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개봉대전 (4)
하후연과 방덕이 이끄는 조조군의 좌군은 궁기병을 앞세워 원소군 우군을 괴롭히고 있었다. 조홍과 조인이 이끄는 조조군 우군은 언뜻 허약해 보였지만 곽원의 돌격을 막아낸 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여포가 조조군 본대 습격을 시도하다 관우에게 가로막히는 사이, 조조군 본대가 전장의 가운데로 진격했다. 그 선두에는 사공 조조의 군기가 올라가 있었다. 총대장이 대담하게 선봉에 나서서 중군을 모두 이끌고 전장의 한가운데로 나온 것이다.
이로써 개봉 벌판에는 순간적으로 조조군의 수적 우위가 만들어졌다. 조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호령했다.
“먼저 적의 한쪽 날개를 꺾는다. 전군, 좌군을 도와라. 원소군 우군을 향해 진격하라.”
원소군의 우군을 맡은 장수는 심배다. 궁기병의 사격을 받아내면서도 쉽게 꺾이지 않는 중장보병이 주력이었다. 부족한 기동력은 객장으로 있는 고순이 함진영을 이끌고 요소요소마다 분전하며 보충해 주었다.
후방에서 천자의 그것처럼 거대한 수레에 올라타고 있는 원소는 전령의 보고를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다면 아군은 어찌해야 하겠는가?”
여느 때처럼 곽도와 봉기가 나섰다.
“대장군, 간악한 조맹덕이 코앞으로 달려 들어왔사옵니다. 지금이야말로 조맹덕을 베서 대장군의 위엄을 떨칠 기회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대장군. 하북의 용장과 강병들에게 조맹덕을 베게 하소서!”
“그대들의 생각이 꼭 나의 생각과 같다. 그러니 군사들을…….”
“재고하여 주십시오, 대장군.”
원소의 말을 끊고 나선 것은 순우경이었다. 원소는 서원팔교위 시절부터의 동기가 자신의 말을 끊자 심기가 뒤틀린 듯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가 잘 살펴서 결정을 내리고자 하거늘, 순우 장군은 어찌하여 나서는가?”
“송구합니다. 그러나 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장군, 조홍과 조인이 이끄는 적의 우군은 이미 하북철기의 돌격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주력으로 적의 우군을 들이치면 확실히 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아군의 우군을 버리겠다는 것인가?”
“심정남(정남은 심배의 자)의 군사들은 정예하여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설령 한 쪽 날개가 무너진다 한들, 아군이 적의 한쪽 날개를 같이 무너뜨린다면 수가 적은 적군에게 더욱 불리합니다. 아군의 우군 쪽은 조조가 선택한 전장이니 조조 휘하의 맹장 대부분이 저쪽 방향에 있을 겁니다. 이곳은 적의 예봉을 피하며 중보병으로 굳게 지키게 하고, 아군의 정예병은 좌군으로 배치해 조홍과 조인을 무너뜨리는 데 활용함이 옳습니다. 조홍과 조인이 무너지면 아군이 조조의 본대를 포위할 수 있습니다.”
순우경은 심배에게 계속 모루 역할을 맡기고 꺾기 쉬운 조홍과 조인을 먼저 꺾어서 포위망을 만들자고 권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소는 그의 계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우 장군은 지금 내가 조맹덕을 앞에 두고 머리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언제부터였을까. 스스로 천하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생각이 들게 된 후, 원소는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되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감군 저수가 말을 이었다.
“대장군, 순우 장군의 말이 이치에 닿습니다. 조인이 간신히 돌격을 막았다지만, 이미 하북철기가 한 번 쓸고 지나간 다음입니다. 아군의 정예병을 집중시키면 적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허허, 그대도 나의 말을 헤아리지 못하는가.”
원소가 인상을 쓰자 저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원소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당장 조맹덕을 잡아서 내 앞으로 데려와라. 건방진 옛 친구에게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리라.”
“대장군의 명을 받듭니다!”
곽도와 봉기가 요란하게 떠들었다. 저수와 순우경은 각자 한숨을 쉬었다.
‘작전의 승패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만약 이대로 조조의 본대를 격파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대승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돌이킬 수 없다.’
* * *
조조의 본대와 하후연, 방덕의 좌군이 심배의 우군을 에워쌌다. 조조는 따르는 군졸로부터 자신의 창을 건네받았다.
