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마초연의-255화 (242/306)

255화. 오호대장 (2)

관우는 말 위에 앉아 수염을 쓸며 말했다.

“하마터면 늦을 뻔했군.”

“운장 형은 마맹기 저 친구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오? 생전 안 하던 속도로 행군해서 여기까지 달려온 걸 보면.”

장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관우는 묵묵히 수염을 쓸고 있을 뿐 말이 없었다.

가운데 있던 조운이 앞으로 나섰다. 관우와 장비가 양쪽으로 벌려 섰다.

세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돌격!”

“우와아아!”

장비의 호령에 맞춰 군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유비 휘하의 최정예, 백이병이었다.

백이병의 선두에 서 있는 것은 조운이었다. 유비 쪽에 구원을 청하는 사절로 갔다가 원군과 함께 오게 된 것이다.

철컹.

조운은 안장에 걸어 놓은 철창을 꺼내 손에 들었다. 새롭게 벼린 창날이 햇빛을 받아 번쩍 빛났다.

마초는 누이의 목숨을 구해 줘서 고맙다며 조운에게 보검을 선물했다. 청강검이라는 이름이 붙은, 날 길이 2척 2촌의 보검이었다.

조운은 쓰지도 않을 보검을 차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 길로 청강검의 날을 뽑아서 자신의 철창 끝에 붙였다. 쇠도 잘라내는 보검을 창날 대신 붙여 놓으니 그 위력이 대단했다.

조운은 청강창(靑釭槍)을 들고 그대로 조조군 대열에 뛰어들었다. 눈앞에 보이는 병사를 향해 상산창술 절기 애각을 발출했다.

쾅!

“으아아악!”

폭음과 함께 청강창에 맞은 병사의 몸이 터져 나갔다. 즉사한 병사 대신 주변의 병사들이 그 모습을 보고 대신 비명을 질렀다.

조운은 말을 달려 조조군의 대열을 길게 헤집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선혈이 하늘로 솟구쳤다. 눈부신 흰 갑옷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어 붉게 변했다.

뒤이어 장비가 부딪쳐 왔다.

콰직!

장비를 태운 흑마 표월오는 조조군 병사들을 짓밟으며 전진했다. 표월오의 위에 탄 장비가 쌍신모를 휘둘렀다. 앞뒤로 붙은 길쭉한 창날이 가는 곳마다 사람과 말이 두 쪽이 나서 나뒹굴었다.

조운이 오른쪽으로, 장비가 왼쪽으로.

단 두 기가 뛰어들자 대열이 완전히 무너졌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관우가 수신호를 보내자 백이병이 함성과 함께 뛰어들었다.

“우와아아!”

“으아아악!”

백이병의 함성과 조조군의 비명이 교차했다.

오래 종군한 자는 황건적의 난부터 20년, 짧게 종군한 자도 유비가 서주목이던 시절부터 10년을 종군한 고참병들로 이루어진 백이병이다. 대부분 수적 열세 속에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전장을 숱하게 넘어 온 병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것은 관우였다.

“아니, 이건… 이럴 수가 있나?”

싸움을 지켜보는 마가군의 장수들도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곽준은 눈을 크게 뜨고 관우, 장비, 조운, 그리고 백이병의 싸움을 지켜봤다.

곽준은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며 물었다.

“천하에 저런 군사들이, 저런 장수들이 있을 줄은 몰랐군요. 공명 선생. 놀랍지 않습니까?”

놀라워하는 것은 곽준 뿐만이 아니었다. 곽준의 옆에 서 있던 제갈량도 백우선으로 입을 가린 채 전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유 예주는 서주목 시절부터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저런 장수들이 있다면 천하는 언제든 넘볼 수 있으니까요.”

만약 제갈량 자신이 관우, 장비, 조운을 부릴 수 있다면 어떨까?

제갈량은 공상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 관우, 장비, 조운의 활약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허황된 생각이 들었다. 제갈량은 쓴웃음을 지으며 백우선을 한 번 부쳤다.

