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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5화 (45/563)

제45화

제20편 유산을 찾았습니다 (1)

끼이이익.

보물 창고의 문이 열리자, 우리는 창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뻥 뚫린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으악!"

창고처럼 보이는 커다란 석실 중앙에 위아래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던 것이다.

떨어질 뻔한 구멍 끝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둠에 잠겨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 보였다.

'설마?'

위를 올려다보았다. 위에도 같은 구멍이 보였다. 다만 위쪽 구멍은 끝이 보였다.

석실의 천장.

바로 우리가 떨어진 그 석실의 천장이었다.

"말도 안 돼. 이 구멍이 우리가 떨어진 구멍인 거야?"

불새 사냥꾼은 구멍에 매달린 나를 도와줄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구멍을 바라보고 있었다.

충격이 심한 것 같았다.

"끄응."

어쩔 수 없이 혼자 힘으로 올라왔다.

위로 올라와 주변을 둘러보니, 그녀가 한껏 충격을 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창고에는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 혹시 다른 문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우리가 들어온 문 이외에 다른 문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온 문 말고, 밖으로 통하는 곳은 위아래 뚫린 두 개의 큰 구멍밖에 없었다.

한참 넋을 놓고 있던 그녀는 남은 석실을 샅샅이 뒤졌지만, 먼지가 묻은 쇠붙이 조각들과 금화 몇 개밖에 찾지 못했다.

"말도 안 돼……."

결국, 그녀는 절망에 빠진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동안 무척이나 이성적으로 행동한 그녀였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그녀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도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꽝으로 끝나는 모험도 있는 법이었다.

더구나 이 기회에 나름 마나 검술을 가다듬을 수 있어서 나는 그리 손해를 보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마나를 모으자, 멀리 흐린 빛 사이로 희미하게 천장이 보였다.

한 50m 이상은 되어 보이는 높이였다.

무척이나 높았지만, 저수지가 있는 지하 광장에서 올라오는 것보다는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전생이라면 무리인 암벽등반이었지만, 마나를 쓰면 어찌어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돌아가 볼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천장에 매달릴 곳을 찾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잠깐? 이곳에 보물들이 있었고, 그곳에 구멍이 뚫렸다면?'

그럼 보물은 어디로 갔을까?

물론 도중에 흙에 파묻힐 수도 있겠고, 땅을 파던 마물들이 치워 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둘 다 아니라면?

나는 다시 구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외치는 순간.

"잠깐 보물은……."

크아아아아아!

내 외침은 그녀의 귀에 닿지 않았다.

마물들의 괴성이 내 목소리를 집어삼킨 것이다.

"아직 마물들이 남았나?"

놀라서 열린 문을 바라보자, 그녀가 분노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남아 있었어? 잘됐어!"

아이고, 잘되었을 리가 없잖아!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검을 쥐었다.

마물들을 다 없애도 사망 지점 통과 메시지가 안 나와서 의아해했는데, 역시 남은 놈들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물들이 나타났다.

쾅!

큰 철문을 몸으로 부수듯이 열어젖히며 커다란 붉은 마물이 석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어서, 좀 더 큰 마물이 뒤를 이었다.

마물들은 몸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물들은 쥐를 닮은 얼굴을 한 네 쌍의 다리를 가진 마물.

아래에서 본 마물들과 생긴 것은 비슷했지만, 회색의 마물들보다 훨씬 더 큰 마물들이었다.

'다른 종류인가?'

크기도 달랐지만, 털의 색도 달랐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붉은 털. 저 붉은색 털들을 보니 저 마물이 왜 '레드 마우스'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저 마물들이 다른 마물들의 부모인 건가? 원래 털의 색은 붉은색인데, 이곳 지하에 있다 보니 회색으로 바뀐 거고?

그런 생각을 하는 차에, 옆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놈들이지? 유산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녀는 불같이 화를 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크르르르르.

화가 난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붉은 털의 마물들도 괴성을 토하며 달려들었다.

캉! 카앙!

순식간에 맞붙는 사람과 마물들.

마물들은 전의 회색 마물들과 다르게 그녀의 공격에 한 치도 밀려나지 않았다.

일렁이는 검과 발톱이 부딪쳤는데도 발톱이 멀쩡했고, 겨우 몸에 칼질을 해도 붉은 털들이 막아 주어서 상처만 조금 났을 뿐이었다.

"네놈들에게 밀릴 능력이 아니야! 이런 능력이 아니란 말이야! 제대로 배울 수 있기만 했어도!"

싸울수록 더욱 분에 겨운지 그녀는 흥분한 채로 마구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마물들은 전과 달랐다. 그녀가 흥분해서는 결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싸우는 도중, 그녀의 검은 어이없게도 허공을 갈랐고 마물의 발톱이 그녀의 피부에 상처를 입혔다.

점점 뒤로 밀리는 불새 사냥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떠올린 생각이 맞는다면 그녀가 죽으면 보물은 내 차지가 될 텐데…….

이제는 혼자서도 올라갈 수 있었고, 그녀가 잘만 싸워 주면 내가 마물들을 상대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고.

하지만.

"마물들이 너무 강해! 내가 막고 있을 때 도망쳐!"

피를 뿌리며 마물들과 싸우는 그녀의 음성을 듣는 순간,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 세상에는 악당도 많지만 착한 사람, 바보 같은 호구도 꽤 있었다.

죽을 위기에 처하면 그 사람의 본성을 볼 수 있는데, 그 본성이 착할 경우에는 외면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검을 들었다.

