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백마 전투 (1)
서황이 이끄는 마가군 선봉대와 하후연이 이끄는 조조군 선봉대가 백마로 향했다. 원소군의 안량과 문추에게 빼앗긴 백마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이 소식은 황하 이북의 여양현에 있는 원소의 본진까지 닿았다.
“서황과 하후연은 천하에 이름이 높은 맹장들입니다. 하후연은 사흘에 오백 리를 간다고 귀속장군이라 불리고 있고, 서황은 장평관을 돌파하고 장안성을 함락시킨 장수입니다.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아니 됩니다.”
모사 전풍의 말을 들은 원소는 빙긋 웃었다.
“그런 이치를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하후연은 어린 시절 아만을 따라다니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지. 서황은 5년 전 상산에서 싸우는 걸 내 두 눈으로 직접 봤네. 그렇기 때문에…….”
“개전 초기에 그런 맹장들을 쓰러뜨린다면 아군이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겠지요.”
원소의 의중을 짐작한 감군 저수가 말을 받았다. 원소는 흡족하게 웃었다.
“그렇다. 꼭 둘 모두를 잡을 필요도 없다.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그 둘은 서로 다른 세력의 장수이니, 둘 중의 하나만 잡게 된다면 상장을 잃은 세력은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한 것이라, 다른 세력보다 자기 세력이 더 많이 피를 흘리게 되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는 법이지요.”
“하하하, 그대의 말이 맞다. 그래, 둘 중의 누구를 표적으로 하는 게 좋겠는가?”
저수는 원소의 물음에 대답하기 전 잠시 뜸을 들였다.
“제가 생각하기로… 역시 서황을 치는 게 더 낫겠습니다.”
“어째서인가?”
“하후연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전진하는 맹장이라고 알려진 장수입니다. 그런 장수를 보냈다는 것은 조조가 아주 확실하게 보복을 하려 하거나, 아니면 우리의 뜻을 눈치채고 일부러 그런 장수를 보내서 눈속임을 하려 드는 것이겠지요.”
“하후연이 허초인지, 실초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서황 쪽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대의 생각이 내 생각과 같다.”
원소는 지시를 내렸다.
“전령을 보내라. 하후연이 제대로 싸우지 않는다면 지체 없이 서황 쪽에 전력을 집중한다.”
전령이 원소의 명을 받고 군의 자리를 떠났다. 원소는 모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조맹덕과 마맹기는 모두 군사를 부리는 데 능숙한 이들이니 내 강수를 눈치챘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눈치챘다고 받아낼 수 있으면 강수가 아니라네.”
백마에는 안량, 문추, 국의만 있는 게 아니다.
원소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한편, 백마를 향해 달리던 하후연은 한 무리의 원소군을 맞닥뜨렸다.
“주제넘게 귀속장군이라고 칭하는 역적 하후연은 나오거라! 하북의 고람이 여기 있다!”
“말버릇이 건방진 놈이군.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해주마.”
하후연은 부장 사환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저놈과 투장을 벌이겠다. 너는 그사이 군사들을 휘몰아 저놈들에게 활을 쏴라.”
“알겠습니다, 장군!”
용맹한 하후연이 즐겨 쓰는 전투 방식이었다. 자신이 직접 적의 지휘관을 향해 달려 들어가서 미끼가 되면 그사이, 자신의 전술을 정확히 이해하는 부장 사환이 손발처럼 군을 움직여서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투장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상대는 지휘관이 투장을 벌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가 전진해 오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런 의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소군의 장수 고람은 고함을 치며 대도를 휘둘러 왔다.
“이놈, 이 불알 없는 내시의 손자의 먼 친척 아우놈!”
“아니 이놈이…….”
고람이 구체적이면서도 무례한 말투로 하후연과 조조의 출신을 비난하자 적당히 싸우는 시늉만 하려던 하후연도 화가 치밀었다. 자신이 즐겨 쓰는 쇠몽둥이, 철편을 들어 고람의 대도를 받아넘겼다.
챙!
깡!
챙!
하후연의 철편과 고람의 대도가 몇 번이고 허공에서 교차했다. 하후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고람이라면 원소가 안량과 문추 다음으로 신임한다고 알려진 신예 장수다. 과연 일신의 무예가 만만치 않군.’
