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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초연의-199화 (199/306)

199화. 천하제일 (1)

타탁.

마초를 태운 도철이 기묘한 박자로 땅을 굴렀다. 안장의 등받이가 마초의 등허리를 세차게 때리고, 공간이 줄어드는 것 같은 가속이 이어졌다. 맞은편의 적토마도 그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달려 들어왔다.

더 긴 무기를 든 것은 마초였다. 마초는 금마삭을 바로 찔러 넣었다.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강맹한 찌르기였다.

쾅!

폭음이 울렸다. 마치 여포가 병사들을 도륙할 때 내는 것과 같은 큰 소리였다. 적토마와 도철이 멈칫하며 제 자리에 미끄러지듯 섰다.

여포는 왼쪽 겨드랑이로 금마삭을 잡아 끼우고 있었다. 여포가 한껏 뒤로 당긴 오른손의 방천화극이 날아가려 할 때, 마초는 금마삭을 쥔 오른손에 힘을 줬다.

우직!

금마삭이 반으로 부러졌다. 부러진 자루는 마초의 오른손 안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았다. 마초는 부러진 금마삭을 거꾸로 잡고 창대의 바닥 부분에 달린 작은 날로 여포를 겨눴다.

가상의 여포 역할을 하는 관우와 비무했을 때, 마초에게 첫 번째 승리를 안겨줬던 수였다.

퍽!

부러진 창대가 갑옷을 뭉개며 여포의 가슴팍에 꽂혔다. 근육이 어찌나 단단한지 깊게 박히지는 않은 듯했다. 여포는 개의치 않고 오른손의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마초가 치란을 뽑아 방천화극을 막았다.

쾅!

폭음이 터졌다. 마초의 몸이 옆으로 들썩거리고 도철이 같은 방향으로 두 발짝을 돌았다.

“달려라!”

간신히 공격을 막아낸 마초가 짧게 부르짖었다. 말을 알아들은 도철은 그 자리에서 가속해서 여포와 적토마를 밀어붙였다.

터엉!

두 마리 말이 목을 얽었다. 자신보다 힘이 센 말을 처음 접한 적토마가 당황하여 뒤로 두 발짝 물러났다. 마초는 휘청거리는 상태에서도 여포의 가슴에 박힌 창대를 붙들고 늘어졌다. 얕게 들어갔던 창대는 어느새 쑥 빠졌다.

“핫!”

마초는 그대로 힘을 끌어올려 촌경으로 여포의 몸통을 노렸다. 오른손에 쥔 부러진 창대가 여포의 가슴에 적중하는 순간, 마초는 손을 뒤로 빼서 충격을 극대화했다.

펑!

창대가 꽂혔던 여포의 가슴에서 촌경이 폭발했다. 마초의 손에 들렸던 나무 창대는 경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여포의 가슴에서 터진 피가 비처럼 흩뿌려졌다.

우드득.

몇 발짝 물러난 여포는 가슴께의 갑옷을 뜯어냈다. 촌경에 맞은 철갑 조각들이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할 만큼 망가져 있었다. 갑옷을 뜯어 던진 여포는 방천화극을 쥐고 다시 달려들었다.

“갑옷에 막혀서 깊이 들어가지 않았나. 운이 좋았군.”

“잔재주가 늘었구나.”

주인의 분노를 나타내는 듯, 두 가닥 산새의 깃털이 가늘게 떨었다. 여포는 방천화극을 들어 마초를 쓸었다. 마초는 부러진 창대를 버리고 안장에 꽂혀 있던 또 한 자루 금마삭을 뽑아 들어 막았다.

탁.

마초는 여포가 발출하는 힘을 청경으로 흘려내며 창대를 한 번 크게 돌렸다. 여포는 그대로 적토마를 가속시켜 몸으로 부딪쳐 왔다.

퍼억!

적토마와 도철이 부딪혔다. 거대한 체격의 두 준마는 서로 목을 맞대고 힘을 겨뤘다. 도철은 이번에도 밀리지 않았다.

말끼리 힘을 겨루는 사이, 여포는 방천화극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무인도를 뽑았다. 그리고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마초의 어깨를 노리고 무인도를 사선으로 크게 휘둘렀다.

펑!

폭음이 터졌다. 무인도가 공기를 찢으며 내는 소리였다. 마초는 등자에 발을 건 채 쓰러지듯 왼쪽으로 누웠다. 무인도는 사자 투구에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풍압으로 눈이 뜨거워졌다.

‘4년 전이었다면 저 일격에 죽었겠군.’

마초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게다가 이 수는 관우가 가상의 여포 역할을 하며 여러 번 보여준 수였다.

몸을 기울이다 보니 방천화극을 제압하고 있던 청경이 풀렸다. 여포는 방천화극을 역수로 잡고 위에서 마초를 찍어 갔다.

콰드득!

