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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초연의-253화 (240/306)

253화. 반격

하후연은 눈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저자가 황충인가.’

며칠 전, 우금의 선봉대를 궤멸시키며 이름을 떨친 그 인물일 것이다. 전장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이 마초 못지않은 인물이라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잡아 두는 게 맞지. 그런데…….”

가만히 황충을 지켜보던 하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황충은 몸을 다 가리는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었다. 자신이 날리는 화살을 다 막아낼 만큼 큰 방패였다.

그렇다고 철편을 들고 접근전을 벌이기도 여의치 않았다. 하후연은 힘으로 정면 승부하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황충의 근육 크기는 천하제일이었다. 완력도 천하제일에 가까울 것이 분명했다.

‘까다로운 상대다. 나하고는 잘 맞지 않는군.’

마초, 관우, 장비가 아니라면 누구하고든 일 대 일로 겨룰 자신이 있다. 무장으로서 황충보다 자신이 못하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궁합이 좋지 않은 상대였다.

“하후 장군. 저자는 내게 맡기고 마초 쪽으로 이동하십시오.”

그런데 마침 황충과 궁합이 좋은 상대가 나타났다. 장합이었다.

“장준예인가. 알았다. 나는 마초를 상대하겠다.”

“도망치지 마라, 하후연!”

“흥, 미련한 녀석. 장준예는 훗날 크게 이름을 떨칠 인물이다. 그의 손에 죽는 걸 영광으로 여겨라.”

하후연과 장합은 서로의 상대를 바꿨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장합은 황충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단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단창에 맞을 때마다 황충의 방패가 부서져 나가는 반면, 황충은 장합의 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장합 대신 하후연이 가세하며 마초 포위전의 전황도 더 좋아졌다. 이미 화살을 맞은 마초는 단창보다 더 빠른 하후연의 화살에 고전하고 있었다. 부상당한 몸으로도 조인, 악진, 주령과의 3대 1 접근전을 버틸 수 있는 마초다. 그런데 여기에 하후연이 날리는 화살이 가세하자 더 불리해졌다.

퍽!

“큭…….”

화살 한 대가 마초의 몸통에 맞았다. 갑주와 비단 전포 덕분에 박히지는 않았지만, 충격이 극심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심한 타박상이었다.

다닥.

마초는 도철을 몰아 거리를 벌렸다. 도철의 걸음이 조금 느려진 게 느껴졌다.

“한승! 전황은 어떤가!”

마초가 큰 소리로 묻자, 장합을 상대하던 황충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군이 유리합니다! 제갈 현령이 조조군을 밀어붙이고 하고 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마초는 씩 웃었다.

“아무래도 오늘 이 이상의 전공은 포기해야겠군. 퇴각한다!”

마초는 그대로 도철을 몰아 황충 쪽으로 달렸다. 황충을 태우고 달려서 진영으로 되돌아 갈 생각이었다.

“그냥 보내 줄 수는 없지.”

장합은 단창을 들고 마초, 황충, 자신 사이의 거리를 쟀다.

‘내 손으로 마초를 잡는 건 무리다. 하지만 저 황충이라는 자는 가능하겠군.’

황충의 방패는 단창에 맞아 엉망이 돼 있었다. 몸집이 하도 크니 마초처럼 기민한 동작으로 날아드는 창을 피하는 것도 무리였다.

장합은 오른손을 한껏 뒤로 젖힌 후, 황충을 향해 창을 던졌다. 마초가 다가오기 전에 승부를 낼 생각이었다.

부웅!

단창이 허공을 날았다. 황충은 방패를 버리고 어느새 수레 밑으로 내려와 있었다.

콰직!

“아니?”

장합은 눈을 의심했다.

황충이 수레를 들어 단창을 막은 것이다.

“상대하기 싫은 녀석이군.”

황충은 얼굴을 찌푸리며 수레를 내려놓았다. 불뚝거리는 힘줄이 가라앉았다.

멀리서 마초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도철에 올라타서 같이 퇴각하면 끝이다.

