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마초연의-289화 (276/306)

289화. 소비장(小飛將) (1)

마명은 눈앞에 있는 적을 향해 금마삭을 내질렀다.

콰드득!

금마삭은 눈앞의 기병을 뚫고, 그 뒤에 있는 다른 기병의 가슴에 박혔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꿰인 모양이 된 것이다.

“커윽…컥…….”

앞의 기병이 밭은 숨을 내뱉는 사이, 뒤의 기병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마초의 아들, 살려 보내지 않겠다!”

뒤의 기병은 숨이 끊어져 가는 와중에도 마명의 금마삭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 사이 주변에서 다른 기병들이 마명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러나 마명은 당황하지 않고, 푸른 눈을 빛내며 씩 웃었다.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척.

마명은 왼손바닥을 앞의 기병의 가슴에 댔다.

그리고 딱 1촌의 거리에서 몸을 가속시켜 앞의 기병을 왼손바닥으로 후려치며,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금마삭을 뽑아냈다.

퍼억!

왼손과 오른손으로 동시에 발출한 촌경.

마명이 절초를 시전하자, 앞에 있던 두 기병이 동시에 뒤로 튕겨져 나갔다.

마명은 그대로 금마삭을 크게 돌렸다. 마명에게 접근하던 병사들은 금마삭에 닿자 저마다 뼈가 부러지며 피를 뿜었다.

지켜보는 금군 병사들 사이에는 경악과 공포가, 마가군 병사들 사이에는 놀라움과 경외감이 퍼졌다.

“아, 아니! 저럴 수가!”

“저 촌경은 대장군의 절초 아닌가? 그걸 두 손으로 동시에 쓰다니?”

누가 봐도 젊은 시절의 마초를 방불케 하는 활약이었다. 게다가 외모까지 비슷했다. 사자 투구만 없을 뿐이다. 길게 휘날리는 검은 머리와 푸른 눈, 자신감과 오만함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표정까지.

마명은 놀랍도록 마초를 닮아 있었다.

금군 기병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금군의 장수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흰 얼굴에 문관풍의 사내였다.

“과연 마명 공자. 대장군의 자제다운 용맹입니다.”

“넌 뭐냐?”

“사마 중랑장을 모시는 양준이라고 합니다. 투항을 권해도 듣지 않으시겠지요?”

“잘 아는군.”

“그렇다면 공자의 목숨을 취할 수밖에요. 모두 들어라. 마명 공자를 낙마시켜라. 필요하면 몸을 상하게 해도 좋다.”

“하하하. 이거 아주 웃긴 놈인데.”

마명은 양준을 바라보며 짧게 웃었다.

“양준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내가 먼저 네 목숨을 취해 주지. 셋을 셀 동안 알아서 말에서 내리면 살려 줄 것이고, 셋을 셀 때까지 항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당치 않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공자의 무예가 아무리 절륜하다고 하나 공자는 한 명이고, 아군의 기병은 스무 명이 넘습니다.”

양준은 마명의 말을 가볍게 일축하고 군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군사들이 마명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명은 태평했다. 딱히 전투태세도 취하지 않은 채 금군 기병들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

마명이 진짜로 숫자를 세자, 양준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무슨 수작입니까?”

“둘.”

두두두두.

마명이 둘을 세자, 양준의 등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이미 절정의 기마술을 가진 자가 틀림없었다.

양준은 고개를 홱 돌려 뒤를 돌아봤다.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장수는 마가도법에서 쓰는 5척 장도를 뽑아 들고 있었다. 체격은 건장했지만, 얼굴은 아직 17,8세의 소년이었다.

“이런 제기랄!”

양준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소년 장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양준에게 접근해서, 옆으로 눕힌 5척 장도로 양준을 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마명은 다시 숫자를 셌다.

“셋.”

콰직!

마명이 셋을 세는 것과 동시에, 소년 장수 강유의 칼날이 양준의 허리를 베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허리가 잘린 양준의 상체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아니!”

“양, 양 참군!”

경악한 금군 기병들.

강유는 말을 달려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퍼억!

퍼억!

강유가 휘두르는 5척 장도는 흉맹했다. 같은 마가도법의 초식이지만 마초의 그것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한 완력을 최대한 살려서 그 이상의 파괴력을 내고 있었다.

지켜보던 마명은 휘파람을 한 번 불고 금군 기병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콰직!

퍽!

마명의 금마삭, 강유의 장도.

마초의 아들과 제자에 의해, 양쪽에서 마초의 절초가 시연되었다. 마가군을 잡으려고 기세 좋게 덤비던 금군 기병들은 마명과 강유를 막지 못하고 곤죽이 되어 가고 있었다.

스무 명의 금군 기병들이 순식간에 전멸했다. 마명과 강유는 대열의 중간에서 만났다.

강유가 물었다.

“절초 촌경은 배우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만.”

“아아, 그래. 배우지 않았지.”

“그런데 어떻게 쓰시는 겁니까?”

“혼자 익혔다.”

마명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듣는 강유는 기가 막혔다.

‘대장군은 천하제일인이다. 하지만 장공자의 재능은 어쩌면… 대장군 이상이 아닐까?’

이래서야 마명에게 절초를 전수하지 않으려던 마초의 생각이 의미가 없어진다.

두 사람이 압도적인 무위를 보이자, 금군들은 감히 덤비려 하지 못했다.

그런데 순간, 마명과 강유에게 뭔가가 느껴졌다.

움찔.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새 온몸의 근육이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백약(강유의 자), 느꼈나?”

“예. 지금 본진에서 나온 저 장수…….”

“그래. 보통 놈이 아니다.”

스윽.