자신 또한 무예라면 어느 누구에게 뒤처진다고 생각지 않는 하후연이다. 고람과 승부를 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환이 지휘하는 귀속군과 고람군의 공방전을 본 후, 하후연의 생각이 바뀌었다.
‘이 고람이라는 놈이 문제가 아니다. 진짜는 저 멀리서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저놈이었군.’
고람군 병사들은 귀속군의 일제 사격에도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방패병들이 정확한 동작으로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자 궁병들은 망설임 없이 전진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응사했다. 천하에 이름 높은 하후연의 귀속군에 뒤지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고람의 무예보다 더 대단한 것은 고람군을 후방에서 지휘하고 있는 장수의 지휘 능력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으나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병사들을 단단하게 이끌고 있었다.
“핫!”
깡!
하후연은 한 번 기합성과 함께 철편을 크게 휘둘러 고람을 떼어 냈다. 사환에게 수신호를 하자 사환이 고개를 끄덕인 후,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퇴각, 전군 퇴각하라!”
고람은 퇴각하는 하후연을 멀리 쫓지 않았다. 십 리쯤 군사를 물린 하후연은 군영을 정돈한 뒤 사환을 불러 물었다.
“내가 고람과 싸우는 동안 군을 지휘한 놈의 실력이 어떻더냐?”
사환도 젊은 나이에 비해 어지간히 많은 전장을 겪어 온 자다. 그러나 방금 상대한 적장을 생각하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 놈입니다. 적병들의 움직임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습니다. 먼발치에서 군기의 움직임만 보고 아군의 의도를 파악하는 듯했습니다.”
“역시 그런가. 고람의 무예 또한 가볍지 않았으나, 그보다 진짜배기는 다른 놈이었구나.”
하후연은 조조의 말을 떠올렸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상대의 기세가 만만치 않으면 바로 빠져서 손실을 최소화하라.’
“과연 사공께서 염려하신 대로다. 원소가 생각보다 더 단단히 준비를 했군. 사환, 서황의 부대에 전령을 보내라. 나는 다쳐서 진군이 어려우니 먼저 싸우고 있으라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사환이 전령을 불러 지시하자 전령이 공수하고 달려 나갔다. 하후연은 전령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안량, 문추, 국의뿐만이 아니다. 저 고람이라는 놈도 어지간히 칼 솜씨를 가진 놈이고, 무엇보다 고람과 함께 있던 장수는 실로 대단한 자였다. 이름이…….”
원소군의 젊은 장수 중에 주의할 만한 인물이 있다고 군의 때 들었으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후연은 방금 봤던 장수의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오만 상을 찌푸리고 기억을 뒤졌다. 그의 이름을 먼저 떠올린 것은 사환이었다.
“아마 하간의 장합일 겁니다.”
“아, 장합.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군.”
사환의 말을 듣자 하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장 장합은 아직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직접 군을 부딪쳐 본 하후연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보통 장재가 아니다. 어쩌면 이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건 그 자일지도 모르겠군.’
안량과 문추, 국의만 해도 묵직한 장수들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신예 고람과 장합까지 백마에 배치했다면 원소의 의도는 뻔하다.
“백마는 함정이다. 서황이 범의 아가리로 들어가겠구나.”
* * *
“하후연이 적장 고람과 싸우다 다쳐서 진군을 멈췄다고?”
“그렇습니다. 부득이하게 진군을 며칠 늦추게 되었으니 양해해 달라고 전령이 왔습니다.”
서황의 부대는 백마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백마가 가까워져 올 무렵, 아장 왕평이 달려와 보고했다. 서황은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자균(왕평의 자), 네 생각은 어떠냐?”
“하후연은 어지간한 부상은 개의치 않고 그냥 돌파하는 인물입니다. 중상이거나 꾀병이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둘 중의 어느 쪽일 것 같으냐?”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상이든, 꾀병이든 결론은 같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상대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꼭 나의 생각과 같다.”
서황은 왕평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익주에서 마초를 죽이려고 덤볐다는 이 소년은 글자도 더듬더듬 읽는 주제에 대단히 명석했다. 진중의 다른 장수들 사이에서는 무예가 뛰어난 마초의 당번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황이 보기에는 무예보다 지휘에 더 강점이 있었다.
‘선봉장보다는 총대장 감이다. 일찍부터 경험을 쌓게 해 주면 나라를 떠받치는 동량이 될 재목이다.’
