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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82화 (82/563)

제82화

제7편 오늘부터 기사 학부생입니다 (2)

홀로 마차를 타고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길.

나는 단검을 꺼내 살펴보았다.

왕궁에서 헤어질 때, 공주는 아쉬운 듯 마지못해 단검을 돌려주었다.

그냥 가지라고 하면 가질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나도 절대 줄 생각이 없었다.

'거기다 백작까지 욕심내고.'

내게도 능력을 주었기에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공주에게도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근데, 나는 백작가와 아무 상관이 없을 텐데 그럼 유전이 아닌 건가?"

나는 단검을 살펴보았다.

새 문양이 새겨진 단검은 전과 다름없이 날카로운 빛을 뿌릴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머릿속에 말도 했었지."

그때 들은 말이 떠오르는 것 같아, 급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힘을…….]

다행히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쓸모도 많았지만, 뭔가 비밀이 많은 물건이었다.

"정말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네."

특정한 능력으로 각성을 고정시키는 단검, 평민을 강제로 각성시키는 집단도 있고, 마나를 증폭시켜서 터트리는 목걸이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르는 것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시간이 있었다.

충분히 버티기만 해도 그 비밀들을 다 풀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는 단검을 다시 품에 집어넣은 뒤, 의자에 몸을 기댔다.

마차는 빠르게 아카데미로 향했다.

* * *

다음 날, 아카데미에서는 또 한 번 소란이 일었다.

기사 전공 수업 시간에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다들 누군지 알겠지만, 자기소개 부탁해."

카트린의 말에 그녀가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이샤 데 카를로스입니다. 오늘부터 기사 수업에 참가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샤 공주가 다부진 목소리로 모인 사람들에게 외쳤다.

"무슨 일이야."

"그러게. 공주님이 왜 기사 학부로 오신 거지? 청강 같은 건가?"

"오늘부터라잖아. 아예 전과하신 거잖아."

"말도 안 돼. 왜 공주님이……."

"혹시, 어제 각성식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 아냐?"

"아, 어제가 각성식이었지."

"맞다. 내가 소식을 들었는데, 각성식에서 공주님이 왕가의 능력을 얻지 못하셨나 봐."

"정말이야?"

학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와 박혔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 수군거리는 소리는 내일이면 아카데미 전체에, 그다음 날이면 수도 전체로 퍼져 나갈 게 분명했다.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보았을 텐데, 공주는 실망한 표정이 아니었다.

자기소개를 끝낸 공주는 자신의 자리, 즉 내 뒷자리로 왔다.

학생들이 슬금슬금 그녀를 곁눈질했고, 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아직 어린 소녀가 야무진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봤자, 이제 10살인데.

이미 어른이 된 듯했다.

어제 왕비님이 하신 말씀대로 왕족은 정말 힘든 삶을 영위하는 모양이다.

"자, 모두 알다시피 이제 현장학습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리고 기사 학부와 상속 능력 학부는 그 뒤에 실전 수업을 해야 해.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겠지? 위험한 수업들이니까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준비해야 해."

카트리네 교수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마나를 실어서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보다, 이제 진짜 아카데미 수업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른 학년은 우리보다 빠르게 시작했다는데, 우리는 공주의 각성식 때문에 뒤로 밀린 것 같았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일대일 대련이야. 학생들끼리 둘씩 짝을 지어."

오늘은 기사들이 조교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하기야 기사들도 고급 인력이었다. 왕립 아카데미라고 해도 그런 인력을 매번 수업 조교로 쓰기는 힘들 것이다.

대련이라는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으로 변했다.

"아, 대련은 싫은데."

"다른 건 좋고? 차라리 대련이 나아."

"그건 그런가? 하긴 수업 끝날 때까지 무한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무한 달리기, 마나 움직이기, 근력 훈련 등.

대련 말고도 기사 수업에서는 기사를 만들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다.

전부 영지에서 해 왔던 훈련이라 나는 딱히 힘들다는 건 못 느꼈는데, 다른 학생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카트리네 교수님은 너무 눈이 좋아. 대충 대련하기 힘들어."

"쉽게 이길 사람을 고르면 되잖아."

"그런가? 그럼 너하고 하면 되겠네."

"하, 나를? 좋아. 내가 정신을 차리게 해 주지."

학생들이 대련 상대를 정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대련을 신청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이…… 브리아였던가.'

평범하게 생긴 여학생이었다.

저쪽에서 잘난 척을 하며 대련 준비를 하는 피루나 백작의 둘째 아들과 쌍벽을 이루는 기사 학부의 천재였다.

순위에서 공공연히 제외되는 나를 제외하고는 두 번째로 강하다고 인정되는 학생이라고 할까.

분명 귀족이라고 들었는데, 다른 학생들과 달리 대련 때만 되면 나와 대련하고자 다가왔다.

나도 마땅히 할 사람이 없었기에 그녀와 대련을 했다.

덕분에 그녀는 단검을 쓰지 않은 내 실력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대련하려고 하는지도.

하지만, 오늘은 선객이 있었다.

"알렉스 공자에게는 제가 먼저 신청했습니다."

"아……. 공주님."

그녀는 바로 물러섰다.

나이가 어리든, 왕가의 능력을 얻지 못했든, 기사 학부를 다니든 어쨌든 그녀는 이 나라의 공주였다.

당연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기껏 서자인 나에게 다가온 사람이었다. 한 사람도 아쉬운 상황인데, 공주 때문에 사이가 서먹해질 수는 없었다.

