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도주
주태, 여몽, 동습, 장흠, 진무, 능조.
장료, 감녕, 황권, 마대, 월길, 나관중.
손책의 고통스러운 외침을 듣자 모두가 얼어붙었다. 오직 한 사람, 마초만이 분노와 안타까움이 섞인 눈빛으로 손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책은 화상을 입은 얼굴을 감싸 쥐고 바닥을 구르며 절규를 토했다.
“크윽, 크아아악!”
칼에 베이는 고통에도 흔들리지 않던 그지만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참을 수 없었다. 얼굴의 피부가 녹아내린 게 느껴졌다. 쇄골의 부상은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얼굴의 화상은 그렇지 않다. 고대는 현대와는 다르다. 화상을 입은 얼굴로 강동을 다스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다시는 군웅으로서 재기할 수 없다.
손책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마주하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때 주태가 나섰다. 눈의 실핏줄이 터져 붉게 충혈되었다. 얼굴에는 굳은 결의가 떠올라 있었다.
“기다리십시오, 주공.”
주태는 그 말과 함께 손책을 향해 다가갔다. 바닥을 구르는 손책을 부축해 어린아이처럼 어깨로 들쳐업었다. 손책도 작은 체격이 아니었지만 8척 5촌의 주태는 그런 손책을 메고 쉽게 일어섰다.
마초가 그런 주태를 보며 말했다.
“주태, 그자를 내려놓아라.”
주태는 대답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대신 여몽이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작은 키의 소년 장수는 두 자루 수극을 뽑아 들고 마초를 향해 내달렸다. 입은 앙다물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초는 제자리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여몽이 오른손의 수극을 휘두르는 순간, 마초는 왼팔을 뻗어 수극을 막았다.
여몽이 발출하는 힘은 너무나도 정직하고 순수했다. 그러나 여몽이 휘두른 수극은 마초의 팔을 베지 못했다. 마초가 청경을 쓰자 수극이 허공에서 크게 한 바퀴 돌았다.
깡!
이번에는 마초가 수극을 휘둘렀다. 여몽은 왼손의 수극을 들어 마초의 수극을 간신히 막았다. 그러나 수극에 실린 힘은 여몽 자신이 휘둘렀을 때보다 훨씬 강맹했다. 여몽은 그대로 튕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마가군!”
마초는 한 번 호령으로 모든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군막 안의 장수들은 물론, 군막 밖의 군사들까지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손 장군을 모셔라. 방해하는 자는 전부 참살하라.”
으드득.
강동군의 누군가가 이를 갈았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손책을 들쳐업은 주태가 고개를 돌려 마초를 바라봤다. 눈의 충혈은 더 심해져서 당장이라도 피눈물이 흘러 내릴 듯했다. 주태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강동군. 주공을 지켜라.”
주태의 말이 떨어지자 강동군 장수들 모두가 앞으로 나섰다. 마가군과 강동군의 장수들이 군막 안에서 다시 한번 어지럽게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태는 동료들이 난전을 벌이는 틈에 군막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군막 입구로 향하는 그를 장료가 가로막았다.
“어이, 손 장군은 내려놓고 가지?”
깡!
주태는 말도 없이 한 손으로 칼을 뽑아 들고 장료를 향해 휘둘렀다. 장료는 슬쩍 몸을 비키며 어렵지 않게 주태의 칼을 받아냈다. 그리고 자신의 칼을 빙글 돌려서 주태를 노리려 할 때, 또 다른 장한이 장료에게 달려들었다. 진무였다.
“으아아아!”
장료는 눈살을 찌푸리며 옆으로 보법을 밟아 진무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그대로 진무의 옆구리를 그었다. 치명상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옆구리를 베인 진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턱.
진무는 맨손으로 장료의 칼날을 잡았다. 옆구리와 손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개의치 않고 씩 웃으며 말했다.
“네놈, 방술사지? 남들 생각을 읽을 수 있지?”
“그럴 리가, 그저 남들보다 눈이 좀 좋을…….”
퍽!
장료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진무는 장료의 칼을 손으로 잡고 자기 몸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주태를 돌아보며 고함을 쳤다.
“유평(주태의 자), 주공을 모시고 빨리 나가라!”
