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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53화 (53/563)

제53화

제3편 실력 확인 (1)

최대한 놀라지 않게 순화해서 말을 했지만, 어머니는 눈을 감으며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그저 평안하게 살기를 바랐는데……."

역시, 어머니의 촉은 무서웠다. 내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신 것 같았다.

나도 평안한 삶을 살기를 원하지만, 솔직히 내 능력이 아니었으면 이미 예전에 죽은 몸이었다.

평안하게 살기는커녕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아득바득 움직여야만 했다.

"거기다 마누엘 공자와 대련이라니, 괜찮겠니?"

"네. 괜찮아요. 아! 그래요. 같이 가요. 어머니도 제 실력을 보셨으면 해요."

생각해 보니, 어머니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었다. 유학을 가게 되면 남은 어머니도 걱정이지만, 어머니도 유학을 가게 된 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대련 목적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이 대련으로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려야겠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저택의 뒤쪽 숲으로 향했다.

그동안 내가 수련해 온 가문의 연무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늙은 집사와 기사단장, 시몬과 공작부인까지.

그리고 그 사람들 앞에서 마누엘 둘째 공자가 손가락으로 스파크를 튕기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인 자리.

아쉽게도 공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대련 준비를 하는 동안, 마누엘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콧대를 한껏 세우고 꺼낸 말은 아쉽게도 그리 새로운 말이 아니었다.

"나이치고는 꽤나 잘 싸운다며? 하지만 귀족의 싸움은 그런 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지."

나도 여러 번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물론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의 전투도 일반인들의 싸움과 크게 달랐다.

평범한 중세 전투가 근현대의 전차전으로 바뀐 느낌이랄까.

장거리 포격이나 기관총 같은 것은 없긴 하지만,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의 모습은 그 방어력이나 공격력을 생각하면 전생의 장갑차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기사의 전투도 귀족들 간의 싸움에 비하면 일반인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귀족들 간의 전투는 능력의 크기와 상성을 따르는 초능력 싸움에 가깝다고 했지?"

완전한 판타지……. 아니, SF 초능력 소설에 나오는 그런 싸움이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내 형님께서도 그런 싸움을 준비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그는 제대로 된 갑옷도 입지 않았고, 손 위로 스파크를 띄우고 있었다.

하긴 쇠 갑옷이나 금속 검을 든 기사나 병사들이라면 저 전격 공격에 곧바로 쓰러지겠지.

갑옷을 입지 않는다고 아예 전류가 안 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내 형님께서 제대로 된 갑옷을 입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려나.

나도 갑옷을 벗고, 목검을 들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건 제대로 된 대응이 아닐 것 같아 제대로 차려입었다.

사실 상성을 따지지 않고 이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솔직히 어린애를 상대로 뭘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어리니 별 상관없겠지.

그렇게 내 몸에 제대로 맞춘 갑옷을 입고, 연습용 강철 검을 들었다.

대검이나 유적에서 가져온 단검을 쓸 수는 없었다. 대검이나 단검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을 보이지 않더라도 제대로 검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두 검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야 대충 둘러댈 수 있지만, 공작부인이나 기사단장, 총집사 같은 사람들이 눈여겨보게 되면 무척이나 곤란해질 게 뻔했다.

"흥, 결국 기사 흉내인 거냐. 제대로 된 귀족과 싸워 본 적이 없으니 그런 모습을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흠, 싸움 경험이라면 이쪽이 훨씬 많은데. 제대로 된 귀족이 아니긴 했지만, 여러 번 상속 능력과 싸워 보기도 했고.

나는 자신만만한 마누엘의 모습에 의문을 느꼈다.

어라? 설마, 동생한테 말 안 해 줬나?

나는 힐끗 시몬을 쳐다보았다. 싸우는 모습은 보지 못했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대련을 하는 것은 계속 지켜보았을 텐데.

시몬의 실력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그런 생각으로 본 시몬의 표정은 뭔가 묘한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의 동생을 보는 중이었는데, 그 표정이 조금은 차가워 보였다.

아, 설마 동생이지만 경쟁자였던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자꾸 떠오르는 잡생각을 옆으로 밀쳐 두었다. 지금은 대련에 집중할 때였다.

검을 쥐고 마누엘 앞으로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사단장과 총집사는 흥미로운 얼굴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고.

시몬은 굳은 얼굴인 공작부인 옆에서 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공작부인 옆에는 공작부인의 하녀장이 서 있었고, 좀 떨어진 곳에 어머니와 내 전속 하녀인 플로라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고, 플로라는 그런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마누엘 앞에 섰다.

마누엘은 얼굴에 비웃음을 가득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마누엘의 얼굴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관중이 있어서인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열기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검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잡았다.

생사가 걸린 싸움도 아니었고, 크게 긴장을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느껴지며 몸에서 열이 올라왔다.

무척이나 기분 좋은 열기. 이게 관중이 있는 경기의 힘인가 보다.

정말 숨길 것은 숨겨야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싸워야 할 것 같았다.

마누엘과 내가 자리를 잡고 서자.

기사단장이 심판으로서 간단한 주의를 준 후 바로 신호를 주었다.

대결 시작.

번쩍!

그와 동시에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콰르르릉!

이어서 들려오는 천둥을 닮은 소리.

나는 억지로 눈에 마나를 돌려 겨우 시력을 회복했다.

