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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9화 (49/563)

제49화

제24편 선물이 뭔가 이상하다 (2)

다시 공격을 당하기 바로 전.

단검을 바라보던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된 건지 이따 알려 줘야 해!"

그런 말을 남기고, 거친 숨과 함께 밀려 나간 붉은 마물을 향해 달려 나갔고, 나는 남은 마물 앞을 가로막았다.

마물이 으르렁거렸지만, 나는 단검을 들고 마물 앞을 얼쩡거릴 뿐이었다.

솔직히 이길 자신도 별로 없을뿐더러 어린 몸은 무척이나 지친 상태였다.

이미 내 몫 이상을 했다. 여기서는 마물 하나만 잡아 두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마물을 피투성이로 만든 그녀 덕분에 붉은 마물의 행동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덕분에 나는 싸움 없이 마물을 붙잡아 둘 수 있었다.

잠시 뒤, 그녀와 싸우던 마물이 쓰러졌다.

역시 상대가 둘이라서 고생을 한 거지, 일대일은 금방 끝이 났다.

"수고했어!"

마물을 쓰러뜨린 그녀는 숨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바로 내 쪽으로 달려왔다.

이제는 숨을 헐떡이는 것 이상으로 마나가 부족해, 검에서 피어오르는 일렁거림도 약해져 있었다.

하지만, 남은 마물 하나 정도는 상대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내 예상대로 그녀는 마나가 다 사라지기 전에 남은 마물을 쓰러뜨렸다.

마물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내가 옆에서 가세한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많은 틈이 만들어졌다.

잠시 뒤 마지막 마물이 쓰러졌고,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물을 모두 쓰러뜨린 기쁨도, 힘든 마나 부족도 그녀의 질문을 막지 못했다.

그녀는 온몸으로 숨을 헐떡이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아는 게 있어야지 대답을 할 텐데.

"모르겠어요. 단검을 들고 싸우려고 하는데, 문양에 그려진 새의 환영이 나타났어요. 그리고……."

결국, 나는 조금 전 경험한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다.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고 환청에 대답하자, 마나가 바뀐 것.

마나가 뒤바뀐 뒤에는 정신을 잃고 눈을 뜨자, 마물들이 모두 쓰러져 있었던 것을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지금도 이렇게 검을 들고 마나를 움직이면 마나의 성질이 바뀌어 버려요."

나는 일렁이는 단검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는 다시금 멍하니 단검을 바라보았다.

"환상에 환청? 말도 안 돼. 이미 상속은 이어졌는데, 상속자가 또 나왔다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왔다. 상속 능력은 유전으로 받는 게 아니었나?

내가 아는 상속하고는 상당히 달랐다.

뜻밖의 소리에 나도 그녀를 바라보았고, 서로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쿠르르르르.

우리가 올라온 동굴에서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네요. 우선 밖으로 나가야 해요."

내 말에 그녀도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 괴상한 존재를 목격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행히 그녀도 마나와 체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안 나는 쓰러진 마물들을 바라보았다.

"레드 마우스가 이렇게 강한가요? 대전쟁 때는 흔해 빠진 하위 마물이었다면서요. 이런 마물들이 바글거렸으면 어떻게 이긴 거죠?"

내 말에 그녀는 눈썹을 찡그렸다.

"이 마물들은 평범한 레드 마우스가 아닌 것 같아. 레드 마우스가 이렇게 강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거든. 레드 마우스가 회색인 것도 처음 보았고. 이 안에서 뭔가 달라진 건가?"

다행히 그녀는 내 말에 잘 대답해 주었다.

그녀의 대답에 나는 누워 있는 마물들의 과거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대전쟁 때 지하 동굴에서 낙오하고, 이 지하에 갇혀서 수백 년간 마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으려나.

자식을 낳아 수를 늘리고, 오랜 시간 힘을 키우며 자신들의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 걸까.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고립된 수백 년의 삶이라…….

죽어 있는 마물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아 나는 잠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괜히 마물 때문에 감상에 젖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아쉽네요. 대전쟁 때 마물이면 상인들이 잘 쳐줄 텐데."

내 말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지금 마물을 못 가져가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

하긴 물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긴 했다.

"네 상속 능력을 생각하면 마물 사체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아니, 돈이 아까우면 꺼낼 수도 있는 거지 뭐.

오히려 용병인 그녀가 돈 이야기를 무시하는 게 더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상속 능력을 중복으로 얻을 수 있다니……. 이건 그녀의 말처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알려지면 피곤한 일이 벌어질 거고, 나 때문에 그녀의 상황도 골치 아파졌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담담했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지금 벌어진 일에 무척이나 겁을 먹었겠지만, 여러 번 죽어 봐서 그런지, 앞으로 벌어질 일이 그리 무섭지 않았다.

어쨌거나 내 말 덕분에 분위기는 조금 가벼워졌다.

우리 두 사람은 저번 삶과 같이 철문을 열고, 창고 내부를 확인했다.

창고는 전에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창고 중앙에는 위아래로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남은 부분에는 멀쩡한 물건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전에 보았고, 그녀도 예상했지만,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두툼한 주머니를 확인하고는 다시 그녀를 재촉했다.

위로 뻥 뚫린 구멍.

그녀는 허리에 차고 있던 등불을 들어 올렸다.

