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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11화 (11/563)

제11화

제11편 범인을 찾았습니다 (1)

각성식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공작이 각성을 선언하자, 사람들이 놀라워했고 어머니는 기뻐했다.

방에 돌아와서는 전처럼 테스트를 받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방을 나섰다.

테스트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죽기 전에 알아낸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먼저 만나 볼 사람은 누이 엘레나 공녀였다.

아니, 그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나는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플로라에게 물었다.

"요즘도 엘레나 누나하고 자주 만나?"

"그럼요. 다른 공자님하고 다르게 아가씨는 계속 도련님을 신경 쓰신답니다. 정말 착한 분이에요."

그녀의 말에 입이 쓰게 느껴졌다.

"그래? 주로 어떤 걸 묻는데?"

"뭐, 잘 지내시는지, 요즘 뭐 하시는지, 힘들지 않은지 그런 걸 물으시죠. 각성식 뒤에도 어떤 능력을 얻으셨는지 물어보셨어요."

그냥 듣기에는 사랑하는 동생에 대한 누나의 관심 정도로 보였다. 전 같았으면 그런 그녀의 관심에 고마워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된 지금은 모두 다르게 들려왔다.

"그런데 나에 대해서 너무 쉽게 떠벌리는 거 아냐?"

내 말에 조금 감정이 실린 모양이었다. 미소를 짓던 플로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게……. 아……. 잘못했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내가 아기였을 때의 일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각성일 전까지 몇 년간 평온하게 지냈지만, 그전에는 몇 번이나 목숨의 위협을 받았었다.

물론 몇 번 죽기도 했지만, 그것은 나만 아는 일이었다.

그동안 너무 풀어 준 것 같았다.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내 편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저 주위의 사랑을 받는 꼬맹이가 될 뿐이었다.

나는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며 걸음을 옮겼고, 플로라는 풀이 죽은 얼굴로 앞장섰다.

"어서 와!"

귀여운 응접실. 어린 소녀가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공작의 딸에 걸맞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응접실이었다.

"알렉스가 내 응접실로 온 건 처음이지?"

미리 이야기해 놓은 덕분에 응접실 중앙의 탁자에는 맛있어 보이는 다과가 놓여 있었다.

나는 누나의 손에 이끌려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전속 하녀가 차를 따르고, 차를 따르는 와중에도 엘레나는 이리저리 손짓을 하면서 말을 이어 갔다.

"……내가 그때 두근두근하며 알렉스하고 아빠를 보고 있었잖아. 그런데 아빠가 각성한 게 맞다고 말씀하시는 순간, 정말 기뻤다니까!"

그녀의 얼굴에는 지금도 기쁨이 가득했다.

이런 착한 아이가 날 죽이기 위해 정보를 빼냈다고?

거기다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렇게 머리가 뛰어나지도 않은.

하지만, 다른 용의자는 없었다.

그 뒤로 평범한 잡담이 이어졌다. 나는 대충 대답하며 질문을 던질 기회를 엿보았다.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아! 맞다. 그래서 어떤 능력을 각성한 거야? 벌써 확인한 거야? 아니면 따로 테스트 같은 거 받는 거야?"

드디어 질문이 들어왔다. 그것도 평범하지 않은 질문이.

"와, 각성에 대해 잘 아시네요?"

순진한 얼굴로 물으니, 엘레나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아니, 그게……."

우물쭈물하던 그녀가 혀를 날름 내밀었다.

그녀는 창피한지 몸을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잘 몰라. 엄마가 알려 줬어."

나도 그녀를 향해 몸을 숙였다. 하녀들이 듣지 않는 편이 좋으니 나도 말소리를 줄였다.

"공작부인께서요?"

"응. 알렉스가 각성한 걸 보고 많이 알려 주셨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각성한 능력도 물어보라고 하셨어."

목 뒤가 뻣뻣해졌다. 나는 굳어진 내 목소리를 들키지 않게 노력하며 질문을 이어 갔다.

