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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42화 (142/563)

제142화

제17편 교환 학생 (2)

비슷한 얼굴이 신기했지만, 제국인들의 얼굴은 모두 비슷할 수도 있었다.

다른 인종의 얼굴은 잘 구별 못 한다고 하지 않던가. 제국인들과 우리 왕국인들의 얼굴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그보다 제국에서 학생들이 교환 학생으로 왔다는 것에 더 놀랐다.

서로 전쟁 중은 아니었지만, 차르 제국과 카를로스 왕국은 서로 사이가 무척이나 안 좋았다.

아니, 제국과 사이좋은 나라가 그리 많지 않았다.

좋다고 하는 나라는 반쯤 속국이 된 나라밖에 없었다.

고대 제국이 멸망한 뒤에 홀로 고대 제국을 이은 제국이라고 선언하고, 땅따먹기를 시작한 나라니, 다른 나라가 좋아할 리가 없었다.

카를로스 왕국도 공국이 사이에 있고, 그 옆으로 다른 나라도 껴 있어서 직접 싸울 곳은 많지 않았지만, 그 길지 않은 국경에서도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런 제국에서 교환 학생을 보내다니.

거기다, 제국은 항상 자신들이 최고라고 외치는 곳이었다.

그렇게 매번 제국 아카데미를 자랑하던 곳에서 우리 왕립 아카데미로 학생을 보냈다고?

왕국 외교의 쾌거인 것인가. 아니면 또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괜히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털어 내버렸다.

내가 고민할 게 아니었다.

그와 함께 온 여학생도 인사를 했다.

같이 온 여학생은 평범하게 예쁘게 생긴 학생이었다.

발레아 정도로 예쁜 학생은 아니었지만, 남학생들의 시선을 모을 정도는 되어 보였다.

"파울라라고 해요. 부모님은 작은 영지를 가진 자작님이세요."

인사도 남학생에 비해 무척이나 겸손했다.

튀고 싶지 않은 예쁘장하게 생긴 시골 귀족의 딸이라고 할까.

제국에서 온 교환 학생이라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몇몇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보고 눈을 반짝이는 것 같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 학생은 처음 인사를 한 남학생만 기억에 남았다.

거기다, 나 정도만이 교환 학생으로 온 제국 학생들에게 신경을 썼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교환 학생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같이 들어온 대공녀가 훨씬 더 중요했다.

"프리다 데 카를로스입니다. 아버님의 명으로 왕립 아카데미에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모두 반가워요."

아직 교복을 받지 않아, 드레스 차림의 대공녀였다.

그녀가 치마 끝을 살짝 잡고 인사를 하자, 남학생들이 눈을 떨었다.

완벽한 왕실 예절로 차분하고 병약해 보이는 미인이 인사를 해서인지, 남학생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

저 병약해 보이는 모습은 나 때문이려나. 며칠 전에는 괜찮았는데 아직 능력을 사용한 여파가 남은 모양이었다.

"예쁘기는 발레아가 더 예쁜 것 같은데, 다른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대공녀라는 직위 때문이려나?"

"흠. 공자님이 보기에는 내가 더 예쁘다는 거죠? 흑흑 고마워요. 공자님밖에 없어요."

이런, 속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소리 내서 말한 모양이었다. 발레아는 또 언제 내 옆에 온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해야지."

거기다, 우는 체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랑을 한답시고 공주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역시, 내 소문이 이상하게 된 것은 발레아 때문이었다.

그 뒤로도 귀찮은 시간이 이어졌다.

자기소개를 끝낸 대공녀가 공주 옆에 앉아 나를 아는 척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아는 척도 아니고, 생각보다 힘들었는지, 나를 보고 길게 눈을 흘겼으니, 다른 학생들이 대공녀와 내 관계를 의심하기는 충분했다.

아니, 다른 학생들이 의심하기 전에 공주가 먼저 궁금해했다.

교양 수업이 끝나고 기사 학부 수업이 시작하기 전, 연무장에서 공주가 물었다.

