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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89화 (89/563)

제89화

제14편 되돌아가는 길 (1)

여러 번 경험했지만 알고 있던, 그것도 친했던 사람의 시신을 보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시간을 거슬러서 그들이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시체를 보는 순간의 충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살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 탓에 나는 지인이 죽은 충격 이상으로 심장이 조여질 정도의 긴장을 느꼈다.

"괜찮습니까?"

"둘만 살아남은 겁니까?"

기사들은 살아남은 두 학생에게 급하게 물었다. 둘 다 살아났다는 기쁨에 억지로 대답해 주었다.

"우, 우리 둘뿐이에요. 카트린 교수님이 마지막까지 버텨 주셨는데……."

여학생, 브리아가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상처가 크셨습니다. 포션과 붕대로 치료해 보려고 했지만, 잘 안 되었습니다."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남학생이 추가로 설명했다.

다시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신입생 선서를 했던 학생이었다. 라이드라는 이름이었는데.

기사들이 살아남은 학생들을 보살피는 사이에 나는 카트린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붕대를 감아 놓은 옆구리 상처는 그들의 말대로 무척이나 심해 보였다.

다른 상처도 많은 것을 보니, 격렬한 싸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동안의 성장으로 생겨났던 자신감이 쭉 빠져나갔다.

내 실력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카트린이 이렇게 죽어 버리다니. 이 봉인지에서는 나도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었다.

"신호를 보내고,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어."

미로 선임 기사의 말에 악셀 기사가 품에서 봉 하나를 꺼냈다.

그는 봉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아래를 손바닥으로 쳤다.

츄아아아악.

봉에서 광원이 위로 쏘아지더니, 하늘에서 터졌다.

쾅!

신호탄이었다

"구했다는 소식을 알렸으니 집결지로 올 거야. 우리는 오면서 보았던 동굴로 가지. 해가 뜰 때까지 거기서 버티고 바로 집결지로 가도록 하지."

미로 선임 기사는 나에게 양해를 구하듯이 이야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까지 오는 동안 두 기사는 내 실력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시신을 모셔 가기는 어렵겠죠?"

내 말에 선임 기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동굴 위치는 알고 있으니 시신을 수습하고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내 말에 미로 선임 기사와 악셀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브리아와 라이드는 이해하지 못했다.

"어, 그러고 보니 알렉스가 왜 여기 있는 거죠?"

"좀 있다가 설명해 줄게요."

나는 브리아의 질문을 뒤로 미루었고.

"네? 그래도 같이 가야……."

선임 기사는 라이드의 말을 끊고 일행을 재촉했다.

"괜찮으니까 빨리 움직여요. 여기도 위험합니다."

걱정되는지 자꾸 발길을 멈추는 라이드를 이끌고, 기사들은 우리가 왔던 방향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나는 카트린의 시체를 제대로 확인했다.

상처 하나하나 전부 확인하고, 붕대를 풀어서 옆구리 상처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제대로 부검할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뭔가 의심스러운 상황도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이렇게 쉽게 죽었다는 사실을 내가 수긍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죽은 이에게 미안할 정도로 겉옷을 벗겨 가며 모두 확인한 뒤에, 내 대검으로 땅을 파서 그녀를 깊지 않게 묻었다.

그리고 커다란 돌을 세우고 주변 나무에 흠집을 내서 그녀가 묻힌 자리를 표시했다.

다행히 내 감각이 더 좋아졌는지, 충분히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덤에서 잠시 있다가 나는 그녀의 유품인 방패와 검을 들고, 먼저 간 일행을 따라갔다.

동굴에 도착했을 때는 먼저 출발한 기사들이 동굴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리 높지 않은 바위 언덕 아래에 푹 파인 깊지 않은 동굴이었다. 안쪽으로 10여 미터밖에 안 되는 짧은 동굴.

그리 높지 않아도 바위 언덕 아래에 있는 동굴이었다. 한쪽만 막아 내면 되기 때문에 깊지 않은 동굴이라도 숲 가운데에서 자는 것보다 훨씬 안전했다.