그래서 진작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이제야 아장으로 쓸 기회를 잡은 것이다.
왕평이 서황을 보며 물었다.
“장군, 아무래도 상대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듯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진한다. 상대가 예상보다 더 강하다면 군공도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다.”
서황은 소풍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말했다. 왕평은 긴장이 되는지 침을 꼴깍 삼키며 군례를 올렸다.
얼마 후, 백마로 향하던 서황의 부대는 한 무리의 적군을 마주쳤다. 긴 극을 들고 철갑을 두른 보병대였다.
“문추의 대극군인가.”
하북을 제패한 원소의 휘하에는 세 개의 이름난 부대들이 있다. 무거운 쇠뇌를 쓰는 강노병, 성벽을 타고 오르는 선등군, 긴 극을 들고 보병과 기병을 가리지 않고 돌파하는 대극군이다.
서황은 말을 달려 대열의 선두로 나섰다. 대극군을 이끄는 문추는 그 이름이 하북을 넘어 중원까지 알려진 맹장이다. 이전부터 겨뤄 보고 싶었던 상대인 것이다.
“하동의 서황이다. 적장은 나오라.”
잠시 후, 온몸에 철갑을 두르고 말에까지 촘촘한 마갑을 입힌 장수가 대극군의 선두로 나섰다. 어깨에는 병사들의 것보다 훨씬 더 큰 거대한 극을 짊어지고 있었다. 얼굴은 온통 투구로 가려져 있었는데, 드러난 입 언저리만 보면 수염이 없고 용모가 단정해 보였다.
“내가 문추다.”
“하북에 그대의 이름이 높다 들었다. 병사들을 상하게 하지 말고 나와 단기로 승부를 겨루는 게 어떤가?”
“원한다면.”
문추는 짧게 답하고 말을 달려 대열의 앞으로 나섰다. 문추의 대극이 하늘로 높이 치솟았다.
서황도 지지 않고 마주 달려 나갔다. 자루가 긴 도끼, 대부를 한껏 뒤로 당긴 후 문추를 향해 휘둘렀다.
깡!
대부와 대극이 충돌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두 장수의 말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땅을 딛고 밀려나지 않게 버텼다.
깡!
다시 한번 대부와 대극이 부딪혔다. 대낮이지만 불꽃이 튀는 게 보일 정도였다.
두 장수는 신들린 듯 공격을 교환했다. 두 마리 말이 만들어 내는 자욱한 먼지를 뚫고 두 장수가 만들어 내는 불꽃이 튀는 게 보였다. 순식간에 십여 합이 오갔다. 양쪽의 병사들은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북의 문추, 과연 명불허전이구나.’
서황은 대부를 크게 휘둘러 문추와의 거리를 벌렸다. 쉽게 승부를 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문추도 비슷한 생각을 한 듯 대극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서황의 옆을 돌고 있었다.
두 장수가 잠시 숨을 고르며 서로를 노려보던 중, 문추가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하동의 서황, 기억해 두마.”
문추는 그렇게 대꾸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대극군도 문추를 따라 질서정연하게 퇴각했다.
“섣불리 쫓지 마라. 우리는 계속 백마로 전진한다.”
계속 전진하던 서황을 다시 막아선 것은 안량이 이끄는 선등군이었다.
“크하하, 마가군에 겁을 모르는 놈이 있다더니 네놈이구나. 이 안량이 상대해 주마.”
그러나 기세 좋게 외친 안량은 어째 싸움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 안량이 싸우는 둥 마는 둥 하다 말머리를 돌리자, 가장 먼저 성벽에 오른다는 정예부대 선등군도 큰 성과 없이 퇴각에 나섰다.
순식간에 두 번의 작은 승리를 거두니 병사들의 사기는 최고조에 올랐다. 그러나 왕평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황에게 말했다.
“장군, 이는 필시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교병계입니다. 적들은 백마에 함정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 법.”
서황은 여전히 태연했다. 그런 그의 앞에 세 번째 적장이 나타났다.
“네 이놈, 상산 전투에서 공손찬을 혼쭐낸 국의의 이름을 들어 보았느냐! 이 어르신께서 오늘은 특별히 투장을 받아 주마.”
그때, 서황의 눈이 번쩍 빛났다. 앞선 두 명의 적장을 상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눈빛이었다.