이대로 황충을 보내 줄 것인지, 장합은 아주 잠깐 동안 고민하고 결단했다.

다다닥!

장합이 말을 달려 황충에게 쇄도했다. 막지도 못할 만큼 근접해서 일격을 날릴 생각이었다.

우직.

황충은 두 손으로 수레의 밑판을 뜯어내서 세웠다. 그리고 다가오는 장합을 맞이했다. 장합은 황충의 수염을 셀 수 있을 정도까지 접근해서 단창을 던졌다.

퍽!

장합이 던진 단창이 황충이 수레 밑판에 꽂혔다. 황충은 고개를 돌려 나무판을 뚫고 들어온 단창을 피했다.

동시에 장합의 말이 황충의 옆을 스쳐 갔다. 황충은 그대로 있지 않았다. 주먹을 들어 장합의 말을 후려쳤다.

뻐억!

황충의 주먹에 맞은 말은 기묘한 비명을 내지르며 옆으로 날아갔다. 네 다리가 전부 허공에 붕 뜰 만큼 강렬한 일격이었다.

장합은 재빨리 말에서 뛰어내려 바닥을 굴러 일어났다.

“한승!”

“알았습니다.”

그 사이 마초가 달려 들어왔다. 황충은 더 미련을 버리고 도철의 등 뒤에 올라탔다.

두 사람을 태운 도철이 흙먼지와 함께 사라졌다.

마초와 황충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합의 곁으로 조인이 다가왔다.

“조 장군.”

“우금은 며칠 정양하면 회복할 수 있다. 노초는… 나중에 장례를 치러야겠지.”

“계획에는 빈틈이 없었습니다. 이 정도 포진으로도 마초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장수를 잃었다는 건…….”

“절반은 실패했다. 하지만 절반은 성공하기도 했지.”

조인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전황을 설명했다.

“마초가 화살에 맞았다. 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나?”

당분간 마초가 선두에 설 수 없다.

즉, 마초의 무위라는 변수가 전장에서 잠시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병력과 병력의 싸움이다. 그리고 아군의 병력은 7만, 적의 병력은 최대 1만이지.”

조인은 장합의 어깨를 툭 치고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번 싸움의 첫 번째 전공을 장합에게 주고 싶었다.

* * *

그런데 상황이 조인의 예상보다 더 급박하게 돌아갔다.

“장군, 마초가 중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전령이 가져온 급보를 듣자 조인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온현의 의원들이 전부 마가군의 영채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마초의 군막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온갖 약재들이 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약재?”

“그렇습니다.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앵속(罌粟, 아편)이라고 합니다.”

이 시점에, 마초의 군막에 마약성 진통제가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화살에 맞은 상처가 덧났나 보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만약 마초가 중태에 빠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조인은 야습을 선택했다.

“맞은 곳이 급소는 아니었다. 화살을 맞고도 한참 싸울 정도였다. 그는 젊고 강건하니, 상처가 덧나더라도 이겨낼 것이다.”

“장군, 하오면?”

“그러니 기회는 지금뿐이다. 마초가 제대로 병력을 지휘하지 못할 때, 야습을 통해 적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잘하면 병상에 누워 있는 마초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야습을 하기 위해 나선 것은 악진이었다. 악진은 날랜 군사 수백을 뽑아, 한밤중에 마초의 군막이 있는 마가군의 영채에 기습을 가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장군, 대장의 군막에 마초가 없습니다!”

선두에 선 군관 하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악진은 철창을 쥐고 이를 악물었다.

“설마… 함정인가?”

악진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매복해 있던 마가군의 군사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흰옷을 입은 청년이었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을 한 아주 젊은 청년이었다. 얼굴을 반쯤 가린 깃털부채 위로 드러난 눈매가 사나웠다.

다른 한 사람은 허리춤에 구리 방울을 단 30대의 미남자였다. 화려한 붉은 비단옷과 사각철간 두 자루가 그가 누구인지 말해 주었다.

“절충장군 감녕인가.”

