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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초연의-258화 (245/306)

258화. 역전 (2)

마초는 금마삭을 앞으로 뻗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금의 장창이 금마삭과 교차해서 자신을 향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무기가 반쯤 교차했을 때, 마초는 금마삭을 장창의 창대에 대고 청경의 수법으로 옆으로 힘을 썼다.

텅!

마초의 금마삭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반면 우금의 장창은 옆으로 크게 튕겨져 나갔다. 말 위의 우금이 장창에 딸려가며 휘청거리는 것이 보였다.

오른쪽에서는 조인의 팔척검이 날아들고 있었다. 너무 무거워서 청경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운 무기였다. 마초는 오른손으로 치란을 뽑아 팔척검을 후려쳤다. 쇠도 자르는 치란으로 팔척검의 칼날을 베어낼 생각이었다.

끼기긱!

팔척검의 날이 크게 빠지고 치란이 팔척검에 물렸다. 두 사람은 잠시 치란과 팔척검을 붙들고 힘을 쓰다가 이내 옆으로 떨어졌다.

그 사이, 잔뜩 충혈된 눈을 한 하후연이 어느새 마초의 바로 앞까지 육박해 있었다.

“맞아라!”

하후연은 낮게 부르짖으며 각궁의 시위를 놓았다.

피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마초는 크게 몸을 틀어 급소를 비껴 맞으려 했다.

그런데 하후연의 화살은 마초를 겨눈 것이 아니었다.

퍽!

이히힝!

가슴팍에 화살이 박히자 도철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렸다. 도철은 앞발을 크게 들며 울부짖었다.

고통 다음으로 분노가 찾아왔다. 도철은 시뻘건 눈을 한 채 하후연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퍽!

도철이 하후연이 탄 말의 목을 물었다. 하후연의 말이 구슬픈 비명을 지르고, 기수 하후연은 세 번째 화살을 미처 쏘지 못하고 낙마해서 바닥을 굴렀다.

“제길!”

마초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된 도철에서 내렸다. 도철이 저렇게 흥분해서 날뛰는 것은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정도라면 상당히 큰 부상일 테니, 이번 전투에서는 더 이상 쓰기 어려울 것이다.

땅을 딛고 선 마초를 향해 우금이 말을 달려 다가오며,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장창을 내질렀다.

“핫!”

마초는 옆으로 구르며 우금의 장창을 피했다.

말이 없더라도 우금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그러나 조인은 쉽지 않았다. 말을 버리고 달려오고 있는 하후연도 문제였다.

“너희들에게는 잘 됐군. 내 특기는 마상전투다. 말이 없으면 너희들도 해 볼 만하지 않겠나?”

마초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금마삭을 어깨에 멘 채 웃으며 세 장수를 도발했다.

우금과 하후연의 낯빛이 변했다. 달려들려는 그들을 조인이 제지했다.

“상대는 천하제일인이오. 경거망동하지 마시오.”

세 장수는 미리 약속한 대로 마초를 둘러쌌다.

먼저 오른쪽의 하후연이 달려들었다. 각궁 대신 긴 쇠몽둥이, 철편을 들고 있었다.

부웅!

철편이 살벌한 소리와 함께 마초를 향해 날았다. 마초는 오른손에 든 치란으로 하후연의 철편을 막았다.

끼익!

치란이 철편의 몸통을 가르고 박히며 불꽃이 튀었다. 마초는 철편에 박힌 치란을 통해 청경의 수법으로 하후연의 무게 중심을 흐트러뜨리며, 왼쪽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대비했다. 우금의 장창이 날아들고 있었다.

‘하나, 둘…….’

마초는 곁눈으로 우금의 장창을 응시하며 숫자를 셌다. 동시에 정면에서는 조인이 팔척검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우금의 장창이 먼저 마초의 몸에 닿았다. 동시에 마초가 몸을 급격히 회전시켰다. 장창의 날이 갑옷 표면을 긁으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끼이익!

우금이 창을 찌르는 힘은 마초가 몸통을 회전시키는 힘으로 바뀌었다. 마초는 한껏 끌어올린 공력을 왼손의 금마삭에 모아 정면의 조인을 향해 찔렀다.

쾅!

폭음과 함께 금마삭의 날이 터져 나갔다.

마초가 찌른 금마삭은 조인의 말머리를 그대로 꿰뚫고 조인을 직접 노렸다. 조인은 팔척검을 급히 회수하여 넓은 칼날로 마초의 금마삭을 막았다. 그럼에도 말안장에서 튕겨 나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정도로 강맹한 일격이었다.

우금과 하후연은 조인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이건 대체…….”