백이병이 뛰어들며 전황이 극적으로 변했다. 수적으로 열세에 있는 마가군과 유비군이 오히려 조조군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조조는 뒤쪽으로 빠지고, 조인과 장합이 전면으로 나와 힘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마초는 그때까지도 움직임이 없었다. 가만히 도철의 위에 앉아서 전황을 지켜보던 마초에게 전령이 다가왔다.

“대장군! 중랑장 황충의 전갈입니다. 우리는 왜…….”

“이제 움직인다고 전해라.”

“예…옛!”

마초는 전령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멀어지는 전령의 등 뒤에 대고 한 마디를 더했다.

“빠른 말을 타고 최고 속도로 달려오라고 전해라. 저 셋과 합류할 것이다.”

“존명!”

전령은 용케 몸을 돌려 군례를 표하고 황충의 부대 쪽으로 사라져 갔다.

마초는 참군 한 명을 따로 불러서 지시했다.

“너는 이제부터 싸움의 모습을 상세하게 기록해라. 특히 나와, 조자룡과, 관운장과, 장익덕과, 황한승의 모습을.”

“존명!”

나관중이 이 모습을 봤다면 또 이상한 소리를 하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마초는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금마삭을 비껴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서량의 마초다! 감히 맞서겠느냐!”

도철에 탄 마초가 적진을 헤집기 시작했다. 강족 기병들이 만도를 빼 들고 그 뒤를 따랐다.

마초의 맞은편에서는 조운이 적진을 돌파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조조군 진영을 짓밟으며 전진한 두 사람은 마침내 마주 보게 되었다.

마초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조운에게 물었다.

“병사의 수는?”

“총 병력 1만. 지금 같이 온 선발대는 4천이고, 이제 곧 진도 장군이 이끄는 후발대 6천이 구원하러 올 것이다.”

“이길 수 있겠나?”

마가군과 유비군을 합쳐도 2만이 되지 않는다. 장수의 질과 병사들의 훈련도 및 사기를 고려했을 때,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7만 조조군을 깨뜨릴 만한지를 묻는 것이다. 조운이라면 냉정하게 판단해서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이다.

조운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있다.”

“알았다.”

턱!

마초와 조운은 금마삭과 청강창의 자루를 높이 들어 한 번 부딪혔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황충이 달려와 합류했다. 무거운 자신의 몸에, 낭아봉과 방패까지 싣고 오려니 세 마리나 되는 말을 동시에 끌고 있었다.

“주공. 저들이 유 예주의 원군입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럼 뭐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나?”

“일단 사람이 맞는지부터 의심했지요. 조 중랑장은 알고 있는데, 저 언월도를 든 장수와 쌍신모를 든 장수는 대체…….”

남방 최고의 무사라고 자부하는 황충도 관우와 장비를 보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초는 씩 웃으며 황충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그동안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같았는데, 착하게 살았더니 이럴 때 복을 받는군.”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아무것도 아닐세. 한승, 이제부터 적진을 돌파해서 조맹덕의 목을 직접 노린다. 우리가 선두에 설 것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황충이 큼직한 이목구비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자 목의 근육이 불뚝거렸다.

쾅!

황충의 낭아봉이 적진을 쓸자 조조군 병사들이 육편이 되어 튀어 올랐다. 그렇게 열린 길로 마초와 조운이 뛰어들어 상대를 마구 짓밟으며 전진했다.

반대쪽에서는 장비가 전장을 마구 헤집어 놓고 있었다. 후방에서 그 모습을 관찰하며 지휘에 전념하던 관우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저 복식은 오환족인가. 그리고 저들은…….”

장비를 향해 양쪽에서 조조군 기병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한쪽은 조창이 이끄는 오환돌기였다. 또 한쪽은 노란 무늬가 들어간 검은 갑주를 입은 중기병대였다.

“조조군의 호표기가 틀림없겠군.”

관우는 백이병을 둘로 나눴다.

한 무리는 오환돌기를 막고 장비를 구원하게 했다. 오환돌기의 처리는 장비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또 한 무리는 자신이 직접 이끌고 호표기를 상대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전장에 나선 관우는 백이병의 선두에 서서 말을 달렸다. 지나치게 큰 체구와 무거운 무기 때문에 기마술에는 크게 능하지 못한 관우다. 그러나 그에게는 명마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을 만큼의 무위가 있었다.

