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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초연의-252화 (239/306)

252화. 팔문금쇄(2)

조인, 우금, 악진, 주령, 노초, 그리고 장합.

마초는 자신을 둘러싼 상대들을 한 번 훑은 뒤, 조인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6대 1은 조금 심하군.”

“전쟁터에는 규칙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장군께서도 짐작하셨을 텐데요. 이 정도 병력 차이가 나면, 대장군이 쓸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무용을 앞세워 단숨에 지휘부를 마비시키는 것뿐이지요. 마땅히 대비했을 뿐입니다.”

이제까지 마초가 선두에 서서 위험한 싸움을 벌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마초는 단 한 번, 여포와의 첫 대결을 제외하면 그 수많은 싸움에서 전부 이겼다.

“하하, 조자효. 그대의 말이 옳다. 나는 항상 선두에 섰으니, 이 정도의 방비가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대장군께서는 그걸 알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곤궁한 처지 아닙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야. 그런데…….”

척.

마초는 금마삭을 들어 조인을 겨눴다.

“여섯 명이 모이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타닥!

도철이 달렸다. 마초와 조인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다른 다섯 명이 손을 쓸 틈도 없이, 마초는 금마삭을 들어 조인을 향해 찔렀다.

펑!

끼이이익.

조인은 팔척검의 넓은 옆면으로 마초의 금마삭을 막았다. 경력이 잔뜩 실린 일격이 터지며 조인이 휘청거렸다. 금마삭의 창날이 팔척검을 따라 미끄러지며 쇠를 긁는 소리를 냈다.

강맹한 일격을 막아낸 조인이 주춤하는 사이, 마초는 그대로 말을 달려 조인의 옆을 빠져나갔다. 마초가 빠져나가자 마초를 포위하려 했던 우금과 노초의 병장기가 허공을 갈랐다.

“좋아, 이제 포위당하진 않겠군. 하나씩 상대해 주마.”

마초는 금마삭을 위로 들고 옆으로 돌았다. 첫 번째 목표는 악진이었다.

악진은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묵직한 철창을 들어 마초가 내리치는 금마삭을 막았다.

쩡!

청경이 실린 금마삭의 자루는 엄청나게 무거웠다. 하지만 악진 또한 여포의 습격을 받고 살아났었던 역전의 용사다. 무너지지 않은 채 이를 악물고 마초의 일격을 버텼다.

부웅!

마초가 악진을 제압하기 위해 힘을 쓰는 사이, 옆에서 보고 있던 주령이 대도를 수평으로 뉘어서 쓸어 왔다.

“쳇.”

마초는 악진을 제압하는 걸 포기하고 금마삭을 거뒀다. 그리고 등자에 발을 걸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였다. 순간적으로 마초의 몸이 말 위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붕!

주령이 휘두른 대도의 칼날이 도철의 잔등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초가 등자를 딛고 말 옆구리에 매달려서 주령의 칼날을 피한 것이다.

부웅!

이번에는 장합의 차례였다. 마초가 자세를 잡자마자 단창이 날아들었다.

마초는 허리를 한껏 젖히고 도철의 잔등 위에 누웠다. 드러누운 마초의 눈 위로 장합이 던진 단창이 지나갔다. 몸을 젖히지 않았으면 명치를 정확히 꿰뚫었을 법한 궤도였다.

‘하나하나가 우리 군의 선봉장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정말 어렵겠군.’

마초는 말 잔등에 누운 채 인상을 찌푸렸다.

서량 원정에서 호주천, 염행, 성공영, 장료에게 4대 1 포위를 당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장료에게 조금 고전했을 뿐, 다른 3인을 순식간에 압도하고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훨씬 어렵다. 적의 숫자도 많고, 개개인의 질도 더 뛰어나다. 특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나씩 숫자를 줄여 나간다. 먼저…….”

잔등에 누워 중얼거리는 마초의 눈에 도끼날이 가득 들어왔다. 노초가 달려들어와 도끼를 내리친 것이다.

턱!

마초는 금마삭의 자루로 땅을 짚고 몸을 지지했다. 그리고 왼손을 허리춤에 가져가며 씩 웃었다.

“가장 약한 녀석부터.”

쾅!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마초는 창대로 땅을 짚은 채, 왼손으로 장도 치란을 뽑아 크게 휘둘렀다. 치란의 칼날에 부딪힌 노초의 도끼날이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졌다. 치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노초가 입고 있는 찰갑을 깨뜨리고, 노초의 팔을 잘라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으아아악!”

