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일렁이는 영웅들 (2)
허도.
한나라에는 13개의 주가 있고 주의 밑에는 군이, 군의 밑에는 현, 그 밑에는 향이나 정이 있다. 한수정후(漢壽亭侯)란 한수라는 정을 봉지로 받은 제후라는 뜻이다.
서주목 휘하의 일개 군관에서 졸지에 제후가 된 한수정후 관우는 허도 외곽의 작은 마을에 군영을 세우고 머무르고 있었다. 그의 일과는 항상 정확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무예 수련을 하고 식사를 한다. 오전에는 군사들의 조련을 감독하고, 오후에는 남은 군무를 보거나 서책을 읽는다. 저녁나절 한 번의 수련을 더 하면 그의 하루가 끝난다.
그런데 그날은 뭔가 이상했다. 아침 수련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성내로 들어갔다. 관우가 당도한 곳은 허도의 한 저택이었다. 약속한 정오까지는 아직 한참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다행히 저택에는 만나기로 한 사람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운장 형님.”
“자룡, 자네 소식은 들었네. 어가를 호위해 큰 공을 세웠다지. 주공께서도 진심으로 기뻐하셨네.”
관우에게 깍듯이 인사를 올리는 우림중랑장 조운은 강호의 유협 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가 거느린 유협 시절의 패거리는 장안을 나와 도망치는 천자를 위기에서 구하는 공을 세웠고, 순식간에 천자의 호위를 맡는 우림군으로 출세했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은 자신들과 같은 유협 출신의 우림중랑장 조운이 철창을 한 번 휘둘러 바위에 구멍을 뚫는 고수이며, 천하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영웅 마초의 의형제라는 사실에 열광했다.
청년들뿐만이 아니다. 그가 대단한 미남자이며 갖은 혼담을 전부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은 어쩌다 퍼졌는지 허도의 저잣거리에는 남몰래 조운을 생각하며 속을 태우는 처녀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관우는 오랜만에 만난 조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 분 형수님이 당도하셨는가.”
“그렇습니다. 내실에 감 부인과 미 부인이 계십니다. 복파장군이 두 분 부인을 모시기 위해 조 사공에게 어지간히 억지를 썼나 봅니다.”
“그렇겠지. 내 은공의 덕을 잊지 않으리.”
관우는 그렇게 말하고 부리나케 유비의 두 아내를 뵈러 내실로 들고자 했다. 조운이 그런 관우를 잡았다.
“운장 형님. 그런데 복파장군이 한 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두 분 부인을 뵙기 전에 형님께서 이 조건을 반드시 수용하게 하라고 제게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조건이라. 관모는 그저 은공의 처분을 따를 뿐일세. 말해 보게.”
“이겁니다.”
관우는 조운이 내미는 두루마리를 펼쳤다. 짧은 글이 씌어 있었다.
[솔직하게 살아라.]
“이게 무엇인가?”
“형님께서 앞으로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것. 그게 복파장군의 조건이라고 하더군요.”
“허허…….”
마초는 자신에게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일까. 관우는 생각에 잠겨 수염을 한 번 쓰다듬었다.
그때, 관우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상공.”
칼날도 화살도 두려워하지 않는 관우다. 그러나 이 목소리에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고개를 돌리니 자신이 하비성에 두고 온 아내 호씨와 어린 두 아들이 함께 있었다.
“부인.”
관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난세다. 떠돌이가 가정을 버리는 건 흔한 일이다. 잘난 사내가 처첩을 여럿 두는 게 당연시되고, 가뜩이나 전란으로 사내의 수가 모자란 시대다. 근거지 없이 떠도는 무장들은 으레 삼 년이나 오 년쯤을 같이 살다 처자식을 버리고 떠나곤 했다. 다른 방법도 없다. 나중에 기반을 잡은 다음 다시 불러들이면 그만이다. 그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떠나는 무장도, 남겨진 처자식도 힘겹게 싸우는 것이다.
호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관우를 보며 말했다.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가.”
아내는 안희현의 병졸로 있던 시절에 얻었다. 작은 마을에서 그나마 마음에 차는 처녀를 데리고 살았을 뿐, 뜨겁게 사랑해서 혼인한 사이는 아니다. 그래도 금슬은 좋았다. 그러니 평원국으로도 데려왔고, 서주로도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마초에게 항복하면서 어째서 내 아내와 자식들을 챙겨달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까. 어차피 파격적인 조건으로 항복하는 처지다. 그 정도 말은 꺼내 볼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순간에도 체면을 생각했던 것일까.
