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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35화 (135/563)

제135화

제10편 재대결

허물어진 건물들이 모여있는 방치된 공터.

요새 도시가 교역 도시가 되면서 버려진 군사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버려지긴 했지만, 위험한 물건들이 남아있어서 부랑자들도 지내기 힘든 공국 수도 안에 하나 남은 공터였다.

나는 비드를 데리고 이곳을 찾아왔다.

싸움이라는 말에 비드는 나를 잘 따라왔다.

다른 사람이라면 싸움보다 두 가지 능력을 갖추고 있는 나를 보고할 생각부터 했겠지만, 나를 따라오는 남자에게는 싸움이 더 중요한 듯했다.

그걸 알기에 다른 능력도 보여준 것이었고.

"호오, 이런데도 알고 있었나? 너 카를로스 왕국 놈 아니었어? 네가 입고 있는 옷도 왕국 아카데미 제복인 것 같은데."

남자, 비드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부서진 건물들과 인적이 느껴지지 않은 공터. 확실히 싸우기 좋은 곳이었다.

거기다, 이곳으로 정한 것은 한 가지 더 이유가 있었다.

"감옥에서 계속 생각했는데 말이야. 너 상속능력이 하나가 아니지?"

감옥 안에서 고민까지 해야 할 것이었나? 죽기 전에 봤을 때는 딱 보고 알았으면서.

"제대로 확인한 뒤에 너까지 잡아가면 다들 좋아할 거야."

아예 생각이 없는 놈은 아닌듯했다. 단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을 뿐.

"어떻게 능력을 하나 이상 가지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능력이 하나가 아닌 것은 너만이 아니야."

그는 자랑하듯이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아니, 대공녀를 위협한 자를 바로 풀어준 것도 웃기는 일인데, 압수한 무기도 돌려주다니.

훌리안 공국은 카를로스 왕국의 제후 공국이 아니라 제국의 속국이었나.

전에도 느꼈지만, 공국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웃길 따름이었다.

뭐, 지금은 공국을 걱정할 때는 아니었고.

나도 검을 꺼내 들었다. 허리에 찬 아카데미 검이 아닌, 가슴에서 대검을 꺼냈다.

"어라? 거기서 그 큰 검이 나와? 설마 유물 가방 같은 거냐?"

내가 검을 꺼내는 모습에 비드는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그 이상으로 흥분한 것 같았다.

"역시 그런 실력을 가진 놈이 평범한 학생일 리가 없지. 자, 다 꺼내 봐라. 제대로 붙어보자고."

상대 말대로 전부 꺼내놓았다.

단검도 꺼내고, 반지와 목걸이도 확인했다.

아카데미 검은 한쪽에 던져 버리고, 단검은 원래 검을 찼던 허리에 맸다.

준비 끝.

대검 끝이 마나로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크큭. 잘못 본 게 아니었다니까. 그렇다면 나도 보여주지!"

비드는 검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화르르르르.

검이 불타기 시작했다. 그의 팔도 어깨까지 불길이 일렁였다.

공터 전체가 열기로 달아올랐다.

10m 넘게 떨어진 나에게도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전에 봤을 때처럼 불은 그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

손도, 화염에 휩싸인 옷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거기다, 저 화염은 검과 그의 팔에만 붙어있는 게 아니었다.

그가 검을 휘두르면 주변까지 불길에 휩쓸리고, 가끔은 멀리 튀어 나가기까지 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온 뒤, 계속 고민했다.

저 불길에 당하지 않고 저 남자를 쓰러뜨릴 방법을.

저 불길은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에게만 피해를 주는 능력.

전생에 즐기던 게임 스킬 같은 능력이었다.

열기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공격하거나, 저 능력을 사용하기 전에 죽이는 방법이 제일 좋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그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자 와라!"

그의 말에 끌려가듯이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10m가 넘는 거리였지만, 한 걸음 만에 그와의 거리가 지워졌다.

동시에 그를 향해 대검을 찔러넣었다.

슈욱.

커다랗지만 날카로운 검이 그를 향해 나아갔다.

검끝의 일렁거리는 검기가 먼저 화염을 뚫었다.

"이크! 정말 마나만으로 잘려 나가는 거야? 카를로스 기사한테 이런 능력도 있었나?"

비드가 질겁을 하며 몸을 피했다.