주태는 아무 말 없이 진무와 장료를 지나쳐 군막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장료는 진무의 몸에 박힌 칼을 힘껏 휘저었다. 그러나 칼은 뽑히지 않았다.
“이런 제길!”
퍽.
진무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장료의 칼을 자신의 몸으로 더 깊이 박아 넣었다. 그렇게 장료와 진무가 칼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진무의 등 뒤에 또 한 명의 신형이 나타났다.
퍽!
다시 한번 파열음이 울렸다. 진무의 등 뒤에 나타난 장흠은 그대로 진무의 등에 자신의 칼을 박아 넣었다. 진무의 몸을 관통한 칼날은 장료의 배에 닿았다.
“컥…….”
장료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진무의 몸에 가려 장흠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니 칼의 방향을 읽을 수 없었다. 칼에 찔린 배에서 피가 흘러 옷을 적셨다. 옷이 피에 젖어 무거울 정도였다.
손으로 상처를 틀어막고 고개를 드니 앞뒤로 칼이 꽂힌 진무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진무의 얼굴 뒤로 장흠이 보였다. 멋들어진 수염을 기른 사내였다.
장흠은 검을 들어 주저앉은 장료를 겨눴다.
“자열(진무의 자), 먼저 가서 기다려라. 나도 곧 따라간다.”
그 말을 남기고 장흠은 장료를 찔렀다.
쉬익!
주저앉은 장료에게 칼날이 날아들었다.
장료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장흠이 찌른 칼날은 한 치 한 치 천천히 자신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원래도 좋았던 눈은 죽음의 위기에서 더 좋아졌는지 칼날 표면의 생채기와 얼룩까지 똑똑히 보였다.
칼날이 눈 앞 일곱 치까지 다가왔을 때, 멍하니 칼을 기다리던 장료가 별안간 큰 소리를 질렀다.
“아직 공을 이루지 못했다. 벌써 죽을 것 같으냐!”
장료는 그대로 고개를 틀었다.
푸슉!
장흠이 찌른 칼날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칼날이 지나가자 칼자루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장료는 그대로 손을 뻗어 장흠의 손가락을 잡았다. 여전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라 장흠의 손가락 마디 마디가 똑똑히 보였다.
우두둑.
손가락을 정확히 꺾자 장흠이 칼을 놓쳤다. 장료는 떨어지는 칼을 공중에서 한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지체 없이 크게 휘둘렀다.
퍽!
주저앉은 상태에서 위로 휘두른 칼이다. 깊숙하게 벨 각도가 나올 리 없다. 그러나 사람을 베는 데 큰 참격은 필요 없었다. 장료가 휘두른 칼은 정확히 장흠의 목울대 한 치를 베고 지나갔다.
“커윽…….”
장흠은 뭐라고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말을 잇지 못했다.
쿵.
진무의 시신 위로 장흠이 쓰러졌다. 장료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나려 했으나 그만뒀다. 배의 상처가 생각보다 더 컸다.
손책을 업은 주태는 어느새 군막 입구까지 도달했다. 칼을 뽑아 출입문을 베려는 그의 귓가에 문득 낯선 소리가 들렸다.
딸그랑.
퍽!
방울 소리와 함께 감녕의 사각철간이 날아들었다. 주태는 칼을 들어 막으려 했으나 가벼운 칼로 무거운 철간을 막는 건 쉽지 않았다. 감녕의 철간은 주태의 칼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주태의 어깨를 후려쳤다. 주태가 뽑아든 칼은 자신의 어깨에 박혔다.
탁.
주태는 개의치 않았다. 칼을 놓고 손으로는 자신을 후려친 감녕의 사각철간을 쥐었다. 무예 따위를 겨룰 마음은 없었다.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들쳐 업은 손책을 무사히 빼낼 생각뿐이었다.
감녕은 그런 주태를 마주 봤다. 시원하게 잘생긴 이목구비를 잔뜩 찡그리며 웃음을 보였다.
“겨뤄 볼 테냐?”