만약 마초가 알아서 관우의 처자식을 수배해 오지 않았으면 가족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마초는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영웅이 되는 건 살면서 세 번이나 다섯 번으로 족하다는 건가. 그리고 그 이외에는…….”
자신에게 솔직해지라는 것이다. 마초는 관우에게 매 순간 영웅이고자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살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관우는 아내를 향해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보고 싶었네.”
“…상공?”
호씨는 당황했다. 늘 과묵하던 관우가 생전 하지 않던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이다. 관우는 내친김에 쭈뼛거리며 서 있던 두 어린 아들에게 다가갔다.
“평이, 흥이 많이 컸구나. 아비 품에 안기거라.”
관우는 두 아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아버지의 애정 표현이 어색한 관평은 당황했지만, 어린 관흥은 금세 적응해서 관우의 수염을 잡아당기며 까르르 웃었다.
“어이쿠, 이 녀석아. 아비 수염을 다 뽑으려 드는구나. 익덕 숙부가 시키더냐?”
관우는 관평의 손을 잡고 관흥을 어깨 위에 올렸다. 이대로 두 분 형수를 뵈러 갈 셈이었다. 어차피 그들과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사이가 아닌가.
평상시 두 분 형수에게 주종의 예를 엄수하면 남들이 자신을 추앙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라는 게 마초의 말이었다. 여러 생각을 하던 관우의 눈에 말안장에 걸어 둔 82근 청룡도가 들어왔다.
‘너무나도 무거운 칼이다. 혹시 저리도 무거운 칼을 보내 준 것은… 저 칼을 잡았을 때만 영웅이 되라는 그런 뜻인가. 복파장군은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깊구나.’
사실은 그냥 나관중의 취향에 맞춘 것이다. 그러나 청룡언월도의 진실을 알 리 없는 관우는 그런 오해를 하면서 마초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했다.
조금씩 강박에서 벗어나고 있는 관우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내실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뒤에서 조운이 말없이 군례를 올렸다.
* * *
상군.
척박한 북방 오르도스 고원에 개척된 한나라의 고을이며, 병주의 동부와 서부를 나누는 경계가 되는 곳이다.
한동안 이곳을 다스리던 흑산적 뇌공은 지금 큰 곤경에 처해 있었다.
“원시천존이시여. 저놈은 대체 무엇입니까.”
철이 들 무렵 투신한 범죄의 세계에서 이십 년, 흑산적이라 불리게 된 후 나름대로 군벌의 세계에서 또 십 년. 도합 삼십 년간 칼 밥을 먹으며 살아 온 뇌공이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무사와는 도저히 싸울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러니 믿지도 않는 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말고 달리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지금 그의 눈앞에는 여포가 서 있었다.
“거기 있었느냐.”
산처럼 쌓인 시신의 가운데에 서 있던 여포는 뇌공의 기척을 눈치채고 말을 몰아 다가왔다. 적토마는 그저 가볍게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지간한 말이 전력 질주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뇌공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모습을 본 뇌공은 공포에 질렸다.
상산 전투에 참가했던 다른 두령들이 악몽에 시달리며 부르짖곤 하는 역신. 이자는 아마도 그 역신 같은 존재일 것이다.
“자, 장군. 마초 장군. 소인은 그저 졸개일 뿐입니다. 살려 주십…….”
눈앞에 있는 자는 아마 마초가 아니라 여포일 것이다. 관에 꽂은 두 자루 깃털과 붉은 말을 보니 그러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공포에 질려 있어서일까,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퍽!
뇌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천화극이 그의 배를 뚫었다. 기분 탓인지 배에 바람구멍이 뚫리자 순간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뇌공의 느낌과는 달리 입에서는 피거품과 함께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끄으윽…….”
여포는 방천화극을 들어 뇌공의 몸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대롱대롱 매달린 뇌공의 눈에 여포의 얼굴이 들어왔다. 곧 마흔이지만 청년처럼 매끈한 얼굴에 노기가 떠올라 있었다.
“뭐라고 했느냐.”
