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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91화 (91/563)

제91화

제16편 지금 구하러 갑니다 (1)

죽었다 되살아난 뒤에 찾아오는 통증을 다스리는 동안, 일행도 헛구역질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와 수풀과 넝쿨. 봉인지는 밀림에 가까운 울창한 숲이었다.

"여기가 봉인지?"

"그냥 울창한 숲 같은데……."

"그런데 좀 더운 것 같아요."

나는 바로 앞의 생에서 들었던 말을 똑같이 다시 한번 듣게 되었다.

이제는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는 대화의 반복.

나는 사람들이 정신 차리기를 기다리며 세운 계획을 다시 점검했다.

내 계획의 최종 목표는 카트린을 살리는 것과 라이드 녀석을 박살 내는 것.

둘 다 하기에는 일정이 빡빡했다.

무리로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고 시간이 빠듯한 부분도 있었지만, 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없었다.

조원들이 주변을 둘러본 뒤에, 니엘 교수는 조원들에게 진형을 갖추도록 했다.

그러는 사이, 니엘 교수는 저번처럼 공주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대충 준비가 끝나고, 니엘 교수는 나에게 나무 위로 올라가라고 지시했다.

저번에는 뭘 찾아야 할지 물어봤지만, 이번에는 반문 없이 그냥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나무 꼭대기에서 본 광경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멀리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이 하늘 끝까지 솟구쳐 있었다.

아래로 내려와 나는 저번과 같이 말했다.

"빛기둥이 솟아오른 곳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켰다.

빛기둥이 솟아오른 방향과는 조금 떨어진 방향이었다.

"집결지에서 학장님이 유물로 빛을 쏘신 겁니다. 확인했으니 바로 출발하죠."

저번과 같이 다시 확인하지 않고 바로 출발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내가 맨 앞에서 섰다. 일행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맨 앞에서 마물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맨 앞에서 마물을 막는 것이나 앞에서 일행을 이끄는 것이나 그리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전보다 조금 더 빨리 걸었다.

뒤에서는 공주에게 설명하는 니엘 교수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봉인지에 대한 설명, 공기와 마나, 마기에 대한 이야기.

설명을 듣다가 나는 뒤쪽을 향해 소리쳤다.

"전방에 마물입니다!"

저번처럼 니엘 교수는 못 믿겠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는 해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저번과 달리 걸음을 멈추지 않았으니, 금방 만나게 될 터였다.

크아아앙!

방향을 틀었는데도 처음 만나는 마물은 전과 똑같았다.

아마도 이 일대 전체가 저 마물들의 영역인 듯했다.

흑표범을 닮은 마물 두 마리.

나는 전과 달리 기다리지 않았다.

쿵.

발에 마나를 밀어 넣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마물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서걱!

마물의 목을 잘라 버리고, 쓰러지는 마물을 옆으로 피했다.

그 와중에 저번처럼 다른 마물은 마누엘이 뿌린 전기에 지져지고 있었다.

저번에는 다른 조원들의 실력을 보기 위해 기다려 줬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는 대검에 마나를 가득 밀어 넣은 뒤, 그대로 던졌다.

퍽!

검은 마물의 등에 박혔다.

아쉽게도 급소에 박히지 않았지만, 마누엘의 능력에 도움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콰지지지직!

마물의 피부 위를 흐르던 전기는 검을 타고, 마물 몸 안을 태우기 시작했다.

카앙! 캉!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마물은 쓰러졌다.

저번과 달리, 마누엘 혼자 마물을 쓰러뜨린 격이었다.

"괜한 도움이었어!"

마물이 숨을 거두자, 마누엘이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놈 성격, 참 이상하네.

입가를 씰룩이는 게 뻔히 보이는데 괜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저번에는 마나가 바닥이 나서 짐만 된 것을 도와주었는데, 자기가 다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시간도 없고, 재롱이 귀여워서 그냥 봐주기로 했다.

처음 전투에서 조원들의 실력을 보지 못했지만, 봉인지에 마물은 많이 있었다.

더구나, 이동 속도가 전보다 빠르니 마물을 만나는 빈도는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니엘 교수님!"

"내가 막고 있으니 서둘러요!"

"발레아, 잘했어요!"

"공주님, 뒤로 물러서요!"

"저도 할 수 있어요!"

싸움이 늘어나자, 신기하게도 조원들 간의 호흡은 전보다 더 좋아졌다.

쉬는 사람도 없었고, 발레아도 공주도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했다.

내 빠른 걸음에 뭐라 말하려던 니엘 교수도 조원들의 빠른 실력 향상에 입을 닫았다.

빠르게 봉인지를 주파하며 우리는 나무에 기대어 있는 시체 한 구를 발견했다.

내가 시체를 가리키자, 모두 놀라 시체에 다가갔다.

"기사 맞죠?"

공주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갑옷을 입고 있는 해골이었고 문장도 있으니 기사가 아닐 수 없었다.

"아는 문장인데……."

마누엘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내가 나섰다.

"차이프리 백작 가문의 문장입니다. 라이드 공자의 가문이죠."

아는 이름이 나오자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차이프리 백작 가문의 기사라고?"

마누엘이 내 말에 얼굴을 찌푸렸고.

"대전쟁 때 싸우던 분인가?"

"그때는 차이프리 가문이 없었습니다."

발레아의 말에 피아르가 오랜만에 고개를 저었다.

"먼지와 넝쿨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닐 겁니다. 적어도 50년 정도?"