“전군!”
서황이 호령하자 병사들이 정렬했다. 두터운 갑주를 입은 중보병들이 방패로 벽을 만들고, 그 벽을 따라 철리길이 이끄는 강족 기병대가 흐르듯이 달렸다. 그리고 선두에는 철갑과 비단 전포를 두른 기병대, 금철기가 섰다.
“돌격하라!”
투장 신청에 대한 대답도, 통성명도 하지 않고 1천의 금철기가 짓쳐 들어갔다. 목표는 오직 하나, 적장 국의였다.
“이, 이런 제길! 강노병, 쏴라!”
서황이 보자마자 기병부터 앞세워 치고 들어오자 허를 찔린 국의는 당황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자신의 주위에 있는 강노병들에게 쇠뇌를 쏘게 했다. 강노병들은 저마다 자리에 누워 무거운 쇠뇌를 발로 한껏 밀면서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쇠뇌를 발사하기 위해 바닥에 누워 있는 강노병들의 시야에 하늘을 가득 덮은 까만 것이 들어왔다.
“이건…….”
“화살! 화살이다!”
금철기의 뒤에 붙어서 달리던 강족 기병대가 곡사로 활을 쐈다. 말을 달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뒤 사정거리가 긴 강족의 활로 일제 사격을 가하자 하늘이 까매질 정도의 화살 비가 떠올랐다. 공중에서 정점에 다다른 화살은 강노병들이 그 존재를 인식함과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낙하해서 바닥에 누운 강노병들을 덮쳤다.
퍽!
퍽!
“으아악!”
강노병들이 첫 번째 시위를 당기기도 전에 날아온 화살에 꿰어지는 동안, 백여 장의 거리를 달려 온 금철기는 국의의 진영에 충돌했다.
퍽!
콰직!
금철기의 제식 마상창, 금마삭이 살을 뚫고 뼈를 부러뜨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등자와 고정식 안장으로 몸을 단단히 지지한 금철기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국의조차도 처음 보는 위력을 발휘했다. 첫 창으로 두 명을 꿴 병사는 흔하고, 세 명을 꿴 병사도 드물지 않았다.
“칼을 뽑아라!”
창을 던지고 칼을 뽑아 든 금철기가 국의의 병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런 금철기의 사이사이로 강족 기병들이 짓쳐들어와 저마다 만도를 들고 진영을 휘저었다. 국의의 진영은 단 한 번의 기병 돌격으로 무너졌다.
“이, 이게 무슨… 천하의 공손찬도 제압한 나의 강노병들이…….”
아연실색한 국의를 향해 서황이 말을 달렸다. 왼손에는 거대한 방패, 오른손에는 대부가 들려 있었다.
“계교 전투가 벌써 7년 전이다. 과거의 영광에만 취해 있는 자가 난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은가.”
“이, 이놈이…….”
국의는 이를 갈며 창을 들어 서황을 겨누고 찔러 들어갔다.
퍽!
서황은 왼손의 방패를 뻗어 국의의 창을 받아냈다. 방패를 뚫을 정도로 강맹한 일격이었지만 서황은 슬쩍 고개를 돌려 방패를 뚫고 들어 온 국의의 창을 피했다.
“끝이다.”
서황이 창에 꿰인 방패를 잡아채자 국의의 몸이 서황 쪽으로 딸려왔다. 창을 놓친 국의는 말 위에서 크게 휘청거리며 몸을 숙여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내 네놈을…….”
국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서황은 자신의 앞에서 적장이 몸을 숙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퍽!
대부가 한 번 번뜩이자 무심한 소리가 울렸다. 국의의 목이 땅에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국의가 죽었다!”
“서황 장군이 국의를 잡았다!”
마가군 병사들의 요란하게 외치기 시작했다. 국의의 죽음 앞에서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이 흩어졌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자는 마가군 병사들의 사냥감이 되었다.
전장이 어느 정도 수습된 후, 아장 왕평이 서황에게 다가왔다.
“장군, 대승입니다.”
“아직 안량과 문추가 남아 있다. 그리고 하후연을 다치게 만들었다는 신예 고람까지.”
서황은 그렇게 말하며 동쪽을 응시했다. 백마진 방향이었다.
“계속 전진한다. 백마까지 쳐들어가서 원소군의 선봉을 완전히 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