"왜, 프리다 대공녀님이 그렇게 쳐다보신 건가요?"

아니, 비밀로 하라면서 그렇게 쳐다보다니, 이러면 다른 사람이 묻지 않을 리가 없었다.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말해 줄 수도 없고.

나는 결국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좀 이상한 분이신 것 같네요."

"대공녀께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요."

공주는 주의를 주었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공주님이 비밀을 지켜주시면 되겠죠."

"음, 그런 건가요. 그럼 비밀로 하죠."

내 말에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공주와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

슬슬 공주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 것 같다는 대역무도한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겨우 공주의 질문을 넘긴 뒤에도 다른 기사학부 학생들이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하비에르 선배가 오전 동안에 파견 수업에 있었던 일을 학교 전부에 퍼트린 것이다.

내가 한 일 중에 하비에르 선배가 아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그가 아는 내용만으로도 학생들을 흥분하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기사들과 함께 국경을 넘는 제국 기사들을 잡았고, 대공녀와 공주 앞에서 날뛰는 용병들을 제압했고, 돌아오는 길에 마차 뒤에 혼자 남아서 기사들을 상대했으니.

비드를 죽이고, 비밀 기지를 찾고, 공국왕을 알현하고, 기사들을 죽인 것을 빼더라도 하나같이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수업 시작되었어! 아직도 파견 수업 중인 줄 알아? 모두 정신 차려!"

다행히 카트린 교수가 수업을 시작해 준 덕분에 시달리는 것은 끝나게 되었다.

"그럼 파견 수업에서 얼마나 배웠는지 확인하는 의미로 오늘 수업은 대련이다."

우. 우.

카트린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바로 야유를 보냈지만, 언제나처럼 카트린은 학생들의 야유를 무시했다.

다른 학생들과 실력이 차이 난다는 이유로 나는 다시 카트린과 대련을 하게 되었고.

카트린은 검을 휘두르며 나에게 물었다.

"파견 수업은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설마.

목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나쁜 예상은 틀리지 않는 건가.

그녀의 검은 멈추지 않았고, 질문도 계속 이어졌다.

"대공녀님은 어떻게 유학하게 된 거고?"

그거야 나도 관계가 있고, 그녀도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전부 말해주기는 어려웠다.

거기다 여기서 말할 것도 아니었고. 그녀에게 따로 말해주기로 했다.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했지만,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공국의 풍경은 어땠는지, 국경 상황은 어떤지, 노점상에 나온 유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도 질문을 던지다 보니, 나중에는 황당한 질문까지 했다.

"설마, 제국에서 온 교환 학생들도 너와 관계있는 것 아냐?"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공국에서 제국 기사들 여럿 죽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제국이 교환 학생을 파견한다고요? 그럴 리가……없겠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에 질겁하고는 검을 거두었다.

어느덧 수업이 끝날 때가 된 것이었다.

오늘 대련은 그동안의 대련 중에 제일 힘든 대련이었다.

싸우는 도중에 계속 질문에 답해야 하다니, 이건 고문이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주말에 우리 집에 와서 하는 것으로 해."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간단한 이야기였던 것인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리 많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기는 해도, 나도 카트린 교수의 집에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검하고 방패를 좀 빌려주시겠어요?"

"빌려 간다고? 방패는 모를까, 검은 가문의 유물이라 함부로 내주기가 그런데."

며칠 빌려 가면 더 좋겠지만, 내가 그 정도 염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뇨. 교수님 집 지하 연무장에서 써보면 돼요."

"그 정도야 뭐. 그런데 갑자기 왜 빌려달라는 거야?"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새로운 능력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었다.

대검으로 펼쳤던 방패의 능력.

방패로 펼치면 어떻게 될지 무척 궁금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카트린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 가지 공지와 걱정을 전했다.