호표기의 선두에 선 장수는 인상이 섬뜩했다. 뱀 같은 눈매에, 얼굴에 큼지막한 칼자국이 있는 사내였다.

“청하 사람 주령이다. 보아하니 유비의 수하 같은데…….”

“관우다.”

관우는 짧게 대답하고 청룡언월도를 들었다.

주령은 뱀 같은 눈을 번득이며 대도를 들고 관우에게 달려 들어왔다. 관우는 주령이 달려오는 모습을 한 번 훑어보고 무공 수준을 파악했다.

‘고수로군.’

잘 단련된 체격만 봐도 공력이 있어 보였다. 대도를 쥔 자세에도 빈틈이 없다. 기마술은 대단히 뛰어났다.

하지만 그 정도로 관우를 대적할 수 있을 것인가?

관우는 청룡도를 치켜든 채 천천히 전진했다. 손속을 두지 않고 제압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주령의 옆에 있던 호표기 하나가 단창을 꺼내 들었다. 투구로 얼굴을 온통 가리고 있었다.

깡!

관우는 청룡도를 들어 호표기가 던지는 단창을 쳐냈다. 동시에 주령이 달려 들어와 대도로 관우의 어깨를 찍어 왔다. 무거운 청룡도가 회수되기 전의 빈틈을 노린 공격이었다.

텅!

관우는 청경의 수법을 응용해 손바닥으로 주령의 대도를 쳐냈다. 거구의 관우가 고급 무공을 사용하자 주령은 당황했다.

한편, 관우에게 단창을 던졌던 호표기는 관우가 주령과 대치하느라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퍽!

호표기가 던진 두 번째 단창이 관우가 탄 말에 박혔다. 나무랄 데 없는 뛰어난 솜씨였다. 말이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날뛰자 관우가 말에서 떨어졌다.

관우는 땅을 몇 바퀴 구른 후, 일어났다. 자신에게 창을 던진 호표기가 투구를 벗어 관우에게 예를 표했다.

“장합인가. 백마에서 봤을 때보다 많이 늘었군.”

“알아봐 주시니 영광입니다, 관공.”

장합은 호표기로 위장하여 주령의 근처에 숨어 있었다. 만약 난전 중 주령이 마가군의 맹장을 만날 경우, 기습적인 2대 1 공격으로 승리를 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설마 관공이 원군으로 올 줄은 몰랐습니다.”

“대장군은 관모의 은인일세. 그러는 그대는, 이제 밝은 주인을 찾았을 줄 알았는데 어찌 역적을 섬기고 있는가?”

“무(武)란 싸움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 하셨지요. 조 승상을 패자로 만들어 천하의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무사의 길 아니겠습니까.”

관우는 장합의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네.”

다닥!

오른쪽에서 대도를 든 주령이 현란한 기마술로 육박해 왔다. 왼쪽에서는 단창을 든 장합이 말을 몰아 관우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령의 대도가 관우에게 닿는 순간, 바로 장합의 단창이 관우를 노릴 것이다. 피하기 힘들어 보이는 연계 공격이었다. 관우는 잠시 장합을 바라보다 주령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청하의 주령이라 했나. 그대도 무(武)의 재능을 타고났구나.”

관우가 주령을 칭찬하는 사이,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주령은 대도를 치켜들었다. 동시에 장합은 단창을 던졌다. 관우의 손에는 한 자루의 병장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쾅!

관우의 선택은 장합의 단창이었다. 관우가 휘두른 청룡도에 맞은 단창은 엄청난 속도로 힘 방향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관우가 빈틈을 보인 사이, 주령의 대도가 관우의 어깨에 떨어졌다.

퍽!

분명히 쇠로 된 칼날이 어깨를 베고, 관우의 팔이 떨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주령의 입에서 경악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니!”

대도의 거대한 칼날이 관우의 팔뚝에 물려 있었다. 관우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주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관모를 베기에는 칼날이 조금 가볍군.”

“관우, 너는 정말로 인간이…….”

콰드득!

