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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29화 (129/563)

제129화

제4편 습격 (2)

파앗!

검을 힘껏 휘두르자, 일그러진 허공이 같이 갈라졌다.

"이크! 정말 마나만으로 잘려 나가는 거야? 카를로스 기사한테 이런 능력도 있었나?"

남자, 비드는 질겁한 얼굴로 내 검을 피했다.

표정과 말은 내 검에 무척 놀란 것 같았지만, 피하기는 정말 쉽게 피했다.

화르르르!

그가 내 검을 쉽게 피한 것은 그의 실력도 있지만, 검과 팔에 둘린 화염 덕분이었다.

엄청난 열기가 검을 통해 흘러나왔다.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몸 전체가 타오를 것 같은 열기였다.

자신은 괜찮은 건가? 옷도 다 탈것 같은데. 하지만, 옷도 머리카락도 멀쩡한 것을 보니, 저 능력은 주인에게는 영향을 안 끼치는 모양이었다.

'젠장, 완전 사기잖아!'

여태껏 마나라는 놈의 괴상함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사람을 가려서 열기를 전하는 마나라니. 물리 법칙을 제 맘대로 어기고 있었다.

"하하, 이렇게 능력을 쓰면서도 제대로 싸울 수 있다니, 정말 잘 남았어!"

놈은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화염 때문에 제대로 접근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 검은 카트린에게서 받은 능력 덕분에 화염 안쪽까지 검을 늘일 수 있었다.

중간중간 화염이 눈에 안 보이는 검에 갈라진 덕분에 더 잘 피하게 되긴 했지만, 이 능력이 아니었다면 화염을 피하는 데 급급했을 것이다.

캉!

화염에 휩싸인 검에 마나로 만들어진 검이 지워지고, 검에서 쏘아진 화염은 내 검기에 사라졌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상대도 그 시간 속에서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상대와 나는 둘 다 상속능력으로 받은 심법 안에서 싸우고 있었다.

느린 세상 안에서 나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상대의 검에 내 검이 튕겨 나가고, 검술끼리 붙으면 결국, 내가 뒤로 피해야 했다.

'크윽, 검술도 밀리고, 힘도 달리는 건가. 그나마 속도 정도만 비등한가.'

처음부터 각성했던 '육체 최적화'로 아직 다 크지 않은 몸이지만, 기사급 이상의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얼마 전 열린 마나 심법으로 인해 훨씬 더 강한 몸이 되었다.

하지만, 그 능력들을 갖추고도 눈앞의 남자를 넘어설 수 없었다.

나 말고 두 개 이상의 상속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그래서인지, 상대의 능력은 평범한 상속능력자의 수준을 훌쩍 벗어나 있었다.

나처럼 여러 상속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와 나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능력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나이 차이가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 10대 중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상대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나도 죽은 회차들을 다 포함하면 적지 않은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들이 모두 몸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육체적인 스펙도, 마나량도 나이라는 절대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도 남들이 알면 깜짝 놀랄 만한 성장이었고, 나 자신도 만족할 만한 성장이었지만,

내 앞에서 검을 휘두르는 남자에 비하면 부족해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말도 안 되잖아! 의차! 분명 열대여섯 살 정도 되지 않았어? 그런데 이런 실력이라고? 다중 능력자라는 것도 황당한데, 이런 경험은 다 어디서 얻은 거야!"

불꽃이 휘날리는 검을 대검으로 막은 뒤, 단검을 던지고, 피하는 상대에게 발차기를 날리는 나를 보고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육체와 마나는 조금 밀리고, 화염 능력이라는 새로운 능력에 몰리고 있지만, 전투 경험, 싸움의 센스만은 밀리지 않았다.

수많은 죽음으로 쌓아온 경험은 밀리는 스펙 안에서도 상대와 대등하게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게 했다.

점점 싸움이 격렬해졌다.

상대는 신나게 검을 휘둘렀고, 나도 싸움에 몰입해서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을 때,

움찔!

내 감각에 뭔가 다른 것이 끼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한순간에 몰입이 깨져버렸다.

화르르.

동시에 오른쪽 어깨에 불꽃이 스쳐 지나갔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나는 끼어든 감각에 더 정신을 집중했다.

위기.

분명, 이 감각은 경고였다.

이번에도 반사적으로 손가락에 마나가 흘러 들어갔다.

차르르르.

내 주변에 방어막이 펼쳐졌고,

텅, 터엉, 텅.

