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제5편 습격 (3)
공주와 대공녀가 타고 있던 마차는 오래 달리지 못했다.
콰앙!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달렸지만, 달리던 땅이 터져나가는 바람에 마차는 땅을 굴렀다.
"꺄아악!"
같이 타고 있던 공주의 하녀는 비명을 지르며 마차와 함께 굴렀다.
마차를 몰던 마부는 쓰러진 말에 깔려 목이 부러졌고, 따라오던 기사들은 쓰러지는 마차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차가 쓰러진 뒤, 마차 안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공주와 대공녀, 발레아까지, 공주의 하녀도 옷과 머리는 엉망이었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공주와 대공녀가 하녀를 붙잡았고, 발레아가 마차 내부를 안정시킨 덕분이었다.
발레아의 능력도 전보다 훨씬 성장했다.
이제는 움직이는 마차 내부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마차가 멈추게 되면 영역을 만들기까지 다시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마차 옆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사들이 적과 싸우고 있었다.
마차가 갑자기 멈춘 덕분에 진영이 무너진 기사들은 눈앞의 적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저들이 평범한 용병은 아니겠죠?"
"왕국과 공국의 왕실 기사를 일대일로 맞상대하는 용병이 있을 리가 없어요."
발레아의 물음에 대공녀가 고개를 저었다.
공국 기사에 대한 자부심이 깃든 말이었지만,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공국 기사가 왕국 기사보다 떨어진다지만, 평범한 기사들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대공녀를 따라온 공국 기사 중 반 정도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귀족이었다.
적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난 것도 문제였지만, 마차가 쓰러진 뒤에 계속 합류하는 적들이 더 문제였다.
검은 갑옷을 입은 자들이 도착하자, 전황이 크게 달라졌다.
"기사입니다. 제대로 훈련받은 귀족 기사들이에요."
하녀를 마차 한쪽에 기대게 한 뒤 돌아온 공주가 새로 나타난 검은 갑옷 용병들을 보고 말했다.
공주의 말에 대공녀가 이어 말했다.
"아까 소리친 것도 그렇고, 얼굴이 기억나는 사람도 있고, 각성한 기사까지. 역시 제국일까요."
대공녀는 자신이 찬 액세서리를 다시 확인했다.
"달아나야 합니다! 저희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마차 옆에 달려온 공국의 선임 기사가 소리쳤지만, 공주와 대공녀는 달아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디로 도망칠까요. 이 길은 대로도 아니잖아요."
공주가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이미 올 사람은 다 와서, 포위망이 완성되어 있었다.
더구나 이곳은 공주뿐만이 아니라 대공녀도 처음 보는 곳이었다.
말들도 다 쓰러졌고, 공주라면 모를까 신체 능력자도 아닌 대공녀는 달아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낯선 길로 온 것도 계획이었던 걸까요?"
대공녀가 중얼거렸지만, 공주는 검을 들어 적을 가리켰다.
"그건 살아난 뒤에 알아봐도 될 거예요. 지금은 우선 적과 싸워야죠."
벌써, 기사들을 베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자들이 있었다.
검게 칠한 갑옷을 입은 자들.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었다.
선임 기사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공주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섰다.
대공녀도 액세서리를 만지며 뭔가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쉽게도 달려오는 적들을 막아설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때, 발레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살려면 어쩔 수 없겠죠?"
그녀는 달려오는 기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이곳에 그녀의 왕국, 그녀의 영역을 만들 수 있었다.
콰과과과.
나무가 움직이고, 땅이 솟구쳤다.
뿌리들이 솟구쳐 달려오는 기사들의 발을 묶었다. 동시에 땅이 꺼져 기사들을 파묻으려 했다.
몸을 날리는 기사 앞에는 땅이 솟구쳐 벽을 만들었고, 바람이 휘몰아쳐 다가오는 기사들을 밀어냈다.
놀란 기사들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고위급 상속능력자다!"
다급한 고함이 여기저기서 들려오자, 급하게 달려들던 기사들은 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대공녀가 놀란 눈으로 발레아를 보았다.
"설마, 호위가 또 있었던 건가요?"
하지만, 공주도 놀란 눈으로 발레아를 보고 있었다.
"아니, 발레아는 호위가 아니라……."
"친구죠."
공주가 결론을 내기 전에 발레아가 선수를 쳤다.
물론, 공주에게 친구라고 말했지만, 지금 발레아가 떠올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
"네. 친구예요."
친구라고 말한 공주였지만, 그녀는 발레아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친구이긴 하지만, 저도 발레아가 이 정도 실력인 건 처음 알았어요."
"뭐, 동료가 잘 싸우면 좋은 거죠."
"대공녀 말씀이 맞아요."
발레아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에도, 기사들이 발레아의 영역을 뚫고 들어오기 위해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뿌리를 끊고, 벽을 부수고, 나무를 베어버렸다.
"얼마 버티지 못할 거예요."
