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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72화 (72/563)

제72화

제22편 거짓된 스승 (2)

그는 방 한쪽에 놓여 있는 물병에 준비한 차 가루를 넣은 뒤 피아르와 미리사에게 물었다.

"두 사람 다 목걸이는 잘하고 있지?"

"그럼요. 씻을 때도 항상 차고 있는걸요."

"네. 저도요."

두 사람은 가슴에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은 스승님이 남에게 보여 주지 말라고 언제나 당부해 왔던 것을 잘 지키고 있었다.

만족한 그는 피아르와 미리사에게 준비한 차를 건네주었다.

"수면을 돕는 차란다. 내일 일찍 들어가야 할 테니 한 잔씩들 하고 자렴. 아까도 말했지만, 오늘은 안 들어가도 되는 거지?"

"네!"

"그래도 아쉽네요. 밤새워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나도 지나가다 잠깐 들른 거니까. 다음에 또 시간을 낼게."

차를 마시던 두 사람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는 차네요."

"근데, 이거 수면을 돕는 정도가 아닌데요. 하암……. 벌써 졸려요."

"그러니까요. 세상에…… 기분이 나른……."

두 사람은 컵을 내려놓자마자 바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털썩.

다음 순간, 두 사람은 의자에서 굴러떨어진 채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이런, 바닥에 누워서 자면 어떻게 하니."

스승 루이는 자리에 앉아 바닥에 누운 두 제자에게 말했다.

이미 깊게 잠든 두 제자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잠든 제자들을 침대로 옮기지 않았다.

"역시 애들을 상대하는 것은 지치는군."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피아르와 미리사를 바닥에 똑바로 뉘었다.

그다음 두 사람의 목덜미에 손을 넣어 목걸이를 꺼냈다.

반짝이는 보석이 박혀 있는 깔끔한 목걸이였다.

보석도 크지 않았고 세공도 복잡하지 않은, 평범한 목걸이.

평민들도 기념 삼아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목걸이 같았다.

하지만, 스승 루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두 목걸이를 살폈다.

"목걸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고……. 도대체 입학식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는 살피던 목걸이를 내려놓고 인상을 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입학식 때 몇 명 더 심어 놓는 건데. 쩝, 죽을 자리에 사람을 심어 놓는 것도 못 할 짓이라 여겨 사람을 뺐더니 이런 문제를 만드는군."

다시 한숨을 내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부터 영 일이 꼬이더니 나까지 문제가 돼 버리네. 뭐, 기껏 준비한 실험체들을 폭탄으로 써먹으려는 것부터 일이 잘못된 거지."

혼자서 중얼거리는 그는 조금 미안한 얼굴로 잠든 소년과 소녀를 바라보았다.

"너희들에게는 다시 사과해야겠지. 이런 일에 휘말려 젊은 나이에 죽게 했으니."

"내 잘못은 평민 주제에 능력도 얻고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해 준 것으로 용서받을게."

피아르가 깨어 있었다면 어이없어 했을 말을 늘어놓은 뒤, 그는 양손으로 목걸이를 잡았다.

우우우웅.

그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고, 낮은 소리와 함께 목걸이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오전 수업이면 10시간 정도 남겨 놓으면 되려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의 귀로.

쾅!

1층에서 뒷문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나는 가게 2층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깜짝 놀랐다.

"마나?"

너무 조심했나?

2층에서 마나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고는 나는 바로 뒷문을 박차고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누구냐!"

뒷문에서 이어진 복도로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총 세 명. 역시 잠자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기다 제대로 무장도 하고 있었고.

확실히 평범한 가게는 아니었다.

"누군지 말할 놈이 문을 부수고 뛰어들겠냐!"

나는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하며 검을 휘둘렀다.

제일 앞쪽을 막아선 상대의 눈앞으로 짧은 단검을 휘둘렀다.

허공에 휘둘러진 검을 보고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황당한 얼굴을 했지만, 그 얼굴은 바로 반으로 갈라진 채 피를 뿜어냈다.

나는 쓰러져 가는 상대를 밀치며 계속 앞으로 달려갔다.

"설마, 검기?"

"젠장! 막아!"

확실히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첫 번째 놈이 일검에 쓰러졌는데도 착실하게 내 앞을 막아서다니.

실력 자체는 견습 기사 수준이나 중급 용병 정도로 보였지만, 움직임이나 하는 행동은 제대로 된 집단에서 배워 온 게 확실했다.

젠장, 꼬리를 따라가다가 호랑이를 만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지만, 몸은 그동안의 경험과 훈련대로 적을 향해 나아갔다.

나를 향해 휘둘러진 검 아래로 몸을 숙인 뒤, 마나가 실린 단검을 적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상대방은 가죽 갑옷 위로 가슴에 판금을 덧대고 있었지만, 붉은 잔상을 남기며 찔러 들어간 단검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검날 위로 검기가 솟구친 단검은 철판과 가죽을 뚫고 적의 가슴을 꿰뚫었다.

맨 마지막 남자는 석궁을 들고 있었다. 앞 사람들과 싸우는 중에 석궁을 날릴 생각이었던 게 분명했다.

이걸 봐도 확실히 대비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내 실력이 부족했으면 함정에 빠진 느낌이었을지도.

석궁이 나와 검에 찔린 남자 쪽으로 움직였다.

나는 적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검을 놓아 버린 뒤에 옆쪽의 벽을 박차고 위로 몸을 날렸다.

푹!

동시에 석궁이 쏘아졌다. 검이 박힌 앞쪽의 동료를 향해.

