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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7화 (47/563)

제47화

제22편 유산을 찾았습니다 (3)

잠시 뒤, 마물들은 모두 쓰러졌고, 불새 사냥꾼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녀는 힘껏 나를 껴안았고, 나는 그녀의 배에 파묻혀 버렸다.

이런, 키 차이가 나 버리니 영 모습이 우스워졌다.

더구나 그녀의 팔 힘은 무척이나 강했다.

"잠, 잠깐! 숨이 막혀요!"

나는 양팔을 여러 번 허우적거린 뒤에야 겨우 그녀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뒤로 물러선 그녀도 자신이 속옷 차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급하게 겉옷과 갑옷을 걸쳤다.

나는 물기가 가득 묻은 얼굴을 대충 닦은 후, 그녀에게 말했다.

"우와! 방패 하나 더 든 것뿐인데 전하고 엄청 차이가 나는데요?"

"전하고?"

아차, 그건 나만 겪은 일이었지?

"아니, 후작가에서 검 하나만 들고 싸웠을 때하고 달라져서요. 그동안 실력이 느신 거였나요?"

"아, 그때 봤었지. 실력이 는 게 아니야. 네 말대로 방패 때문이야."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방패를 쓰다듬었다.

다행히 잘 넘어간 것 같았다.

말조심해야지. 여러 번 삶을 반복하니 하나둘 실수가 나왔다. 몸은 멀쩡해도 계속된 죽음과 고통으로 주의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

"아, 맞다. 이거 봐 봐."

방패를 쓰다듬던 그녀가 급하게 저수지 쪽으로 걸어갔다.

물가에는 상당한 크기의 쇠 상자 하나가 반쯤 걸쳐져 있었다.

설마?

나도 그녀를 따라 쇠 상자 앞으로 갔다.

이 쇠 상자는 그녀가 들고 있는 방패와 달리 평범한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오랫동안 물속에 있어서 녹슬고 삭아 있었다.

두꺼운 철로 만들지 않았으면 오래전에 망가져 버렸을 터였다.

"바닥에 이런 게 있었어요?"

저 물속에서도 안 꺼지는 등 덕분이었을까? 내가 찾아보았을 때는 없었던 상자였다.

"원래는 더 많았을 텐데. 물속에 오래 잠겨 있어서인지 이 상자 하나밖에 찾지 못했어."

그녀는 검에 마나를 밀어 넣은 뒤, 망가진 자물쇠가 달린 상자 옆을 내려쳤다.

서걱.

자물쇠는 쉽게 잘려 나갔고.

"그럼 뭐가 있는지 볼까?"

그녀는 낡은 상자를 열어젖혔다.

화악!

상자를 열자, 환한 빛이 앞을 가렸다.

갑작스러운 빛에 눈을 비비자, 겨우 상자 안을 제대로 살필 수 있었다.

우선 눈을 부시게 만든 것은 상자 바닥에 두껍게 깔린 금화였다.

그것도, 시가의 몇 배를 쳐준다는 옛 제국의 금화.

"금화를 바닥 깔개로 사용한 건가?"

하지만, 불새 사냥꾼은 바닥에 깔린 금화를 보고도 시큰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니, 용병이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지.

긴장이 풀린 덕분인지 불새 사냥꾼은 자신의 본성을 자기도 모르게 드러내고 있었다.

나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모른 척해 주었다.

금화 위에는 금화에 반쯤 파묻힌 다른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단검처럼 보이는 작은 검과 낡은 책자.

그녀는 기쁜 얼굴로 낡은 책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단검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어라, 단검에도 날아오르는 새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에도 문양이 그려져 있어요."

문양이 그려진 유물들과 책 한 권이 그녀가 원하던 물건이었다. 나는 그 외에 다른 물건들을 가지는 것으로 계약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손해 보는 계약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물건들이 물속에 빠지는 바람에 내게 너무 유리한 계약이 되어 버렸어. 방패와 책만 있어도 내게는 충분히 넘치는 보상이야."

뭐, 조금 전 싸움만 봐도 저 방패가 검과 한 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은 책은 아마 잃어버렸다는 상속 능력에 대해 적혀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게 준 단검에도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저 책과 같이 있었다는 건 분명 저 검과 방패와 같은 세트인 것 같은데…….

"그 단검은 이 검이랑 방패와 함께 유산으로 알려진 물건이야."

그것 봐. 맞잖아.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 잘 썰리는 검일 뿐이지만, 나, 아니 우리 일가가 네게 은혜를 입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검이야. 나중에 그 검을 돌려주면 우리 가문이 은혜를 갚을게."

음, 역시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분명 가문이라 하면 귀족을 뜻하는 것일 텐데, 귀족으로 보기에도 너무 고지식했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뭐,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물었다.

"나중에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지 알려 주시는 건가요?"

내 말에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잘됐다. 보상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그녀의 정체가 제일 궁금했다.

더구나, 저 상자 바닥에 깔린 금화들은 모두 내 몫이었고, 아직 찾지 못한 물건들이 저수지 바닥에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

저수지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라도 시간을 들여 찾으면 그만이었다.

"나중에 찾아올 곳은……."

그녀는 입을 열었고, 나는 마나를 귀에 밀어 넣을 정도로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녀가 막 이야기를 하는 순간!

쿠구구구궁.

저수지 쪽에서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콰과과과!

천장을 넘어 천장에 난 구멍까지 치솟는 물줄기였다.

촤아아아악!

우리 두 사람은 바로 흠뻑 젖어 버렸다.

"이게 도대체……."

어이가 없어진 나는 황당한 얼굴로 불새 사냥꾼을 쳐다보았다.