감녕이 힘을 쓰자 주태의 몸이 휘청거렸다. 감녕의 체격은 자신보다 조금 작지만, 힘은 대등했다. 손책을 업은 상태로 승패를 겨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노려보는 주태와 웃음을 띤 감녕이 잠시 철간을 붙들고 대치했다. 그때 누군가 감녕에게 달려들었다. 크게 다쳐서 엉망이 된 능조였다.
“비켜라!”
감녕은 노호성을 지르며 다리를 뻗어 능조를 찼다. 맞으면 오장육부가 상할 만큼의 힘이 실린 발차기였다. 그러나 능조는 피할 생각이 없었다. 감녕의 발을 몸으로 받아내며 오른손에 든 비도를 감녕의 다리에 꽂았다.
퍽!
“큭…….”
감녕의 다리에 깊게 베인 상처가 났다. 능조는 곤죽이 된 몸으로 계속 감녕을 붙들었다. 능조가 떨어지지 않자 감녕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불필요한 살생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구나.”
맹획에게 손속을 두지 않았으면, 그래서 왼팔에 불필요한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그날의 싸움에서 이기고 마초의 목을 취했을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잘 되었으니 후회는 없다. 그러나 또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감녕은 철간을 들어 능조의 머리를 후려쳤다.
펑!
폭음과 함께 능조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머리 없는 시신이 된 능조는 경련하면서도 감녕의 몸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 감녕은 죽은 능조를 밀쳤다. 주태가 군막의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때 주태의 등 뒤로 황권이 달려들었다.
푹!
군막 밖으로 나서려는 주태의 등에 칼이 꽂혔다. 주태는 그대로 칼자루로 황권의 얼굴을 찍었다. 황권의 거구가 옆으로 튕겨 나가고, 뒤이어 마대가 5척 장도를 들고 달려들었다. 주태의 기백에 눌린 것일까. 마대는 그답지 않게 조용하게 주태를 벴다.
퍽!
위에서 아래로, 한껏 멋을 부린 참격이었다. 주태의 가슴팍에 5척 장도가 박혔다. 주태가 칼을 들어 마대를 쓸어 가자 마대는 미련 없이 장도를 놓고 뒤로 빠졌다.
가슴팍에 세로로 장도가 꽂힌 주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벌써 이가 다 빠지고 날이 나가 있었다. 주태는 들고 있던 검을 땅바닥에 던지고 가슴팍에 박힌 장도를 뽑아 들었다. 피가 마구 솟구쳤다.
“핫!”
주태가 한 번 기합을 지르자 피가 잦아들었다. 잠시 휘청거린 주태는 마대의 5척 장도를 들어 군막의 문을 향해 휘둘렀다.
펑!
칼에 맞은 문짝이 두 조각이 났다. 주태는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문을 베고 밖으로 나섰다.
“아니, 어떻게, 저런…….”
마대는 경악했다.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는 장수들의 무위를 실컷 봤지만 주태와 같은 집념은 본 적이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를 입은 강동의 무사는 쓰러진 주군을 들쳐업은 채 기어이 마가군의 장수들을 뚫고 군막 밖으로 나섰다.
“유평!”
누군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주태에게 다가왔다. 볼모로 온 손권이었다. 어느새 자신을 감시하던 강족 무사들을 제압하고 말까지 탈취해 놓고 있었다.
주태는 손권이 끌고 온 말에 손책을 태우고 같이 올라타서 그대로 달렸다. 잠시 동안 같이 달리던 손권은 강족 무사들이 추격하러 오자 말머리를 돌려 그들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이내 타고 있던 말이 화살에 맞아 낙마했다. 한 무리의 강족 무사들이 손권을 포박했다. 주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달렸다.
‘제발… 조금만 버텨다오.’
몸 어디선가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상처가 하도 많으니 어느 곳인지 알기도 어려웠다. 주태는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말에 채찍질을 했다. 강동군 본대가 있는 곳까지 달려가면 된다. 곧 마가군의 총공세가 시작될 테니 그들 중 태반이 죽을 테지만 손책만은 어떻게든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 *
군막의 안쪽에서는 동습과 여몽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상대는 마초였으니 승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동습이 여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명. 너는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그게 무슨 소리요?”