“으하하! 그렇게 말하는 자네는 유격장군 악진이구만. 오랜만에 맞수를 만났으니 한 수 나누는 것을 마다하지 말아 주게.”

감녕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크게 웃으며 사각철간을 돌렸다.

악진도 길게 말하지 않았다. 철창을 높이 들어 그대로 감녕을 내리쳤다.

깡!

감녕은 사각철간 두 자루를 교차해서 악진의 철창을 막았다. 그리고 잘생긴 얼굴을 한껏 망가뜨려 가며 웃음을 지었다.

“끝까지 비열한 놈들이구나. 낙양에서 정변을 일으킬 때도 비열한 방법을 쓰더니, 이제 또다시 비열하게 야습을 하려 해?”

“싸움에는 규칙이 없다. 그대는 그걸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가?”

“그래, 규칙이 없지. 그 말 그대로 되돌려 주마.”

감녕은 사각철간을 크게 휘둘러 악진을 떨쳐냈다.

그러자 감녕의 뒤쪽에서 익숙한 신형이 나타났다. 악진의 눈이 커졌다.

“마초?”

갑주를 입고, 사자 투구까지 갖춰 쓴 마초였다. 팔에 부목을 대고 있었지만, 거동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마초는 비웃음을 띤 채 악진을 향해 물었다.

“설마 내가 그까짓 화살에 반죽음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나?”

“함정이었군.”

“여기 있는 제갈 현령이 죽은 척을 하라고 시켜서 말이야. 그러면 반드시 야습이 있을 거라고 하더군.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너희들에게도 한 방 먹여 줘야 하지 않겠나? 속임수에는 속임수로.”

마초는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마초의 명이 떨어지자 제갈량은 백우선을 들어 크게 부쳤다.

그것이 신호였다. 곳곳에서 수레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수레 위에는 한 번에 여덟 발을 쏠 수 있는 거대한 쇠뇌가 달려 있었다.

제갈량이 만든 연노차(連弩車)였다. 장사 전투에서 처음 도입해서 시험한 뒤, 온현의 현령으로 부임해서 밤낮으로 개량한 물건이었다.

“쏴라.”

제갈량의 한 마디가 떨어지자 연노차에서 화살이 뿜어져 나갔다.

퍽! 퍽! 퍽! 퍽!

한 번에 여덟 발을 쏘는 연노차가 이십 량이다. 160발의 쇠뇌살이 뿜어져 나가자 악진이 이끄는 결사대는 화살에 상한 자가 절반이 넘었다.

“으윽… 으아악!”

“크아아악!”

여기저기서 부하들의 비명 소리가 울렸다. 악진은 이를 악물고 철창을 든 채 전진하기 시작했다. 마초의 등에 일격을 넣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퍽!

그러나 악진의 철창은 감녕의 사각철간에 가로막혔다. 감녕은 여유로운 웃음을 띤 채 악진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악진도 만만치 않았다. 변화무쌍하게 날아드는 감녕의 공격을 철창으로 막아내며 대등하게 합을 겨뤘다.

그러나 이십여 합이 흐르자 우열이 드러났다.

여포와의 싸움 이후, 매일같이 수련에 매진한 감녕이다. 술을 절제하며 수련에 힘쓰니 자연스럽게 공력이 증진되었다. 원래도 강했던 완력은 이제 악진을 압도할 만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깡!

감녕은 좌철간으로 악진을 밀어붙이며, 우철간을 크게 휘둘러 악진의 철창을 때렸다. 감녕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 철창이 휘어졌다. 악진의 손에서 선혈이 튀고, 부러진 손가락이 덜렁거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퍼억!

감녕의 좌철간 끝이 악진의 가슴을 찔렀다.

뭉툭한 철간으로 관통상을 입힐 수는 없다. 그러나 감녕의 힘이 실린 일격은 심장을 정지시키기에 충분했다.

잠시 멈춰 있던 악진의 몸이 천천히 앞으로 기울며 바닥에 쓰러졌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일격에 심장이 멎어서, 아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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