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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19화 (119/563)

제119화

제19편 기말 시험

목걸이 테스트 다음 날, 나는 마나가 바닥까지 떨어져서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전처럼 기절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마나가 바닥까지 빨려 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목걸이는 마지막에 쓰는 일종의 필살기 같은 물건이 되어 버렸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나는 다음 날부터 목걸이와 반지를 차고 다녔다.

생각지도 못한 습격 때문에 평상시에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발레아나 몇몇 학생들은 내가 차고 다니는 목걸이와 반지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나는 대충 선물 받은 물건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게 정신없던 시간이 지나니, 어느덧 시험이 다가왔다.

1학년 첫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험이었다.

일종의 기말고사라고 할까.

역사나, 상속 능력 개론 같은 교양 과목 시험은 생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객관식은 만점을 받았지만, 주관식 서술 문제에서 점수를 까먹었다.

뭔가, 편견 때문에 점수가 깎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객관식 덕분에 상위권에 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사 학부 시험이 있었다.

"저만 교수님과 대련하는 것은 차별 아닌가요."

실기 시험 시간.

나는 카트린을 앞에 두고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학생들은 학생들끼리 대련을 하는 것을 보고 성적을 주었었다.

나만 열외당하고, 지금 기사 학부 1학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카트린과 대련을 하게 된 것이다.

"별수 없잖아. 너하고 대련을 하면 제대로 된 성적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제대로 싸우면 확인도 하기 전에 끝나고, 네가 봐주면 그게 제대로 된 대련도 아니게 돼 버리잖아."

그녀는 검을 들어 멀리 떨어져서 구경하는 학생들을 가리켰다.

"더구나 오늘은 너하고 대련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없어."

슬쩍 학생들을 둘러보니, 브리아도, 공주도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하기야, 그동안의 실력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대련이니, 그녀들도 평상시처럼 나와 대련하기는 어려울 듯했다.

"나도 알렉스, 네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고."

카트린이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솔직히 마지막 말이 그녀가 나를 따로 불러낸 가장 중요한 이유처럼 보였다.

"자, 그럼 반년 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볼까?"

카트린이 나를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나도 검을 들었다. 내 전용 무기인 단검이나 대검이 아니라, 평범한 군용 검이었다.

실력을 확인하는 대련이었으니, 유물을 쓸 수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반지도, 목걸이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카트린은 자신의 무기를 전부 들고 있었다.

항상 사용하는 전용 검과 무덤에서 찾은 방패까지.

자신은 시험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부 가져온 것이다.

학생들도 멀리 떨어뜨려 놓은 것을 보니, 이번에는 제대로 싸울 생각인 것 같았다.

"교수인 내가 먼저 공격하기는 그러니까. 자, 덤벼."

카트린의 말에 나는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녀와 가까워지는 동안 잠자고 있던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마나는 배와 가슴, 목과 머리를 지나, 몸 전체를 순환하기 시작했다.

마나는 영지에서 기사들에게 배웠던 마나 심법의 길과 전혀 다른 길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사들이 알려준 마나 심법은 그레시아 공작가의 마나 심법을 기사들이 운용할 수 있게 변형한 것이었다.

그 마나 심법과 길이 달라졌다는 것은 내가 운용하고 있는 마나 심법이 공작가의 마나 심법과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알지 못하는 새로운 마나 심법.

이것도 시간을 들여 알아봐야 할 일이었다.

마나가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마나에 집중하자, 세상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느려지는 세상에서 나는 카트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캉!

카트린이 방패를 들어 검을 막았다.

나는 검을 쥔 손에 힘을 빼고, 다시 한 걸음 더 안으로 파고들었다.

끼이이익.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검이 방패를 타고 아래로 움직였다. 크지 않은 방패 아래로 검이 빠져나왔다.

카트린의 놀란 눈이 언뜻 시선에 들어왔다.

나는 몸을 낮추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앗."

카트린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나는 검을 휘두른 채로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무 얕보셨어요."

내 말에 카트린이 얼굴을 붉혔다.

"방심이야. 방심."

솔직히 방심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카트린도 무기와 방패에 마나를 부여하지 않으면 나를 상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흠, 마나를 부여해도 상대할 만한 것 같기도 하고…….

"좋아. 이번에는 내가 간다!"

카트린의 방패와 검에 마나가 잔뜩 밀려 들어갔다.

검과 방패가 일렁거리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발을 박찼고, 한걸음에 내 앞에 도착해 검을 휘둘렀다.

나는 검이 지나가는 공간 이상으로 멀찍이 몸을 피했다.

이어서 날카로운 옆면으로 찔러 오는 방패도 몸을 숙여 피해 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몸을 사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무기의 길이를 늘려 버리는 카트린의 능력을 피하고자 더 몸을 움직인 것이다.

그 뒤에도 그녀의 공격을 계속 피했다.

그사이에 검을 찔러 넣기도 하고.

한참 싸우는 도중에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싸움이 너무 여유로웠다.

자신의 무기를 쓰지도 않고, 마나에 집중해서 시간이 느려지게 하지도 않았는데, 카트린과의 대련이 어렵지 않았다.

속도도 밀리지 않고, 힘은 내가 더 강한 것 같았다. 대련이 오래가지 않겠지만, 체력도 내가 더 좋을 게 분명했다.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육체가 강해진 것도 있겠지만, 힘과 속도, 체력이 이렇게 좋아진 것은 그동안의 훈련과 실전 덕분에 '육체 최적화' 레벨이 올라간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이렇게 대련이 편해질 리가 없었다.