'죽으면 다음번에는 이길 수 있는 놈들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마물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가담하기 전에 불새 사냥꾼은 쓰러져 버렸고, 나는 두 마리 마물의 표적이 되어 버렸다.

"커억, 안, 안 돼!"

끊어질 듯한 그녀의 비명이 들려왔고, 나는 눈앞을 가득 채우는 발톱들을 보게 되었다.

눈을 감았다.

서걱.

격렬한 통증.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진 세상.

귓가를 때리는 바람 소리와 휘날리는 옷.

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글자.

[사망하셨습니다. 자동 저장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눈을 떴다.

빠르게 지나가는 동굴 벽.

같이 떨어지는 불새 사냥꾼의 등에서 흘러나오는 빛으로 흐리게나마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아마 저 위쪽에 조금 전 내가 죽은 보물 창고도 있었을 테지.

이제 곧 수면에 부딪힐 시간.

나는 검을 던지는 대신 꽉 붙잡았다. 그리고 마나를 가득 일으켜서 곧 있을 충격에 대비했다.

풍덩!

바로 다음 순간, 큰 소리와 함께 물에 빠졌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때렸다. 몸이 점점 가라앉았다.

무거운 검 때문이었다.

처음 떨어졌을 때, 열심히 발버둥을 쳐서 겨우 속도를 늦추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검을 가슴에 품고 움직이지 않았다.

몸에 마나를 돌리니 호흡은 걱정이 없었다.

전생에 다이버들 중에는 10분 넘게 숨을 참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도 지금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 위에서 빛이 일렁거렸다. 그녀가 물속에서 나를 찾는 모양이었다.

처음 떨어졌을 때는 지금쯤 그녀에게 잡혀 수면으로 올라갔을 터였다.

이번에는 너무 깊게 내려와서 그녀가 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참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역시 깊은 저수지였다.

빛도 점점 줄어들었고, 어둠에 잠기자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이 저수지가 다른 곳과 연결된 것은 아닌지.

그렇게 괜히 죽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순간.

턱.

발이 바닥에 닿았다. 울퉁불퉁한 바닥.

다행히 늦지 않게 바닥에 닿은 것이다.

'이런,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또 실수한 모양이었다.

보물 창고에 구멍이 났다면, 보물들은 아래로 떨어져 이 저수지에 모두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어두워서야 뭘 찾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그냥 올라갈 수는 없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덕분에 이렇게 빠르게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었다.

또 죽어서 떨어질 것이 아닌 이상 이번에 뭔가 찾아야 했다.

혹시나 해서 눈과 귀에 마나를 더 밀어 넣으려는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마나를 몸 밖에 뿌리면 어떨까.

공기 중이 아니지만, 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마나로 공간을 장악해서 다른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내 영역으로 느끼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검에 마나를 밀어 넣으면 검이 수족처럼 움직이니, 물에 마나를 밀어 넣으면 마나가 퍼진 공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막힌 숨을 몸속으로 되돌리며, 대신 마나를 몸 밖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공기로 퍼트리는 것과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찐득한 젤리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것 같은 느낌.

불편하고 느렸지만, 결국 물속에서도 마나를 퍼트릴 수 있었다.

사방 2m. 마나가 퍼져 나간 공간이었다.

'이건 흙바닥이고, 저건 바위…….'

다행히 마나의 움직임을 통해 사물을 느낄 수 있었다.

젤리 속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느끼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처음 느끼는 감각이라 무척이나 낯설었지만, 그래도 주변에 있는 물건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었다.

자세하게 알기는 어려웠지만, 바닥에 엎드려서 하나하나 만져 볼 필요가 없으니 충분히 보탬이 되었다.

나는 천천히 저수지 바닥을 걸었다.

저수지 바닥은 내 생각대로 무척이나 엉망이었다.

부서진 바위들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사람이 자른 것 같은 돌들도 느껴졌다.

촛대 같은 것도 있었고, 찢어져서 흔들리는 천 조각도 느껴졌다.

그렇게 주변을 수색하고 있으니 조금씩 숨이 가빠졌다.

숨이 가빠진 것을 보니,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았다.

'아, 맞다. 마물들이 나올 텐데…….'

저수지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물들과 싸웠었다.

총 세 마리. 그중에 두 마리는 불새 사냥꾼이 처리했었다.

'세 마리도 괜찮으려나?'

이거 괜한 짐을 떠맡긴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쩝, 올라갈 생각을 하니 검이 또 문제였다. 이 검을 가지고 올라가는 것은 무리였다.

이번에는 이 중검을 바닥에 버리기로 하고.

'뭔가 대충 쓸 만한 가벼운 검이 없을까?'

바닥에 쌓인 잡동사니를 훑어보았다.

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넓적한 널빤지 같은 것은 느껴졌다.

'어? 방패인가?'

내가 찾은 것은 크지 않은 원형 방패였다.

'이거 재질이 뭐지?'

무거울까 봐 걱정했지만, 방패는 의외로 무겁지 않았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으니, 우선 이 방패를 가지고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검을 땅에 박아 넣고, 방패를 잡고 위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꽤 좋은 방패인 것 같았다. 석실에 있었던 거라면 무척이나 오래된 물건이고 물속에서도 오래 있었을 텐데, 내 마나를 무척이나 잘 받아들였다.

더구나 마나를 밀어 넣으니 더 가벼워진 것 같았다.

나는 방패를 양손으로 잡고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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