“굳이 말하자면 상산창술 마가식이라고 할까. 남의 초식을 따라한 것치고는 꽤 괜찮지 않나?”

상산창술 조가식, 일신시담.

조운이 사용하는 절초다. 마초는 조운의 절초를 여러 번 본 것을 토대로 자신의 창술에 맞게 개량해서 연습해 둔 상태였다.

우금이 다시 달려들었다. 장창의 창대로 마초의 몸을 밀어붙이려 했다.

퍽!

마초는 부러진 창대를 역수로 쥐고 우금의 가슴팍에 꽂았다.

“컥…….”

우금은 선혈을 한 움큼 토하면서도 창대를 계속 놀려, 끝내 자신의 몸과 창대 사이에 마초의 몸을 끼우는 데 성공했다.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창대로 마초의 몸놀림을 제약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 틈에 하후연이 철편을 휘둘러 왔다.

마초는 가만히 하후연의 눈을 응시하며, 천천히 치란을 들어 올렸다.

척.

하후연이 내리치는 철편의 옆에 치란의 날 옆면이 닿았다.

마초는 그대로 청경의 수법을 썼다. 힘의 방향은 아래쪽, 철편의 손잡이가 있는 쪽이었다. 치란의 칼날이 아래로 맹렬하게 가속되며 철편을 따라 떨어졌다.

퍽!

치란이 하후연의 손에 명중하고, 철편을 쥐고 있던 손가락 네 개가 허공으로 날았다.

마초는 허공에 치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내며 물었다.

“계속할 테냐.”

“네 이놈! 네놈만은 승상께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

하후연은 노호성을 지르며 아직 성한 왼손으로 철편을 다시 들었다. 마초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용맹하구나.”

퍽!

하후연이 철편을 내리치는 것보다 더 빨리, 마초가 왼쪽 장으로 하후연의 가슴을 강타했다. 동시에 하후연의 움직임이 멎었다.

퉁.

철편이 힘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잠시 제자리에 뻣뻣이 서 있던 하후연의 몸은 이내 옆으로 크게 기울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마초는 고개를 돌려 우금 쪽을 바라봤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마초를 압박하던 우금은 이제 움직이지도 못하고 간신히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편안하게 해 주마.”

쑥.

마초는 치란으로 우금의 가슴을 찔렀다. 불필요한 힘도 들어가지 않고, 과장된 동작도 없는, 식칼로 두부를 자르는 것처럼 편안한 칼 놀림이었다.

하후연, 그리고 우금.

수많은 전장에서 공을 세운, 조조의 상장 두 명이 선 채로 죽음을 맞았다.

마초의 시선은 이제 조인을 향했다. 말을 잃고 날아갔던 조인은 이내 신형을 수습하고 팔척검을 든 채 마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척.

마초와 조인은 서로에게 칼을 겨눈 채 잠시 그대로 있었다.

“조맹덕은 퇴각했나.”

“그렇습니다.”

“알았다. 이 자리에서 너를 베고, 조맹덕을 쫓아가 토벌할 것이다.”

“대장군.”

조인은 팔척검을 겨눈 채 마초를 불렀다. 그리고 뜻 모를 말을 꺼냈다.

“충신으로 남고 싶습니까.”

“무슨 소리냐?”

“전에 말씀드렸지요. 대장군은 이미 너무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폐하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지요. 이제 이번 싸움에서까지 이기고 개선하면, 천하 사람들이 누구를 지존으로 여기겠습니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만약 충신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잘 생각하십시오. 이 싸움에서 전사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수도 있습니다.”

“뭐야?”

마초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조인은 아주 엷은 미소를 띠었다.

“이제까지는 조 승상이 대장군의 방패가 되었지요. 앞으로 조 승상이 없다면… 대장군은 누구와 싸워야 할 것 같습니까.”

며칠 전, 조인이 했던 이야기가 마초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자신보다 한 세대 전의 나이 든 권신, 그리고 같은 세대의 젊은 영웅. 폐하께서 누구의 집권을 바라시겠습니까.’

그냥 윽박질러서 조인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후우.

마초는 깊은숨을 토했다. 조인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대장군 또한 목숨에 연연하는 인물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충신으로 남고 싶다면, 소장의 칼을 피하지 마십시오.”

조인이 팔척검을 들었다.

크고, 무거운 칼이었다. 누구라도 일격이면 고통 없이 삶을 끝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조인은 팔척검을 바라보는 마초의 눈빛이 한 순간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팟.

팔척검이 허공을 갈랐다. 조인은 마초의 왼쪽 어깨를 비스듬하게 내리쳤다.

마초는 천천히 치란을 들었다.