등불 빛에 의지한 채로 위를 올려다보니, 구멍 멀리 천장이 보였다.

그녀와 내가 떨어졌던 무덤의 천장이었다.

철썩.

하지만, 위를 올려다보는 사이.

아래쪽 구멍을 채운 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열린 창고 문 쪽에서도 물이 밀려들어 오고 있었고.

물은 이미 신발을 적시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중이었다.

천장을 보고 감동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내 몸을 위아래로 살피며 물었다.

"그동안 실력으로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올라갈 수 있겠어?"

"네."

그녀의 물음에 나는 등 뒤의 대검을 꺼내며 대답했다.

한 손에는 단검을 쥐고, 다른 손에는 대검을 들고.

그리고 대검에 정신을 집중하니.

스르르르.

거칠게 움직이던 마나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단검 위에 일렁거리던 마나가 사라지니, 불새 사냥꾼이 다시금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차오르는 물을 헤치고 창고 벽으로 걸어갔다.

단단한 돌로 되어 있는 벽은 웬만한 망치질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지하에서 검을 이용한 암벽 등반이라니.

전생이었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게 분명했다.

지금도 마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했다.

하지만, 마나라는 치트키 덕분에 말도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단검에 정신을 집중해서 마나를 바꾸고, 일렁거리는 대검을 벽에 박아 넣었다. 최대한 높이.

푹.

대검이 닿지도 않았는데, 검날 형태로 구멍이 뚫리는 벽.

그 구멍 안으로 쉽게 대검을 밀어 넣었다.

내가 봐도 대단한 모습이었지만, 대신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런."

나는 바로 마나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대검 위로 올라섰다.

마나를 되돌리자 빠르게 마나가 차올랐다.

이번에는 단검을 같은 방법으로 벽에 밀어 넣고, 단검에 매달린 후에 대검을 뽑아 들었다.

다시 단검 위로 올라선 뒤에 마나를 되돌리고.

다행히 예상대로 마나가 움직여 주어 올라가는 동안 마나가 부족해질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근데, 불새 사냥꾼은 괜찮으려나…….'

나야 마나를 바꿔서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지만, 그녀는 불가능했다.

더구나 많이 쉬지도 못했는데.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전생에 들었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잘난 사람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원래는 '연예인 걱정 어쩌고'였던 것 같지만. 그녀를 걱정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천장을 지나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전혀 다른 방법으로 벽을 타는 중이었다.

검으로 열심히 발받침을 만드는 나와 달리, 그녀는 일렁이는 검으로 벽에 금을 쓱쓱 긋고서 금을 밟고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훌륭한 마나 활용법이고, 제대로 된 암벽 등반이었다.

역시, 아직 잘난 척할 때는 아니었다.

뻘쭘한 마음에 나는 다시금 벽에 검을 박아 넣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녀처럼 하고 싶긴 했지만, 저 정도로 멀리, 그리고 빨리 마나 검을 쓸 수 없었다.

거기다 암벽 등반도 따로 배운 적도 없었고.

괜히 따라 하다가 물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대검에, 주머니 안 금화까지. 잘못하다가는 익사하기 딱 좋았다.

나는 차오르는 물을 피해 열심히 손발을 움직였다.

난이도가 높은 천장을 지나 구멍으로 들어간 뒤, 계속 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수직 동굴 중간에 등을 걸어 두어서 올라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나를 쫓아서 물은 계속 차올랐고.

"도대체 어디까지 차오르려는 거야."

출렁이는 물을 보며 투덜거리면서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인 끝에 나는 기어이 구멍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모서리에 손을 올리고, 발밑의 단검을 회수한 뒤.

마지막으로 위로 몸을 올리는 순간!

부웅!

커다란 대검이 내 머리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우왓!"

놀란 나는 급하게 몸을 피했고, 당연히 나는 공중에 붕 뜨게 되었다.

허공에서 나는 나를 공격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대검을 든 기사. 잘생긴 중년 기사였다.

기사가 왜 여기 있는 거지? 거기다 왜 나를 공격하는 건데.

기사 옆에는 먼저 올라간 불새 사냥꾼이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어디도 다치지 않은 것 같았고, 무기도 가지고 있었다. 제압당한 것 같지도 않고.

그럼 저 기사와 그녀는 한패려나. 역시 그녀는 평범한 용병이 아니었다.

그보다 설마 그녀에게 속은 걸까?

솔직히 이 유적과 그녀가 얻은 유산을 보면 사람을 죽여 비밀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내가 그녀의 상속 능력을 얻은 것은 그녀나 그녀 가문에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번 죽으면서 봐 온 그녀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아니, 그보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보험을 들어 놨잖아.

분명 신전에서 계약했는데? 이거 계약에 구멍이 있는 거였어? 뭔가 편법이 있는 거였나?

머릿속으로 별의별 생각이 마구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멈춰요! 그 아이는 동료예요!"

그녀의 말에 기사의 표정도 이상하게 변했고.

나는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풍덩.

아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예상대로 물속에 빠진 나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끝나 버리면 어떻게 또 반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상황도 꼬이고, 동료도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고. 기사는 왜 나온 거고, 우물을 지키던 병사는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튼 겨우 끝에 도달했는데!

욕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누군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가라앉은 사람이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다가왔다.

물에 떠 있는 등 덕분에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속에서도 멋진 중년 모습의 기사가 갑옷을 입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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