“오랜만에 창을 잡는군. 다시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사공, 부디 조심하십시오. 용맹을 뽐내다 사공이 다치시면 10만 대군의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하하, 젊은 마초는 매번 선두에 서는데 나라고 뒤에서 책략만 짜고 있을 수 있나. 그대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
조조는 손수 창을 들어 군사들을 독려하며 심배군을 몰아쳤다. 심배의 군사들은 만만치 않아서 강하게 저항하며 버텼다.
잠시 후 원소군 본대에서 한 무리의 병마가 조조가 있는 전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조는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본초, 역시 나를 보니 마음이 급해졌구나.”
조조는 더욱 거세게 심배군을 몰아쳤다. 원소군 병사들이 뒤에서 조조를 들이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상황은 계속 위험해져서 조조의 지근거리까지 원소군 병사들이 출몰했다. 조조는 직접 창을 들어 눈에 보이는 원소군을 찔러 가며 지휘하고 있었다. 지금의 실력은 조인이나 하후연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조조의 창술 또한 계속 무장의 길을 걸었다면 창으로도 대성했을 법한 솜씨였다.
“사공! 뒤에서 적이 다가옵니다!”
“어디쯤 왔는가?”
“100보, 아니 80보 뒤입니다!”
“등 뒤에 오면 말하라!”
조조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차례차례 휘하의 부대를 심배군에 돌진시켰다. 후면에서 오는 위협은 최소한으로만 견제하며 오직 전면의 심배군에 집중했다. 이들이 꺾이면 원소군의 우측이 훤히 뚫리고, 원소에게 달려가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조금만 더 공격을 가하면 심배군이 무너질 것처럼 보이던 때였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조조군 한켠에서 흙먼지가 일었다.
“무슨 일이냐?”
“원소의, 원소의 별동대입니다!”
전령이 숨이 넘어갈 듯한 말투로 조조에게 고했다. 조조는 눈을 가늘게 뜨고 흙먼지가 이는 쪽을 응시했다.
흙먼지는 마치 아무것도 평야를 달리는 듯,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진영을 뚫고 조조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저 속도를 보니 선두에 엄청난 맹장이 있군. 여포는 나를 향해 돌격하다 헛물을 켰으니, 저자의 정체는 필경…….”
거기까지 말하던 조조는 군사들을 시켜 징을 치게 했다. 휘하의 맹장들을 자신의 주변에 집결시키는 신호였다.
“사공, 무슨 일입니까.”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주령이었다. 왼쪽 눈, 왼쪽 뺨, 이마를 다 가리는 탈을 쓴 사내였다. 드러난 오른쪽 눈은 뱀처럼 섬뜩한 빛을 띠고 있었다.
능력은 확실하지만, 외모와 말투가 영 믿음이 가지 않는 장수였다. 조조는 얼굴을 한 번 찡그린 뒤 대답했다.
“도올이 온다.”
“도올이라.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한 번 붙어 보고 싶었지요.”
뒤이어 우금이 달려왔다. 공훈이나 실력이나 단연 조조의 상장이라고 할 만한 장수였다. 친족인 조인, 조홍, 하후연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병마를 거느리는 것 또한 그였다.
그다음으로 도착한 것은 악진이었다. 작은 체구가 무색하게 전진밖에 모르는 이 병졸 출신의 장수는 여포와의 싸움에서 중상을 입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종군하고 있었다.
이어서 사촌간인 이정과 이전 형제가 도착했다. 연주 호족 출신으로 이제 스무 살 전후의 아주 젊은 청년들이었다. 아직은 성정이 굳센 이정이 먼저 두각을 나타냈지만, 조조는 내심 지모가 있는 이전에게 더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리고 이통이 도착했다. 여남 호족으로 무예에 능해 그 이름이 강호에 알려진 자였다.
주령, 우금, 악진, 이정, 이전, 이통이 조조의 곁을 둘러쌌다. 마지막으로 건장한 체격에 단정한 외모를 지닌 30대의 무사가 조조의 곁에 섰다. 호위무사 전위였다.
“사공, 이 자리에는 맹장들이 많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고 전면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전 교위 무서워서 어디 나서겠나.”
