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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66화 (66/563)

제66화

제16편 테러 (3)

미리 확인한 대로 진료실은 입학식을 거행하는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건물에 있었다.

걸어서 200걸음 이상. 전생의 기준으로는 100m 정도.

진료실은 공작가의 영지에서 보았던 신전을 작게 축소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진료실이자 신전이기도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 아카데미는 왕실의 힘을 키우기 위해 세운 곳이었다.

당연히 왕실과 대척이 되는 신전은 아카데미에서 최대한 배척을 하려 했고, 신전 쪽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아카데미에 발을 들이밀려 했으니.

그 결과, 진료실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신전이 세워지게 된 것이었다.

건물들 사이에 세워진 작은 건물. 두 사람은 그곳으로 나를 부축해서 데려갔다.

갑작스러운 환자의 등장에 진료실이라고 불리는 작은 신전은 소란스러워졌다.

나는 바로 침대가 놓여 있는 개인실로 옮겨졌고, 이어 멋들어지게 생긴 중년의 신관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곁눈질로 살펴보니, 평범한 신관은 아닌 듯했다.

다른 때였으면 통성명을 하며 서로 간을 봤을지 몰랐지만, 지금은 환자를 보는 신관일 뿐이었다.

신관이 다가와 내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그가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판타지 세상은 전생을 기억하는 내 입장에서 웃긴 점이 여러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신관의 무분별한 치유 능력 시전이었다.

전생이었으면 문진이나 진단으로 병의 원인을 찾았을 텐데 - 물론 그 진단이 제대로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 이곳은 큰 병이나 고치기 힘든 병 이외에는 우선 능력부터 쓰고 봤다.

그 덕분에 내 꾀병이 먹힌 것이기도 했지만.

우우웅.

배 위에 올린 신관의 손이 빛나기 시작했다.

따뜻한 기운이 배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신관의 고개가 슬쩍 기울어졌다. 음, 그냥 무식하게 치유 능력을 쓰는 건 아니었나?

그렇다면 뭔가 이상을 느끼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더구나 입학식이 끝날 시간도 되었고.

"잠, 잠깐 화장실을!"

나는 황당해하는 사람들을 방 안에 놔두고 급하게 방을 뛰쳐나갔다.

들어올 때 봐 두었던 화장실로 달려가 화장실의 문을 잠갔다.

그리고 마나를 끌어올려 주변을 살폈다.

복도에 나를 따라온 사람은 없었고, 다행히 화장실 밖에도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 구조 역시 다른 신전과 다르지 않았다. 묘하게 전생의 화장실과 비슷한 깔끔한 실내.

하지만, 지금 화장실 탐방 따위를 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뺐다. 창문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다행히 아직 몸이 작은 나는 창문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입학식장으로 가 볼까?

곧 있으면 입학식이 끝날 시간이었다.

이 건물 안에 있는 피아르가 터질 시간이었고.

계획한 대로 입학식장에서 놈을 빼내는 데는 성공했다.

시간이 없어 확인을 못 했지만, 피아르의 자폭은 아무래도 그의 상속 능력인 듯했다.

그의 옆에서 계속 살펴본 바로는 그가 일부러 자폭을 선택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입학식장에서 그를 빼냈으니, 그가 자폭하더라도 입학식장은 안전했다.

"그럼 이번엔 이 진료실 쪽이 문제이려나."

그가 이번에도 자폭하고, 내가 여기서 벗어나 살아남게 된다면 이 진료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게 분명했다.

"뭐, 그동안 죽을 때마다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낸 것은 아니었으니, 별로 거리낄 것은 없지만."

아기 때는 메이드들이 실종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고, 내가 죽이거나 죽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물론 적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모두 행복하게 끝나는 결과는 거의 없었다.

"내 생존이 우선이었지."

게다가 그동안 꽤 냉담한 성격으로 변한 점도 있었고.

다만.

"수도에서 이런 테러에 그냥 휘말려 버리면 앞날을 대비하기가 곤란하겠지."

뭐, 내 선택 때문에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을 죽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찝찝함도 조금 있고.

"하아, 정말 죽기 싫은데……."

한숨을 내쉬며 건물에 기댄 채 입학식을 하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지나가면 제일 좋겠지만, 죽더라도 뭔가 더 실마리를 발견했으면 좋으련만.

"다음번에는 그냥 납치라도 할까."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며 입학식을 거행하는 건물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웅성, 웅성.

입학식장에서 웅성거리는 소란이 일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그냥 지나가는 건가?"

분명 폭탄이 터지는 순간은 입학식이 끝나는 순간이었는데?

뭔가 모호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끝나게 되는 거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입학식장을 향해 걸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번쩍.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문 안으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입학식장 건물이 터져 나갔다.

천장이 부서지면서 하늘로 치솟고, 벽들이 튕겨 나갔다.

콰르르릉.

"꺄아아악!"

"으아아악!"

화염이 하늘로 치솟았고, 굉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귀청을 때렸다.

"젠장."

사방으로 파편이 날아갔다.

나는 마나를 가득 끌어올린 채로 주먹을 휘둘렀다.

쾅. 쾅.

내게 날아오던 파편이 내 주먹에 맞아 박살이 났다.

나는 파편들을 부수며 박살 난 건물로 달려갔다.

'잘못 알고 있었던 건가? 아냐. 분명 저번에 터진 건 피아르였어!'