마초는 오른손으로 치란을 뽑아 방천화극을 막았다. 치란과 부딪힌 방천화극의 날이 뭉개지는 게 보였다. 방천화극에 실린 여포의 힘을 버티기 위해 치란의 칼등에는 금마삭을 받쳤다. 땅에 꽂혀 있는 금마삭의 자루가 여포의 힘에 쭉 밀려났다.

텅.

두 사람은 다시 떨어졌다. 마초는 파르르 떨리는 팔뚝을 보며 씩 웃었다.

“잘못하면 팔이 부러질 뻔했군.”

타닥.

여포는 무인도와 방천화극을 양손에 들고 말없이 마초를 향해 달렸다. 마초는 치란을 다시 집어넣고 금마삭을 두 손으로 잡았다.

타닥. 타닥. 타닥.

여포가 세 발짝을 달려 비스듬히 세운 금마삭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마초가 금마삭을 내리쳤다. 여포는 방천화극을 들어 금마삭을 막았다.

쿵!

그러나 금마삭이 방천화극을 때리자 묵직한 굉음과 함께 방천화극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여포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무거운 일격이었다. 청경의 수법으로 여포의 힘의 방향을 아래로 돌린 것이다.

“아직……!”

마초는 청경이 실린 금마삭으로 방천화극을 쳐 내린 뒤, 그 반동을 이용해 여포를 찔렀다. 관우와 비무하며 만들어낸 또 하나의 수였다.

퍽!

여포의 몸에 금마삭이 박혔다. 여포는 창이 박히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았다. 왼손의 무인도를 들어 금마삭의 창대를 내리치려 했다. 마초가 한껏 웃음을 지었다.

“…끝이 아니다.”

마초는 순간적으로 손을 미끄러뜨려 창대의 끝을 잡았다. 그리고 촌경의 수법으로 길게 잡은 창을 찔러 넣었다. 온몸의 가속을 이용해 일 촌의 거리만으로 상대의 몸에 경력을 전달하는 상승무공이었다.

쾅!

폭음이 울렸다. 여포의 몸이 들썩이며 뒤로 물러났다.

촌경의 힘을 이기지 못한 금마삭이 터져 나가고 마초의 손에는 짤막한 마디만이 남았다. 마초는 부서진 창대를 던져 버리고 치란을 뽑았다.

오랜 수련, 강적들과의 대결, 나이가 들며 완성된 몸, 명마 도철, 그리고 관우를 통해 가상의 여포와 대전한 경험.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늘의 마초는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복수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어서일까. 머리는 차갑지만 몸에는 힘이 넘쳤다.

여포는 잠시 뒤로 물러나 숨을 골랐다. 그리고 몸에 박힌 창날을 뽑았다.

두 사람이 싸우는 사이 금철기에게 일방적으로 몰린 함진영은 벌써 숫자가 많이 줄어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사기가 꺾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 설마… 온후가…….”

“마초 저놈은 대체… 항우의 현신인가?”

일대일의 마상전투에서 여포를 밀어붙이는 자가 있다.

함진영의 기병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제껏 수많은 전장에서 승리를 가져다준 여포의 무위에 대한 신앙과도 같은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보이느냐!”

우세를 점한 마초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외쳤다.

“너희들이 섬기는 주인 또한 똑같은 인간이다. 너희들은 여포가 지지 않을 줄 알고 따르며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겠지만, 너희 주인은 오늘 나에게 패할 것이다.”

여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초는 금철기에게 공격 중지의 신호를 보내고 얼마 남지 않은 함진영의 군사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에게 죄를 씻을 기회를 주마. 누구든 여포의 몸에 칼을 찌르는 자에게 천금의 상을 주겠다. 이대로 죽을 것인지, 살 기회를 잡아 볼 것인지 선택하라.”

“하.”

마초를 노려보던 여포는 짧게 한숨을 토했다. 오른팔에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팔이… 무겁군.’

장료, 감녕, 조운, 마철.

네 명의 상대가 남긴 피로가 한순간에 몰려왔다. 이 피로 때문에 마초에게 우세를 점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마초가 자신조차 능가하는 천하제일인이 된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기마술은 분명히 마초가 천하제일이다. 타고 있는 백마도 천하제일의 명마다. 그러니 마상전투에 한정하자면 마초가 천하제일이라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단 한 번도 명성에 집착해 본 적이 없는 여포다. 그는 천하제일의 칭호를 뺏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전황이 불리하다.’

완벽하게 마가군의 생각대로 된 전투다.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여포 자신이 선봉이 되어 상대의 사기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마초와의 투장이 불리해지며 그 희망이 깨져 나가고 있었다. 태원성과 태원 벌판은 마가군에게 완전히 제압당했다. 분수 유역에서는 여포 자신의 분전으로 우세했었으나, 고순이 전사하고 여포 자신이 몰리면서 패색이 짙어진 것이다.

고민하는 사이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여포에게 드리운 햇살의 색이 붉어졌다.

“에잇!”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서로 눈치를 보고 있던 함진영의 소교 둘이 여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전 여포에게 아내를 빼앗긴 자들이었다.

