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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18화 (118/563)

제118화

제18편 두 번째 암살자

100골드도 아니고, 600골드를 손해 보라고? 미치지 않았으면 그 금액에 팔 리가 없었다.

거기다, 이제는 괘씸해서 팔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안 팝니다."

나는 손을 저으며 그의 옆을 빠져나갔다.

신체 능력자도 아니니, 나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감히! 내 말을 거절하면 어떻게 될 줄 알……."

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르는 척 저택을 빠져나왔다.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다들 돌아가서, 저택 앞에 남은 마차는 몇 없었다.

나는 내가 타고 온 마차로 가서 마부에게 말했다.

"여태 기다려주셨는데 죄송합니다. 혼자 가셔도 됩니다. 저는 주변 좀 구경하고 가겠습니다."

"저야 돈만 받으면 되니까 상관없는데. 괜찮겠습니까? 고급 주택가이긴 한데, 빈집이 많아서 치안이 애매한 곳입니다."

"괜찮습니다.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으니까요."

내 말에 마부는 마차를 끌고 먼저 떠나갔다.

경고에다가 협박까지 들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마차를 타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괜한 미행이라도 당하게 되어 아카데미 학생이란 것이 알려지면 곤란했다.

제2 왕자가 원하던 유물 반지만 빼앗지 않았어도 아무 상관이 없었을 테지만, 자작 놈이 날강도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다 망해버렸다.

물론, 그전에 내가 너무 크게 경매금액을 지른 게 문제였지만, 그 기억은 이미 지운지 오래였다.

어차피 전에 만났던 건달 같은 놈들이 나타날 게 뻔했으니, 잠시 투덕거리고 떠나면 그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가롭게 주택가를 걸어갔다.

높고 긴 담이 길게 이어진 골목이 계속 이어졌다.

창살을 둘러친 저택도 있었고, 돌벽을 쌓아 안이 안 보이게 한 저택도 있었다.

'조금 전까지 이런 저택을 살 수 있었단 말이지…….'

아직 반이나 남았기에 지금도 잘 고르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유지는커녕, 보수를 할 돈도 남아 있지 않을 터였다.

'너무 과하게 조심했나?'

한참을 걷고 있어도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시비를 거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이제 몇 블록만 지나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중심가였다.

이렇게 되면, 괜히 힘들게 걸어올 필요가 없었다.

뭐, 습격을 안 당하는 편이 좋은 거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마음을 놓는 순간이었다.

화악!

기척도 없이, 준비도 없이, 한순간에 목 뒤의 솜털이 가득 일어났다.

동시에 머릿속에 경고음이 가득 들어왔다.

비명 같은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감각에 뭔가 걸린 것이다. 살기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어느 방향인지, 거리는 얼마나 떨어졌는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위험하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니,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죽는 건가? 이렇게 기척도 없이?

위기감을 느낀 단 한 순간,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팟!

그 순간, 내 눈앞에 검은 화살이 나타났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부터 날아왔는지 알지 못하는 화살이었다.

그와 동시에,

쨍그랑!

세상이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내 눈앞에서 세상이, 거리가 깨져나갔다.

'아, 화살이 튕겨 나갔다……?'

머리 위로 검은 화살이 튀어 오르는 게 보였다.

동시에, 한순간 머릿속에 가득했던 경고가 사라졌다.

마치 머릿속에서 번갯불이 내리쳤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위기감이 사라지니 그제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세상이 깨진 게 아니었다. 방어막이 깨져나간 것이었다.

내 주위를 둘러싼 방어막이 저 검은 화살을 막아 낸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내가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은 모양이었다.

아니, 위기감에 마나를 끌어올렸더니, 반지가 알아서 흡수한 거였나?

아무튼, 반지의 방어막이 나를 지켜낸 것이다.

당연히 반지는 다시 잠들어 버렸고, 나는 위로 뛰어올라 검은 화살을 낚아챘다.

"이것도 유물인가?"

화살에서 묘한 기운이 흘렀지만, 지금은 화살을 살펴볼 때가 아니었다.