날아오던 화살들이 방어막에 튕겨 나갔다.

쏟아지던 화살을 막고 다시 방어막은 무너졌다.

싸움이 멈췄다.

신나게 덤벼들었던 비드도 검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왜 끼어드는 거지?"

어느새 용병들이 싸우고 있는 비드와 나를 멀찌감치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손에 쇠뇌를 들고 있었다. 방금 내게 화살을 날린 용병들이었다.

용병들이니, 검과 같이 쇠뇌도 들고 다녔던 건가.

비드의 말에 용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저 용병도 전에 봤었다. 상점가에서 용병들을 이끌었던 자였다.

"죄송합니다만, 조직 밖, 아니 제국 밖에서 다중 능력자가 나왔다면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용병의 말에 비드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끼어들어서 죄송하지만, 일대일로 상대할 상황이 아닙니다. 죽이지 말고, 생포해서 본단으로 압송해야 합니다."

용병의 말이 끝나자, 비드는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하.하. 생포한다고?"

나도 입을 씰룩였다.

큭큭.

같은 웃음이었지만, 내 웃음은 분명 비웃음이었다.

나를 생포한다고?

네놈들이?

저 무지막지한 놈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내가 쉽게 보였나?

그제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서진 마차들 사이에 시체가 보였다.

어딘가 잘려 나가고, 피투성이가 된 시체들.

공국까지 같이 왔던 하녀들도 있었고, 짐을 나르던 고용인들도 있었다.

대공녀와 같이 왔던 사람들도 있었고,

상체만 남은 벤자민 선배도 보였다.

"내가 무슨 바보짓을 했는지 이제야 알겠군."

나를 상대하던 놈이 대결 비슷하게 분위기를 만든 덕분에 주변 상황은 생각도 못 하고, 정상적인 일대일 싸움을 해버렸다.

그만큼 대단한 실력자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싸울 이유가 없었다.

이미 이곳에 남겨진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네놈들이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어."

이번 회차는 이미 망해버린 회차였다.

뒤를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까지 모두 죽여서 입을 막겠다는 거겠지?"

그럼 나도 같이 죽여주지.

정신을 차렸으니, 이제 너희도 값을 치를 때다.

마나를 일으키고, 발을 박찼다.

쾅!

발밑에서 폭음과 함께 먼지가 치솟고, 내 몸은 뒤쪽으로 쏘아졌다.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하나.'

비드라는 남자에게 막혔지만, 네놈들은 막을 수 있는 검이 아니었다.

반으로 갈라진 용병을 뒤에 두고, 다른 용병을 향해 몸을 날렸다.

쏘아져 오는 나를 향해 용병은 쇠뇌를 날렸지만, 쏘는 것을 눈으로 보는데, 피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옆으로 한걸음 건너뛰고, 쇠뇌를 쏜 용병 옆을 스쳐 지나갔다.

옆으로 든 대검도 용병의 목을 스쳐 지나갔고, 머리 하나가 하늘로 솟구쳤다.

'둘.'

"모두 막아!"

그제야 내게 화살을 쏘라고 했던 용병이 고함을 질러댔고, 이어서 내 뒤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다 망했군. 그래도 동료인데, 다 죽게 할 수는 없잖아. 모두 피해!"

서로 다른 지시가 내려왔고, 용병들은 당연하게도 자신들 대장의 말을 따랐다. 무척이나 감사하게도.

다음 용병은 쇠뇌를 들어 올려 내 검을 막았다.

용병답지 않은 훌륭한 순발력이었다.

나는 그 순발력에 감탄하며 쇠뇌와 함께 용병의 몸을 잘라버렸다.

콰직.

'셋'

화살이 날아오고, 어떤 용병들은 검을 꺼내 들었다.

나는 화살을 쳐내고, 검을 부셨다.

"멈춰!"

당연하게도 용병들을 부수는 동안에 비드에게 따라잡혔다.

그는 불이 붙은 검을 휘둘러 나를 막아섰다.

화르르.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화염이 내 앞을 막아서도 화염을 뚫고 앞으로 달려갔다.

옆구리가 불에 구워지고, 얼굴에는 혈선이 그어졌다.

상처가 빠르게 늘어났다.

피가 사방에 뿌려지고,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용병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괴……. 괴물."

마지막으로, 대장으로 보이던 용병의 목에 검을 꽂는 것으로 모든 용병을 죽일 수 있었다.

