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화. 싸움을 끝내는 자 (1)
위이잉!
화살촉이 공기를 가르는 살벌한 소리가 났다. 화살을 피하기 위해 급히 몸을 숙인 위연은 몸의 균형을 잃고 말에서 떨어질 지경이 되었다.
“그럴 바에야 내가 먼저 뛰어내려 주지!”
위연은 그대로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자신이 파괴하려던 태아포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위연이 들고 있는 대도가 문제였다. 그것만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깡!
소름끼칠 만큼 정확하게 날아온 화살이 위연의 대도에 맞았다. 동시에 화살대가 깨져 나가며 나무 파편이 얼굴로 튀었다.
“저놈이 내 잘생긴 얼굴을!”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과는 거리가 있지만 어쨌든 위연은 그렇게 화를 냈다.
지금 위연을 향해 활을 쏘고 있는 상대는 마가군 오호대장 방덕이었다. 관우와의 싸움에서 입은 손 부상이 낫지 않아서 편곤은 들지 못하지만, 활은 쏠 수 있었다.
서량의 신궁이라 불리는 솜씨는 여전했다. 방덕은 태아포 진지를 습격한 위연을 화살로 압박해서 한쪽으로 계속 몰아갔다.
‘하지만 몰아가는 걸로는 부족하다. 한 발을 맞춰서 무공을 폐해야 한다.’
방덕은 계속 위연을 향해 활을 당겼다.
그러나 위연도 만만치 않았다. 방덕의 화살에 몰리면서도 끝내 부상을 입는 것만은 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태아포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망가뜨리고 있었다.
“에이, 제기랄! 중늙은이 활솜씨가 꼭 색이 녀석 같군!”
“튼튼한 녀석이군. 감흥패 못지않겠는데.”
위연과 방덕은 상대를 보며 각자의 동료를 떠올렸다.
투둑.
활시위를 당기던 방덕의 엄지손가락이 찢어졌다.
관우와의 대결에서 입은 상처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활을 쏘다 보니 상처가 난 것이다. 상처가 깊은 걸 보자 방덕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더는 무리겠군.”
방덕은 활을 던져 버리고 편곤을 뽑아 왼손에 들었다.
여러 합을 싸우는 것은 무리다. 기회는 단 한 번이다. 방덕은 한 번의 기회를 기다리며 위연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화살이 멈추자 신난 것은 위연이었다.
“좋아! 이제 마음 놓고 태아포를 부술 수 있겠군.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중늙은이!”
콰직!
위연은 신나서 옆으로 뛰며 또 한 문의 태아포를 못쓰게 만들었다. 진지에 설치된 열 문의 태아포 중 벌써 절반이 위연의 손에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위연이 여섯 번째 태아포에 접근했을 때.
주머니 하나가 위연의 옆에 있는 태아포 기둥으로 날아들었다. 이상한 낌새를 챈 위연은 황급히 몸을 피했다.
퍼석!
주머니가 기둥에 맞으며 가루가 흩날렸다. 말린 독충을 빻아서 만든 가루였다. 위연은 재빠른 동작으로 가루에 닿지 않을 수 있었다.
“어떤 촌놈들이 독을 쓰냐?”
“흥.”
작달막한 티베트 말을 탄 맹획이 5척 장도를 뽑아 들고 나타났다. 맹획의 비단옷에 화려한 이민족의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보자 위연은 코웃음을 쳤다.
“뭐야, 넌? 산월족이냐?”
“닥쳐라.”
“아니면 파족이냐? 생긴 건 한인 같기도 한데…….”
“입으로 화를 부르는 놈이군.”
쩡!
맹획은 5척 장도를 휘둘러 위연을 쓸어 갔다. 위연은 대도를 들어 맹획의 공격을 막고 씩 웃었다.
“만만치 않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나와 대적할 만큼은 아니라는 걸.”
깡!
이번에는 위연의 대도가 날았다. 맹획은 장도로 위연의 대도를 쳐냈다. 손, 팔뚝, 그리고 몸 전체가 울릴 만큼의 힘이 전해졌다.
‘강하다. 일대일로는 승산이 없겠군.’
타닥.
맹획은 말을 몰아 위연의 근처를 반 바퀴 돌았다. 위연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맹획을 따라 이동했다.
그때, 위연의 등 뒤에서 남만병 하나가 활을 당겼다.
쇄애애액!
물소의 뿔로 만든 수우각궁이었다. 수우각궁에서 쏘아진 화살이 맹렬한 기세로 위연의 등짝을 노렸다.
깡!
그러나 위연은 그 또한 읽고 있었다. 대도의 넓은 칼날로 등을 가리자 화살이 칼날에 맞아 쪼개졌다.
“이제 알았다. 수법이 비열한 걸 보니 남만족 놈들이군.”