"그럼 그동안 플로라에게 여러 가지 물어본 게 누나의 생각이 아닌 거예요?"

내 말에 엘레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냐. 엄마가 알아보라고 하긴 했지만, 나도 도와줄 생각에 그런 거야!"

나는 붉어진 얼굴로 열변을 토하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 어디에도 거짓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희대의 사기꾼이거나 나처럼 환생한 것이 아니라면 내 앞에 있는 어린 소녀는 단지 이용당했을 뿐이었다.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동안 보살펴 줘서 고마워요."

나는 굳어진 표정을 숨긴 채, 최대한 마음을 담아 소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니,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어. 그냥 이렇게 친하게만 지내면……. 헤헤헤."

나는 고개를 숙인 채로 말을 이었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았는데 그냥 넘어가긴 그러네요. 공작부인께도 감사드려야겠어요."

"정말, 알렉스는 오라버니들보다 말투가 더 딱딱하다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엘레나가 입을 열었다.

"내가 물어볼까? 알렉스라면 엄마는 언제나 환영할 거야."

"제가 따로 약속을 잡을게요. 아! 맞다. 그때 놀라게 해 드리고 싶어요. 제가 알아차렸다는 걸 비밀로 해 주세요."

"응! 그거 재밌겠다. 나도 같이 보면 좋을 텐데."

"그건 안 돼요. 저도 테스트가 있고, 누나도 바쁘잖아요. 세 명이 만나는 건 따로 시간을 낼게요."

엘레나는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잡담이 좀 더 이어진 뒤, 나는 그녀의 방을 나섰다.

무언가 알아차린 것일까? 플로라는 조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테스트를 받게 되었다.

테스트를 받는 곳은 처음 테스트를 받았을 때와 같은, 저택 뒤에 있는 공작 일가의 연무장이었다.

"헉. 헉. 헉. 테스트는 이제 끝난 건가요?"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내 앞에는 미겔과 기사단장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말에 미겔이 급하게 대답했다.

"아……. 네. 네! 달리기로 지구력과 체력을 확인했고, 검을 다루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상속 능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전과 달리 이번 테스트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이를 악물고 달려서 달리는 동안 몇 번이나 '레벨업'을 했고, 검을 휘두를 때는 과거의 기억을 살려 최대한 깔끔한 휘두르기를 보여 주었다.

우연히 익힌 마나는 지금 밝힐 수 없어 숨겨 두었지만, 다른 것만으로도 두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때문일까?

전과 달리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기사단장이 조금은 정중한 어조로 나에게 질문했다.

"검을 배운 적이 있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헉, 헉. 그건 플로라한테 물어봐도 될 거예요. 이번에 검을 처음 잡은 겁니다."

검을 잡은 게 두 달이 훨씬 넘었지만, 그걸 기억하는 것은 나, 아니 내 기억뿐이었다.

내 말에 플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께 바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흠, 제 생각에는 앞으로도 계속 훈련을 받으시게 될 것 같습니다."

전과 달리, 기사단장도 벌써 확신이 든 모양이었다.

"공자님의 교육을 맡길 좋은 기사를 찾아보겠습니다."

너무 열심히 한 덕분일까. 검을 너무 잘 휘두른 덕분일까. 기사단장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아니, 그건 좀.

지금 다른 기사에게 교육을 받는 건 곤란했다.

"아니, 앞에 계신 미겔 기사님에게 훈련을 받고 싶습니다!"

급하게 외친 말에 기사단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미겔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되나요?"

멋쩍어하는 미겔의 말에, 기사단장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공작님께 그렇게 보고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놓칠 수 없었다.

이 공작가에 저런 호구 같은 기사가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기에.

훈련이 끝난 다음 날.

기사단장의 말처럼 훈련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훈련은 내일부터 시작이었고, 오늘은 둘째 공작부인.

마리아 데 그레시아 공작부인과 만나야 했다.

어머니께 문안 인사를 드린 후, 나는 플로라와 함께 마리아 공작부인의 방으로 향했다.