거기다, 나는 일행의 대화 사이사이에 슬쩍슬쩍 사실을 알려 주었다.

"먼지가 닦여 나간 것을 보니, 다른 조가 먼저 왔다 간 것 같네요. 검도 없어진 것 같고."

어쨌거나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왕립 아카데미의 재원들이었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누가 이곳에 왔는지 추측해 낼 수 있었다.

"검을 가져갔다면 같은 가문이라는 이야기인데, 라이드 공자가 먼저 온 것일까요?"

발레아의 말에 공주가 눈을 반짝였다.

"라이드 공자 조면 이모, 아니 카트리네 교수님 조예요."

공주는 기뻐했지만, 니엘 교수는 눈썹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다른 조의 경로와 만나게 되었다는 건가?"

그녀는 공주를 곁눈질로 확인하고는 다시 나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시 한번 위로 올라가서 목적지를 확인해 봐. 다른 조와 경로가 겹쳐질 리 없어."

여기서 기사 학부는 공주와 나, 두 사람밖에 없었다.

공주를 시킬 수는 없고, 여학생이나 다른 학부 학생을 나무 꼭대기까지 보낼 수도 없으니 결국 내가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서자인 나를 보내는 게 편해서였다.

마누엘 정도만 해도 나무 꼭대기까지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고, 영역을 사용하면 발레아도 가능했다.

어쨌든지 그녀의 말에 나는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갔다.

빛기둥을 확인하니, 우리가 가는 경로에서 살짝 어긋나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크게 반원을 그리며 달려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살짝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기사의 시체를 찾을 수 있었다.

흔적을 보니, 먼저 다녀간 카트린 조와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계획한 대로였다.

아래로 내려와서 이번에는 바르게 말해 주었다.

니엘 교수는 방향을 가리키는 나를 노려보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알려 주었으니 양심에 거리낄 게 없었다.

우리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걸음을 멈추었다.

마물들 때문이었다.

우리 앞에 마물들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정말 경로가 겹쳤네요. 다른 조가 처리한 거죠?"

발레아의 말대로였다. 내가 일부러 이쪽으로 데려왔으니, 경로가 겹칠 수밖에 없었다.

"카트리네 교수님의 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건 카트리네 교수님이 남긴 검흔(劍痕)입니다."

나는 사체에 남겨진 상처를 가리켰다.

내가 카트린과 친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내 주장에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니엘 교수의 표정도 밝아졌다.

경로가 겹쳤다는 것은 제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곧 니엘 교수에게 미안해질 예정이었다.

나는 일행을 남겨 두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풀들이 쓰러진 방향을 확인하고, 나무의 흔적을 쓰다듬었다.

뜬금없는 내 행동에 일행은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라고?"

니엘 교수는 나를 노려보았다.

니엘 교수도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거기다, 문제를 또 가져온 것 같으니 그런 상황에서 충분히 나를 노려볼 만했다.

아무래도 니엘 교수에게 찍힌 것 같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저희 쪽이 아니라, 먼저 출발한 카트리네 교수님의 조가 이상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 말에 공주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남겨진 흔적을 살펴보니, 카트리네 교수님의 조가 여기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빛기둥 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돼."

일행은 내 말에 황당해했지만, 내가 흔적을 보여 주자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제가 위로 올라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래 주겠어요?"

거기다 마누엘까지 나서서 나무 꼭대기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니엘 교수는 마누엘의 말에 반색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이해가 안 되네요."

"마물들에게 쫓긴 건가?"

일행 모두는 뜻밖의 사태에 놀랐지만, 공주는 놀란 것 이상으로 불안해했다.

카트린은 공주에게 왕비만큼이나 가까운 가족이었다.

카트린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따라가면 안 될까요?"

공주가 니엘 교수에게 부탁했지만, 교수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안 됩니다. 밤이 되기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다른 조를 찾을 시간이 없어요."

확실히 봉인지의 밤은 무서웠다. 나도 니엘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수색대가 만들어질 거예요. 그들에게 맡겨요. 나는 다른 학생, 아니 공주님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는 없어요."

니엘 교수의 단호한 거절에 공주는 다른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학생들은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다른 조가 위험하다고 해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모두 시선을 피했지만,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간절한 공주의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따라가 보겠습니다."

내 말에 공주의 눈이 커졌다.

"카트리네 교수님의 조를 쫓아가는 것은 제가 제일 잘할 겁니다. 많이 왔으니, 이제 제가 없어도 다들 충분히 집결 지점까지 갈 수 있을 테고요."

내 말에 니엘 교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니엘 교수도 공주나 카트린과 무슨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그……. 네가 가야 할 이유가……."

마누엘은 뭐라 하려고 하다가, 공주를 보고는 말을 멈추었다.

서자 동생과 공주 사이의 저울질에서 공주가 이긴 듯했다.

발레아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미리사가 같은 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피아르는 오히려 나에게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니엘 교수가 마지못해 허락했다.

계획대로 되었다.

낙오하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 혼자 열심히 움직였다.

경로를 바꾸어 카트린 조가 발견한 기사 시체를 찾아내고, 기사 시체와 그 뒤에 발견한 마물 사체의 상처에서 카트린 조라는 것을 알게 했다.

그 뒤에 카트린 조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밝혀 주니, 예상대로 공주가 나서 주었다.

"출발하겠습니다. 나중에 뵙죠."

"부탁해요."

공주의 말을 뒤로한 채 나는 카트린 조의 흔적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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