발레아가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본 실력을 드러냈지만, 아쉽게도 시간을 조금 벌 뿐이었다.
그사이에 대공녀의 액세서리들이 빛을 뿌리고, 일행 주변에 방어벽이 만들어졌다.
공주와 선임 기사도 영역을 뚫고 들어온 검은 기사들에게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잠깐 더 버틸 수 있었을 뿐이었다.
선임 기사는 결국 쓰러졌고, 공주도 검을 잃고 뒤로 튕겨 나갔다.
"아니, 공주가 왜 이리 강해? 외가 능력을 얻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선임 기사를 죽이고 공주를 날려버린 기사가 손목을 돌리며 다른 기사에게 말했다.
나무를 베어내던 기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공주가 강하면 얼마나 강할까.
어차피 작전에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제 기사들은 다시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고위 능력자 때문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대단한 능력이기는 했지만, 아직 어린 학생의 능력이었다. 마나가 떨어질 때까지 차분히 정리하면 되었다.
기사 한둘이었으면 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 투입된 기사만 해도 20명이 넘었다.
반 정도는 죽거나 다쳐 전력에서 떨어져 나갔지만, 남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항복하시죠. 계속 덤비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발레아의 영역 밖에서 중년 기사가 대공녀를 보며 말했다.
공주와 대공녀를 지키던 기사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던 용병들과 검은 기사들도 많이 죽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은 검은 기사들이었다.
대공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주는 이제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대단한 능력을 보여준 발레아는 많이 지쳐 보였다.
몸에 걸친 유물들을 움직일 마나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자신의 마나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대공녀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제국의 기사들일 텐데. 그들이 왜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지금 말하는 것을 보면 자신을 죽이려고 온 것도 아니었다.
그럼 납치일 텐데.
대공녀는 이를 악물고, 그에게 말했다.
"그럼 아이샤 공주와 발레아 영애를 놓아주세요."
대공녀가 거래를 제안했지만, 기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현장에 증거를 남겨 둘 수 없습니다."
대공녀는 고개를 숙였다.
역시, 그녀만이 목표였다.
어이없게도 저들은 카를로스 왕국의 공주마저 죽일 생각이었다.
"모두 죄송해요. 저 때문이에요."
자신을 납치하려고 이 일을 벌였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녀는 아직도 왜 자신을 납치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제국으로 유학을 가지 않겠다고 해서인지, 아니면 아버지에게 협박할 생각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녀의 능력을 원하는 건지.
어쨌거나 여기서 항복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대공녀가 죽을 각오를 하는 사이에, 발레아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들이 달려온 길을 바라보았다.
"휴, 결국 시간은 벌었네요."
발레아의 말에 겨우 일어났던 공주도 그녀가 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발레아의 말에서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대공녀도 다른 기사들도 자기도 모르게 같은 방향을 쳐다보았다.
길에 먼지가 가득 일어나고 있었다.
먼지 앞에는 한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다.
사람이 달리는 속도가 아니었다.
그는 마치 말처럼, 아니 말보다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공주도 옷을 보고, 달려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알렉스 공자! 공자님이 왔……. 꺅! 공자님 얼굴이!"
하지만,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시 보니 얼굴만이 아니었다.
그의 몸은 화상으로 엉망이었고, 입고 있던 옷은 불에 타서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얼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뜨려져 있었다.
대공녀도 그의 모습에 놀랐다.
다만, 발레아만이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
"역시 올 줄 알았어요. 알렉스는 아버지하고는 달라요. 내가 위험할 때, 내가 원할 때 알렉스 공자는 이렇게 달려오잖아요?"
대신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검은 기사들도 달려오는 소년을 보며 깜짝 놀랐다.
그쪽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소년은 온몸에 화상이 가득했다. 그렇다는 말은 저 소년이 비드 기사와 싸웠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소년만이 달려온다는 말은 비드가 졌다는 말이었다.
중년의 기사가 소리쳤다.
"적이다! 막아! 어리다고 얕보지 마라!"
소년은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이어서 검은 기사들과 충돌했다.
* * *
헉. 허억. 헉.
숨이 거칠었다.
마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좀 더 멀었으면 도착하기 전에 쓰러졌을 거였다.
다행이었다.
멀리 마차가 보였다.
마차를 둘러싸고 있는 적이 보였다.
발레아가 숨기지 않고 힘을 썼는지 엉망이 된 지형이 보였다.
고통이 정신을 계속 흔들었다.
만약 내가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기사들은 쓰러졌지만, 아직 지켜야 할 사람들은 무사했다.
물론, 죽더라도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살아날 터였다.
설령 다시 살아난다고 한들, 나는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평행 세계라는 이유, 나 자신의 양심, 그리고 살아난 사람을 볼 때 미안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포기하면 안 되겠지만, 그런 이유를 제쳐두고서라도, 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냥 포기하기에는,
'지나간 인생들이 너무 엿 같잖아!'