피하면서 전과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카트린에게서 얻은 '마나 유형화'를 이번에도 한 번에 알아차린 것은 꽤나 속이 쓰렸다.

'이번에도 구멍 난 저 화염 때문에 알아차린 거겠지.'

저 화염은 공격과 방어만 좋은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나 유형화' 능력을 깨뜨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능력이었다.

이번에는 들키지 않기 위해 찌르기를 사용했지만, 결국 들켜버렸다.

"하하하, 이거 재미있는데!"

결국, 싸움은 전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내가 대검을 휘둘러 놈을 공격하면 놈은 화염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 피하고,

놈이 화염을 뿌리면 나는 열심히 뒤로 도망치고,

감각을 올리고,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도 과거의 싸움과 다르지 않았다.

쾅!

"큭!"

"하하, 좀 더 힘내라고!"

나는 그의 검을 막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검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고, 화염이 너무 뜨거웠다.

그렇지만, 상대는 처음보다 더 신나있었다.

다시 싸우는 거라, 조금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실력은 아직 차이가 컸다.

힘이 달리고, 검술에서도 밀리고,

전에 본 검술이기에 전보다 차이는 줄었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온 터라 내 경험은 머릿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내 몸은 아직 그의 검술을 상대하기 어려웠다.

죽기 전에는 여기서 목걸이를 사용해서 이겼었다.

솔직히 이긴 것도 아니었다. 화염을 뚫지 못해서 결국 화상으로 죽어버렸으니.

조금 늦게 죽었으니, 양패구상은 아니려나.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싸울 수는 없었다. 그런 식으로 싸울 생각도 없었고.

나는 다시 한번 목걸이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죽기 전처럼 우악스럽게 밀어 넣는 것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몸에 이상이 없도록. 내가 다를 수 있는 한계까지만.

나는 목걸이를 통해 마나를 키워나갔다.

우우우우웅.

마나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증폭된 마나는 거칠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목걸이로 증폭된 마나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었다.

거칠게 몸속을 달리는 마나를 조심스럽게 경로로 안내했다.

전보다 힘들었지만, 조심스럽게 키운 마나는 내 말을 따랐다.

일그러지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전보다 강해진 힘이 느껴졌지만, 이 힘은 내가 다룰 수 있는 힘이었다.

역시 이번에도 마나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저번처럼 생명을 불태울 생각이 아니라면 빨리 끝내야 했다.

그렇다고 저 화염에 뛰어들어 몸을 불태울 수는 없었다.

이제 저 화염을 막을 다른 방법을 쓸 때였다.

대검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허리에 찬 단검을 꺼내 들었다.

"더 강해진 거냐? 어떻게……. 아니 잠깐, 그건 아직 테스트 중일 텐데?"

비드는 공격을 멈추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설마, 조직하고 관련 있는 녀석이었나? 왕국 쪽 아카데미에 남은 녀석이 있었나?"

뭔가, 흥미로운 말이 들려왔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너부터 쓰러뜨리고 확인하면 그만이야."

하지만, 아쉽게도 더 듣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이야기를 듣는 대신에, 다시 놈에게 검을 휘둘렀다.

전과 같이 대검이 크게 휘둘러졌다.

부우우웅.

하지만, 그 속도도, 힘도 전과 달랐다.

놈도 느꼈는지, 이를 악물고 화염을 더 키웠다.

화르르르르!

검에서 치솟은 화염이 그의 앞을 휘감았다. 불길이 그의 몸을 감싼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대검이 화염을 갈랐다.

퍽.

대검이 지나가면서 화염이 지워졌다.

대검이 지나간 자리만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화염이 사라졌다.

마치 커다란 밀대로 화염을 지워버린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지워진 화염 사이로 놀란 비드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그 지워진 화염 사이로 뛰어들었다.

비드의 얼굴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비드의 가슴에 밀어 넣었다.

"큭!"

아쉽게도 이번에는 조금 잘못 찌른 것 같았다.

찔린 곳이 심장이 아닌 모양이었다.

비드는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따라가며 추가로 공격하려고 했지만, 비드가 먼저 미친 듯이 화염을 뿌려 몸을 감추었다.

"이, 이건 또 무슨 능력이지?"

아예 잘못 찌른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불길 속에서 신음 섞인 질문이 날아들었다.

시간을 벌려는 건가.

상관없겠지.

나는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새로운 기술, 아니 새롭게 베낀 기술이랄까."