"시간표를 보면 알겠지만, 2학기에는 기사학부 학생들이 상속능력 학부를 지원하는 시간이 있다."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특히 영지가 없거나 오지 귀족의 자녀들은 표정이 더 어두웠다.

"다들 어려운 시간이 되겠지만, 기사들의 현실을 보게 되는 시간인 만큼 모두 이겨내기를 바란다."

"네."

힘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카트린 교수는 마지막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기야, 오지 귀족이나 영지가 없는 귀족보다 '서자'인 내가 더 문제일 테니.

확실히 1학기는 너무 편하게 보냈었다. 수도에서 느끼게 될 거라는 '서자'의 편견도 크게 느끼지 못했고.

이제, 현실을 보게 될 때였다.

* * *

며칠 뒤, 나는 제복을 입고, 아카데미 검을 허리에 차고, 아름다운 꽃들이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에는 다과를 즐기는 숙녀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왔고, 코로는 꽃과 차의 향기가 은은하게 흘러들었다.

누가 봐도 무척이나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더구나 이 시간은 아카데미 수업 시간이었다.

이렇게 공으로 수업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다들 무척이나 기쁠 것이었다.

물론, 저쪽에서 다과를 즐기는 학생들은 무척 기뻐 보였다.

다른 나라와 교류를 한다는 핑계로 다른 학생들과 수다를 떨고,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을 호위로 세운 뒤 뒷말을 할 수 있다니.

내가 저 자리에 있더라도 무척 기쁠 것 같았다.

다만, 지금 내 위치는 저들이 열심히 욕을 하고 있는 호위일 뿐이었다.

카트린의 말처럼,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들처럼, 나는 오늘 영지 없는 호위 기사의 쓴맛을 느끼게 되었다.

기사 학부가 전투를 상정하고 훈련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상속능력 학부는 전투 이외에도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다.

행정학부와 함께 재정과 영지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고, 자신의 상속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을 하기도 했다.

다만 그 상속능력이라는 것은 전투 이외에도 무척이나 다양했다.

유물을 파악하거나, 몸을 숨기거나 하는 것 외에도 친분을 쌓거나, 계산을 잘하는 것까지 정말 다양한 능력이 있었다.

그런 다양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활동 중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막기 위해 기사학부가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상속능력을 가진 귀족들을 기사가 보호하듯이, 상속능력 학부를 기사학부가 보호하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 이어온 것이고, 이런 체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시간이 지나니, 편법이 난무하게 되었다.

능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은 지금 내가 보고 있듯이 수다를 떨기 위한 다과회로 바뀌었고,

호위를 위한 기사학부의 지원은 마음에 들지 않은 학생을 놀리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이리저리 이슈가 되어버린 나는 이들의 표적이 되어버린 것이고.

솔직히 뒷말하는 저들의 말이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면, 나를 놀리기 위한 이 시간이 그냥 지루한 시간이었을 지도 몰랐다.

지금이라도 귀를 닫아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저들의 귀족적으로 비꼬는 말들이 무척이나 참신해서 차마 귀를 닫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욕을 엿듣는 중에 재미있는 말이 들려왔다.

"요하힘 공자님이 제국 아카데미에서도 유명한 기사라고 들었어요. 아카데미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기사가 되실 수 있다면서요?"

"그럼, 더 교육받을 게 없어서 저희 아카데미로 오신 건가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카를로스 왕국 기사들의 실력을 보고 싶기는 합니다."

"그럼 잘되었어요. 저기 호위를 서고 있는 '서자' 알렉스 님이 상당한 실력자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한번 대련을 해보시는 게 어떻겠어요."

오, 말을 이끌고 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과연 그쪽 능력자인 건가.

제국 아카데미 학생과 대련을 벌여서 어떤 결과가 나던지, 나에게는 그리 좋지 않을 테니.

충분히 노릴만한 일이었다.

제국에서 왔다는 소년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비드라는 자와 비슷해 보이는데.

어쨌건 나도 그 수작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던지, 이 다과회는 풍비박산이 되게 만들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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