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개봉대전 (1)
관도에서 허도로 향하는 길에 개봉현이 있다. 훗날 북송의 수도가 되어 세계 최대의 도시로 번영을 누리게 되는 그곳이다. 지금은 평야가 끝없이 펼쳐진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전쟁통이라 밀은 제대로 파종도 하지 못했고, 보리는 조조군 병사들이 다 익기도 전에 잽싸게 거둬들였다. 그러니 말이 달리고 대군이 진형을 짜는 데 아무 장애물이 없었다. 대회전이 일어나기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관도를 넘은 원소군은 개봉현을 향해 남하했다. 20만 대군이 움직이니 가히 장관이었다. 그 대열의 후미에는 한 무리의 병마가 서주 관군의 복장을 하고 따르고 있었다.
“조맹덕이란 놈은 참 속을 모르겠군. 그놈 입장에서는 병력이 적으니 최대한 좁은 전장을 선택해서 병사 수의 열세를 질적인 우세로 메워야 하지 않나. 대체 왜 이런 너른 벌판을 선택한 거지?”
유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옆에서 따르던 장비가 솥뚜껑만 한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대답했다.
“나는 유현덕이란 작자의 속을 모르겠소. 대형, 내 말을 듣기는 한 거요?”
“아아, 그래.”
“아니, 마초가 예주 여남에 땅까지 마련해 놓고 우리보고 몸만 들어가라고 하지 않소? 당장 가지 않고 뭘 하는 거요? 어물거리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근거지를 얻지 못할 수도 있소.”
“그래, 여남 좋지.”
“‘그래, 좋지’가 아니란 말이오. 여남은 현이 서른 개나 되고 풍년이면 소출이 백만 석이오. 게다가 허도까지 삼백 리, 낙양까지 오백 리에 불과하니 얼마나 좋소? 그러니 마초 말대로 여남부터 얻읍시다. 일단 똘똘한 한 고을이 있어야 우리도 재기하지 않겠소?”
장비는 침을 튀기며 여남이 얼마나 매력적인 땅인지 설명했다. 유비가 건성으로 들으며 딴청을 피우자 장비는 다시 한번 가슴을 치며 옆에 따라오는 노숙에게 한탄했다.
“내가 자경 선생을 볼 낯이 없소. 이 귀 큰 어르신은 옛날부터 똥고집이 있어서 남의 말을 듣지 않소이다. 나도 자경 선생을 이렇게 고생만 시킬 줄은 몰랐소.”
“하하, 여남으로 가는 것은 주공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노숙은 잔잔히 웃으며 유비와 장비를 바라봤다. 한참 열변을 토하던 장비는 지친 듯 시무룩해 있다가 툭 던지듯 말했다.
“근거지가 있어야 운장 형을 다시 부를 게 아니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백마 전투에서 안량과 고람을 참살하고 문추를 포로로 잡은 의문의 마가군 장수. 원소군의 수뇌부는 그저 서황에게 당했다고만 말할 뿐, 그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비 일행은 그가 관우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혼자 힘으로 하북의 맹장들을 제압하고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장수라면 그밖에 없다.
원소는 분명히 보고를 받았을 텐데 유비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난세다. 세력이 망한 후 옛 군신이 다른 세력에 소속되어 서로 칼을 겨누는 것도 드물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조조와 원소도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이며 오랜 동맹 세력이 아니었던가.
유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알고 있다고. 그런데 여남으로 떠나서 반 조조 세력을 결집해 보겠다고 원본초에게 말하려면 나도 공을 좀 세워야 하지 않겠냐.”
“그래서 내가 도올 탈까지 쓰고 닥치는 대로 들쑤시고 다닌 것 아니오. 원소군에 나보다 군공 큰 무장이 몇 명 되지도 않을 거요. 그래도 부족하다면 이번 싸움에서 조조군 상장 한 놈의 목을 가져오겠소. 조인이든, 하후연이든 말만 하시구려.”
“알았다, 알았어. 이번 싸움에서 한번만 더 공을 세우자. 이 싸움이 끝나면 여남으로 떠나련다. 그런데…….”
“그런데?”
“갈 때 가더라도 조맹덕이한테는 한 방 먹이고 가야겠다.”
“아직도 그 소리요? 그러다 때를 놓치면 어쩔 셈이오?”