조조는 피식 웃으며 전위에게 농담을 던졌다. 조조가 낙양에서 곽가를 돌려받으러 나섰다가 마초에게 목숨을 위협당한 후, 그의 호위를 맡는 전위는 깊이 자책하며 조조에 대한 경호를 더욱 강화했다. 이제는 위험이 예상될 때면 조조 자신조차도 전위의 허락을 구하도록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흙먼지가 가까워졌다. 예상대로 맹장을 앞세운 한 무리의 기병대였다. 선봉에는 흑마에 타고 쌍신모를 든 장수가 서 있었다. 검은 탈로 얼굴을 가린 그 자태는 관도에서 수 차례 조조군을 괴롭혀서 도올이라고 불리는 그 장수가 분명해 보였다.
여섯 장수는 서로 마주 보고 눈빛을 교환했다. 먼저 이통과 주령이 나서서 도올을 좌우에서 가로막았다. 이통이 도올을 향해 창을 겨누며 꾸짖었다.
“서주 땅도 지키지 못한 패잔병 주제에 감히 사공께 대적할 셈이냐? 탈을 벗고 얼굴을 드러내라, 장비.”
“그럴까?”
장비는 말을 꺼낸 이통이 당황할 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탈을 벗었다. 동그란 고리눈과 밤송이처럼 뻗친 수염이 드러났다.
장비는 지용을 겸비한 명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광대뼈와 턱뼈가 몹시 발달한 얼굴에는 지성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조공이 몸소 본대를 이끌고 이렇게 전진하면 기습을 안 할 수가 없지. 그런데 하나, 둘, 셋… 여섯 명이라, 많이도 모았군. 여포라도 올 줄 알았나 보구만.”
“흥, 네놈이 무예가 뛰어나다지만, 우리 모두를 상대하기는…….”
장비는 이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별안간 표월오를 몰아 조조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령이 칼을 휘둘렀지만, 장비는 몸을 기울여 피했다. 그리고 쌍신모를 한 번 돌려 이통이 내지른 창을 쳐냈다.
“협공해라!”
주령과 이통을 지나쳐 돌진하는 장비에게 우금과 악진이 달려들었다. 장비는 두 사람을 슬쩍 보고 먼저 악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악진이 창을 단단히 쥐고 내질렀다. 장비는 그런 악진의 창을 쌍신모를 들어 쳐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쌍신모를 휘둘러 우금이 다가오는 쪽을 쓸었다.
퍽!
쿠당탕!
장비가 등 뒤로 휘두른 쌍신모는 그대로 우금이 탄 말의 머리를 벴다. 크고 작은 싸움에서 수많은 군공을 세운 명장 우금은 장비와 일합도 겨루지 못한 채 땅바닥을 뒹굴게 되었다.
장비가 탄 표월오는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영리한 말이었다. 주인의 마음을 아는 듯 바로 조조를 향해 달렸다.
슈우욱!
뒤따라온 이통이 다시 내지른 창이 장비가 쓴 붉은 두건의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장비는 창을 헛쳐서 자세가 무너진 이통을 무시하고 바로 주령 쪽으로 쌍신모를 뿌려 주령을 견제하며 계속 앞으로 달렸다. 이번에는 이정과 이전이 앞을 막아섰다. 두 청년은 각각 5척 장도를 들고 양쪽에서 장비를 향해 휘둘렀다.
퍽! 퍽!
장비가 왼손으로 휘두른 쌍신모에 이정의 손목이 잘려서 하늘을 날았다. 오른손으로는 이전이 휘두른 장도를 맨손으로 움켜잡고 있었다.
“으아악!”
“아니, 이런…….”
콰직.
장비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이전의 장도가 부러졌다. 장비는 절규하는 이정과 경악하는 이전을 뒤로 하고 계속 말을 달렸다.
여섯 장수를 뚫으니 이제 시야에 조조가 보였다. 그때 조조의 곁에 있던 호위무사 전위가 두 자루 철극을 들고 조조의 앞을 막아서는 것이 보였다. 장비는 쌍신모를 빙글빙글 돌리며 돌진해서 쌍철극을 든 전위를 내리찍었다.
콰앙!
요란한 충돌음이 터지고 전위와 장비의 몸이 동시에 한 장씩 밀려났다. 장비의 힘을 받아내지 못하고 전위가 탄 말의 무릎에서 피가 터졌다.
“이런, 이런. 골치 아픈 놈이 하나 있군.”
장비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내둘렀다. 그저 투덜거리는 말투였지만, 찡그린 장비의 얼굴을 본 주변의 병사들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어붙었다.
