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마초연의-152화 (152/306)

152화. 근황병 다시 일어서다 (1)

건안 2년(197년).

원래의 역사에서 이 해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일은 조조의 완성 정벌이다. 동탁군의 잔당 출신인 장수가 형주의 완성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조조는 이 장수를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다. 장수는 조조에게 항복했으나, 조조가 장수의 숙모 추씨를 밤낮으로 범하는 것을 보고 장수는 격분했고, 장수가 분노했다는 소식을 들은 조조는 장수를 암살하려 했으나 정보가 누설되어 먼저 습격을 당하고 패퇴한다. 이 습격의 책략을 진언한 것은 무려 가후이며, 이때 조조의 호위대장이었던 전위가 전사한다.

“그리고 조조의 큰아들 조앙도 죽지. 조앙이 아버지에게 말을 바치고 자신은 말 없이 걸어서 뒤따르다 죽었다던가.”

마초가 말하자 나관중이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조앙은 이때 이미 장성한 청년이니 조조의 초창기 때부터 같이 해 온 심복이기도 하고, 인품이나 재능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만약 조앙이 무사히 조조의 후계자가 됐다면 천하는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앙의 사후 조조의 후계자가 된 것은 둘째 아들 조비다. 그러나 조비는 조조와 비교하자면 범 같은 아비에 개 같은 자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조비는 천자 유협에게 선양을 받아 천자가 되지만 실정을 거듭한 끝에 일찍 죽는다.

그리고 이 해에 조조는 정실부인인 정씨에게 이혼을 당한다. 사회 통념상 여성이 스스로 이혼을 결단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조조의 아내 정씨는 완성 정벌을 계기로 이혼을 선포하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남편이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르다 자식을 화살받이로 내세우고 자기만 살아 돌아왔으니, 그런 사회 통념을 무시할 정도의 대참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역사가 많이 바뀌긴 바뀌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 장수는 내가 일찌감치 붙잡아서 허도에 유폐시켰고, 가후는 천자의 장안 탈출을 도운 후 형주로 가서 조용히 살고 있지. 죽었어야 할 조앙은 멀쩡히 살아 있다고 하고… 이거야 원. 내가 4년간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왜 조조놈이 덕을 보고 있는 거야?”

마초는 그렇게 투덜거렸다.

조조와의 낙양 회담이 끝난 후 마초와 조조는 허도로 향했다. 원래 시골의 작은 마을이던 허는 임시 황궁과 조정이 들어선 후 나름대로 활기찬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초는 허도에 도착하자 바로 천자 유협에게 알현을 신청했다. 지금은 알현을 기다리며 나관중과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나관중은 살벌했던 낙양 회담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주공, 그나저나 간 떨어질 뻔했습니다. 그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시다니요. 자칫 잘못했으면 큰 변고가 일어났을 것입니다.”

“다시 태어났는데 조조놈에게 한 번은 강짜를 부려 봐야지. 안 그러면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마초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에휴, 그나저나 조조와는 처음부터 연합을 하실 생각이었던 건 맞는 거죠? 그런 것치고는 너무 강하게 대립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 내키지는 않았지만. 원소가 저렇게나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데 어쩌겠나. 그리고 조조와 대립했던 건 내부 단속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

“내부 단속이요?”

“서황, 장료, 순유… 이 사람들 공통점이 뭔지 알겠나?”

마초의 말을 듣자 나관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황, 장료, 순유는 모두 원래의 역사에서 조조의 부하로서 크게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방덕, 부간, 황권 같은 인물들도 원래의 역사에서는 조조에게 귀부했던 적이 있다. 만약 조조와 느슨한 연합이 아니라 끈끈한 동맹을 맺게 된다면, 인재를 좋아하는 조조의 공작으로 마가군의 인물들이 조조에게 이탈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조조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신 것이군요.”

“하하,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분명히 그런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초는 분명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나관중은 잠시 그런 마초를 바라보다 픽 웃었다.

“뭐야, 왜 웃어?”

“주공, 저에게는 솔직하셔도 괜찮습니다.”

나관중은 마초를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에는 서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끈끈해진 두 사람이다.