카트린이 쓰던 기술이었다. 던전에서 방패를 얻은 뒤에 쓸 수 있게 된 기술.

마나로 방패의 영역을 늘려 커다란 마나 방어막을 만드는 기술이었다.

처음에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에 나는 단검으로 그 기술을 흉내 냈었다.

그때, 단검의 검날을 옆으로 늘여서 화염을 지웠었지.

단검이고, 처음 사용해서 넓은 면적은 아니었지만, 카트린이 쓰던 기술이 분명했다.

그때 느낌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단검 대신 대검으로, 더 넓고 더 단단하게,

나는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불길이 지워지고, 열기가 수그러들었다.

"젠장!"

비드는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캉! 캉!

화염이 지워지니, 결국 힘과 검술의 싸움이 되었다.

검술은 아직도 부족하지만, 힘은 이제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압도했다.

서걱!

거기다, 경험도 밀리지 않았다.

죽어가면서 익힌 경험과 저번 삶에서 그와 상대한 경험은 검술의 부족함을 메우고도 남았다.

그 와중에 상대는 부상을 당했으니.

피가 튀어 오르고,

쨍그랑!

비드의 검이 깨져나갔다.

"설마, 나를 가지고 연습하는 거냐!"

비드가 나를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연습으로 보였으려나.

새로 얻은 기술을 확인하려고 집요하게 검을 노리긴 했지만.

하긴, 그렇게 따지면 연습이라고 생각해도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나도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증폭된 마나를 다스리기도 쉽지 않았고, 화상을 입지 않게 움직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뛰어난 검술을 상대하는 것도 어려웠고.

그렇기는 하지만, 죽기 전처럼 암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비드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어차피 검도 부러졌으니, 더 이상의 테스트는 힘들었다.

다시 상대해보니 알 수 있었다.

나이를 먹고, 훈련과 실전으로 능력을 키우면, 목걸이가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저 뛰어난 검술이 문제였지만, 저건 검술이 뛰어난 기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싸움을 끝내기로 했다.

다시금 대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화염이 지워지고, 부러진 검이 내 대검을 막아섰다.

까앙.

하지만 부러진 검으로는 내 대검을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서걱!

대검에서 솟아난 검기 때문에 어깨에 피가 치솟고,

피에 가려진 시야 아래로 단검이 다시 밀고 들었다.

푸욱.

이번에는 제대로 박혔다.

단검 옆으로 피가 흐르고, 그의 입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다.

부러진 검이 땅에 떨어졌다. 화염이 흩어지고, 열기가 사라졌다.

검은 기사들이 입고 있던 판금 갑옷이었으면 이렇게 쉽게 뚫리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신분을 숨긴 탓이었으니, 불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터였다.

죽어가는 남자는 불만을 토해내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궁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넌 누구지? 다중 능력자도 신기하지만, 네 나이에 그런 경험이라니, 거기다 나와 전에 싸워본 것 같은 움직임이었어. 그건 도대체 말이 안 되잖아!"

시간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확실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남자는 이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저 궁금한 남자에게 사실을 알려 주었다.

"나는 '사자 회귀', 죽으면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그에게 사실을 말해준 것은 혼자만 간직해온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었다.

죽어가는 그를 일종의 '대나무숲'으로 삼았던 걸까.

죽어가는 그의 호기심이 조금 풀렸기를.

그런데, 내 말을 들은 그의 반응이 내 예상과 달랐다.

그의 눈이 커지고, 비드는 피를 토하며 웃었다.

"크,크하하하, 그동안 일이 망가지는 게 네놈 때문이었냐? 다들 이걸 알면 황당하겠……."

그는 마지막까지 웃으며 숨을 거두었다.

이상한 죽음이었다.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었고.

나를 심란하게 할 생각이었으면 대성공이었다.

그렇지만, 심란하다고 할 일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나는 시체를 살펴보았다. 아쉽게도 유물이나 뭔가 신분을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나는 부서진 건물 바닥을 뜯은 뒤, 땅을 파내고 시체를 묻었다.

내가 이곳으로 온 이유 중 하나가 시체를 숨기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건물 바닥에 시체를 숨긴 뒤, 다시 흙을 덮고, 뜯은 바닥을 다시 깔면,

이제 시체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자, 제일 위험한 자를 끝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죽기 전과 상황이 달라져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나도 아직 일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주변을 살핀 뒤, 버려진 병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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