“그 새끼가 내 백성을 건드렸잖아. 내가 명색이 서주목인데 쪽팔리게 모른 척하면 되겠냐.”
유비라고 백성의 목숨을 사대부나 영웅들의 목숨만큼 귀하게 여길 리 만무하다. 지금 의탁하고 있는 원소도 숱한 백성을 학살한 과거가 있다. 그러나 조조가 건드린 것은 다른 백성이 아닌 서주목 유비의 백성이었다.
장비는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의 고향인 유주 탁군은 거친 변방이다. 힘 쓰는 무사들과 세력 있는 호족들이 발에 채일 만큼 많았다. 유비는 힘으로 치면 장비에게 상대가 되지 않고, 돗자리를 팔아 생계를 이었으니 딱히 세력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황실의 후예라고는 하지만 황실에서 유비의 조상을 찾으려면 30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탁군 유협의 우두머리가 되어 장비와 관우를 거느리게 되었는가.
“알았수다. 대형을 누가 말리겠소.”
그는 자기 사람이 화를 당하면 목숨을 돌보지 않았다. 유협의 세계에 사는 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자질이었다.
장비는 물끄러미 유비의 옆얼굴을 지켜봤다.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주름이 깊게 패었지만, 아직도 귀티가 나고 단정했다.
‘대형은 얼마나 호협한 사람인가.’
그러나 나라를 세우고 다스리는 일은 협기만으로 되지 않는다. 유비도 언젠가는 저 기질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유협 시절의 방식대로 계속 살다 보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유비가 은원에 눈이 멀게 되면 자신이 앞장서서 막으리라. 장비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원소군은 개봉 벌판의 북쪽에, 조조와 마초의 연합군은 남쪽에 진을 쳤다.
중군 대장이자 연합군의 총대장은 당연히 조조였다. 그는 회전의 정석대로 군사를 크게 셋으로 나누었다. 조조 자신이 이끄는 중군, 하후연이 이끄는 좌군, 조홍이 이끄는 우군이었다. 마가군은 각자의 임무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좌중우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조홍이 이끄는 우군에 배속된 것은 장료와 황권이었다.
장료는 실눈을 한껏 가늘게 뜨고 멀리 있는 조홍을 바라봤다. 평소 사치가 심하다는 그는 투구에 금박을 입혀서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으니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혼자 투덜거리던 장료는 황권을 보며 말했다.
“하여튼 조씨 성이 좋기는 좋구만. 황금 투구 쓴 얼간이가 대장이라니. 안 그래요, 황 군사?”
“조조는 사람을 쓸 때 능력만 보고 쓴다고 알려져 있소. 조홍이 인품은 경박해 보여도 능력은 어지간히 갖췄다고 봐야 할 것이오.”
“그래요? 내가 보기에는 그냥 조조가 실수한 것 같은데?”
장료는 그렇게 말하며 조조군의 포진을 쭉 훑었다.
누가 봐도 대장감으로 보이는 조인은 의외로 조홍의 밑에 부장으로 종군하고 있었다. 관도에서부터 거느리던 군사들이 거의 후방의 치중대로 배치되어 병력이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에게는 얼마 전 동쪽에서 부리나케 달려온 지원군이 배치되어 있었다.
“흠, 아무래도 이상해. 새롭게 조인의 밑으로 배치된 병사들 말이오. 어째 나이도 많지 않아 보이고 몰골들은 꾀죄죄한데 이상하게 눈빛이 살아 있다는 말이지. 황 군사는 뭐 들은 거 없소?”
“저들이 바로 청주병이라 하오.”
청주병은 조조가 청주 황건적을 굴복시킨 후, 자신의 휘하에 편입시킨 이들이었다. 조조는 이들에게 신앙의 자유와 농사 지을 땅을 보장해 주는 대신,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질 걸 요구했다. 청주병은 조조의 영토 곳곳으로 흩어져 평소에는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벌어지면 징집되어 용감하게 싸웠다.
“그 유명한 청주병이었군. 저런 군사들이 있었으면 진즉 불러올 것이지.”