주령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관우가 청룡도의 자루 끝으로 주령이 탄 말의 목을 찌른 것이다.

자루의 끝에는 아무 날붙이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관우의 공력이 실린 자루는 그대로 철창이 되어 말의 목을 뚫고, 다시 주령의 배를 뚫었다.

쑤욱.

뭉툭한 자루가 주령의 등으로 튀어나왔다. 주령은 입에서 연신 피거품을 흘렸다.

관우가 주령을 절명시켜 주기 위해 손을 들었을 때였다. 장합이 던진 두 번째 단창이 머리께로 날아들었다.

끼이이익!

관우가 급히 머리를 틀자, 단창은 두건에 달린 쇠테를 긁고 지나갔다.

겨냥이 극히 정확했다. 관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장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관공은 꼭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군요.”

관우의 무위를 두 번이나 보니 내성이 생긴 것일까? 장합은 침착하게 세 번째 단창을 꺼내서 관우를 겨눴다.

뚝. 뚝.

관우의 머리에 난 상처에서 피가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머리에 선혈이 낭자한 와중에도 관우는 두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뜨고 있었다. 장합을 응시하는 눈빛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장합이 세 번째 단창을 던졌다. 이번에는 피하기 어려운 가슴팍을 겨냥한 일격이었다.

드드득!

관우는 몸을 살짝 틀었다. 단창의 날이 갑옷을 긁는 소리가 울렷다. 창날에 걸린 녹색 전포는 엉망으로 찢어졌다.

공격이 먹힌다. 그것을 확인한 장합은 망설임 없이 네 번째 단창을 들었다.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군. 관우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번 공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관우가 진짜 사람이 아닐 리는 없다. 그저 남들보다 무공이 높고 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세가 강할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장합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네 번째 단창을 역수로 쥐고, 이제 바로 앞까지 근접해 온 관우를 향해 달려 들어가며 내리찍었다.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달려오는 장합이 내리찍는 창날의 끝에 청룡도의 칼날을 가져다 댔다.

펑!

청룡도에 닿는 순간, 묵직한 나무로 만든 단창의 자루가 터져 나갔다. 자루를 쥐고 있던 장합의 손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관우가 힘들이지 않고 휘두른 청룡도는 그대로 장합의 단창을 세로로 갈랐다. 그리고 장합이 탄 말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우드드득!

베는 소리가 아니었다. 말의 두개골과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관우의 청룡도에 맞은 말은 머리가 세로로 갈라진 채 절명했다. 갑자기 말이 쓰러지자 장합은 누가 들어서 던진 것처럼 허공으로 튕겨져 바닥을 구르게 되었다.

장합의 시야 속에서 하늘과 땅이 뒤집혔다.

잠시 후, 관우가 다가왔다.

척.

관우는 쓰러져 있는 장합의 목에 청룡도를 겨눴다.

“죽었나?”

“살아있습니다.”

“다행이군. 훌륭한 수를 보여줘서 고맙네. 관모가 한 수 배웠다네.”

누워서 뼈가 몇 군데나 부러졌는지 세고 있던 장합은 그 말을 듣자 피식 웃어 버렸다.

“관공은 아직도 더 배울 게 있습니까?”

“좌전에 이르기를,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으면(不備不虞), 군사를 일으킬 수 없다(不可以師) 하였으니. 상대의 초식을 연구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전장에서 병장기에 목숨을 잃지 않겠나.”

뚝. 뚝.

단창에 꿰뚫릴 뻔한 관우의 머리는 여전히 유혈이 낭자했다. 머리에서 떨어진 피가 땅에 고일 정도였다.

잠시 피 흘리는 관우를 바라보던 장합은 누운 채 갑옷끈을 풀었다. 투항의 의미였다.

자신이 조조군에서 쌓아 온 공적들은 이걸로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 원소군에서 실패를 경험한 데 이어서, 이제는 조조군에서도 실패하게 되었다. 두 번이나 항복한 장수를 크게 중용해 주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합은 뭔가 후련한 기분이었다. 관우와 정면승부를 해서 일격을 가한다는 건, 무장으로서 삶을 걸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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