시력은 회복했지만, 아직도 떨리는 눈꺼풀. 온몸은 전기를 맞아 부들거리고 있었다.

퉤!

나는 입속에 고인 피를 뱉으며 마누엘을 노려보았다.

얕보고 있었던 거 아니었나? 시작하자마자 공격이라니. 잘못했으면 그냥 당할 뻔했다.

거기다 따로 공격을 하기 위한 모션도 없었다.

손 위에 띄워 놓은 스파크도 변하지 않았고, 손을 내밀지도 않고 손가락을 튕기지도 않았다.

그냥 나를 향해 번개가 내리꽂혔다. 아니, 그냥 마누엘과 내가 번개 줄기로 이어졌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그의 공격은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앞에서 나를 보고 있는 마누엘은 한껏 인상을 쓰고 있었다.

시작 소리와 함께 공격을 성공시켜서 나를 비웃어 주려고 했겠지만, 그의 미소는 채 완성되지 못한 채로 입 끝에서 구겨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기습을 내가 피해 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의 공격 모션을 보고 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마나를 보고 피한 것이다.

솔직히 마나를 느끼지 못했으면, 제대로 한 방 맞았을 게 분명했다.

원래 내가 있던 자리. 그와 나의 중간 땅은 검게 타 버렸고, 그 주변은 아직도 스파크가 흐르고 있었다.

거기다 마나로 공격을 알아차리고 최대한 몸을 날려 공격 지점에서 멀찌감치 물러난 나도 공격을 완전히 피해 내지 못했다.

예상보다 훨씬 강한 공격이었다. 정통으로 맞았으면, 최악의 경우 졌을지도 몰랐다.

나는 마나를 둘러 몸에 남은 전격을 털어 냈다. 예상대로 마나는 몸에 남은 전격을 쉽게 밀어냈다.

'마나란 게 거의 만병통치약이네.'

전격이 사라지자, 떨리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역시 숨겨진 한 수가 있었다.

아니, 그런 숨겨진 한 수를 형제간의 대결에 쓰는 게 맞는 건가?

거기다 숨겨진 한 수라는 게 언제나 그렇듯이 꽤나 무리가 가는 수법일 텐데.

내 생각대로 나를 노려보는 마누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숨은 바로 넘어갈 것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역시,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뭐, 봐줄 필요는 없겠지.'

나는 곧바로 끝내 버릴 생각으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마누엘의 얼굴이 쭉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 얼굴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하얗게 질렸던 얼굴이 순식간에 원래로 돌아왔고, 헐떡이던 숨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뭐지?'

거기다 마누엘의 몸에 고갈되었던 마나가 순식간에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좋은 기회였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봐도 지금은 치고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다.

"쳇!"

나는 혀를 차면서 뒤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마누엘은 온몸에 힘을 주며 고함을 질렀고, 그의 몸 위로 전류가 치솟았다.

"크아아아아!"

이번 기술은 조금 전처럼 동작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말도 안 돼! 이번에도 그렇고, 대체 어떻게 피한 거야! 거기다 분명 감전되긴 했는데!"

그는 뒤로 물러선 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아니, 싸우는 도중에 고함이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거기다 나도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분명 마나 고갈에 가까울 정도로 마나를 썼는데, 바로 마나를 회복하는 방법은 뭔지.

지금도 저렇게 전격을 뿜어내고 있는데 마나가 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파지지지직.

물론, 스파크 속 얼굴은 조금씩 창백해지고 있기는 했지만, 저 나이에 저런 전격을 유지할 수 있는 마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최 말이 안 되었다.

마누엘이 마나 회복 능력을 따로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도 못했는데.

더구나 능력을 두 개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소리도 들은 적 없었고.

"설마, 마나 회복이 되는 유물 같은 게 있나?"

"그, 그런 걸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

내 말에 마누엘이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라? 혼잣말이었는데?

설마 진짜 그런 게 있는 거야?

더구나 마나로 강화된 귀로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옆으로 눈을 돌리니 시몬 형이 손을 얼굴에 올리고 있었고, 공작부인께서는 한껏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정말, 그런 물건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와 대련을 하고 있는 우리 형님께서는 그 물건을 몰래 사용하고 있는 거고.

아니, 몰래 쓰고 있으면 들키지나 말 것이지.

이래서야 제대로 된 대련이 될 리 없었다.

기사단장도 헛기침을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여기서 대련을 멈출 모양이었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나는 아직도 몸 전체에서 전기를 뿜어내고 있는 마누엘을 보았다.

저 전기 때문에 다가가기도, 검을 휘두르기도 쉽지 않았다.

어떤 유물인지 몰라도 저렇게 전기를 계속 뿜어내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게 분명했다.

마누엘도 점점 힘들어하는 게 보이고.

뭐, 조금만 지나면 제풀에 나가떨어질 것 같기는 한데.

"이익! 죽어!"

마누엘도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는지, 뿜어내는 전기 일부를 내 쪽으로 쏘아 냈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하지만, 처음의 공격과 달리 뻔히 보이는 공격을 내가 당해 줄 리 만무했다.

슬쩍, 슬쩍 공격을 피하니 마누엘은 더 빠르게 지쳐 갔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그냥 이길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그전에 기사단장이 대련을 중단시킬 것 같고, 나도 이대로 대련을 끝내기는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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