장료는 청주병을 눈으로 슥 훑었다. 그러나 청주병을 왜 이때까지 부르지 않았는지는 그 또한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여포가 군량을 태운 후, 마가군은 조조군에서 군량을 빌리게 되었다. 그런데 빌려 온 군량이 돌이 많이 섞여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돌 섞인 보리죽을 먹어 보니 조조군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군량이 모자란 모양이다. 그러니 보리 수확이 끝날 때까지 청주병을 전선으로 돌리지 못한 게 틀림없다. 원래 조조의 생각은 가을걷이까지 마치게 하고 9월쯤 총공세를 생각했겠지만 이제 그건 어려워진 것이다.’
어쩌면 조조 입장에서는 원소가 단기 결전을 선택해 준 게 고마울 수도 있다. 그만큼 군량이 쪼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 장료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요인은 또 있었다.
“조조가 이끄는 중군이 엄청나게 두터워. 그리고 하후연이 이끄는 좌군에는 방덕 장군이 함께 가 있는데, 여기는 기병 위주라 딱 봐도 왼쪽에 무게가 실린 형상이란 말이야. 그러면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 역할은 우리 우군이 되지 않겠소? 이거 아무래도 줄을 잘못 선 것 같은데.”
좌군과 우군을 비대칭으로 만들어 느린 쪽으로 적의 공세를 받아내고 빠른 쪽으로 적에게 공세를 취하는 것. 이것이 병법의 기본이다. 누가 봐도 조조군의 포진은 우군이 허약해 보였으니 원소군의 공세도 이쪽으로 이뤄질 확률이 높았다.
그런 장료의 걱정 탓일까. 원소군의 좌군이 먼저 조조군의 우군을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둥둥둥.
북소리가 울렸다. 원소군 좌군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조조군 우군 대장 조홍은 그 모습을 보고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황금 투구가 반짝 빛났다.
“오너라, 하북 놈들아. 활을 쏴라!”
조조군의 궁병대가 먼저 사격을 개시했다. 원소군에서도 지지 않고 응사했다.
천하에서 가장 무장을 잘 갖춘 원소군과 조조군의 대결이었으니 궁시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 게다가 평지에서 대군끼리 회전을 벌일 때는 금방 육박전이 벌어지기 때문에 화살을 오래 교환할 수 없다.
조조군의 우측, 원소군의 좌측에서 첫 번째 충돌이 일어났다. 중군이나 좌군에 비하면 다소 약해 보이는 조조군 우군이지만 싸움에 임해서는 용감했다. 조홍은 장료의 걱정과는 달리 침착하게 군사들을 지휘해 원소군과 싸우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지만 이득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작은 이득을 취한다 한들 적은 20만, 우리는 다 합쳐도 10만. 작은 우세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조홍은 짐짓 여유 있는 표정으로 군사들을 독려하면서 속으로는 치밀하게 전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원소군은 다소의 손해를 보면서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여러 부대가 서로 교대해 가며 조조군을 밀어붙였다. 교환비에서는 계속 조조군이 우위였지만 원소군의 끝없는 공세에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물러나지 마라! 자리를 지켜라!”
아장들이 전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첫날의 전투는 한나절 동안 조조군의 우군 쪽에서만 진행되었다. 아직 중군과 좌군 쪽에서는 움직임이 없었다. 해가 중천을 넘어 서쪽으로 기울자 양 군의 병사들이 지치며 전장은 자연스럽게 소강상태가 되었다.
원소군의 좌군을 이끄는 장수는 북방의 맹장으로 이름난 곽원이었다. 한 차례 공세가 잦아들어 갈 무렵, 곽원은 멋들어지게 길게 기른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영을 내렸다.
“때가 되었다. 하북철기, 돌격하라!”
철갑으로 중무장하고 말까지 촘촘한 찰갑을 씌운 돌격기병대. 곽원이 자랑하는 하북철기였다.
“마초라는 놈이 금철기인지 뭔지를 데리고 다니며 우쭐대지만, 곧 대장군께서 천하를 평정하시면 우리 하북철기야말로 최강의 부대로 기록될 것이다.”
곽원은 그렇게 외치며 돌격을 감행했다. 목표는 조조군 우군의 안쪽 가장자리였다. 곽원의 목표는 조조군 우군을 정면에서 섬멸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기병을 앞세우면 조조군의 보병들이 당해 낼 리가 없다. 이들의 진영을 깎아 내듯이 돌파해서 조조군의 중군 쪽으로 돌진할 계획이었다.
둥. 둥. 둥.