“동료들이 전부 죽었다. 유평도 상처를 보아하니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닐 것이다. 너는 발이 빠르니까 어떻게든 도망쳐 봐라. 누군가는 살아남아서 오늘의 치욕을 씻어야 하지 않겠느냐.”
동습은 그 말을 남기고 마초에게 달려들었다. 동습에게 핀잔을 주고 같이 달려들려던 여몽은 순간 멈칫했다.
‘빌어먹을 몸뚱이가… 살고 싶은가!’
이를 가는 여몽의 눈에 동습의 마지막 모습이 들어왔다. 동습은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 마초에게 덤볐다. 마초는 여몽 자신에게 빼앗은 수극을 들어 동습의 칼을 막았다. 그리고 몸으로 부딪쳐 오는 동습의 가슴에 손을 대고 밀었다. 거구의 동습은 마초의 일장에 너무나도 쉽게 땅에 누웠다. 뒤이어 마초가 역수로 쥔 수극이 동습의 가슴을 찍었다.
“크윽!”
여몽은 눈물을 뿌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간신히 군막 밖으로 나섰다. 주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추격해 오는 마가군 군사들을 피해 도망가다 보니 아래는 막다른 절벽이었다. 여몽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 높이라면… 100명이 떨어지면 한 명쯤 살아나겠군.”
그 한 명이 될 수 있을까.
여몽은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렸다. 죽어간 장흠, 진무, 능조, 동습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주태가 무사히 손책을 업고 빠져나갔는지도, 볼모로 왔던 손권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만약 천행으로 살아난다면, 언젠가 오늘의 패배를 꼭 되갚으리라.’
* * *
강화 협상이 결렬된 후, 마가군은 즉시 총공세에 나섰다.
강동군은 손책이 진두지휘할 때도 마가군에 패했었다. 손책이 생사불명인 상태에서는 도저히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제대로 된 저항도 해 보지 못하고 패주했다. 태사자가 지휘하는 본대와 한당이 지휘하는 좌군은 지휘부부터 도망쳤다. 황개가 지휘하는 우군만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소주공, 적장 황개의 수급입니다.”
마초는 방덕이 들고 온 황개의 목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싸우다 죽음을 맞이한 노장군의 얼굴은 평온했다.
“저 표정을 보니 손책은 무사히 도망쳤나 보군.”
마초가 말하자 장료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강화 협상 중의 난투로 큰 부상을 입어 배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자칭 강동의 호랑이라고 하지만 정말 쥐새끼 같은 자입니다. 무모하고, 잔인하고, 비열하기까지 하니까요. 끝까지 찾아내서 격멸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버려 두게. 그는 이제 군웅으로는 끝났네. 살아남더라도 다시는 중원을 노릴 수 없겠지.”
손책이 끌고 온 1만 군사는 대패해서 흩어졌다. 휘하의 맹장들은 태반이 전사했다. 황개와 장흠, 진무, 능조, 동습이 군막에서 죽었다. 여몽 또한 절벽에서 떨어졌으니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다. 주태는 몇 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부상을 입었으니 곧 죽을 것처럼 보였다. 설령 살더라도 무공이 온전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됐으니 손책의 생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손책 휘하의 맹장들이 전멸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없으면 앞으로 강동군이 재기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손책은…….”
그 또한 계속 살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 가던 강동군이 치명타를 입었다. 손책이 끌고 온 1만 군사들의 태반이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손책이 살더라도 위상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얼굴에 큰 화상을 입은 채로는 정무를 볼 수 없다. 현대 이상으로 외모가 중요한 시대다.
“손책에게 남은 길은 상처가 도져서 죽거나, 또는 은둔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 것치고는 부하들이 이상하리만큼 흔쾌하게 목숨을 던지는군.”
황권이 나서서 말했다.
“복파장군, 그리고 한 가지 처결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강동군의 포로 말인가.”
“그렇습니다.”
“끌고 오라.”
잠시 후, 군사들이 포로를 끌고 왔다. 호랑이를 묶는 것처럼 단단한 매듭으로 포박된 포로가 마초의 앞으로 끌려왔다.
패주하는 강동군을 따라 도망가지도 못하고, 전사한 장수들처럼 싸우다 죽지도 못했다. 마초는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네 처지가 기구하게 됐구나, 손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