쾅!

여포는 귀찮다는 듯 방천화극을 길게 휘둘렀다. 허공에서 방천화극에 맞은 두 소교의 몸이 으깨졌다. 마치 사과가 터질 때처럼 사방에 피를 뿌린 병사들은 뭉개진 몸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마초는 눈을 형형하게 빛내면서 웃었다.

“여포에게 검상을 입히면 1천 금. 작은 생채기라도 내면 1백 금. 목을 취하는 자는 열후로 삼는다. 함진영, 이제 싸움의 승패는 기울었다. 너희들의 솜씨를 내게 비싼 값에 팔아 보거라.”

병주, 흉노와의 최전선. 그곳에서 가장 사납고 용감한 자들이 모인 함진영이다.

왜 용감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용감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패배하는 전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생겼다. 남아 있는 함진영 중 십여 명이 조금씩 앞으로 나섰다. 저마다 욕망에 불타는 눈으로 여포를 향해 창을 겨누고 있었다.

“기르는 주인을 물 셈이냐.”

여포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 모습을 본 함진영의 병사들은 다시 멈칫했다. 상처 입은 여포지만, 섣불리 달려들면 산처럼 시체만 쌓일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친 십여 명의 함진영 배신자들이 저마다 창을 역수로 쥐었다. 그리고 여포를 향해 내던지기 시작했다.

챙!

여포는 방천화극과 무인도를 휘둘러 자신에게 날아오는 투창들을 쳐냈다. 창은 여포에게 닿지 못했다. 그러나 중간중간 섞어 쏘는 화살이 문제였다. 십여 발을 쳐냈지만, 화살의 수가 너무 많았다.

순식간에 여포의 몸 여기저기에 화살이 꽂혔다. 전부 다섯 발이었다.

“흡!”

여포는 온몸의 기를 끌어올려 기합을 내뱉었다. 천하제일이라 불리는 자신이다. 목숨만 붙어 있으면 어떤 불리한 상황도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때 자신을 향해 뛰어 들어오는 마초가 보였다. 5척 장도를 뽑아 든 마초는 푸른 눈에서 번쩍이는 안광을 뿜고 있었다.

까아앙!

여포의 방천화극과 마초의 치란이 부딪히고 지나갔다. 철로 된 방천화극의 자루가 중간부터 잘려 나갔다. 날이 있는 윗부분이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다 바닥에 떨어져 꽂혔다.

여포는 자루만 남은 방천화극을 버리고 무인도를 오른손으로 고쳐 잡았다. 마초도 여포를 지나치자마자 말머리를 돌린 후 다시 여포에게 돌격했다. 먼저 무인도를 치켜든 여포의 공격이 먼저 날았다.

마초는 가만히 그 일격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세우고 있던 치란을 살짝 눕힌 뒤 바로 여포의 머리를 눌러 쳤다.

끼이익!

치란이 무인도의 도신을 비스듬히 타고 여포의 머리를 노렸다. 마가도법 절초 낙일(落日). 자신의 중심선을 지키며 작은 동작으로 칼을 휘둘러서 상대가 내리치는 칼을 비껴치는 기술이었다.

절초에 걸린 여포는 찰나의 순간, 팔 힘만으로 무인도의 궤도를 수정해서 마초를 밀어붙였다. 무인도는 우월한 크기와 무게로 마초의 칼이 떨어지는 길목을 막아섰다. 보통의 칼이었다면 그 시점에서 마초의 칼이 막히고 무인도에 머리가 부서졌을 것이다.

끼기기긱!

그러나 지금 마초가 쥐고 있는 칼은 신독의 강철로 만든 치란이었다. 치란은 방천화극을 잘라낸 데 이어 무인도의 거대한 칼날도 베어 갈랐다.

퍽.

무인도가 완전히 쪼개졌다. 여포는 중간에 칼을 놓아 손이 잘리는 것을 면했다. 마초는 여전히 치란을 들고 있고, 방천화극과 무인도가 다 부서진 여포는 맨손이었다.

퍽!

여포는 굴하지 않았다. 왼 주먹으로 마초의 몸통을 후려쳤다. 아무 경력도 들어가 있지 않은 순수한 외공의 주먹이었다. 마초는 그대로 허공에 떠서 일 장을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컥…….”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바닥을 굴러 일어서는 마초. 여포는 반으로 잘린 방천화극의 날 부분을 집어 들었다. 수많은 장졸들의 피를 머금은 방천화극은 창대가 반으로 잘려서 큼지막한 월아가 달린 수극 같은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기어이 마초를 낙마시킨 여포는 수극을 들고 적토마에 올라탔다. 그리고 함진영을 향해 말했다.

“똑똑히 봐라. 내가 너희들의 주인이다.”

여포를 향해 창칼을 겨눴던 함진영 기병들이 다시 한번 움찔했다. 적토마가 마초에게 육박해 들어갔다. 적토마의 온몸에 흐르는 땀이 마치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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