위연은 맹획을 한껏 조롱하며 눈으로는 방덕의 위치를 쫓았다. 방덕은 아직 삼십여 장 떨어진 곳에 있었다. 달려들 기미는 없었다.
‘좋아. 저 방덕이 끼어들지만 않으면 이 남만족 놈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타다닥.
맹획이 말을 달려 들어왔다. 위연은 대도를 한 바퀴 돌리며 맹획을 기다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교차했을 때.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위연의 대도가 맹획의 말 옆구리를 크게 베고 지나갔다.
우당탕!
말을 잃은 맹획이 허공을 날아 땅에 떨어졌다. 데굴데굴 굴러서 일어났지만 낙마하며 온몸에 가해진 충격이 극심했다.
“큭…….”
“솜씨는 괜찮은데 머리가 나쁜 놈이구나. 자기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는데 그렇게 정면으로 덤비면 어쩌겠다는 거냐?”
“난 그딴 거 모른다.”
맹획은 5척 장도를 쥐고 눈앞에 세웠다. 몇 번이고 승리를 가져다 준 마가도법의 자세였다.
위연은 피식 웃고 대도를 들어 맹획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깡! 깡!
위연의 대도는 무겁고 빨랐다. 맹획의 5척 장도는 순식간에 여러 군데 날이 빠졌다. 맹획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턱.
뒷걸음질치던 맹획의 등이 또 다른 태아포에 닿았다.
위연이 대도를 들어 막다른 길에 몰린 맹획을 겨눴을 때였다.
다다닥.
멀리서 지켜보던 방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연은 곁눈으로 방덕을 훔쳐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구원하러 오는 걸 보니 네놈은 꽤 귀한 신분인가 보구나. 이제 네 정체를 알겠다. 호만교위 맹획이지?”
“흥.”
“신분이 높아서 좋겠구나. 구해 주러 오는 사람도 있고.”
아무 배경도 없이 맨주먹으로 살아 온 위연.
그런 위연을 상장으로 대접해 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에게 생각이 미치자 위연의 눈에 핏발이 섰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공. 낙양의 흙을 주공의 무덤에 뿌리겠습니다.”
두두두두.
말을 타고 달려온 방덕은 그대로 편곤을 휘둘러 위연을 후려쳤다. 위연은 지지 않고 대도를 들어 방덕의 편곤을 노렸다.
깡!
위연의 대도와 방덕의 편곤이 부딪쳤다. 위연은 크게 휘청거렸지만 결국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잡았다.
“죽여주마.”
흐트러진 위연을 향해 맹획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장도를 두 손으로 쥔 찌르기 공격이었다.
푹!
위연의 가슴께에 맹획의 장도가 박혔다. 위연은 개의치 않고 그대로 전진해서 맹획을 밀어붙였다.
“얕은수를 쓰는구나.”
텅!
맹획의 등이 태아포의 기둥에 닿았다. 위연의 괴력을 맛보자 맹획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위연은 방덕의 위치를 확인했다. 방덕은 맹획의 등 뒤,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무래도 여러 번 편곤을 휘두를 만한 몸 상태가 아닌 모양이었다.
승기가 보이자 위연은 가슴의 상처에서 피를 뿜으면서도 맹획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네놈 따위가 나를 죽일 수 있겠느냐?”
“흥, 내게는 무리 같군.”
“잘 알고 있구나.”
“하지만.”
스윽.
위연의 등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맹획이 씩 웃었다.
“내 친구가 너를 죽일 것이다.”
“뭣이?”
퍼억!
위연의 가슴을 뚫고 칼날이 튀어나왔다.
매복하고 있던 마대가 위연의 등을 찌른 것이다.
“컥…….”
위연의 입에서 피거품이 일었다.
드드득.
앞에서는 맹획이 위연의 가슴에 꽂힌 칼을 한 자 더 밀어 넣었다. 뒤에서는 마대가 등에 꽂힌 칼을 위로 긁어 올렸다.
주르륵.
위연의 입에서 선혈이 쏟아졌다. 뒤에 있던 마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장 위연. 우리의 비겁함을 허물해도 좋다. 빨리 이 전쟁을 끝내서 천하를 평안케 할 것이다.”
“…허물…이라…….”
위연은 앞뒤로 칼이 꽂힌 채 킥킥거리며 웃었다. 웃을 때마다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주공을… 위해… 죽는다… 최고의… 죽음…….”
털썩.
위연이 무릎을 꿇었다. 손에서 대도가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위연이 저항할 능력을 상실한 것을 확인하자, 마대도 칼을 놓고 위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남길 말이 있는가.”
“주공은… 영웅… 설령… 너희들이 이기더라도…….”
“연왕야는 한의 마지막 충신이다. 새 왕조에서도 영웅으로 섬겨질 것이다.”
“그렇…다면…….”