“내부 단속만이 목적이라면 걱정되는 인물들을 데려오지 않았으면 될 일이지요. 하지만 주공께서는 관중도독부의 핵심 인물들을 대거 데리고 허도로 오셨습니다. 특히 무장은 방영명과 서공명, 장문원, 감흥패까지 휘하의 용장들을 전부 데리고 오셨지요.”

“그랬지.”

“조조의 반응을 봐서 정말 조조를 죽일 생각도 가지고 계셨지요?”

마초는 나관중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번에는 마초가 픽 웃었다.

“하여튼 자네는 못 속이겠군.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예? 틀린 게 뭡니까?”

“조조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리 예상했네. 내가 보고 싶었던 건 내 반응이지.”

마가군을 위해, 그리고 천하를 위해 지금은 원소를 저지해야 한다. 그러자면 조조와의 연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작 마초 본인이 지난 생의 원수와 손을 잡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인가?

“내가 조조를 보고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방법이 없지 않나.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고 뒷일은 어떻게든 수습하는 수밖에.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참을 만하더군.”

나관중은 한숨을 쉬었다.

“주공께서 확실히 큰 인물이 되셨나 봅니다. 조조는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 쓰러뜨릴 날이 있을 겁니다.”

“그 일은 이제 나중에 생각하자고. 지금은 다른 상대와 싸워야 하니까.”

원소와 여포, 그리고 조조와 마초. 내년에는 두 세력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천하의 주인을 결정짓는 이 싸움에서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천하의 모든 세력들이 각자의 입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 * *

마초가 낙양에서 천자 유협과 헤어지고 나서 3년이 지났다.

올해 17세가 된 유협은 제법 청년티가 나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를 둘러싼 환경이 나이보다 더 빨리 어른이 되도록 재촉했을 것이다.

“복파장군 마초는 고개를 들라.”

낮고 굵직한 것이 완연한 성인의 목소리였다. 이제 유협의 목소리에는 슬슬 위엄이 느껴졌다.

“짐이 장안을 떠난 지 어언 3년이 지났다. 제대로 천자 노릇을 하지 못하여 관중의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대와 관중도독 마등이 힘써 관중을 재건했다 하니 기쁘기 한량없구나.”

“과찬이십니다.”

마초는 예나 지금이나 천자 앞에서 긴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들어 눈빛을 교환할 뿐이었다.

‘그새 참 어른스럽게 변했군.’

유협은 자신의 이름으로 근황병을 모집해 이각군을 격퇴하고, 허도를 임시 수도로 삼는 것도 자신의 의지로 결정했다. 그러니 원래의 역사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나 보군. 서량에서 재기를 노리던 장제를 토벌했고, 익주에서는 유탄의 반란을 진압했다고 들었다.”

“어쩌다 보니 여러 차례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익주는 먼 땅이라 왕화가 닿지 않는다. 여기 있는 사공의 간언을 받아들여 태산태수로 있던 여건에게 익주 자사의 인수를 내렸으나 익주에서 무뢰배들에게 변을 당한 모양이더군. 혹시 여건이 어쩌다 변을 당했는지 알고 있는가?”

마초는 슬쩍 눈을 돌려 천자의 옆에 선 사공 조조를 돌아봤다. 조조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신은 익주 내부의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유범 중랑장이 유탄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 도움을 줬을 뿐입니다.”

마초는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유협도 어느 정도 내막을 짐작하고 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알았다. 여독을 풀고 편히 쉬고 있으라. 그대가 상표한 일에 대해 검토한 뒤 다시 부를 것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마초는 다시 유협에게 인사를 올리고 물러 나왔다.

마초 일행의 숙소로는 상당히 큰 건물이 배정되었다. 이곳은 명목상 근황병을 지휘하는 근황도독부였으나, 근황병이 결성되지 않는 평시에는 비어 있었다.

“하지만 자네는 근황부도독이기도 하니까 이곳을 쓸 자격이 충분하지. 허도에 온 것을 환영하네.”

마초를 반갑게 맞이하는 이는 태위이자 근황대도독인 황보숭이었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이미 고인이 됐을 몸이지만 아직 혈색이 좋고 신체가 강건해 보였다. 마초는 황보숭과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대도독께서 전해 주신 병법서 덕분에 강병을 조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추천장을 주셔서 순공달 같은 천하의 재사들을 모을 수 있었지요.”

“늙은이가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 그 힘을 천하를 위해 써 주게.”