예상치 못한 사태에 내 머릿속은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발을 멈추지는 않았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 퍼트린 마나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느껴졌다.

연기 속을 뚫고 건물로 다가가자,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건물 밖으로 나오던 사람들?"

화상과 검은 재를 뒤집어썼지만, 팔다리가 멀쩡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아직 불길과 잔해가 쏟아지는, 파괴된 건물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의 광경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에 본 사람들이 살아남은 건 실로 기적이었다.

이 건물 안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불타고, 엉망이 된 시체만이 가득했다.

몇몇 사람이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로 신음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모두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공주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마누엘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신음을 흘리는 중상자들은 모두 건물 구석에 남아 있었다.

폭발에 날아갔을 수도 있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열기와 폭발의 흔적은 건물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중앙에 앉아 있던 공주도, 마누엘도, 다른 선생들도.

모두 불탄 시체가 되었을 뿐이었다.

연기와 시체. 그리고 죽음. 죽음. 죽음…….

나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사이, 다른 사람들도 열기가 남아 있는 폐허로 들어섰다.

"맙소사. 살, 살아 있는 사람은 없나요?"

진료실을 갈 때 말을 걸어 주었던 여선생이 재투성이의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연기 속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그녀도 끝날 때 건물 밖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그녀 말고도 살아남은 학교 직원들이 피투성이 상태에서 폐허로 들어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세상에, 빨리 움직여요! 여기 살아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 뒤에 나를 치료하던 신관과 여사제들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중년의 신관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뛰어다녔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뭐 하는 겁니까! 정신 차리고 여기 좀 도와줘요!"

화상으로 뒤덮인 사람에게 치유 능력을 쓰던 중년 신관이 멍한 얼굴로 서 있는 나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끔찍한 참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신관은 혀를 차고는 사람들을 살리는 데 온 정신을 쏟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돕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피아르와 집사도 현장에 나타났다.

하기야 신관들이 왔는데, 두 사람이 그곳에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집사는 나처럼 얼이 빠진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피아르도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신관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여기 좀 도와주세요!"

그들을 향해 여사제 한 명이 소리를 쳤고, 그들은 나와 달리 그녀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두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신관과 사제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는 순간.

"어?"

피아르가 놀란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가 특정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번쩍!

다시 한번 빛이 솟구쳤다.

그의 몸을 중심으로 빛이 퍼져 나갔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거대한 폭음과 함께 마나와 열기가 주변을, 아니 나를 강타했다.

엄청난 열기. 조금 전 터져 나간 그 폭발과 똑같은 폭발이었다.

나는 폭발을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대로 폭발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마지막 순간, 나는 피아르를 보지 않았다. 대신 피아르가 보고 있던 방향을 보고 있었다.

테러 현장 안에서 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욕을 대차게 먹었지만, 나는 사람들을 돕는 대신 주변의 정보를 최대한 모으고 있었다.

피아르가 범인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폭탄 피해자일 뿐이었다.

그리고 폭탄은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폭탄을 터트리는 스위치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아직 전부 알아낸 것은 아니지만, 예상외로 많은 것을 알아냈다.

좋아. 다음번이 끝이다. 이번 루프는 여기서 끝이다.

어둠이 세상을 감쌌다.

그리고 작은 빛이 점점 다가왔다.

[사망하셨습니다. 자동 저장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 * *

눈을 뜨자, 이번에도 작은 공주마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막 입학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통증이 온몸을 강타했다.

절로 욕이 터져 나왔다. 세상이 빙빙 돌고.

결국, 벽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죽음은 익숙해졌다고 여겼지만, 역시 짧은 시간 동안에 반복되는 죽음은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려웠다.

계획대로 이번엔 꼭 끝을 내야 했다.

나는 정신을 차린 뒤, 바로 피아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주와 마누엘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나를 보고 의아해했지만, 나는 그 시선을 무시했다.

서둘러야 했다. 입학식이 시작되기 전에 확인을 끝내야 했다.

나는 피아르 뒤로 다가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피아르 님이시죠? 알렉스 데 그레시아입니다."

피아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알렉스 그레시아 님이시라고요? 반,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시는지……."

피아르는 이번에도 그레시아라는 이름에 놀랐고, 그의 옆자리인 신입생 선언자 귀족 소년은 내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저놈이 또 초를 치기 전에 일을 끝내야 했다.

"같이 입학하시는 친구…… 아니, 친척분에게 이름을 들었습니다."

"아, 미리사 누님 말인가요? 사촌 누나하고는 어떻게 아시는 사이인가요?"

피아르가 바라보는 곳을 보자, 주근깨 소녀가 놀란 얼굴로 이곳을 보고 있었다.

조금 닮았나?

어쨌거나 찍었는데 운 좋게 맞은 모양이었다.

폭탄이 하나가 아니고 둘. 상속 능력이 폭탄이라면 친척이나 가족이 또 다른 폭탄이라고 추리할 수 있었다.

물론, 저 폭탄이 고유한 상속 능력이 아닐 수도 있고, 또 다른 추리의 구멍이 많았지만, 이렇게 찍은 게 맞아 버리니 구멍이 숭숭 뚫려 있던 추리가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문제는 다른 의문이 생겨 버렸지만.

귀족도 아니고, 평민 사촌이 둘 다 상속 능력이 생길 수 있는 것인지. 그 상속 능력이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인지.

하지만, 이런 의문은 천천히 풀어도 됐다.

지금은 범인, 원흉을 잡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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