“끅, 끄윽, 마, 마초…….”
여포는 손안의 방천화극을 한 바퀴 돌렸다. 월아가 위로 가도록 고쳐 잡자 뇌공의 몸은 위로 솟은 월아에 잘려 나가며 주르륵 미끄러졌다. 배 위로는 좌반신과 우반신이 분리된 채였다.
털썩.
여포는 잘 익은 밤송이처럼 두 쪽으로 갈라진 뇌공의 시신에 눈길도 주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 부장 고순이 다가와 군례를 올렸다.
“온후. 상군의 제압이 끝났습니다. 이로써 병주 동부가 완전히 온후의 세력권에 들었으니, 약속대로 원본초에게 병주목의 인수를 요구하겠습니다.”
“알아서 해라. 그보다 오늘 붙잡은 놈들이 몇이나 되는가.”
“총 육천의 적병 중 이천은 전사, 이천은 도주. 포로로 잡은 자들이 약 이천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묻어라.”
“…알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고순은 여포에게 군례를 올렸다.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여포는 결정을 무르지 않는다. 고순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구덩이를 파라. 전원 생매장한다.”
“존명!”
여포가 이끄는 부대는 봉록도 높고 전리품도 많이 갖는다. 매번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만, 매번 이기니 생존율은 오히려 높은 편이다. 약탈을 금하지도 않고 여자도 안게 해 준다.
병사들에게 여포는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니 어떤 병사도 주저하지 않았다.
여포는 산 채로 갱살당하는 흑산적들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마초, 마초라.’
무인도의 칼날을 벤 유일한 적수. 자신의 강궁에 머리를 맞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가 살아남아서 천자를 탈출시키고 관중과 서량에 큰 세력을 구축했다.
그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자신이 잡은 사냥감이 자신을 보고 마초를 떠올린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죽여야겠군.”
촤악.
여포는 방천화극을 허공에 한 번 떨쳐 휘둘렀다. 잔뜩 엉겨 있던 피가 날아가고 시퍼렇게 날이 선 월아가 다시 드러났다.
* * *
장안.
오랜만에 관중도독부로 돌아온 마초는 여기저기 치하를 받느라 정신없이 끌려다녔다. 적당히 하고 빨리 일을 보고 싶었지만, 나관중이 그렇게 두지 않았다.
“그때 복파장군께서 관운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핫하하! 천하에 영웅이란 오로지 이 마초와 그대가 있을 뿐이오! 여포 같은 무리는 족히 여기에 낄 수 없소이다!”
“그, 그래서 관우가 어떻게 말하던가요?”
“때마침 번개가 치니 놀라서 찻잔을 떨어뜨리더군요. 마치 겁쟁이처럼 말입니다!”
“으음… 아무래도 관우가 자기 자신을 숨기기 위해 꾀를 쓴 것 같은데요? 용맹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지략도 제법 있는 자인가 봅니다.”
“그렇지요!…가 아니라, 어쨌든 복파장군께서 관우를 설득해 화살 한 발 쏘지 않고 수춘성을 얻으셨습니다!”
나관중이 마초를 띄우는 건지, 관우를 띄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자 마초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나관중은 곁눈으로 혈관의 굵기가 얼마나 되는지 훔쳐보며 이야기의 수위를 조절했다.
“그래서 근황병들이 외쳤습니다. 용포 입은 놈이 원술이다! 그러니 원술이 용포를 벗어 던지지 뭡니까?”
“오오, 그래서요?”
“그러자 다시 고함 소리가 들려 왔지요. 수염 긴 놈이 원술이다! 그러자 원술은 당황해서 칼을 뽑아 수염을 싹둑 잘라 버렸습니다!”
“헛, 그것참 볼만하겠군요. 그러면 이제 원술을 못 잡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복파장군께서는 보고를 받고 이렇게 외치도록 하셨습니다. 수염 싹둑 잘린 놈이 원술이다!”
“오오, 그런 방법이!”
다른 사람도 아닌 나관중이 풀어내는 이야기다. 관중도독부의 중신들은 손뼉까지 치며 나관중의 이야기에 환호했다. 인상을 팍 쓰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초는 이야기가 끝나자 한숨을 쉬었다.
“아니 무슨 거짓말이 이렇게 심해?”
“뭐 제가 역사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재미만 있으면…….”