전위는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말에서 먼저 뛰어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쌍철극을 들고 조조의 앞을 막아섰다. 우금, 악진, 주령, 이통, 이전이 달려와서 전위와 대치하고 있는 장비를 삽시간에 에워쌌다. 장비는 다섯 장수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고 그저 전위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름난 장수는 아니고 그저 호위무사인데 터무니없이 강하구나. 이놈을 쓰러뜨리려면 수십 합을 싸워야 한다. 계획이 꼬이는군. 그렇다면…….’
장비가 전위를 훑어보며 계획을 수정하는 사이, 장비를 에워싼 조조군의 다섯 장수는 저마다 이를 갈며 병장기를 움켜쥐었다. 우금이 나서서 대도를 치켜들며 호령했다.
“감히 우리가 있는데 살아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모두 쳐라!”
다섯 장수가 장비에게 달려들었다.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겨 있던 장비는 쌍신모를 들어 한 바퀴 돌렸다.
부우우웅!
쌍신모가 공기를 찢는 소리를 울리며 다섯 자루의 병장기를 쳐냈다. 장비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오냐, 내가 바로 연인(燕人) 장비다. 죽고 싶은 자는 덤벼라.”
장비는 표월오를 몰아 다섯 장수와 겨루기 시작했다. 손목을 잘린 이정을 제외하고 우금, 악진, 이전, 이통, 주령이 장비를 에워싸고 저마다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잠시 후.
5대 1의 투장을 지켜보던 조조는 눈을 의심했다.
“장비가… 우세한 것 아닌가?”
장비 하나가 다섯 맹장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장비의 기마술은 실로 절묘해서 세 명 이상이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위치를 내 주지 않았다. 자루 양쪽에 날이 달린 쌍신모는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다섯 맹장의 연계를 끊어냈다. 출수하는 속도는 쾌검보다 빠르고, 날 끝에 실린 힘은 철퇴보다 무거웠다.
보다 못한 조조는 전위를 보며 말했다.
“전위. 가서 다섯 장수를 도와라. 빨리 싸움을 끝내고 장비의 수급을 가져와라.”
“사공, 하지만 제 임무는 사공을 지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장비가 강용해도 그 또한 사람입니다. 저런 움직임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보시지요.”
“저놈이 아니면 누가 나를 위협한다는 말이냐? 벌써 아끼는 장수 하나를 잃었다. 더 이상 장비가 아군의 맹장들을 해하지 못하게 하라.”
장비와 겨루는 다섯 명은 전부 조조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장수들이다. 조조의 마음을 이해한 전위는 별 수 없이 호위병의 말을 빌려 타고 장비를 향해 달렸다.
쾅!
이번에는 전위가 날린 일격을 장비가 쌍신모로 막았다. 표월오가 땅에 발을 끌며 밀려났다. 장비는 정신없이 손을 놀려 다섯 자루의 병장기를 쳐내는 와중에도 그런 전위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됐군.”
“뭣이?”
이상한 낌새를 챈 전위가 고개를 돌려 조조 쪽을 바라봤다.
전위가 조조의 곁에서 떨어진 사이, 장비가 거느린 군사들 중 기병 한 기가 쏜살같이 조조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웬 놈이냐!”
“막아라!”
호위대의 소교 둘이 돌진하는 기병을 막았다. 기병은 장검을 뽑아 들고 자신을 막아서는 소교들을 어렵지 않게 베어 넘겼다. 만만치 않은 무공을 지닌 몸이었다.
조조의 동공이 수축되고 눈이 빛났다. 조조는 입꼬리를 한껏 올려 웃으며 자신의 창을 들었다.
퍽!
달려든 기병이 오른손에 든 검을 크게 휘둘렀다. 조조는 두 손으로 창을 단단히 쥐고 상대가 휘두른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조조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반갑네, 현덕.”
조조는 자신에게 달려든 유비를 보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유비가 싫지 않았다. 유비는 자신과는 정반대로 태어나서, 정반대로 생각하고, 정반대로 행동하는 자였다. 호기심 많은 조조에게는 유비의 행동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장비에게 다섯 맹장도 모자라서 전위까지 상대하게 하고 스스로 단기필마로 조조를 기습하는 이런 방법은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그러나 아쉽군. 나는 젊어서부터 창술을 꽤 잘했다네. 칼 한 자루 들고 내 목을 노린 배짱은 대단하네만.”
“칼이 한 자루일 것 같으냐.”
유비는 그렇게 대꾸하고 왼손을 등 뒤로 가져갔다. 등 뒤에 또 한 자루의 검을 메고 있었다. 유비가 뽑아 든 두 번째 칼이 하늘로 높이 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