피투성이에다가 여러 곳에 화상을 입은 몸.

하지만, 나는 용병의 목에서 검을 빼내, 비드라는 남자 앞에 다시 섰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니까. 거죽은 애지만, 속은 전장에서 박박 구른 놈이 들어 있는데, 거기다 시비를 걸었으니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하잖아."

고의로 일대일 승부로 만들었던 건가?

보기보다는 머리가 좋은 모양이었다. 아니, 싸우는 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가는 걸지도.

"이렇게 되면 좀 전보다는 싸우기 편해지겠지만, 젠장! 아직도 생포하기는 힘들어 보이잖아."

뭐야. 너도 생포할 생각이었냐?

피식 웃고, 검을 들어 올렸다.

튼튼하기만 한 대검이었지만, 이런 난전에는 큰 도움이 되는 무기였다.

단검도, 반지도 도움이 되었고.

확실히 몸 상태를 보면 이제 상대를 이기기는 힘들어 보였지만, 아직 나에게는 무기가 하나 남아 있었다.

뒤가 없어진 지금. 충분히 쓸 수 있는 무기였다.

나는 마나를 움직였다.

몸은 엉망이었지만, 아직 마나는 잘 움직였다.

나는 몸에 만들어진 경로로 움직이던 마나를 가슴으로 몰아갔다.

목에 걸린 목걸이가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나가 스며들자 목걸이는 점점 따뜻해졌다.

목걸이 안으로 들어갔던 마나가 다시 밖으로 흘러나왔다. 몇 배나 강해지고 거칠어진 마나였다.

증폭된 마나는 다시 내 몸속에 만들어진 경로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웅.

몸이 뜨거워졌다. 몇 배나 강해진 마나가 움직인 덕분에 몸이 터질 것 같았지만, 새로 얻은 보석함 덕분에 충분히 조절할 수 있었다.

세상이 다시 느려졌다.

마나 제어가 쉽지 않아서인지, 느려진 세상이 꽤 일그러져 보였다.

그리고, 내 몸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니, 무슨, 마나 감응력도 가지고 있다고? 아니 그것보다 여기서 더 강해지다니, 그건 분명……."

그는 황당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맙소사, 넌 대체 누구……!"

그의 말을 다 들을 이유가 없었다.

목걸이를 쓰기 시작한 이상, 시간이 많지 않았다.

느린 세상 속에서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불길이 다시 나에게 쏟아졌다.

나는 대검 대신 단검을 휘둘렀다.

서걱.

단검을 휘두르자, 불길이 잘려 나갔다.

잘려 나간 불길 사이로, 놀란 상대의 얼굴이 보였다.

다시 한 걸음.

이번에는 대검을 휘둘렀다.

캉!

어느새 검을 회수했는지, 상대의 검이 대검을 막아섰다.

열기가 확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집중, 더 집중.

세상이 더 느려졌다. 열기와 함께 일그러지는 세상.

나는 막아선 검 아래로 단검을 밀어 넣었다.

푹.

단검에서 솟아난 검기가 몸에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대가 몸을 떨었다.

나는 대검을 힘껏 밀었다.

대검을 타고 열기가 손을 익혔지만, 상관없었다.

터엉!

이번에는 힘에서 이겼다.

불타는 검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상대의 몸이 활짝 열렸다.

나는 대검을 놓고, 다시 앞으로 한 걸음 걸었다.

박힌 단검을 힘껏 밀어 넣으며, 눈앞에 다가온 상대의 얼굴을 대검을 놓은 손으로 힘껏 후려갈겼다.

피가 튀고, 상대가 뒤로 넘어갔다.

상대는 잠깐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쓰러지는 상대를 향해 주먹을 계속 휘둘렀다.

쾅! 쾅! 쾅!

몇 번을 내려쳤는지,

주먹을 멈추니, 상대는 기절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나는 바닥에 떨군 대검을 가져다가, 그의 목을 잘라버렸다.

아직도 놀란 그대로의 얼굴이 바닥을 굴렀다.

싸움이 끝났다.

숨이 거칠었다.

몸 전체가 아픈 것을 보니, 몸 전체가 열기에 구워진 듯했다.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 있었다.

증폭된 마나가 아직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멀리 앞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맞을지 모르겠다.

이미 늦었을 수도,

도착할 때까지 내 몸이 버틸지도 모르겠다.

그냥 여기서 다음 회차를 시작하는 게 좋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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