평범한 얼굴에, 다들 들어 본 적 없는 귀족의 딸이었다. 분명 후계자도 아닌 것 같았고, 거기다 기사로서는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잘만 꼬시면 나중에 동료나 애인이 될지도 모른다.

음, 결혼도 가능하려나.

잠시, 그녀와 같이 보내는 일생이 머릿속으로 흘러갔다.

음, 이게 전생에 읽었던 '손잡았는데, 이혼까지의 망상'이라는 건가.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결혼이라니, 이제 15살이었다.

이곳 귀족 자녀의 결혼 적령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긴 하지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솔직히 결혼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고.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 나는 공주와 대련을 시작했다.

검 위로 희미하게 일렁이는 마나.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나도 날이 없는 철검을 들어 올려 그녀를 가리켰다.

"시작하시죠."

"네!"

아직 약한 능력이지만, 저 일렁이는 기운에 닿으면 내 검 정도는 싹둑 잘려 나갈 게 분명했다.

하지만, 공주는 아직 10살짜리 소녀일 뿐이다. 제대로 검을 배운 적도 없고 육체 훈련도 하지 않아 몸에 근육도 없었다.

물론, 각성하고 왕가의 능력도 얻어서 일반인과 전혀 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 정도는 검을 쓰지 않고도 쓰러뜨릴 수 있었다.

공주가 검을 휘두르며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슬쩍 몸을 움직이며 그녀의 발을 걸었다.

"꺅!"

비명 소리와 함께 공주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모였다.

'이럴 것 같더니.'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훈련시키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사람은 배운 대로 가르칠 뿐이다.

대련이 교육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어나십시오.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으윽."

차가운 내 목소리에 공주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고.

카트린과 다른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공주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 시간이 지나면 별의별 소문이 다 나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소문은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지금은 겨우 10살짜리 꼬마가 공주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런 악바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공주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해요."

"알겠습니다."

나를 가르치던 미겔 기사의 기분이 이랬을까?

공주와의 대련이 조금은 재미있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좀 더 친해지면, 공주의 속마음을 들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공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열심히 훈련했고, 실력이 쑥쑥 자라났다.

물론, 그 실력은 나와 카트린에게만 제대로 보여 주었다.

솔직히 나도 왕족의 능력인 '마나 감응력'은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다른 능력과 왕실에서 듣고 온 그녀의 마나 심법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 * *

몇 주가 지난 뒤, 우리 신입생 모두는 수업에 들어가는 대신에 아카데미 중앙에 있는 건물로 향했다.

무식하게 튼튼해 보이는 석조 건물이었다.

평상시에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었다.

문 앞에는 입학식 때 보았던 중노인이 서 있었다.

바로 왕립 아카데미 학장이었다.

입학식 때는 낙하산으로 내려온 관료로 보였는데, 지금은 전혀 달랐다.

"어서들 오세요. 이번 신입생들은 조금 늦었군요."

학장이 반가운 표정으로 우릴 반겼고.

학장의 신호로 굳게 닫혀 있던 건물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오늘이 현장학습이죠?"

"네!"

학생들의 우렁찬 대답에 학장은 빙그레 웃었다.

"첫 이동일 테니 모두 알겠지만, 다시 한번 설명할게요."

그는 열린 문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건물 내부는 겉에서 볼 때처럼 무척이나 삭막했다.

돌로 만들어진 벽과 바닥. 특별한 장식도 없었고, 큰 기둥들만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었다.

전생에 보았던, 벽이 있는 그리스 신전과 비슷하다고 할까.

다만 다른 것은 중앙에 새겨진 거대한 문양이었다.

"저게 이동진인가."

"맞아요."

작게 속삭였지만, 학장은 바로 알아들었다.

"저 마법진이 바로 고대 제국이 만든 이동 마법진이에요. 그리고 학장인 제가 당대 이동 능력자입니다."

알고 보니 왕립 아카데미의 학장은 항상 순간 이동 능력을 가진 귀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동 능력자는 한 대에 한 명 나왔고, 아카데미 학장은 오랜 시간 동안 무사히 이어져 내려왔다는 이야기였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동 능력자는 한두 사람을 멀지 않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겨우 수도를 벗어나는 정도랄까요."

학장은 우리들을 이끌고 마법진 앞에 섰다.

"당연히 제 능력으로는 여러분 전부를 저 멀리 마왕 봉인지로 이동시킬 수 없죠."

그는 손으로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가리켰다.

"이 마법진은 제 능력을 강화해서 여러분 전부를 한 번에 이동시켜 줄 수 있어요. 이것도 고대 왕국의 신비 중 하나죠."

눈앞에 있는 마법진도, 우리가 들어온 건물도 모두 고대 제국의 유물이자 유적이었다.

왕립 아카데미는 바로 이 유적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마법진은 마왕을 봉인시켰다는 봉인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항상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기사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동 능력자가 학장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당연히 현장학습 목적지는 마왕을 봉인했다는 봉인지였다.

"자, 그럼 만약을 대비해서 조별로 모여 주세요."

신입생들은 미리 짜 놓은 조끼리 뭉쳤다.

내 주위에도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짜증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내 배다른 형이 한쪽에 서 있었고, 발레아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있었다.

공주는 긴장한 얼굴로 내 앞에 섰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피아르가 얼떨떨한 얼굴로 서 있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이 일행이 우리의 첫 현장학습 구성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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