오래 지내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하룻밤 정도는 지내기 충분했다.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기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수풀과 나뭇가지로 동굴 앞쪽을 위장하고 있었다.

나뭇가지를 나르던 라이드와 브리아는 내가 일찍 도착한 것에 안도했다.

"괜찮아요?"

브리아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나서인지 브리아와 라이드는 괜찮아진 것 같았다.

나도 그들을 도와 동굴의 위장을 끝마쳤고, 이어서 불침번을 정한 뒤 잠시나마 취침하기로 했다.

"곧 날이 밝겠지만, 잠깐이라도 잠을 자도록 해요. 날이 밝으면 계속 걸어야 하니까."

우선 고생한 두 학생은 불침번에서 제외시켰다.

나도 불침번을 빼 주려 했지만, 내가 나서서 불침번을 서겠다고 했다.

약간의 옥신각신 끝에 그나마 편한 첫 불침번을 내가 서게 되었다.

내 뒤에는 미로 기사, 그리고 마지막은 악셀 기사가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해가 뜰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세 명이나 불침번을 설 정도는 아니었지만, 모두 너무 피곤했기에 출발 시간을 조금 늦추기로 했다.

조금 추웠지만, 이 정도면 기사나 능력자들은 불이 없어도 충분히 잘 수 있었다.

불침번을 서기 위해 위장용으로 쌓아 둔 나뭇가지 앞으로 가는 동안.

라이드가 먼저 자리에 누웠고, 두 기사도 검을 머리맡에 놓고 금방 곯아떨어졌다.

브리아도 자리에 누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시 일어나 내 옆으로 왔다.

그녀는 바위벽에 기대앉은 내 옆에 앉아 어두운 숲을 바라보았다.

"위험할 줄은 알았지만, 내가 속한 조가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더구나 카트린 교수님이 돌아가시다니. 교수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가실 것 같지 않았는데……."

그녀는 앞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대답을 듣기 위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넋두리였다.

그녀는 이리저리 횡설수설 떠들다가, 내 이야기까지 했다.

"기사님들에게 들었어요. 학장님이 공자님을 수색대에 포함하셨다면서요. 알렉스 공자의 실력이라면 수색대에 들기 충분하지만, 학장님이 인정하셨다니 정말 대단해요."

기사 학부 시간에 혼자서 나와 여러 차례 대련을 해 봤기 때문인지, 그녀는 내 수색대 참가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 주다가 잠깐 말이 멈춘 사이에 나도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 기사님들에게는 말했는데, 못 들으셨겠네요."

그녀는 어제 하루 벌어진 일을 설명해 주었다.

빛 신호를 따라왔는데 이상한 곳에 도착해 버린 것과 그곳이 마물들의 둥지라 엄청난 숫자의 마물들과 싸우게 된 것.

조원들을 차례로 잃고 마지막으로 다친 카트린 교수까지 결국 죽게 된 일까지 순서대로 말해 주었다.

말을 하다가 몸이 조금씩 떨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이야기하는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바로 들어가실 것 아니면, 몇 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네. 어차피 잠이 안 와서 나온 거니까요. 물어보세요."

표정과 달리 그녀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기야, 도망치는 도중에 아는 사람들이 죽어 나갔으니 벌써 멀쩡해질 리가 없었다.

전생에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일이었다.

어쨌거나 허락이 떨어졌으니, 의문이 드는 점을 물어보았다.

"빛기둥을 따라갔는데, 합류 지점에 도착 못 했다고요?"

"정말 이상하죠. 저도 이해를 못 하겠어요. 카트린 교수님이 중간에 방향이 이상한 것 같다고 하셔서 레오넬하고 저하고 카트린 교수님까지 나무 위로 올라가 확인했어요."

"이상하다고 하셨다고요?"

"네. 처음에는 그런 말이 없으시더니 가면 갈수록 이상하게 느껴지셨나 봐요."

"음……. 그러면 처음부터 계속 그 방향이었나요?"

"아, 아뇨. 중간에 방향을 잘못 들어서 나무 위로 올라가 확인하고 방향을 튼 적이 있었어요."