죽음까지 수많은 삶이 있었다. 그 모든 삶도 내가 겪은 삶이었다.
그 모든 삶을 게임처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금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검게 칠한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가 달려들었다.
빠르게 줄어드는 마나였지만, 나는 목걸이에 마나를 더욱 밀어 넣었다.
세상이 다시 느려졌다.
제대로 배운 검술이 나에게 쏟아졌다.
처음 보는 검술이었으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조금 전까지 나는 훨씬 뛰어난 상대를 겪었었다.
거기다, 그 인간은 불붙은 검을 들고 있었으니, 검술 연습은 이미 충분했다.
손에 든 대검이 상대의 검을 튕겨냈다.
화상으로 검 손잡이에 반쯤 눌어붙은 손에서 피부가 한 겹 떨어져 나갔지만, 상대방은 단검에 찔려 쓰러진 뒤였다.
벗겨진 피부를 뜯어내고, 나는 다음 기사들을 상대했다.
이번에는 둘.
동시에 날아오는 검을 하나는 피하고 하나는 살짝 흘렸다.
옆구리 쪽으로 화상 입은 피부가 잘려 나갔다.
화상이나, 베이는 거나, 데미지는 비슷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았다.
둘 사이에 파고든 나는 대검으로 둘을 베어냈다.
퍼억.
마나도 슬슬 엉망이 되어가는지, 대검에 맞은 기사들은 잘려 나가는 대신에 반쯤 터져나갔다.
잔해가 허공에 뿌려지고, 나는 잔해를 맞으며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에도 계속 검을 휘둘렀다.
기사들이 쓰러지고, 나도 계속 상처를 입고,
쓰러지고, 피가 솟구치고,
그렇게 싸우다 보니, 어느덧 내 앞에는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카앙!
중년의 기사였다.
아쉽게도 그는 내 검을 막을 수 있었다.
아니, 이제 내 검이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하게 된 걸지도.
슬슬, 마나도 바닥을 드러내서, 제정신을 차리기도 쉽지 않았다.
나는 검을 휘둘러 기사를 물리친 뒤에 마차 쪽을 바라보았다.
공주와 대공녀, 그리고 발레아가 나를 보고 있었다.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
내 모습을 보고, 모두 알 수 있었을 거다. 내가 더 살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을.
하지만, 어두워진 여성들을 보니 내 기분은 오히려 괜찮아졌다.
저들의 생각과 다르게 나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저들도 여기서 끝낼 수 없었다.
나는 크게 소리쳤다.
목에도 화상을 입었는지, 말소리가 무척 거칠었다.
"시간이 걸릴 거예요. 먼저 가요!"
"하지만……."
내 말에 공주가 머뭇거렸지만, 대공녀도 발레아도 내 말을 따랐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말을 건넸다.
"자작님! 지금이 기회에요. 공주님과 대공녀님을 데리고 빠져나가세요."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서진 마차 벽에서 자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공주가 탄 마차에 올라탔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여태 마차와 동화된 채로 숨어있었다.
내 감지에도 겨우 잡힌 걸 보니, 꽤 괜찮은 능력 같았다.
물론, 암살자가 아니면 그리 쓸모는 없어 보였지만.
자작도 조금은 창피했던지, 붉어진 얼굴을 숙인 채로 냉큼 걸음을 옮겼다.
그는 공주의 팔을 잡고 빠르게 길을 걸어갔다.
사람들이 점점 멀어졌다.
사람들이 멀어지자, 검은 기사의 검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렇지만, 나를 쓰러뜨리기 전에는 그녀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나는 이길 수도, 이길 생각도 없었다.
단지 눈앞의 기사를 붙잡아 놓을 생각이었다.
점점 검이 느려졌다.
더 이상 시간이 느려지지 않았다.
멀리 뻗어있던 감각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상대방도 알았는지 검이 무척이나 거칠어졌다.
"젠장! 네놈만 아니었으면!"
하지만, 그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나를 쓰러뜨리고 공주들을 따라가기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내가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그를 막아서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무아지경 속에서 검을 휘두르다가, 세상이 어두워진 것을 알게 되었다.
깜깜한 세상.
더는 통증도 느끼지 않았다.
죽은 건가.
<사망하셨습니다. 자동 저장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아, 죽은 게 맞았다.
검을 휘두르다가 죽다니 꽤 멋진 죽음이었다.
시간도 충분히 벌었으니, 공주들도 무사히 피했을 거고.
점점 환해지는 세상을 보며 나는 다가올 고통을 기다렸다.
충분히 만족한 죽음이었지만, 다음번에는 이렇게 마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통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앞에 메시지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이번 생애에서 마지막까지 훌륭한 활약을 하셨습니다. 경험치 대폭 상승. 경험치 누적으로 인해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는 쏟아지는 고통에 몸을 떨면서도, 메시지를 계속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