강유는 장도를 들어 금군의 장수를 겨눴다. 마명도 금마삭을 단단히 쥐고 금군 장수를 응시했다.

금군 대여섯 기가 마가군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선두에 선 장수는 키가 8척에 달하는 장한이었다. 투구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피처럼 붉은빛깔의 말을 타고 있었다.

* * *

마명과 강유가 선봉에 나선 후.

부상당한 마초의 곁을 지키는 것은 호위무사 마충이었다.

“주공. 괜찮습니까?”

“상당히 따끔하군.”

“제가 대신 나설 걸 그랬습니다.”

“됐다. 그 녀석과의 인연은 내 손으로 직접 끊는 게 옳다. 그게 손책이나 주유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서역의 검투사 출신인 마충은 무예는 절륜하지만, 기마에 능하지 못했다. 따라서 전장에서는 큰 쓸모가 없었다.

딱히 암살이나 공작의 대상도 없어진 지금은 그저 가끔씩 마초의 호위무사로 차출되고 있었다.

“이번 출행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마지막 출행에서 별일이 다 생기는군요.”

“하긴 자네도 이제 쉰이 훌쩍 넘었겠군. 그래, 무사를 그만두면 뭘 할 셈인가.”

“지금 하는 걸 더 열심히 해야지요.”

“으음.”

마초는 인상을 찌푸렸다.

마충은 삶의 대부분을 대부분 술과 앵속에 취해, 수십 명이나 되는 시비들의 몸을 탐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 것치고 눈치는 기가 막히게 빨라서 사고는 치지 않았다.

“뭐 자네 알아서 하라고. 그런데…….”

움찔.

마초는 말을 멈췄다.

마초도, 마충도 순간적으로 뭔가 느꼈다.

“저 장수…….”

“그래. 나도 느꼈다.”

두두두두.

마초에게 달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불과 5, 6기의 기병이었다.

그 선두에 선 장수는 피처럼 붉은 말을 타고 있었다.

마초는 장수가 탄 말을 보자,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적토마를 이렇게 다시 보는군.”

말의 청년기는 길어야 7~8년.

마초의 명마 도철은 늙어 죽었다. 절영도 현역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이들의 후손들을 서역의 명마들과 교배해 봤지만, 도철이나 절영 같은 천하의 명마는 얻을 수 없었다.

적토마도 마찬가지다. 적토마의 후손들을 가지고 적토마 못지않은 명마를 만들어 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제대로 된 놈이 하나 있었군. 하필 연왕부에서 성공하다니.”

적토마를 받을 정도라면 장수 또한 무공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장수가 5, 6기만을 이끌고 노릴 만한 목표라면, 당연히 마초일 것이다.

마초는 상처에 감은 붕대를 확인한 후 옆으로 말을 달렸다. 장수를 유인하는 움직임이었다.

“설마 적토마를 타는 녀석이 있을 줄은 몰랐군. 이런 재미있는 놈을 아들이나 제자에게 넘길 수는 없지.”

마초는 마충조차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 뒤, 널찍한 공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장수를 그곳으로 유인해서 일대일의 투장을 벌일 생각이었다.

장수도 마초의 뜻에 반응했다. 그대로 적토마를 몰아 마초 쪽으로 가까워져 왔다.

두두두두.

두 사람의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금군의 장수가 먼저 동작을 취했다.

달리는 적토마 위에서, 장수는 고삐를 잡은 두 손을 놓았다. 발만으로 등자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왼손으로는 거대한 활을, 오른손으로는 거대한 화살을 꺼내 들었다.

“대궁인가?”

보통 무사들은 당기기도 어려운, 아무나 쓰지 못하는 무기다.

게다가 적토마와 대궁의 조합은 마초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마초는 젊은 시절의 호적수를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끼이익.

무사는 달려오는 자세 그대로 대궁을 겨눴다.

순간, 적토마가 가속했다. 적토마는 전속력으로 달려 순식간에 마초와의 거리를 좁혔다.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든 거리.

불과 10장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장수는 한껏 당긴 대궁의 시위를 놓았다.

단창만 한 화살이 마초를 향해 날았다.

마초는 가만히 화살을 보고 있었다. 대체 얼마 만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찾아왔다.

그리고 물이 흐르는 것처럼, 화살의 궤도에 맞춰 몸을 눕혔다.

휘이잉!

장수가 접근해서 쏜 화살은 마초의 머리가 있던 곳으로 지나갔다. 상대가 마초가 아니었으면 한 번에 머리가 으깨졌을 만큼 대담한 공격이었다.

장수는 한 발을 쏘자 미련 없이 대궁을 버렸다. 그리고 대도를 뽑아 치켜들었다. 전력 질주하는 적토마는 이미 마초와 장수의 거리를 한 장으로 좁혀 놓고 있었다.

‘좋아. 끝났다.’

어지간히 맹장 소리를 듣는 장수도, 처음 화살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용장이라 불리는 장수라도, 두 번째 대도는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천하제일인이었다. 마초는 장수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마초는 화살을 피하며 말 위에 누운 자세 그대로, 금마삭을 들어 곡예 하듯 장수의 얼굴을 찔렀다. 중간에 장수의 대도가 막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쾅!

마초의 창끝은 그대로 장수의 대도를 꿰뚫었다. 장수는 급히 고개를 틀어 머리까지 뚫리는 것을 피했다.

핑그르르.

얼굴을 온통 가리던 투구가 하늘로 날아가며 장수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제 스무 살 무렵의 청년이었다. 눈썹이 짙고 눈이 부리부리했다. 각진 턱에서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아주 남자답고 잘생긴, 영준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청년의 얼굴을 본 마초는 경악했다.

“…여포?”

적토마를 탄 연왕부의 장수, 관색.

그는 여포와 똑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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