황보숭 뿐만이 아니다. 마초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마초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속속 근황도독부에 도착했다. 천자의 장안 탈출을 같이 수행했던 근황파의 인사들이었다. 마초는 시중 마우, 간의대부 충소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반가운 얼굴은 또 한 명 있었다. 우림중랑장 조운이었다. 녹봉 2천 석의 고관이지만 여전히 검소한 차림이었다. 평소 즐겨 입는 흰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을 뿐이었다.

“자룡. 자네는 정말 하나도 변한 게 없군. 이제 지위도 꽤 높은데 비단옷도 입고 그래야 하지 않나?”

“나는 이미 폐하의 큰 은덕을 입었는데 어찌 재물 욕심을 내겠는가?”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조운은 받은 녹봉을 부하들의 갑옷과 병기를 바꿔 주거나 우림군의 주둔지 시설을 보수하는 데 거의 다 쓴다고 했다. 마초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 조운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여튼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녀석이야.’

마초는 그런 조운이 썩 마음에 들었다. 천자의 신하가 아니라 자신의 수하였으면 더욱 좋았으리라.

황보숭과 조운, 마우, 충소 등이 모인 근황도독부에서 마초를 환영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넉넉하지 않은 피난 살림이지만 나름대로 정성 들여 만든 요리들이 상에 올랐다. 마초도 오랜만에 만난 중앙 정계의 동료들과 회포를 풀었다. 비서랑 나관중, 알자복야 황보력, 별가 순유 등 조정의 사람들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연회에 함께 했다. 조운은 상산에서 같이 싸웠던 방덕, 서황을 따로 불러 반갑게 술잔을 나눴다.

또 한 명, 눈에 띄는 얼굴이 있었다. 얌전한 인상에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선비였다. 마초가 지난 생에서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종 복야께서 와 주시니 영광입니다.”

마초는 두 손을 모아 상서복야 종요에게 인사했다.

종요는 원래의 역사에서 장안태수가 되어 조조 세력에서 마등과의 관계를 담당하는 외교관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또한 오늘날까지 쓰이는 해서체의 기초를 남긴 서예가로서도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 종모야말로 평소 복파장군을 뵙고 싶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덕이 높으셔서 벌써부터 천하의 뛰어난 선비들이 복파장군께 모여든다지요. 여기 나 선생이 대표적으로 그런 분 아닙니까?”

종요는 마초의 옆에 있는 나관중을 곁눈질했다. 나관중은 냉큼 두 손을 모아 종요의 인사를 받았다.

“비서랑 나관중입니다. 종 복야께서 알아봐 주시니 영광 또 영광입니다.”

지금 서예가로서 천하제일의 명필을 꼽으라면 당연히 종요가 꼽혔다. 그리고 두 번째로 꼽히는 게 장안의 나관중이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스무 살이 넘으니 허도의 호사가들은 나관중을 두고 종요의 뒤를 잇는 차세대 명필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야 내가 천하 명필의 글씨를 흉내 내고 있으니까.’

나관중은 지금부터 150년 뒤의 사람인 왕희지의 글씨를 흉내 내서 명필로 이름을 얻고 있었다. 그 천하 명필 왕희지가 종요의 글씨에서 영향을 받았으니, 종요의 눈에는 나관중이 영락없이 자신이 이룬 성취를 계승할 만한 천재 서예가로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그 글씨체로 쓰는 게 이백이나 두보 같은 시인들의 문장이니 허도의 명사들 중에 장안의 천재 문사 나관중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명사 중의 명사 종요도 나관중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황보숭, 조운, 종요, 마우, 충소. 그리고 마초와 나관중, 순유, 방덕, 서황.

허도의 근황파 인사들이 마가군의 핵심 인물들을 만나는 자리였으니 마냥 정담만 나눌 수 없었다. 화제는 곧 천하 정세에 대한 것으로 옮겨 갔다. 먼저 화두를 던진 것은 황보숭이었다.

“부도독, 자네가 서량과 익주에서 싸우는 동안 중원에도 큰 싸움이 여러 번 있었네.”

“대강의 사정은 들었습니다. 서주에서 여러 번 큰 싸움이 있었다지요.”

