 검은색이었다.

검은색 금속이라니. 그런 금속이나 합금도 있었나?

나는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알렉스! 뭐 하는 거예요!"

이런, 대공녀가 알아차린 것 같았다.

대공녀의 말에 창고지기도 내 행동을 알아차린 것 같았고, 동시에 왕실 창고 내부의 마나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역시, 처음 봤을 때처럼 이 창고는 보통 유물이 아니었다.

이 정도 거대한 유물을 어디다 썼던 것인지, 이런 대단한 유물을 창고로만 썼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창고의 마나는 너무 늦게 움직였다.

척.

뭔가를 하기 전에 내 손이 검 손잡이를 잡았다.

화아아악!

눈앞이 검게 변하고, 이어서 세상이 변했다.

* * *

결론을 말하자면, 딱 예상했던 결과였다.

나라고 다르지 않았다.

<사망하셨습니다. 자동 저장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나는 검에 손을 댄 다음에 죽어 버렸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눈을 뜨니, 왕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단검을 들고 있었고, 옆에서는 대공녀가 단검을 고쳐주겠다고 말하던 그때.

대공녀를 납치하려던 제국 기사들을 모두 죽인 그 시점이었다.

"잠, 잠시만요."

나는 밀려오는 고통 때문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를 악물고, 몸을 덜덜 떨었다.

젠장, 생각보다 훨씬 아프게 죽어 버렸다.

고통 없이 죽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놀란 대공녀가 소리치고, 달려온 사람들이 내 입속에 포션을 들이부었다.

안타깝지만, 포션으로 없어질 고통도 아니었고, 상처가 난 것도 아니었다.

죽었을 때 느꼈던 환상통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전투 후유증 정도로 설명을 했고, 안심한 사람들은 다시 뒷정리를 시작했다.

시체들을 정리하고, 기사들을 보충하고, 망가진 마차를 고치고.

가까운 마을에서 하루 동안 지내며 정비를 한 일행은 다시 왕국으로 출발했다.

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전투 후에 무척이나 아파했던 탓에 돌아가는 길이 좀 더 편해졌다는 정도랄까.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예상대로 죽어 버려서 다시 과거로 오게 되었다.

나는 살아남았지만, 검을 잡고 죽었다는 점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그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검을 잡고, 죽기 전까지 본 광경을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 *

검을 쥐고 난 뒤, 나는 진짜 죽어 버린 줄 알았다.

세상이 검게 변하고, 이상한 세상에서 눈을 떠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똑같은 옷과 똑같은 검을 허리에 차고 텅 빈 콜로세움 가운데 서 있었다.

전생에 가 보았던 로마 콜로세움이 멀쩡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았다.

갑자기, 돌로 만들어진 콜로세움 가운데 홀로 서 있게 되자, 솔직히 조금 무서워졌다.

진짜 죽어서 이런 곳에 온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다행히 여기가 어디인지 설명을 해 주는 존재가 있었다.

[여기는 용사 중에 기사를 육성하기 위한 수련장입니다.]

콜로세움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였다. 아니,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나.

어쨌거나,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검을 잡았는데, 어떻게 이런 곳으로 날아온 거지?

[육체가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이곳은 검과 연결된 사람의 마나를 이용해서 기사의 검이 펼친 일종의 정신세계입니다.]

어라,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아차린 건가?

[이곳에서 사용자는 실전 같은 대련으로 검술을 배우고 검증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대답하는 줄 알았는데, 계속 말이 들려왔다. 에고가 말하는 게 아니라, 녹음된 것을 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몸이 이곳으로 온 게 아니었다고?

정신세계라면 일종의 가상 현실 같은 건가.

역시 판타지를 무시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파도 파도 대단한 것이 계속 나왔다.

판타지 쪽 가상 현실이 이렇게 실감 나다니, 전생의 VR이 절대로 부럽지 않았다.

그보다 용사라는 게 무엇일까.

다들 마왕을 물리친 영웅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유물들을 보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이제 용사 수련장까지 나와 버렸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용사들을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몰랐다.

[동기화가 높을수록 더욱 현실감이 있는 대련과 전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무척이나 현실처럼 느껴지고 있으니, 지금 동기화가 무척 높은 건가.

[하지만, 동기화 조절로 육체에 가하는 위험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정신세계에서의 결과는 어떤 상황에서도 육체에 상처를 입히지 않지만, 동기화가 높아지면 뇌와 신경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주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어지는 말이 무척이나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설마 아니겠지?

[현재 이 수련장의 주인은 용사 카를로스입니다. 수련장은 용사 카를로스가 설정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경고합니다! 카를로스 용사가 현재 동기화를 최대로 고정했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입었을 시에 육체에도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역시, 설마가 사람을 잡아 버렸다.

나는 검을 잡은 사람들이 왜 죽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카를로스 초대왕이 검을 잡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것이다.

"아니, 지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잘 생각해 보니 죽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이야기였다.

검을 잡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실력 좋은 기사일 리가 없었다.

평범한 일반인일 수도 있고, 훈련받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에 비해, 자랑이 아니지만, 나는 웬만한 기사단의 부단장급 이상은 되는 실력이었다.

"장비를 다 갖추면 기사단장과도 해볼 만해."

나는 아카데미에서 가져온 검과 단검을 뽑아 들었다.

정신세계라서 그런지 단검은 아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능력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양손에 각각 검을 쥐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길고 짧은 두 검에 아지랑이가 일렁거렸다.

"자, 뭐가 오든지 빨리 와라!"

내가 준비를 끝내기를 기다렸던 것 같았다.

촤르르르륵.

내가 서 있던 반대쪽 벽. 쇠창살이 막고 있던 벽이 쇠사슬 소리와 함께 위로 올라갔다.

검은 통로가 보이고, 그 안에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턱. 턱. 터억.

발소리가 들리고, 실루엣은 제대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다행히 마물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꽤 덩치가 큰 사람.

가죽 갑옷을 입고, 투구를 써서 나이를 알기는 어려웠지만, 덩치만 봐도 전성기의 기사처럼 보였다.

가죽 갑옷을 입은 기사가 점점 다가오자, 나는 목덜미가 점점 뻣뻣해졌다.

'아니, 이건 아니지.'

이건, 덩치가 문제가 아니었다. 마물이 아니라고 기뻐할 것도 아니었다.

점점 다가오는 상대의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동시에 다시 예의 그 음성이 들려왔다.

[첫 번째 상대는 처음 이 훈련장을 사용했던 15살의 카를로스입니다.]

이런 XXXX!

욕이 절로 쏟아졌다.

"아니, 용사하고 싸우라니, 같은 나이지만, 이건 반칙이잖아! 저 덩치를 좀 봐, 어디서 저게 15살이야."

아무도 없으니, 나는 욕과 함께 힘껏 불만을 토해냈다.

하지만, 저 에고 아닌 녹음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상대로 나온 귀신 비슷한 용사도 말없이 검을 치켜들 뿐이었다.

분명 정신세계라고 들었지만, 앞에 서 있는 소년에게서 풍겨 나오는 느낌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처음 보는 용사의 풍모에 그만 질려 버렸다.

나는 처음으로 동년배 소년에게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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