위연의 고개가 아래로 꺾였다.
마대는 절명한 위연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죽은 자의 명예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자기 목숨이 끊어지는데, 고작 그런 게 중요했나!”
마대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맹획이 그런 마대의 어깨를 짚었다. 잠시 후 방덕이 다가왔다.
“빌어먹을 난세로군.”
“방 장군… 영명 형.”
“하지만 이제 끝이 보인다.”
방덕은 마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잘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다시 한번 전장을 향했다.
“가자, 주공에게. 그가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맹획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대도 눈물을 훔치고 말에 올라탔다.
어느덧 마대도 마흔이 넘었다. 그의 얼굴에 더 이상 소년 같은 치기는 보이지 않고, 결연한 표정만이 떠올라 있었다.
* * *
왼손에는 방천화극.
오른손에는 청룡언월도.
관색이 두 자루 병장기를 교차시켰다. 관색을 태운 적토마는 빠르게 가속하며 마초를 향해 달려 들어왔다.
“오너라!”
마주 달려가던 마초가 짧게 부르짖었다.
관색은 왼손을 먼저 뿌렸다. 방천화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마초를 덮쳤다.
부우웅!
마초는 금마삭을 두 손으로 쥐고 앞으로 뻗었다. 방천화극의 월아 밑부분, 날이 없는 곳에 금마삭이 닿았다. 그대로 청경을 써서 관색의 중심을 흐트러뜨릴 작정이었다.
콰직!
그러나 일이 마초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관색의 힘이 실린 방천화극은 청경으로 제압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강했다. 관색은 그대로 금마삭의 창대를 접어 버리며 마초를 덮쳐 왔다.
쉬익.
마초는 몸을 틀며 방천화극을 피했다. 월아가 마초의 팔을 긋고 지나가며 허공에 길게 피를 뿌렸다.
“이 속도는 마치…….”
여포.
젊은 날의 숙적을 떠올리자 마초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러나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관색이 오른손에 든 청룡언월도가 마초를 향해 내리쳐졌다. 마초는 치란을 뽑아 청룡언월도를 옆에서 쳐냈다.
콰득!
청룡언월도의 두터운 날에 치란이 박혔다. 그대로 잘라 버리기에는 청룡도가 너무 무겁고, 관색의 힘도 너무 강했다.
하지만 마초의 표정은 여유가 있었다. 이로써 두 사람 사이에 접촉면이 생긴 것이다.
“흡!”
마초는 다시 한번 청경의 수법으로 힘을 썼다. 관색의 청룡도를 빼앗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관색이 청경의 수법으로 마초의 힘을 흘린 것이다.
“아니?”
“절기로군요.”
스윽.
관색은 무심하게 말하며 치란에 박힌 청룡도를 뽑아냈다.
마초는 쓴웃음을 지으며 관색에게 말했다.
“‘절기로군요’라니, 아버지 친구한테 버릇없이. 하여튼 어릴 때 만났으면 너를 당해낼 수 없었겠구나.”
여포의 신체에 관우의 무공.
몇 년 더 수련을 쌓으면 천하제일이 될 것은 확실하다. 아니, 관색이라면 고금제일의 경지에 이를 것 같았다.
마초는 한숨을 쉬었다.
“네 재주가 아깝구나.”
“무슨 말입니까?”
“그만한 재주가 천하를 위해 쓰여야 하지 않겠느냐. 이 전쟁에서 네가 다치는 게 너무 아쉽다는 말이다.”
붕.
관색은 방천화극과 청룡도를 한 바퀴 돌리며 다시 균형을 잡았다.
“창검에는 지위고하가 없습니다, 대장군. 이 자리에서 대장군을 베고 전쟁을 끝낼 것입니다.”
“전쟁을 끝낸다라.”
마초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두두두두.
관색이 적토마를 몰아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10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마초가 번쩍 눈을 떴다.
“그걸 할 수 있는 건 네가 아니다.”
마초는 치란을 집어넣고, 금마삭을 들어 왼쪽으로 크게 틀었다.
이번에는 관색이 청룡언월도를 앞세워 달려왔다. 관색의 청룡언월도가 날아들자, 마초는 금마삭을 들어 청룡언월도의 옆을 크게 때렸다.
퍼억!
마초의 외공.
청룡언월도와 접촉하기 직전, 촌경의 수법으로 얻은 가속.
그리고 접촉하는 순간, 청경의 수법으로 실은 힘까지 더해졌다. 이번에는 관색이 크게 휘청거렸다.
“큭!”
관색은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도 왼손의 방천화극을 들어 마초를 찔렀다. 정확히 마초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마초는 머리를 틀었다. 사자 투구의 옆을 방천화극의 월아가 긁고 지나갔다.
드드득!
사자 투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마초는 개의치 않고 말을 몰아 관색의 말과 부딪혔다.
