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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67화 (67/563)

제67화

제17편 범인 색출

나는 황당한 표정의 피아르를 뒤로한 채 몸을 돌려 홀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한 사람 앞에 서서 말을 건넸다.

"몸이 너무 안 좋은데, 진료실을 좀 안내해 주세요."

나는 배를 움켜쥐고, 그를 보며 도움을 구했다.

피아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홀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타나 인사를 건네고 바로 떠나 버린 공작가의 아들과,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간 건 사람들을 안내하던 여선생이었다.

도무지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이 학원에 오게 된 것도, 신입생 선서를 하게 된 것도 신기한 일투성이였으니, 지금 일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면 될지도 몰랐다.

"스승님 말씀대로 내가 중심만 잘 잡고 있으면 되겠지."

어디 출신인지, 지금은 또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스승님 말대로 이렇게 귀족들과 나란히 서게 되었으니 그의 말을 믿고 나아갈 뿐이었다.

평범한 평민이었던 자신과 사촌 누이를 각성시켜 주신 것도 스승님이었고,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 주신 것도 스승님이셨다.

이곳 아카데미를 알려 주신 것도 스승님이었고, 귀족들과 사람들을 대하는 법을 알려 주신 것도 스승님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아카데미에 와서도 평민 대표로 신입생 선서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곳에 와서 귀족만이 아니라 평민도 일부 각성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자신과 사촌 누나를 각성시켜 주신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었다.

'각성시킨 것은 절대 비밀로 하라고 하셨지.'

다른 귀족에게 들키면 스승님은 물론이고, 자신들까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남긴 채 스승님은 마을을 떠나셨다.

물론, 피아르도 그의 사촌 누이도 스승님의 말씀을 꼭 지킬 생각이었다.

각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곳에 와서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승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비밀은 꼭 지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공작 아들이 왜 나를 찾아온 거지?'

피아르가 그런 의문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동안, 옆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은 다른 의문에 빠진 채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레시아 공작 자제들 중에 알렉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있었나?"

아쉽게도 바로 입학식이 시작되는 바람에 그의 중얼거림은 허공에 덧없이 흩어지고 말았다.

* * *

"속이 많이 안 좋은 거니?"

"죄송합니다. 버티기가 좀 힘들어서요."

"그 정도면 진료실에 가서 신관님께 치료술을 받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나를 데리고 진료실로 향하는 교직원 아니, 여선생은 나만큼 표정이 안 좋았다.

솔직히 나는 꾀병이니 당연히 지금도 괜찮았다.

하지만, 나를 걱정하는 착한 선생이 아니라면 저리 표정이 안 좋을 이유가 없었다.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 자꾸만 입학식장을 뒤돌아보는 모습.

저 모습은 아무리 봐도 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로 전의 죽음으로 그 이유를 알아차렸기에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윽, 그런데 선생님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아, 학생 이름은 알렉스지? 난 이시도라야. 교양학부 강사지."

평범해 보이는 30대 초반의 여교사가 내 말에 대답했다.

평민. 그리고 정식 교사가 아니라 강사.

바로 이 여교사가 조금 전 피아르를 폭파시킨 장본인이었다.

파괴된 입학식장에서 다시 한번 피아르가 폭파되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홀을 폭파했을 때는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 전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조금 전의 폭발은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신관과 사제들, 교직원 몇 명과 부상자뿐.

그리고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여선생.

그녀는 홀이 터지기 직전에 홀을 빠져나왔고, 사건이 일어난 뒤, 다시 홀 안으로 들어왔다.

몸에 검은 재가 가득했지만, 어디에도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나도 그녀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홀 뒤쪽에 있었으니 먼저 나갈 수 있었고, 테러가 일어난 뒤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것도 교사라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 뒤에 생존자를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도 당시에는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피아르가 도착한 순간 주변을 살피는 내 눈에, 내 감각에 다른 사람과 다른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누구보다 먼저 피아르를 확인하고, 그가 나타나자 주변을 살피며 현장에서 벗어났다.

그 모습에 나는 그녀를 주시하게 됐고, 현장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순간, 그녀의 몸에서 마나가 언뜻 일어나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피아르의 몸에서 마나가 솟구치고 다시 폭발.

그렇게 나는 다시 죽고 말았다.

만약 사람이 많았거나 그녀가 멀리 피하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변화였다.

그리고 상속 능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죽은 이유도 알게 되었다.

피아르가 폭파되는 순간, 끌어올려 놓았던 마나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아니, 피아르에게 빨려 들어갔다고 해야 할까. 아마 피아르가 가진 능력은 그가 가진 마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마나 모두를 활용해서 폭파시키는 능력인 모양이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능력이었다.

강한 마나를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더 큰 폭발이 일어나고, 정작 능력자들은 마나가 사라져 폭발을 막을 수도 없다니.

게다가 일반인들은 막을 방법 자체가 없었고.

자신이 폭탄인지 알지 못하는 능력자 타깃용 상속 능력이라니.

상속 능력은 내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무서웠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걸으니, 진료실 건물이 바로 앞이었다.