치란의 날이 팔척검의 날에 맞닿았다. 그리고 급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익!

쇠가 쇠를 자르는 소리가 울렸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조인이 입을 열었다.

“이것이 대장군의 답입니까.”

마가도법 절초 낙일(落日).

여포와 싸울 때, 적토마의 머리를 벤 그 초식이었다. 낙일에 베인 팔척검의 칼날은 길게 세로로 쪼개져 있었다.

“나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마초는 푸른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조인을 노려봤다.

“그러니 너희들의 궤변에 넘어가지도 않는다. 나는 그저 싸우고, 이길 것이다. 아무리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나는 피하지 않을 것이다.”

퉁.

두 갈래로 길게 쪼개진 팔척검의 칼날 한 갈래가 칼자루에서 빠져 바닥에 떨어졌다.

조인은 뒤이어 반쪽만 남은 팔척검을 바닥에 던졌다.

칼날을 세로로 자를 만큼 압도적인 무위를 직접 봤기 때문일까? 조인은 어딘가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 결심을 잊지 마십시오.”

잠시 후, 조인의 목이 떨어졌다.

원래의 역사에서 위나라 군부의 수장이 되었던 인물은, 온 전투에서 마초에게 패해 36년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조인이 전사하고 조조가 패주하며, 승자와 패자가 가려졌다.

온현에서 꼬박 열흘간 벌어진 전투는 마가군과 유비군 연합의 승리로 끝났다. 마초를 비롯해 관우, 장비, 황충, 조운, 그리고 제갈량과 사마의의 활약으로 세 배가 넘는 병력 차이를 극복한 대승이었다.

* * *

함곡관.

관중에서 삼하로 들어오려면 이곳을 지나야 한다. 관중과 서량을 통할하는 관서대도독부는 이 함곡관을 동쪽 경계로 삼고 있었다.

조조가 정변을 일으켰고 마초는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이 이미 장안에 전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곧 장안의 마가군 본대가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아마 방덕 정도가 오겠지.”

함곡관을 수비하는 조홍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통이 조홍을 향해 반문했다.

“장군. 서량의 방덕이라면 마가군의 양 날개라 불리는 명장이고, 장안의 마가군은 이제 십만대군을 동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방덕은 기병대장으로서는 대단하지. 하지만 이 함곡관은 천하에서 성벽이 가장 높은 관문이다. 기병이 공성을 하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하오나, 십만 대군이…….”

“그래, 그래. 십만 대군이 달려들면 우리도 방법이 없겠지. 그런데 이 성을 무너뜨리려면 반년은 걸린다. 승상께서 지금 마초를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으니, 우리가 잘 버티기만 하면 조만간 결판이 날 것이다.”

마가군의 성장은 결국 마초가 쌓은 군사적 업적에 힘입은 것이다.

만약 마초가 죽는다면 마가군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이제까지 힘으로 눌러 놓았던 서량 호족들부터 반기를 들 것이다. 조정과 지방의 우호 세력들도 마초 없는 마가군에 더 이상 호의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마침 마가군에는 운도 따르지 않았다.

“올해는 황하가 범람해서 물줄기가 엉망진창이 돼 버렸으니까. 황하를 통해 군량이나 병력을 수송할 수도 없게 되었지. 결국 이 함곡관만 막고 있으면 된다는 말씀이야. 게다가 한 가지 더 있지.”

“조휴 공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맹덕 형님이, 아니 승상이 그 녀석을 두고 우리 집안의 천리마라고 했지. 그 녀석이 인사를 하러 갔으니, 아마 서량 장수들도 지금은 고생을 좀 하고 있을 것이다.”

조휴는 조조의 먼 친척 조카다. 용맹하고 용병에 능해 조조의 총애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 조휴가 지금 마가군 선봉대를 기습하러 출진해 있었다.

“마가군은 항상 강족 기병들을 척후병으로 선두에 세우지. 놈들이 호표기를 만났으니 어떻게 됐을지 궁금한걸.”

조홍은 씩 웃으며 조휴가 가져올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황이 조홍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장군! 조 장군! 성벽 앞에… 적군입니다!”

“뭣이?”

조홍은 이통과 함께 함곡관의 높직한 성루 위로 올라 아래를 내려다봤다.

개미 떼처럼 많은 마가군의 군사들이 어느새 함곡관 앞에 들이닥쳐 있었다.

조홍은 마가군의 선두에 선 말을 탄 장수를 향해 눈을 돌렸다.

방덕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중년 사내였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우뚝한 콧날을 가지고 있었다.

조홍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마 태부인가… 이런 제기랄.”

조홍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함곡관을 치는 마가군의 선두에는 마등이 직접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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