화살을 쏜 사람은 아직도 내 감각에 걸리지 않았지만, 조금 전과 달리, 지금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알고 있었다.

나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화살은 주머니에 넣고, 대신 단검을 꺼냈다.

그동안 너무 만만한 놈들만 상대해서 긴장이 풀렸는지도 몰랐다.

상대를 너무 쉽게 보았을 수도 있고.

하지만, 이런 공격이 오게 될지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느낄 수도 없는 저격병이자 암살자라니.

제2 왕자가 방어 유물에 관심을 두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으로 달려가며 마나를 가득 끌어올렸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그리고 그 마나를 주변에 풀어버렸다.

단검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내 몸속에서 남은 마나가 일정한 형태로 순환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 능력을 모두 쏟아냈다.

방금 죽을 뻔했다. 아니 반지가 아니었으면 백 퍼센트 죽었다.

다른 사람과 달리 죽음이 끝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도 죽음은 큰 고통이었다.

느려진 세상에서 열 걸음, 한 50m 정도 달려갔을 때였다.

가득 풀어놓은 마나에 무언가 걸려들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았지만, 나는 내 마나를 믿었다.

정면에 보이는 담벼락.

그곳에서 검은 인영이 튀어나왔다.

분명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도 눈으로는 상대가 흐릿하게 보였다.

'설마 은신 쪽 상속능력?'

상속능력이라면 내가 못 알아차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적을 인지하고 있었다. 한번 알아챈 이상 놓칠 리가 없었다.

검은 인영은 실제로 검은 옷과 검은 복면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암살자와 비슷한 복장이었다.

'같은 소속이려나?'

영지의 암살자도 공작이 죽여 버렸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 암살자에게서도 뭔가 듣기는 어려워 보였다.

복면 아래에서도 굳게 닫힌 입이 보였다.

다행히 복면인 자체의 실력은 대단하지 않았다.

웬만한 용병 이상의 실력은 갖추고 있었지만, 그런 실력으로 나와 싸우기는 힘들었다.

그는 나에게 일격을 가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먼저 움직인 내 검에 팔이 잘려 나갔다.

그는 팔이 잘린 상황에서도 뭔가 해보려고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그의 왼쪽 가슴에 검을 박아넣었다.

느려졌던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나도 갈무리하고, 숨을 가다듬었다.

긴장한 것보다는 쉽게 싸움이 끝났다.

나는 죽은 암살자의 품에서 석궁 하나를 찾아냈다.

석궁도 유물인 것 같았고, 내가 잡은 화살과 한 세트로 보였다.

아쉽게도 석궁은 망가져 있었다.

암살자가 망가뜨렸는지, 일회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다시 쓰기는 어려워 보였다.

역시, 암살자의 상속능력은 '은신'밖에 없었다.

은신 능력으로 몸을 숨기고, 이 유물 석궁으로 나를 저격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매번 만나게 된 암살자들은 전부 상속능력자였다.

어렸을 때 만났던 암살자는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기사 계열의 상속능력자가 분명했다.

"신기하네. 귀족이 될 수 있는 상속능력자들을 암살자로 부릴 수 있다니."

귀족들과 연관이 되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살자들의 두목은 어딘가에 대단한 분일 게 확실했다.

나는 망가진 석궁을 주머니 속에 넣고, 암살자 시체를 들고 담을 넘었다.

예상대로 빈집이었다.

나는 담벼락 아래를 파내고, 그곳에 암살자 시체와 잘린 팔을 묻었다.

시체가 발견되어 소란스러워지게 할 수는 없었다.

시체도 조용히 사라지고, 나도 조용히 사라지면 그만이었다.

"한동안 경매 쪽은 얼씬도 하지 말아야지."

거기다, 암살자를 보낸 인간에게 제대로 복수도 해야 했지만, 그것도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제2 왕자가 뒤에 있으니, 괜히 더 건드렸다가 일만 키우게 될 것 같았다.

물론, 지금까지 엄청나게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잘 마무리했으니 별일 없겠지."

나는 최대한 빨리 고급 주택지를 빠져나왔다.