시간이 느려지지 않아도 마나를 움직이는 감각이 달라져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전과 달랐고, 카트린이 마나를 움직이는 것도 더 쉽게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의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고, 내 몸이 그 움직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면, 그 싸움은 더는 어려운 싸움이 아니었다.

이 대련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서로 합을 맞춘 듯한 화려한 대련이지만, 당사자인 카트린은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설마 봐주는 것은 아니겠지?"

검과 방패를 맞대게 되자, 카트린이 나에게 물었다.

"에이, 설마요. 열심히 하는 것 안 보이세요?"

나도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땀도 뻘뻘 흘리고.

하지만, 카트린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 봐주고 있는 느낌이 들지?"

그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봐주고 있었으니.

땀을 흘리는 것도 마나를 덜 쓰고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서로 죽여야 하는 실전이었으면 지금과 달랐겠지만, 대련이라면 충분히 봐주며 상대할 수 있게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몇 번 더 검을 섞다가 카트린이 검을 거뒀다.

"그만하자.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어서 대련이 재미가 없네."

아니, 재미라니.

"시험을 보고 있는 중 아니었습니까?"

내가 뭐라 하자, 그녀는 대충 손을 흔들었다.

"아, 그랬나? 뭐 어차피 기사 학부 성적은 전부 A니까 별 상관 없어."

이미 성적을 뭘 줄지 결정해 놓고 대련을 한 것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봐주는 느낌이 들게 한 것 때문에 조금 미안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싹 사라졌다.

카트린 교수의 말을 듣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와 대련을 피한 것도 내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고, 방금 대련도 그들에게는 카트린 교수와 막상막하로 싸운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웬만한 기사보다 훨씬 강하다는 이야기였고, 3학년 톱인 하비에르와 누가 더 강한지 내기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기사 학부 성적이 발표되고, 나는 1학년 전체에서 10등을 살짝 벗어나는 등수로 1학기를 마치게 되었다.

성적 발표 다음 날.

아카데미 학생 모두 입학식이 있었던 강당에 모였다.

나도 다른 학생들과 같이 강당으로 가서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언제 왔는지, 내 옆자리에 발레아가 앉았다.

"기사 학부 수석 알렉스 님!"

그녀는 만나자마자 나를 놀렸다.

"하아. 기사학부 수석은 이케르 공자입니다만."

물론, 그녀도 알고 한 말이었다.

대련과 실습에서 내가 최고점을 받기는 했지만, 공통 교양 덕분에 이케르에게 밀리고 말았다.

그래도 기사 학부에서 두 번째로 잘한 성적이었지만, 가산점이 있는 상속 능력 학부 학생들이 우르르 상위권을 차지하는 바람에 나는 전체 성적으로는 10위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멋진 우리 마누엘 형님은 1학년 전체에서 2위를 차지하셨고, 교양 성적이 좋았던 공주님은 내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으셨다.

"발레아 양도 저보다 성적이 좋은 것 같던데요."

상속 능력 학부인 발레아도 10위 안에 들었다.

실력도 대충 감추고 있는데 10위 안에 들다니, 아무래도 그녀는 머리까지 좋은 모양이었다.

"좋은 친구와 선배님들을 둔 덕분이에요. 몇 기수 위부터 내려오는 예상 문제, 정답지가 있더라고요. 도움이 많이 되었답니다."

맙소사. 설마 여기도 족보가 있었나?

"공자님도 보여 드릴까 했는데, 저보다 잘하실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어요."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꽤 얄미웠다.

"제 생각대로 필기는 만점이시던데 왜 서술 점수는 그럴까요? 다음 시험에는 보여 드릴게요."

나는 그녀의 제의에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이었으면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그녀에게 매달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애매한 줄이지만, 공주라는 줄도 잡았고, 돈도 충분해서 장학금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공작가에서 보내주고 있는 생활비도 따로 쌓아 두고 있었다.

그냥 거절하기에는 아까운 돈이었기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가지고 있을 생각이었다.

지금 성적이면, '서자'치고는 괜찮은 학생 정도라, 돈 문제가 아니라면 더 성적을 올릴 이유가 없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외부의 시선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테고, 아카데미 학생들에게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바로 내가 원했던 성적이었다.

"그보다, 발레아 양은 어디로 갈 생각인가요? 영지와 가까운 곳인가요?"

나는 말을 돌리기 위해, 오늘 모이는 이유인 '파견 수업' 때 그녀가 어디로 갈지 물어보았다.

"설마요. 괜히 영지 가까이 갔다가 새로운 영주 대리님이 아시기라도 하면 큰일이에요. 영지의 후계에 위험이 된다고 병사들을 왕창 보내서 죽이려 하실지도 모른다니까요."

언제나처럼 그녀의 적나라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가는 그녀의 교우 관계가 박살이 날 만한 말이었지만, 그녀도 나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발레아는 나에게만 본성격대로 말을 했고,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녀의 말을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야 공자님이 정한 조에 들어갈 건데요. '실전 수업' 때도 같은 조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기사 학부밖에 안 된다고 해서 정말 아쉬웠어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무섭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하도 들었더니, 이제는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공자님은 어디로 가실 건가요? 마누엘 공자님은 공작 영지로 가신다던데."

그녀가 말을 하자마자, 앞쪽에서 순서를 진행하던 교수가 학생들을 불러냈다.

"조장들은 모두 앞으로 나오기를 바랍니다."

교수의 말에 몇 명의 학생들이 강대 앞으로 나갔다.

대부분 3학년들이었지만, 어린 학생이 한 명 껴 있었다.

"역시, 공주님도 조장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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