팔을 잃은 노초가 비명을 질렀다. 마초는 노초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땅을 짚었던 금마삭을 오른쪽으로 찔렀다.

펑!

달려들던 우금은 마초의 창이 날아들자 얼른 방패로 막았다. 그러나 창 끝에 실린 마초의 힘까지는 막지 못해서 방패가 크게 요동쳤다.

말에서 떨어질 뻔한 우금이 간신히 신형을 수습하는 사이, 마초는 그대로 금마삭의 날로 노초의 가슴께를 찍어 들어 올리고 한 바퀴 돌았다.

퍼억!

다시 한번 날아온 단창이 노초의 등을 관통했다. 마초가 노초의 몸을 찍어 들어서 장합의 단창을 막은 것이다.

“꺼…꺼억…….”

기묘한 비명을 올리며 노초가 절명했다. 멀리서 장합이 인상을 찌푸리며 세 번째 단창을 꺼내드는 게 보였다. 우금, 악진, 주령도 각각의 병장기를 들고 다시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오지 않은 한 명.

타다닥!

도철이 황급히 옆으로 걸었다. 보법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현란한 발놀림이었다.

부우웅!

방금 전까지 도철과 마초가 있던 자리로 거대한 칼날이 지나갔다. 이동하지 않았으면 사람과 말이 한꺼번에 두 조각이 났을 것이다.

조인이 팔척검으로 날린 일격을 보자 마초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이 정도였나? 그때보다 더 센 것 같은데.”

“무슨 말입니까?”

“아니, 아무것도.”

원래의 역사에서 마초가 조인과 겨뤘던 것은 213년. 난전 중에 잠시 마주쳤으나,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물러났었다.

지금은 203년이다. 조인도 아직 30대 중반으로 젊은 나이다. 직접 칼을 맞대 보니, 원숙한 시기의 조인보다 오히려 더 강해 보였다.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다.

“이제 5대 1인가. 좋아, 다시 덤벼라.”

다시 한번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마초는 도철을 몰아 이리저리 달리며 다섯 장수의 동시 공격을 피했다.

다섯 장수 모두 내로라하는 맹장들이었다. 특히 조인의 팔척검과 장합의 단창은 너무나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천하제일의 명마 도철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마초라도 이들과 동시에 겨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철은 마초에게 기동력의 우위를 확보하게 해 주었고, 원하는 대로 싸움을 끌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쨍!

마초는 악진이 내지른 철창을 걷어내며 다시 한번 도철의 배를 박차 멀리 떨어졌다.

“앞으로 다섯 명. 이번에는…….”

스윽.

마초는 금마삭을 머리 위로 들어 다음 표적을 겨눴다.

“너다!”

금마삭이 향한 곳은 우금의 방패였다. 마초에게 접근하던 우금은 방패를 들어 마초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우직!

그러나 허사였다. 마초가 내지른 금마삭의 창날은 그대로 우금의 방패를 뚫고 들어갔다.

마초는 금마삭을 들어 올렸다. 금마삭이 박힌 방패도 자연스럽게 같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자 우금의 정면이 훤히 드러났다.

퍽!

왼손에 쥔 치란이 번뜩이자 우금이 탄 말의 목이 잘렸다. 우금은 말과 함께 균형을 잃고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컥…….”

우금의 입에서 마른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쨍! 쨍!

마초는 양손에 쥔 금마삭과 치란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령의 대도와 조인의 팔척검을 쳐냈다. 그리고 다시 도철을 몰아 멀어졌다.

노초가 전사, 우금은 전투 불능.

순식간에 여섯 장수 중 둘이 쓰러졌다.

이 정도면 천하의 어떤 장수라도 잡을 수 있는 포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초는 조인의 예상보다 더 강했다.

조인은 전략을 수정했다. 조인이 수신호를 하자 주변에 있던 기병들이 마초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조조군이 자랑하는 철갑기병대, 호표기였다.

“이제는 숫자로 밀어붙일 셈이냐?”

마초는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호표기 사이로 뛰어들었다.

호표기는 천하 용장을 잡기 위해 훈련된 부대다. 그러나 마초가 휘두르는 창과 칼 앞에 힘을 쓰지 못했다. 금마삭이 닿는 곳마다, 치란이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호표기 한 명씩이 전투 불능이 되어 낙마했다.

한참을 찌르고 베던 중, 마초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덩치 큰 호표기 하나의 몸통을 금마삭으로 꿰뚫었다.

퍽!