벌판 전체에 큰 북소리가 울렸다. 때맞춰 원소군 중군이 전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조군 중군도 일제히 창을 곧추세우며 긴장했다. 곽원의 하북철기가 조조군 우군을 돌파하면 조조군 중군은 곽원과 원소군 중군에게 협공을 받게 된다.
콰당탕!
말까지 갑옷을 입힌 곽원의 기병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조조군의 우군을 유린했다. 이미 싸움이 꽤 지속된 다음이었다. 조홍의 지친 군사들은 곽원의 돌진을 막아내기 어려웠다.
“좋아, 이대로 적진을 돌파한다. 무리해서 안쪽으로 파고들지 마라! 중군 방향으로 간다!”
“중군 방향으로!”
곽원이 신호를 전달하자 여기저기서 복창 소리가 터졌다. 지친 우군을 순식간에 제압한 하북철기는 이내 방향을 틀어 중군 쪽을 향했다.
그때였다.
“곽원, 어디를 그렇게 가는가.”
조홍의 부장으로 종군하고 있는 조인이 나타났다. 그때까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 흙먼지 하나 튀지 않은 깨끗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흥, 조인. 관도에서 패주하더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시 싸우러 나왔구나. 네놈 따위를 상대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몸이 아니다.”
곽원은 조인의 도발을 일축했다. 조인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휘하의 군사들에게 지시했다.
“청주병. 곽원의 기병대를 잡아라.”
청주병들은 딱히 좋은 갑옷을 입었거나 대단한 무기를 갖춘 부대가 아니었다. 그저 큰 방패를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곽원이 이끄는 하북철기에 망설임 없이 접근해서 난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감히 겁도 없이 경보병으로 중기병에 맞서겠다고? 한 번 도망치더니 돌았구나, 조인.”
곽원은 코웃음을 치며 조조군을 그대로 뭉개 버리고 돌파하려 했다.
그때, 하늘을 시꺼멓게 뒤덮을 만큼 많은 화살이 날았다. 황권이 이끄는 마가군 궁병대였다.
퍽! 퍽! 퍽! 퍽!
“으아악!”
마가군 궁병대는 실로 정예병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대열을 펼쳐서 최대한 많은 수의 활이 곽원군을 노리게 했다. 그들이 일제히 쏘는 화살은 중원의 군사들보다 정확했다.
“물러서지 말고 돌파해라! 우리는 기병이다! 세 발만 견디면 적의 사거리를 벗어날 수 있다!”
곽원은 그렇게 외치며 앞장서서 창을 들고 길을 열었다. 하북철기는 곽원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기병은 키가 크니 궁병의 좋은 과녁이기도 했지만 하북철기는 중장갑을 걸치고 있었다. 어지간한 공격은 무시하고 갑옷으로 받아내며 그대로 조조군 중군을 향해 달렸다.
그때, 조인이 이끄는 청주병이 하북철기에게 충돌했다.
콰직!
청주병들은 방패를 앞세워 그대로 하북철기를 들이받았다.
“오래 살다 보니 경보병이 중기병에게 덤비는 꼴을 다 보는군. 짓밟아라!”
곽원은 그대로 하북철기를 이끌어 눈앞의 청주병 병사들을 짓밟았다. 말에 치이고, 발굽에 밟힌 몸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어지럽게 울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 이놈들은 대체…….”
청주병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몸이 부서지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북철기의 발을 붙들고 늘어졌다. 그저 입으로 태평도의 주문을 외우며 달려들 뿐이었다.
“중황태을(中黃太乙), 천하태평(天下泰平).”
“새 시대가 올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주병들은 말과 쇠붙이의 무게를 그저 몸으로 감당하며 곽원의 진격을 저지했다.
“이런 빌어먹을…….”
곽원은 당혹했다. 경보병에게 진격을 저지당한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곧 조인이 달려올 테니 자칫하면 조인과 목숨을 걸고 투장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곽원은 잠시 생각한 끝에 아장을 불러 말했다.
“아무래도 적진을 뚫기 힘들 듯하다. 이대로는 우리도 위험하다. 너는 지금 바로 후미로 가서 구원군을 데려와라.”
“장군, 구원군이라면 누구를…….”
“장준예를 불러오라는 말이다.”
백마 전투의 대패 이후 곽원의 부장으로 종군하고 있는 장합.
그라면 이 난전에서 곽원이 몸을 빼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