역시, 제대로 배운 자들이었다. 석궁이 동료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검을 뽑느라 시간을 보냈으면 나까지 저 화살에 맞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이미 적의 머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무릎은 적의 얼굴과 맞닿아 있었다.

퍼걱!

무릎 쪽에서 머리뼈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곧바로 뒤로 움직여 검을 뽑아 든 뒤에 2층 계단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나가 새어 나온 방의 문을 열었다.

피아르와 미리사가 바닥에 누워 있었고, 한 남자가 두 사람의 머리맡에 서 있었다.

지금도 방 안에는 마나가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바로 뛰어 들어오게 된 이유.

입학식장에서 느꼈던 그 마나 향기와 비슷한 마나가 누워 있는 두 사람의 가슴에서, 옷 위로 삐져나온 목걸이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워 있는 두 아이들을 향해 펼쳐진 손.

그리고 방 가득 터질 듯이 넘실거리는 마나는 입학식장을 박살 냈던 바로 그 마나였다.

내가 방 안으로 들어간 뒤에 바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였다.

"누구지?"

두 학생의 머리맡에 서 있는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중년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청년이라고 해야 하나.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는 나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고 무언가 결심을 한 얼굴이었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그는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질문에 나는 오히려 반문했다.

"그러는 너는 누군데?"

이미 치고 들어가기에는 늦었다.

남자의 표정을 봐도 이미 준비를 끝내 놓은 것 같았고.

일렁이는 마나를 봐도 저 남자를 바로 죽인다고 누워 있는 두 학생이 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결국 플랜 B인가. 정신력이 조금 회복되었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1층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도 평범한 자들은 아니었는데, 한순간도 막지 못하고 이곳까지 뚫렸단 말이지. 적어도 기사급 이상인가."

그는 내 반문에 대답하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성인으로는 안 보인단 말이야."

나는 중얼거리는 그를 그냥 놔두었다. 어차피 지금은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을 듯했다.

대신 누워 있는 두 사람을 살폈다.

평범하게 호흡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죽거나 기절한 것이 아니라 잠든 것처럼 보였다.

옆에 있는 탁자에 놓은 잔들을 봐서는 수면제일 확률이 높아 보였고.

하지만, 반항한 흔적이 보이지도 않았고 묶여 있었던 흔적도 없었다. 납치된 게 아니라 두 사람은 제 발로 찾아온 게 분명했다.

그럼 이 남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잠을 재우고 마나로 뭔가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결국, 예상대로 피아르와 미리사는 속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걸까?

하지만, 무슨 친분일까? 어젯밤에는 그런 사람에 대해 듣지 못했는데.

뭐, 하룻밤 만에 그런 이야기를 알아내는 것도 말이 안 되기는 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

저 목걸이에 마나가 몰려드는 것을 봐서는 결국 저 목걸이에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했다.

촉매나 매개체 같은 걸까?

뭔가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저 목걸이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게 좋아 보였다.

"저 목걸이들이 입학식장 테러의 열쇠였나?"

대충 넘겨짚은 질문이었지만, 다행히 잘 맞아떨어진 모양이었다.

"기사단이나 병사들이 몰려온 것도 아니고, 혼자 쳐들어온 것 같은데 말이 되는 건가? 그런……. 뭐, 목걸이?"

중얼거리며 생각을 이어 가던 남자가 내 말에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네놈이 입학식장에서 일을 망친 놈인가?"

"내가 아니라 우리지."

혼자이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게 둘 이유는 없었다.

"흠, 굳이 혼자가 아니라고 정정하는 것을 보니 혼자가 맞는 것 같은데……."

쩝, 괜히 말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훨씬 똑똑한 놈이었다.

"그런데 이 목걸이가 열쇠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기는.

마나가 저 목걸이에 모여서 피아르와 미리사의 목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게 눈에 빤히 보이니까.

하지만, 이것은 마나에 대한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나밖에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뭐, 들어도 소용없으니 의미 없는 질문이려나. 정말 이렇게 타이밍 좋게 쳐들어오다니. 이 아이들만 없으면 제대로 붙어 볼 텐데."

그는 누워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왜 공격을 안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아이들 때문이었나?

"괜히 시간을 끌어 봤자 의미 없겠지? 일을 망친 놈을 같이 잡았다는데 의의를 두어야 하려나?"

그는 홀로 중얼거리며, 아이들을 향해 손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자리를 박찼다.

순식간에 다가오는 놈의 얼굴.

동시에 단검에 마나를 가득 밀어 넣었다.

슈악!

단검에서 붉은 마나가 길게 뻗어 나왔다.

나는 검을 휘둘러 그의 양팔을 잘라 버렸다.

서걱.

사방으로 뿌려지는 피.

피를 뿌리는 양팔 사이로 한 걸음 더 내디딘 뒤, 그의 가슴에 검을 밀어 넣었다.

푸욱.

붉은 마나가 그의 등 뒤로 튀어나왔다.

나는 검을 뽑지 않고, 몸을 돌려 아이들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잡아 뜯었다.

마나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하지만, 놈과 아이들 사이에 연결된 마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쿨럭, 소용없다. 네놈이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바로 작동하도록 바꿔 놓았다. 바로 내가 연결을 끊거나 죽는 순간이지."

피를 토하며 비웃는 말에 나지막이 혀를 찼다.

"그럴 것 같았어."

역시 늦었군. 우려했던 대로였다.

"큭큭……. 거기다 심장도 정확히 찌르지 못했군. 어차피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아쉽게 되었어. 마나를 남겨서 내일 오전에 모두 모여 있을 때 터뜨리려고 했……는데."

검은 여전히 그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심장보다 조금 낮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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