“끄으으…….”

금마삭에 꿰인 호표기는 신음소리를 흘리면서도 금마삭의 자루를 붙들고 놓지 않았다.

“대단한 기백이군. 바로 편하게 해 주마.”

마초는 그대로 금마삭을 틀어쥐었다. 금마삭을 통해 촌경을 써서 단숨에 호표기를 절명시킬 생각이었다.

그 순간, 서늘한 기운이 뇌리를 스쳤다.

콱!

창에 꿰인 호표기의 목을 뚫고 화살 한 대가 튀어나왔다.

호표기의 등 뒤에서 누군가 활을 쏜 것이다. 화살은 갑옷이 보호해 주지 못하는 목 부분을 관통해 마초를 향했다.

퍽!

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마초의 쇄골 바로 아래에 화살이 파고들었다.

“제기랄!”

설마 아군의 몸으로 눈을 가리고 몸을 관통해서 화살을 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 몸을 관통하고도 힘이 있는 것을 보니 단순한 병사가 쏜 화살은 아니었다.

마초는 말 위에서 크게 휘청거리며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화살이 박힌 곳에서 피가 마구 솟구쳤다.

왼팔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오른손의 금마삭을 놓아 버리고 전포 자락으로 일단 상처를 눌러 지혈했다. 주인의 마음을 알아챈 도철이 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마초를 쏜 인물이 호표기 가운데에서 나타났다. 길이는 짧지만 잔뜩 휘어진 각궁을 들고 있었다. 일반 기병들과 같은 갑옷을 입어서 눈속임을 하고 있었지만, 말을 타는 자세를 보니 무공이 대단한 장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궁을 든 무사는 뒷걸음치는 마초를 향해 오히려 달려 들어왔다. 각궁에는 두 번째 화살을 메겨서 팽팽히 당긴 채였다.

어깨의 상처를 지혈하며 그의 얼굴을 확인한 마초는 경악했다.

“하후연?”

지난 생에서 수차례 맞붙었던 숙적. 그리고 조조군 전체에서도 조인과 함께 수위를 다투는 무장.

하후연이 활을 들고 숨어 있었던 것이다.

‘조인이 이중으로 함정을 팠군. 내가 만약 여섯 장수를 이겨내면, 숨어 있던 하후연이 아군의 몸을 가림막 삼아 화살을 날리려는 생각이었나.’

마초 하나를 잡기 위해 조인, 장합, 우금, 악진, 주령, 노초를 한 전장에 투입한다.

실패하면 조조군 전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그야말로 세력의 명운을 건 총력전이다. 이중의 매복이 있을 것도 고려했어야 했다.

타앙!

하후연이 시위를 놓자 한껏 굽었던 각궁이 펴지며 맑은소리가 울렸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쏜 화살이지만 조준이 정확했다. 화살은 다시 한번 마초를 향해 날았다.

마초는 그대로 말 위에 몸을 뉘었다.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마초를 스쳐 지나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초는 누운 채 몸을 틀며 손을 뻗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단창을 잡아냈다.

콱!

장합이 던진 단창이었다.

“흡!”

마초는 말 위에서 몸을 일으키며, 방금 낚아챈 단창으로 머리 위를 막았다. 어느새 달려 들어온 조인이 팔척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쩌엉!

“큭!”

제대로 들어온 조인의 일격은 무겁고 강했다. 한 손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청경의 수법으로 순간적으로 힘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더라면, 손목이나 어깨가 부러졌을 것이다.

마초가 화살에 맞으며 전황이 바뀌었다. 마초는 한 팔을 쓰지 못하고, 하후연과 장합이 원거리 무기로 지원한다. 이 상태에서 조인의 무거운 칼을 받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악진과 주령도 아직 건재했다.

마초의 무위는 여전히 신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초가 밀리고, 조조군의 다섯 장수가 유리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퍽!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조조군 대열의 한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조조군의 대열을 뚫고 전장에 난입한 것이다.

“무슨 일이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하후연의 눈이 커졌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戰車)였다. 말에까지 갑옷을 입혀서 병사들의 대열을 그대로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이미 의장용으로나 쓰이는 물건이었다. 전쟁터에서, 그것도 기병전에 뛰어난 마가군의 장수가 쓸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천하의 대세를 가르는 투장 중이다. 어떤 놈이 감히…….”

“북방에서는 5대 1을 투장이라 부르나?”

전차 위에는 낭아봉을 어깨에 멘 거한이 서 있었다. 바싹 깎은 머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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