중심가에 도착하기 전에 가면을 벗고, 사람들 속에 파묻혀 최대한 동선을 꼬았다.

옷도 바꿔입고, 성문도 나갔다 들어오고, 이리저리 변장도 해보고, 과하게 조심하는 것 같았지만, 이번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저녁때까지 돌아다닌 뒤,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덕분에 휴일 하루를 모두 날려버렸지만, 내 앞에 놓인 유물들 덕분에 그리 아깝지는 않았다.

어두운 밤.

기숙사 내 방 책상 위에 경매 물품을 늘어놓았다.

우선 내 생명을 구해준 반지.

나간 돈을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쓰리긴 했지만, 그래도 돈 값어치는 충분했다.

아니, 오늘 일을 생각하면 값어치 이상이었다.

경매장에서는 왕족이나 대귀족들만이 암살에 대비해야 할 거로 생각했지만, 오늘 일을 겪고 보니까, 정작 내가 제일 필요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수시로 암살을 겪어왔었고, 내 능력 때문인지, 죽기도 여러 번 죽었었다.

더구나, 남들보다 뛰어난 내 감각 덕분에 이 반지는 하루에 한 번은 일종의 자동 방어 시스템이 되어주었다.

내 감각이 위기를 감지하고, 마나를 끌어올리면 반지가 방어막을 펼쳐주고.

나 개인만 생각하자면, 전생에 보았던 패트리엇 미사일보다 더 성능이 좋아 보였다.

나는 다시 손가락에 반지를 꼈다.

그리고, 다음 물건을 손에 들었다.

보석함처럼 생긴 목걸이.

목걸이 줄이 없으니 목걸이처럼 보이는 보석함일 수도 있었다.

나는 보석함의 뚜껑을 열었다.

경매장에서 보았던 대로, 보석함 안쪽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목걸이가 쏙 들어갈 것 같았다.

나는 목걸이를 꺼내, 보석함에 넣어보았다.

딸깍.

확실히 딱 들어맞았다.

목걸이 줄도, 보석함 바깥으로 뺄 수 있었다.

보석함 뚜껑을 닫아보았다.

목걸이의 크기가 전보다 커졌고, 형태도 달라졌지만, 충분히 목에 걸 수 있었다.

"이거라면 피아르도 미리사도 알아볼 수 없을 테지."

목걸이 모양이 완전히 달라졌다. 목걸이 줄은 다르지 않지만, 평범한 줄이었으니, 두 사람이 알아볼 리가 없었다.

"들킬 걱정도 없으니, 가지고 다니는 것은 문제가 없고, 이제 테스트만 남았나?"

나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심호흡을 했다.

경매장 주인에게 사용 방법을 들었었다.

이 보석함에 유물을 넣고, 마나를 보석함을 감싸듯이 부어주면 여러 설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유물과 보석함 바깥과 마나 유동을 끊어버린다던가, 강약을 조절한다던가,

아니면 마나가 움직이는 방향을 특정 방향으로 고정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알려준 대로 조심스럽게 마나를 움직였다.

잘못하다가는 전에 밤새 느꼈던 고통을 다시 느껴야 했다

충분히 잘될 것으로 믿지만,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다행히 마나를 움직이자, 어떻게 하면 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흐르는 마나의 양을 낮추고, 목걸이를 차고 있는 내 쪽으로만 마나가 흐르도록 조절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손을 대도, 안전했고, 폭주할 위험도 없을 터였다.

그렇게 조정을 끝내고,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나는 작게 소리친 뒤에 목걸이로 마나를 밀어 넣었다.

목걸이가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성공했다. 저번처럼 손으로 대지 않아도 목걸이가 반응했다.

그리고, 목걸이에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몸이 떨려오고, 목걸이로 마나가 빨려들었다. 그리고, 다시 몸으로 마나가 밀려들었다.

마나가 순환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내 간절한 기도가 통했던 모양이었다.

그 뒤에도 마나는 폭주하지 않았다.

몇 배로 강해진 마나가 요동치며 내 몸을 흐를 뿐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위험을 각오할 만했다.

나는 하루 만에 두 가지의 새로운 무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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