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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05화 (105/563)

제105화

제5편 나 홀로 유적 탐사 (1)

결국, 이 시간대로 돌아오고 말았다.

죽기 전에 계속 돌아갈까 고민하던 그 시간대였다.

포기하지 말고 우선 최선을 다해보자고 했지만, 최선을 다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동굴 안에서는 내가 데리고 돌아온 기사들과 카트린, 학생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어제 내가 카트린과 학생들을 구해 이 동굴에 데려오고, 조금 전에 봉인지 숲을 수색하던 기사들을 데려왔었다.

그 뒤에 '저장 시점'이 설정되었고, 나는 바로 이 시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상속능력을 떠올려 보았다. 예상대로 눈앞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왔으니 당연했다. 유적에서 얻은 것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나는 가슴을 쓰다듬었다. 품에 넣어둔 주머니가 느껴졌다.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유적에 에고는 아직 남아 있었고, 지도는 내 품에 있었다.

이 시간대로 와버렸으니, 고민했던 계획대로 움직여야 했다.

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기사들과 카트린에게 다가갔다.

"뭐? 또 나간다고?"

내 말에 카트린이 걱정스럽게 반문했다.

"네, 실종된 기사분들도 있고, 라이드도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 기사분들은 신호탄에도 연락이 없었다며……."

기사들에게 미안했는지, 카트린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작게 이야기했지만, 미로 기사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네, 저희도 더 기다리지 못하고 이곳으로 왔으니까요."

"더군다나 곧 어두워질 거야."

카트린 말대로 해가 나무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어차피 바로 돌아올 생각은 아니었어요. 밤에 돌아오는 식으로 찾아서는 먼 곳까지 찾기는 어렵더라고요. 며칠 정도는 돌아다녀 봐야 할 것 같아요."

내 대답에 카트린이 나를 끌고 구석으로 갔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이야. 너무 위험해. 오늘도 혼자 기사분들 찾으러 간 뒤에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데."

"잘 다녀왔잖아요. 전부 모셔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같이 왔고요."

"그건 정말 잘했고, 고마웠어. 하지만……."

"하지만, 찾고 싶으시잖아요. 지켜야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못 움직이시는 거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그래서 제가 찾아볼게요."

약점을 잡아 찔러버리니 카트린이 나를 째려봤다.

"이 꼬맹이가. 아직 다 크지도 못했으면서."

나도 그게 불만이었다. 아직 10대 중반이기는 했지만, 카트린보다 키가 작다니.

다른 가족들은 전부 키가 큰 편이니, 늦게라도 클 것이라고 믿을 뿐이었다.

"거기다, 너답지도 않고, 네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성격은 아니잖아."

확실히, 카트린 말대로였다. 지금도 당연히 그런 이유가 아니었고.

"카트린에게 배워서 변했을 지도요. 아니면 공주에게 물들었을지도……."

내 말에 카트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그런가……. 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정말 그렇기는.

전부 거짓말이었다.

나는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공주와 카트린 때문에 조금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내가 우선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사람을 구하고자 움직일 리가 없었다. 더구나 라이드는 죽었고, 다른 기사들도 살아있기 어려웠다.

지금 나가려는 것은 내 이익을 위해서일 뿐이었다.

"충분히 자신 있어서 말하는 겁니다. 며칠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이곳은 기사님들과 카트린이 있으니까 믿겠습니다."

카트린과 기사들을 구해왔으니, 자신감 있게 말하는 내 실력을 의심하기는 어려웠다.

거기다, 사람을 구한다는 이유가 있으니, 카트린은 거절하기 어려웠다.

내가 카트린의 학생이 아니었으면 더 빨리 허락했을 것이다.

"……그럼, 조심하고. 빨리 돌아와."

"네. 카트린도 조심하고요. 마물들이 여기도 들이닥칠지 모르니, 불침번과 경계를 확실히 하시고요."

"그런 건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너나 무사히 돌아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카트린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사들에게 말했고, 기사들은 실종된 다른 기사들을 찾아보겠다는 이야기에 걱정하면서도 무척 고마워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떠나는 나를 보고, 애매한 인사를 했다.

"조심해서 잘 다녀와."

아직 마물과 봉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학생들이었다. 내가 그런 봉인지를 홀로 돌아다닌다고 하자, 감탄과 시샘, 자격지심과 부러움, 같은 온갖 감정이 섞인 듯했다.

"나는 그냥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라이드를 찾겠다니, 만류할 수도 없고, 정말 조심해야 해요. 위험하면 바로 돌아오고요."

다행히 브리아는 걱정이 가득한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나누어주는 식량을 거절하고 바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지도에 그려진 유적. 내가 죽었던 그곳이었다.

죽기 전의 유적으로 가는 동안 나는 지도에 그려진 지형과 탐사대가 가는 길을 계속 비교했었다.

그리고, 새로 공간이동을 한 곳이 '현장 학습' 때와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 학장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나는 이곳 현장 학습으로 공간이동 된 곳에서 유적까지의 경로를 지도에 그릴 수 있었다.

"결국, 50년 전에 왔던 차이프리 백작 기사단도 길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거네."

나는 나무 위에서 붉은 꽁지깃 도마뱀 마물 둥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밤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벌써 마물들의 뱃속에 들어간 건지, 죽은 라이드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라이드 시체가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라이드를 찾으러 온 것도 아니었고, 라이드의 시체에서 찾아야 할 것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었다.