"그게 언제죠?"

"맞다. 해골을 발견하고 좀 지나서였어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나와 카트린 교수가 친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브리아는 나에게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시체가 라이드 가문의 소속 기사였다는 이야기에다 죽은 학생들까지 포함해서 마물과 싸운 이야기까지.

"라이드가 처음에 낙오하지만 않았어도 한두 명은 더 살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아니, 그렇다고 라이드에게 뭐라 하는 것은 아니고요. 혼자서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니까요."

거기다 아쉬웠던 점까지 모두 털어놓은 뒤 그녀는 결국 피곤에 겨워 잠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뒤에는 다음 불침번 시간이 되어 미로 선임 기사를 깨운 뒤, 나도 잠들었다.

"모두 일어나세요!"

잠깐 눈을 감았는데, 바로 일어나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간에 마물이 쳐들어왔나 해서 급히 눈을 뜨니, 햇살이 눈을 따갑게 찔렀다.

모두 일어나 건조식으로 아침을 때웠다.

훈련을 받은 기사들은 짧게 잔 수면만으로도 멀쩡해 보였고, 기사 학부인 나와 브리아도 능력자의 육체 덕분에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라이드도 괜찮아 보여 일행은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 두 기사가 작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결지에서 돌아갈 때까지 버틸 생각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다른 곳으로 찾으러 간 기사들과 집결지에서 합류를 해야지. 합류한 뒤에 버틸 만한 곳으로 이동하자고."

미로 기사의 말에 악셀 기사의 표정이 어두웠다.

"살아 있을까요?"

"글쎄."

말을 나누던 두 기사가 나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었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솔직히 어젯밤에 봉인지를 무사히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내 덕분이었다.

학생들이 있는 곳을 찾아낸 것도 나였고, 다가오는 마물들을 감지해서 미리 알려 준 것도 나였다.

검을 쓰는 실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마물을 감지하는 능력만으로도 내 몫 이상을 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출발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시 봐도, 밤의 봉인지와 낮의 봉인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해가 뜨자, 수십 마리의 마물들이 쏟아져 들어오지도 않았고 몰래 습격하는 마물들도 없었다.

내가 미리 마물을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다가오는 마물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물론, 쉬는 사람은 없었다.

기사들은 물론이고, 브리아도 기사들과 함께 마물을 쓰러뜨렸고, 라이드도 마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나도 마물들과 싸울 때는 같이 도왔지만, 다른 때는 앞에 나서서 일행들을 이끌었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빛기둥이 없으니 맨눈으로 목적지를 찾아가야 했다.

우리는 다행히 길을 모두 기억하는 내가 있었으니, 어렵지 않게 출발한 곳을 향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걷다 보니, 밤이 되기 전에 목적지인 공터에 거의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나도 알겠어."

미로 기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뒤로 물러서서 일행과 합류했다.

"수고했어."

내가 옆에 서자, 라이드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입학식 때는 어색하게나마 존중을 하더니, 서자란 걸 알게 된 뒤에는 이렇게 반말을 했다.

뭐,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저쪽도 후계자는 아니지만, 고위 귀족의 맏아들이었으니 내게 충분히 반말을 할 수 있었다.

"라이드 공자도 고생했습니다."

"아직 도착한 것도 아닌데."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거기다, 일주일은 더 버텨야 하잖아."

"그렇긴 하네요."

"아, 그러고 보니 어제 라이드 공자 가문의 기사 유체를 찾았다면서요."

"……아, 그랬었지. 다행스런 일이었어."

잠시 말이 끊어졌다.

"그래도 다행이었어요. 낙오했다가 다시 복귀해서."

"죄송할 따름이지."

대답이 늦어지고 점점 짧아졌다.

"그러고 보니, 허리에 찬 주머니는 못 보던 거네요."

"……원래 차고 있던 거야."

내 질문에 라이드는 움찔 놀라 버렸다.

어라? 할 말이 없어서 꺼낸 말이었는데? 무슨 일이지?

다시 질문을 하려 했지만, 라이드 공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거기다, 주변을 둘러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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