“자네의 붓끝에서 바보가 되는 사람들을 생각하라고. 심지어 서황도 바보 만들려고 했다며?”
“으음, 그건 소설이란 게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끄럽고, 빨리 거기장군부로 가세. 다들 모여 있으니까.”
마초는 나관중을 끌고 마가군의 군무 중신들이 모인 거기장군부로 향했다.
방덕, 서황, 장료, 감녕, 황권, 이감, 월길, 마대, 왕평, 엄안, 오반, 등지. 그리고 순유가 있었다. 부군사장군 황권이 순유와 눈짓을 주고받은 후 마초에게 말했다.
“당분간 전략은 순 별가께서 도와주실 예정입니다. 법 군사가 태학 설립의 문제로 잠시 도독부의 일에 전념하고 있으니까요.”
“잘 됐군. 나는 관중도독께 따로 청을 드려서라도 이번 싸움에서 순 별가의 도움을 받고자 했소.”
좀처럼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순유는 그저 겸양의 말을 한마디 보탰다. 그러나 마초는 애초부터 순유를 이번 전쟁의 군사로 낙점하고 있었다.
‘원래의 역사에서 관도대전이 일어났을 때 조조의 군사 역할을 했던 게 바로 순공달이다. 지금은 시기도, 양상도 조금 다르지만 황하를 사이에 두고 원소와 조조가 겨룬다는 점은 같으니 분명 순공달의 지략이 먹혀 들어갈 것이다.’
마초는 황권을 보며 물었다.
“마구의 연구는 어떻게 되었소?”
“대성공입니다. 허도에서 선택해 주신 안대로 개량한 안장과 등자를 보급했습니다. 이번 원정에 나서는 기병들은 전부 신형 안장과 등자에 익숙한 채로 나서게 될 겁니다.”
“좋소. 동원 가능한 병력은?”
“기병이 1만 5천, 보병을 포함하면 5만입니다. 보병만이라면 더 동원할 수 있지만 장안의 방어나 전비 지출 문제도 있으니 일단 이 정도로 하려고 합니다.”
“좋소. 조맹덕의 군사도 그 정도일 테니 우리도 그 정도를 동원하는 게 적절하겠소.”
마초가 회귀한 지 4년이 넘었다. 이제 서량 마가군은 원정에 5만의 대군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황권의 말대로라면 기병 비율이 3할이니 극도로 높은 편이다. 그것도 천하에서 가장 정예한 서량기병이다.
“금철기는?”
“기병 1만 5천 중 5천이 금철기입니다. 금마삭과 쇄자갑을 장비한 채로 충분히 훈련시켰습니다.”
“좋소. 내년이면 천하가 금철기의 위력을 알게 될 것이오.”
좌중에 모인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철기는 가장 용감한 사람과 가장 좋은 말이 나는 고장에서 미래의 마구와 창, 갑주를 도입해서 훈련시킨 돌격기병대다. 그 개념은 천하제일의 기병대장이었던 마초가 고안했다.
‘금철기는 전쟁의 모습을 바꿀 것이다.’
마초는 그렇게 자신하고 있었다.
황권은 계속 보고를 이어 갔다.
“장중경 선생이 감수한 의료 체계도 시험 도입이 끝났습니다. 5만의 원정군에 의원 50명이 따라가며, 병사들 중 삼백 명은 의원들에게 기초 의술을 배웠습니다.”
“아직 모자라오. 특히 남방 원정을 하려면 병사가 5만일 때 의원이 백 명은 있어야 하오. 이번에는 북방에서 싸울 예정이니 일단 부족한 대로 싸움을 치르겠지만, 군문에 의원은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모두 유념하시오.”
마초가 마구의 개량과 함께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게 의료 체계의 구축이다. 오래도록 군문에 있어 본 자라면 누구나 질병과 부상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신의 장중경의 도움을 받아 마가군은 천하에서 가장 발전한 의료 체계를 갖추게 되었지만, 마초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렇게 현안에 대한 정리가 끝나갈 무렵, 황권이 마초에게 말했다.
“복파장군. 다만 한 가지, 인사 문제를 결정해 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말해 보시오.”
“삼공자의 참전 문제입니다.”
마초와 마휴의 아우, 마등의 삼남 마철.
황권은 내년이면 열아홉이 되는 마철이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