라이드가 죽은 둥지에 다시 온 것은 단지 경로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차이프리 백작의 기사 시체가 발견된 곳과 이곳 둥지, 그리고 유적까지 거의 직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덕분에 길을 찾기도 쉬웠고, 한번 지나간 길이라 이곳까지 오기도 어렵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이 둥지부터 유적까지는 처음 가보는 곳들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자신은 있었지만, 봉인지라는 곳이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나는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뒤에, 높은 나무에 올라가 가지에 대충 잠자리를 만든 뒤, 선잠을 자며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뜬 뒤에 나는 처음 가보는 봉인지로 발을 옮겼다.

* * *

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처음 이동 때 유적에 도착하지 못했다.

지도로 봐서는 이틀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였고, 그렇기에 자신만만하게 혼자 떠났었다.

라이드가 죽었던 둥지까지는 쉽게 갈 수 있었고, 밤이어도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둥지를 넘어 처음 가보는 봉인지의 지역들을 지나가는 것은 어려운 정도가 아니었다.

밤에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내 자만심이었고, 나무 위로 움직이면 마물들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도 다른 지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밤눈이 밝은 마물들에게 쫓겨 한숨도 못 자고 미친 듯이 도망치기도 했고, 나무를 타는 원숭이 마물들에게 두들겨 맞아 나무 아래로 쫓겨나기도 했다.

그렇게 엉망이 되면서 유적 가까이 가기는 했지만, 이미 나는 온몸에 상처를 입어 더는 움직이기 힘들었다.

나는 멀리 넝쿨에 덮인 유적을 보며 이를 갈았다.

"이건 너무 힘들잖아! 한 번만 더해보고, 안되면 포기다!"

차라리 '실전 수업'때 제대로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런 결심을 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눈을 감자, 나를 포위하고 있던 마물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눈을 뜨자 전과 똑같이 카트린과 기사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아낸 뒤에, 카트린에게 다가갔다.

나는 카트린에게 똑같이 말하고, 다시 출발했다.

전과 같이 나무를 타고 이동해서 둥지에 도착한 뒤에 이번에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밤에는 최대한 안전한 곳에서 쉬었고, 틈만 나면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마나의 흐름을 확인했다.

다행히 두 번째는 죽지 않고 유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겠지."

몸은 온통 거지꼴이 되었고,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쏙 빠졌지만, 그것보다 유적을 탐사하고 돌아갈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그것보다 우선, 저 둥지를 지나가야 탐사를 하든지 말든지 하겠지?"

어두운 밤.

넝쿨이 덮인 유적 위로 마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라이드를 죽였던 마물들과 비슷한 파란 꽁지깃 도마뱀 마물들이었다.

죽기 전에도 보았지만, 이 유적도 마물들의 둥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왕실 기사단과 같이 왔을 때는 그냥 힘으로 밀어버렸었지만, 혼자인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마물들을 모두 정리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유적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했다.

분명, 유적 안에서 해골을 보았었다.

"그때라고 둥지가 없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 둥지를 뚫고 유적에 들어갔다면 나도 충분히 가능했다.

유적에 들어간 용병이나 모험가는 자신들의 방법이 있었겠지만, 나도 쓸만한 상속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품에 넣어둔 주머니를 확인하고, 등에 멘 대검 끈을 꽉 묶었다.

지금은 대검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나는 단검을 손에 쉬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휴우우우우.

호흡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동시에 마나를 깊게 가라앉혔다.

그리고, 최대한 작은 마나를 써서 주변에 방음벽을 쳤다.

다행히 구름이 별빛을 가려주었고, 소리는 지금 방음벽을 쳐서 들리지 않게 했다.

마나는 최대한 가라앉혔고, 이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천천히, 천천히.

유적을 향해 걸어갔다.

바람의 방향을 확인해서 내 몸에 나는 냄새가 흘러가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며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유적의 가장자리에 도착했을 때도 마물들에게 들키지 않았다.

외각에 누워 잠들어 있는 마물들 사이를 지나갈 때도 들키지 않았고, 잠꼬대하는 듯한 마물 옆을 지날 때도 무사했다.

하지만, 유적 입구까지 들키지 않고 갈 수는 없었다.

크릉.

유적 입구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두목으로 보이는 제일 큰 마물이 머리를 들었다.

숨까지 멈추고 납작 엎드렸지만, 마물은 머리를 빼고,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르르르릉.

마물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잠들어 있던 마물들이 하나둘씩 눈을 떴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지.'

나는 확실히 들켰다는 것을 알게 되자, 바로 마나를 일으켰다.

화아아악!

목걸이를 이용해 폭주시켰을 때 정도는 아니지만, 정신을 집중하고 마나를 가득 끌어올렸다.

크아아아앙!

내가 마나를 일으키자, 마물들이 괴성을 질렀다.

둥지 안에 침입자가 들어왔으니, 소리 지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마물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던 유적 입구가 마물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끌어올린 마나에 더욱 집중했다.

나는 죽기 전, 유적에서 느꼈던 그 감각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때는 우연에 가까웠지만, 분명, 우연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때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마음가짐도,

그리고, 시간이 느려졌다.

마물들이 느려지고, 괴성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앙!

느려진 세상에서 나는 앞으로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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