"입학식장에 다시 가 봐야 해서 나는 계속 옆에 있지는 못할 것 같구나. 신관님들께 말해 놓을 테니 푹 쉬고 있어. 괜찮아지면 다시 입학식장으로 오고. 아니면 내가 끝나고 찾아갈게."

이런, 그건 좀 곤란한데요.

주변을 살펴보니, 길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곳을 보는 사람도 없었고.

오케이.

"선, 선생님, 잠, 잠깐만요."

나는 신음을 흘리며 선생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

놀란 선생이 내 몸을 잡았고, 나는 숨을 헐떡이며 선생을 끌어당겼다.

"어?"

선생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품에 당겨진 선생의 배에 손을 얹었다.

쿵.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선생의 배를 두드렸다.

화아아악.

내 마나가 여선생의 몸 안을 휩쓸었다.

"왜……?"

이시도라 선생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를 보던 그녀는 바로 눈을 감았다.

죽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기절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평범한 평민 교양학부 강사가 아니라 상속 능력을 지닌 능력자였다.

하지만, 마나를 다루는 육체 능력자가 아닌 이상, 오래 단련한 기사급 육체 능력자의 기습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여러 번의 죽음을 거쳐 수련한 내 마나가 그녀의 내부를 엉망으로 휘저었고, 그녀는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방심하지 말았어야죠."

나는 말도 안 되는 조언을 기절한 그녀의 귀에 속삭여 주었다. 그 뒤에 그녀를 부축해 진료실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외쳤다.

"여기요! 선생님이 아프세요."

놀란 여사제들과 중년 신관이 다가왔다.

아기 때부터 신관의 치료술을 계속 구경했었다.

중독되고 다치고 죽게 되는 동안, 이 세계의 신관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이 세계의 신관의 능력은 신에게 받은 신성력도, 믿음의 결과도 아니었다.

단지 귀족들과 같은 상속 능력이었다.

귀족들처럼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었지만, 대전쟁 때 치료 능력을 행사하던 용사의 능력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부상에 대한 치료 능력은 대단한 축에 들었지만, 그들은 연금술사도 알아차린 아기의 중독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마나 충돌에 의한 기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를 진료실에 누인 뒤, 신관이 바로 그녀의 몸에 손을 올리고 치료 능력을 펼쳤지만,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죠?"

"갑자기 몸이 안 좋다고 하셔서요. 잠시만 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근처에 있던 제가 같이 온 거고요. 그런데 이 앞에서 기절하셨어요."

"……착한 학생이네요."

신관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몸이 아프다고 입학식장에서 학생의 부축을 받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뭐 여기서는 확인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방식은 다르지만, 난 착한 학생이 확실했다.

"호흡은 안정적인 것 같고 다른 이상도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하나……."

확실히 신관들도 자신들의 치료 능력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학생도 입학식장에 가 봐야 할 테고. 그럼 학생은 먼저……."

"제가 다른 교직원을 모셔 올게요."

나는 신관의 말을 끊고, 선수를 쳤다.

"……그게 좋겠네요."

잠깐 고민하던 신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와의 관계 때문에 입학식장에 찾아가기가 껄끄러웠던 모양이었다.

나는 걱정하는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그럼 쉬고 계셔요."

마나가 엉킨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에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진료실을 나섰다.

그리고 입학식 건물로 향했다.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에 들어간 뒤에 홀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입학식은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입학식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홀에 들어서자, 교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같이 갔던 이시도라 선생은 어디 계셔?"

나는 말을 꺼낸 교직원을 보았다. 평범한 20대 남자.

단지 내가 그녀가 같이 간 것을 본 교직원일까? 아니면 그녀와 같이 일을 벌인 사람일까?

지금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가 마나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상속 능력자가 아닌 보통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다른 일 먼저."

대신 양해를 구하고, 다른 사람에게로 걸어갔다.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내 말에 공주와 같이 온 왕실의 수석 기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는 왕실 기사단의 수석 기사 중 한 명이자, 공주의 어머니인 리아 왕비에게 소개를 받은 왕비 세력의 한 축이었다.

학원을 다니는 동안 공주를 도와주라는 말이 그냥 말로 끝났을 리 없었다.

당연히 공주의 수발을 드는 집사와 호위할 기사도 소개를 받았고, 마지막으로 무력의 한 축인 수석 기사 노아로와도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첫눈에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차렸다. 왕실의 수석 기사다웠다.

"무슨 일이지?"

슬쩍 구석으로 이동한 뒤에 작은 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윙윙거리며 내 귀 주위에 울렸다.

앞에서 들려오던 입학식 진행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가 마나로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테러 의심자가 있습니다."

내 말에 그는 표정을 굳혔다.

"설마, 같이 나갔던 선생?"

역시, 주위를 살피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이런 사람까지 떼 몰살이라니…….

"네. 이시도라 강사입니다. 이에로 후작가 사태 때의 연관자 같습니다. 의문이 들어 통증을 핑계로 진료실로 같이 가면서 살짝 추궁했는데, 덥석 물더군요. 기절시켜서 진료실에 눕혀 놓았습니다."

후작가와 전혀 관련이 없겠지만, 솔직히 다른 핑계를 대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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