"저수지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죠?"

내 말에 그녀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상자가 바위 사이에 껴 있어서 바위를 부수긴 했는데……."

"설마, 지하 수맥을 건드린 건 아니겠죠?"

"그랬나? 검하고 철 상자를 양손에 들고도 올라오는 게 그리 어렵지 않긴 했는데……."

저건 건드린 거다!

그녀가 부순 바위는 천장이 무너지면서 저수지의 물길을 막았던 바위였을 것이다.

바위가 부서진 덕분에 몇백 년간 막혀 있던 물길이 열린 것이었다.

콰콰콰콰!

분수처럼 솟구치던 물이 바닥으로 쏟아내 내렸다.

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저수지가 점점 넓어졌다.

아니, 저수지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불새 사냥꾼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달아나야겠지?"

"그 수밖에 없잖아요!"

마물들을 끌어들여 각개격파를 하는 것도, 기회를 엿봐서 큰 마물들을 처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금은 전보다 강해진 불새 사냥꾼만 믿고, 솟구치는 물에서 달아나야만 했다.

나는 되는 대로 금화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그녀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불새 사냥꾼이 먼저 가까운 동굴로 뛰어들었고, 나는 단검을 허리춤에 쑤셔 넣고, 대검을 어깨에 걸친 채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콰콰콰콰!

달리는 우리 뒤에서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진동과 물소리 때문인지, 우리를 막는 마물들의 모습도 전과 달랐다.

포위하고, 함정에 빠뜨리기는커녕 우리와 마주치자, 우리보다 더 놀란 것 같았다.

전과 달라졌어도 그녀는 알 리가 없었고, 봐줄 리도 없었다.

방패와 검이 움직이자, 앞을 막아서던 마물들이 잘려 나가고 튕겨 나갔다.

그녀와 나는 튕겨 나간 마물들을 마무리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갔다.

상처를 입은 마물들은 뒤따라오는 급류가 해결해 줄 터였다.

그렇게 마물들을 처리하고 지나치며 우리는 계속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나는 검을 휘둘러 볼 겨를도 없었다.

주머니와 품에 가득 넣어 둔 금화가 거치적거리고, 대검의 무게 때문에 발걸음이 느려지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그녀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방패를 든 뒤로 그녀는 계속 강해지고 있었다.

싸우면서 점점 방패와 검을 같이 쓰는 게 익숙해지고, 마나의 움직임도 원활해져 간 것이다.

동굴을 빠져나갈 때쯤이면 방패를 들기 전보다 배는 강해져 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뒤만 쫓아가는 것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녀와 달리 나는 이미 마물들과 지겹게 싸워 봤기 때문이었다.

그녀처럼 싸우면서 강해진다면 모를까, 괜히 멈춰 섰다가는 물에 휩쓸려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 바보 같은 이유로 또 죽음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 우리는 전혀 다른 동굴에 도착했다.

"잠깐, 여기는 사람 손이 닿은 것 같은데?"

그녀의 말대로 이곳부터는 사람이 만든 지하 통로였다.

바로 보물 창고가 있는 통로였다.

"아……. 여기가 보물 창고하고 연결된 통로인 건가?"

그녀도 금방 알아차렸다.

하지만, 저번과 다르게 무척이나 차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물 창고가 박살이 났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그녀를 막아섰다.

"잠시만요. 여기부터는 좀 더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마물들이 다 나온 것 같지도 않고……."

크고 빨간 두 마물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었다. 회색 놈들도 아직 다 죽인 것 같지도 않고. 물에 빠져 죽은 게 아니면 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래서야 설명이 부실한데…….

내 비밀을 말하지 못하는 이상,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네 감은 꽤 좋은 것 같으니까."

다행히 그녀는 내 말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방패와 검을 세운 채로 마나를 퍼트렸고, 나도 중간에 잡은 마물 가죽으로 만든 금화 허리띠를 다시 묶었다.

그리고 대검을 등 뒤에 메고, 단검을 손에 쥐었다.

통로가 넓지 않아 대검으로는 그녀의 싸움을 방해할 것 같았다.

지금은 뒤에서 그녀를 보조하는 편이 싸움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었다.

내가 단검을 드는 것을 보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천천히 통로를 걸어갔다.

그리고 조금 뒤에 전에 보았던 철문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철문 앞에는 예상대로 마물들이 모여 있었다.

여태 죽여 왔던 회색의 마물들과 그 뒤에 배는 더 커 보이는 두 붉은 마물들.

이름값을 하는 '레드 마우스'들이 보물 창고 앞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을 보니 우리를 막으려고 그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웃기게도 저 마물들도 차오르는 물을 피해서 이곳에 모여 있었다.

겸사겸사 우리를 처리할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피할 이유도 없었고.

"어째 레드 마우스가 붉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나머지 놈들은 저 두 놈들이 낳은 돌연변이들이었나?"

저번 삶에서 나보고 도망치라고 한 것과 달리, 그녀는 두 마물을 보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뒤를 부탁해! 물이 올라오기 전에 빨리 끝내자고."

그녀는 활기차게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 시간, 머릿속에서 들리는 환상과 환청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단검을 들고 마나를 밀어 넣으면서 시작된 환상이었다.

허공에 조금씩 불길이 일어나고, 그 불길이 새 모양으로 바뀌었다.

반투명하게 주변 사물을 통과하는 것을 보니 환상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더구나 불새 사냥꾼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렇게 환상이 커지다가, 지금은 환청까지 들리고 있었다.

날개를 펄럭이는 불새 환상이 입을 뻐끔거리는 순간, 머릿속으로 이런 말이 들려왔다.

-힘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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