나는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마음을 다잡았다. 벌써 세 번째 반복이었다.

죽음의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똑같은 삶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것 또한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이번에는 결판을 지어야 했다.

하지만, 굳은 마음과 달리 저택을 가로질러 도착한 공작부인의 응접실은 무척이나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알렉스가 왔네. 어서 와요."

응접실의 가운데 소파에 공작부인이 앉아 있었다.

평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띤 공작부인을 보자, 그동안의 확신이 조금 허물어져 버렸다.

짧은 삶이었지만, 언제나 내게 미소를 보내 주던 그녀였다.

어머니를 제외하고, 공작 일가 중 내가 고마워하는 단 한 명의 어른.

정신 차려!

혼란스러워지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고 고개를 숙였다.

"공작부인께 인사드립니다."

"마리아라고 부르라니까. 엄마라고 해도 돼."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음성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 주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그녀가 앉은 소파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언제나처럼 눈앞 식탁에는 다과가 놓여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플로라와 다른 하녀들은 응접실을 빠져나갔고, 공작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찻잔에 차를 따라 주었다.

친한 손님에게는 직접 차 대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다웠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밀담을 나누기 쉬워질 것 같은데?'

하녀가 모두 나갔으니 남은 사람은 공작부인과 나뿐이었다.

'아니,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너무 앞서간 생각에 속으로 고개를 저었고, 나는 입을 열었다.

"그동안 해 주신 게 너무 많은데 고맙다는 말씀을 제대로 못 드려서요. 비록 말뿐이지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려 왔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뭘 했다고."

그녀의 말에 나는 엘레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엘레나 누나를 통해서 계속 살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살펴 주신 걸 몰랐는데, 알게 되었으니 감사 인사를 드려야죠."

"아!"

내 말에 공작부인은 놀란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놀란 얼굴은 금세 사라졌다. 대신 원래의 미소가 더욱더 환하게 돌아왔다.

"그걸 알았어? 괜히 서먹해질까 봐 엘레나한테 잘 숨기라고 했는데. 혹시 마음 상하거나 한 건 아니지?"

그녀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잘못 짚은 걸까? 뭔가 중간에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걸까?

그녀와 대화를 나눌수록 자꾸 헛갈리기만 했다.

아마도 공작부인의 저 분위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무리 봐도 모두를 사랑하고, 또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작부인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모습에서 날 죽이려는 음습한 책략가의 모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망했군.

아무래도 착각한 것 같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녀일 리가 없었다.

어머니도 그녀를 좋아했고, 하녀들도 그녀를 좋아했으며, 저택의 고용인들도, 첫째 공작부인의 아들들도, 나도 그녀를 좋아했다.

모두가 공작부인을 좋아했다.

우리의 공작님도…….

어라?

공작도 좋아했었나?

분명 처음에는 너무 좋아해서 그녀의 가문이 자작에 불과한데도 공작이 결혼을 강행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떻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공작은 냉혈한 공작답게 부인들을 언제나 동등하게 대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이 식은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던 나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방 안에 흐르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껄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눈앞에 보이는 공작부인의 미소가.

어딘가 어긋나 보였다.

허황된 생각에 죄스러운 마음이 더욱 커졌지만,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쿵.

몸 깊은 곳에서 기운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마나로 불리는 바로 그 기운이 갑자기 위로 치솟았다.

가슴을 지나 목을 거쳐, 눈을 감싸고, 머리로 밀려들었다.

다음 순간.

쩌어어엉!

머릿속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괜찮아? 어디 아픈 거니?"

걱정스러운 음성이 들려왔지만, 그 음성은 전과 다르게 들렸다. 전처럼 포근하지도 않고, 마치 연기하는 것처럼 들릴 뿐이었다.

고개를 들었다.

응접실은 전과 같았지만,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금은 방 안을 감싸던 부드러운 공기가 사라졌다.

아름답지만 차가운 응접실.

그 응접실 중앙에서 딱딱한 미소를 띤 공작부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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