서주는 지금의 강소성과 산동성 일대다. 오늘날의 칭다오가 서주에 속한다.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은퇴 후, 서주로 이주했었다. 연주에 기반을 잡은 조조가 서주의 조숭을 모셔 오려고 했으나 장개라는 도적에 의해 조숭과 일가들이 전부 주살된다. 조조는 가족의 복수를 한다는 명분으로 서주로 쳐들어가서 시체로 강이 막힐 정도의 대학살을 두 차례에 걸쳐 벌였다. 서주는 초토화되고 백성들은 조조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지경이었다.

이때 서주를 돕기 위해 일어난 무장이 유비였다. 유비는 절대적인 열세 속에서 조조군에 맞서 싸운다. 서주의 호족들은 무력과 신념을 전부 갖춘 유비를 자신들의 보호자로 선택한다. 백성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서주목 도겸이 병사한 후, 유비는 자연스럽게 후임 서주목이 된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여기에 여포가 끼어들며 유비, 조조, 여포가 서주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싸웠지.’

그러나 지금의 여포는 미오성 전투 후 원소의 객장으로 가 있으니, 서주에서는 지키려는 유비와 빼앗으려는 조조 사이에 긴 싸움이 이어져 왔다.

“조맹덕은 용병에 능하고 휘하에는 용장과 재사들이 많지. 그러나 서주에서는 어지간히 고전한 모양이네. 결국 아직까지도 서주를 떨어뜨리지 못했네.”

“서주목 유비에게 두 자루 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군사 일만을 벨 수 있는 천하의 명검이라지요.”

관우, 그리고 장비.

탁군의 유협 집단 시절부터 유비를 따른 장수들이다. 역사서는 관우와 장비의 군공을 길게 기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명성이 젊은 시절부터 이미 중국 대륙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수준이었다는 것은 여러 차례 교차검증이 가능하다.

마초 입장에서는 지난 생의 동료들이다. 그들이 어느 정도의 무장인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 생에서는 아직 면식이 없으니 그저 소문만 들은 척하고 있었다.

황보숭은 마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맹덕이 몇 번이나 서주를 취하려 했지만, 유현덕 휘하의 두 천하 용장이 번번이 막아섰다고 하더군. 그런데 최근에는 서주와 연주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네.”

“변하다니요? 싸움을 그치기로 한 것입니까?”

“그렇다네. 회남의 원술 때문이지.”

원술은 원소의 이복 동생이다. 본래는 친형제인데 원소가 백부의 양자로 들어갔으니 호적상 사촌간이 된다. 그런데 원소는 본래 얼자, 즉 천민 첩의 자식이라 적자인 원술과 같은 신분이 아니었다. 이런 복잡한 호적만큼 두 형제의 감정도 꼬여 있었는지, 죽일 듯이 증오하고 시기하다가도 곤궁할 때는 서로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회남의 비옥한 평야 지대에 자리 잡은 원술은 세력은 컸으나 적이 많았다. 유비, 조조와 영토의 경계를 놓고 계속 소규모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큰 사건이 일어난다.

“원술이 천자를 참칭했지요.”

“그렇다네. 얼마 전 국호를 중(仲)이라 하고 스스로 나라를 세워 천자를 참칭하고 있네. 지금은 천하가 그에게 등을 돌렸지.”

원술이 칭제하자 조조와 유비는 싸움을 그쳤다. 공동의 적으로 떠오른 원술을 타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원술을 꺾는다면 얻을 수 있는 회남의 비옥한 평야와 풍부한 물산이 필요하기도 했을 것이다.

“조만간 원술 토벌의 군사가 일어나겠군요.”

“그렇다네. 조맹덕과 유현덕이 연합하여 원술부터 칠 생각인 듯하네.”

타당한 선택이다. 북쪽의 원소와 전쟁을 치러야 하는 조조다. 남쪽의 원술을 남겨 두고 북쪽의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여러 모로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군요. 싸움의 승패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내 생각도 같네. 그러나 부도독, 그 싸움은 단순히 조조, 유비, 원술의 싸움이 아닐세. 우리의 싸움이기도 하네.”

“무슨 뜻입니까, 대도독?”

끼이익.

그때, 근황도독부의 문이 열리고 한 청년이 들어왔다. 푸른 옷을 입은 흰 얼굴의 소년이었다. 좌중의 인물들은 소년의 얼굴을 보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째서 우리의 싸움인지는 짐이 설명하겠다.”

평복을 한 천자 유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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