퍽.
거대한 적토마는 마초의 준마가 부딪혀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관색도 어느새 균형을 다시 잡고 마초를 노리고 있었다.
턱.
마초는 금마삭의 자루를 그대로 적토마의 목덜미에 댔다.
그리고 등자를 힘껏 디뎠다. 온몸으로 쓰는 청경이었다.
“아니?”
당혹한 관색의 외침.
살면서 처음으로 몸의 중심이 흔들린 적토마는 당황했다. 잠시 발을 버둥거리다가, 결국 중심을 잃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이히힝!
적토마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관색은 간신히 빠져나와 다리가 부러지는 걸 면했다.
말을 잃은 관색은 긴 방천화극을 던져 버리고 청룡도를 단단히 잡았다. 마초도 어느새 말에서 내려 땅을 딛고 있었다.
“그 무기는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
쩡!
마초의 치란이 날아들었다. 관색은 청룡도의 자루로 치란을 막은 후,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것은 누가 정한 것입니까?”
“청룡도는 네 속도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 너도 알지 않느냐.”
“저는 관우의 아들입니다. 청룡도를 쓰는 게…….”
퍽!
마초는 관색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관색의 앞으로 다가와 관색의 가슴에 장을 날렸다. 관색의 허리가 크게 꺾였다.
“네 사정은 알겠다. 그러나 그 고집이, 목숨을 버릴 만큼 중한 것이냐.”
“컥…….”
“여포의 병장기를 썼으면 나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을 것이다.”
부드득.
관색이 이를 갈았다. 영준한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
영락없는 여포의 모습이었다.
“관우의 아들로 죽을지언정…….”
퍽!
관색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마초가 치란을 쥔 오른손 주먹으로 관색의 얼굴을 후려친 것이다.
오히려 마상전투에서는 관색과 마초가 대등했다. 그러나 적토마가 쓰러지니, 단병접전에서는 격차가 컸다.
“큭…….”
“건방 떨지 마라. 죽겠다고? 무엇을 위해?”
“백부님의, 주공의 복수를…….”
“닥쳐라!”
마초가 노기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 관색의 몸이 떨릴 만큼 강한 기백이 실려 있었다.
“연왕은 칼을 쥔 채 죽었다. 전쟁터의 일을 가지고, 수만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게 온당한 것이냐!”
“백부님은 영웅이고, 또한 백성을…….”
퍽!
이번에는 발차기였다. 관색이 청룡도를 들기도 전에 마초가 발길질로 관색의 가슴팍을 내질렀다.
“고작 그것이 이유냐? 이 난세에,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게, 고작 그것이 이유냐!”
마초는 비틀거리는 관색에게 다가갔다. 관색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이를 악물고 청룡도를 들어 올렸다.
척.
마초는 치란까지 던져 버리고, 관색이 들어 올린 청룡도의 자루를 같이 잡았다. 그 무게를 확인하자 마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멍청한 놈. 82근을 고집했느냐.”
콱!
마초가 청룡도의 자루를 내리눌렀다. 청경의 수법이 실리자, 관색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어깨에 청룡도의 자루가 얹힌 채 무릎을 꿇었다.
“잘 들어라. 이 전쟁에서 연이 이길 방법은 없다.”
“알고 있습니다.”
“자기 시대를 다 살아낸 관운장이나 장익덕은 목숨이 아깝지 않겠지. 하지만 너 같은 젊은 놈들이 그들과 함께 죽어야겠느냐?”
마초는 관색의 청룡도를 내리눌렀다.
관색은 이를 악물었다.
여포의 신체와 관우의 무공을 가진 그조차도 마초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마초가 뭔가 절기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공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7척 8촌의 몸에서 나오는 힘이 관색 자신보다 더 강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일까. 마초가 청룡도를 누르는 손은 너무나 무거웠다.
“대장군. 소장은 항복하지 않습니다. 관우의 아들로 죽을 수 있다면…….”
“그래, 관우의 아들로 죽어라.”
퍽!
마초의 무릎이 관색의 배에 들어갔다.
그리고 촌경의 힘도 같이 들어갔다. 이제 손뿐만 아니라 발로도 촌경을 쓰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
거기까지였다.
관색은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숨을 쉴 수도 없는 고통이 온몸을 휩쓸었다.
“하지만 수십 년 후에 죽어라. 지금은 아니다.”
“어, 어윽… 억…….”
“바보 같은 이유로 죽지 마라. 너는 새 시대를 살아라. 지금은 죽을 때가 아니다.”
관색을 제압한 마초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주변의 군사들이 뛰어와서 관색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싸움은 나와 네 아비가 끝낼 것이다. 너는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마라.”
마초의 말이 들린 것일까.
포박당하는 관색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지고 넓은 어깨가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