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마초연의-151화 (151/306)

151화. 개혁과 혁명

조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멀뚱히 마초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초도 더 재촉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 그저 팔짱을 끼고 조조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답답한 것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조 옆에 선 하후돈과 하후연과 조인과 조홍, 마초 옆에 선 방덕과 서황과 장료와 감녕은 금방이라도 서로 죽일 듯한 기세를 뿜어냈다. 마초가 말을 꺼낸 후 싸늘하게 얼어붙은 공기는 무장들의 대치로 인해 더욱 무거워졌다. 평범한 사람들은 압박감에 짓눌려 실신할 지경이었다.

나관중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간신히 버티던 나관중이 슬슬 한계에 달할 때쯤, 드디어 조조가 입을 열었다.

“마맹기. 나는 자네에게 상당히 기대가 컸네. 그런데 고작 이 정도인가?”

조조의 얼굴에 옅은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마초는 잠시 눈썹을 꿈틀했지만 이내 무표정을 되찾았다.

“조공은 말을 상당히 어렵게 하시는군. 나는 조공을 죽이면 안 될 까닭이 있느냐고 물었소.”

“그건 자네가 어느 정도의 그릇이냐에 따라 다르지. 그런데 내가 보기에 자네는 내가 기대한 만큼의 그릇은 아닌 듯하네. 그렇다면 나를 살려 둘 이유가 없네. 나를 죽이겠다고 했는가? 자네 뜻대로 해 보게.”

“하하, 조공.”

마초는 엷은 미소를 보였다.

“내가 그대의 목을 취하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오. 나름대로 방비를 한다고 휘하의 용장들을 끌고 온 모양인데, 저들은 내 수하들을 당해낼 수 없소. 그러니 세 치 혀로 나를 조급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건 헛수고가 될 것이오. 천하에 그대가 왜 필요한지나 말해 보시오.”

“음, 그 태도는 꽤 좋군. 이런 걸 보면 또 영걸은 영걸인데… 자넨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친구구만.”

조조는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마초에 대해 평가했다. 그다음 마초의 질문에 대답을 시작했다.

“나보고 천자를 핍박한다고 했지.”

“그렇소.”

“그 말이 사실이라고 치세.”

“사실이라고 치는 건 또 뭐요?”

“지금까지 천자를 핍박한 적이 없지만, 앞으로는 핍박할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가?”

조조는 마초의 반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화두를 던졌다.

“천자를 핍박하면 안 될 건 또 무엇인가? 천자는 무엇인가? 하늘을 대신해 하늘이 부여한 권한을 휘둘러 인간을 다스리는 자가 아닌가?”

“그렇소.”

“그렇다면, 용포를 입고 옥새를 쥐었으나 인간을 다스리지 않는 자는 무엇인가? 그는 천자인가, 아닌가? 그대는 천자에게 충성하려는 것인지, 천하를 위하려는 것인지 분명히 하라.”

“오호라. 조공, 그대는 궤변을 늘어놓을 셈이군. 천자가 천자 역할을 하는지, 못 하는지를 누가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고금을 통틀어 그대와 같이 궤변을 늘어놓은 자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들은 하늘의 기준이 아닌 자기 자신의 기준으로 천자의 자격을 판단했고, 그 결과로 전란을 만들어 수백만의 목숨을 바쳐야 했다. 이런 자들이 바로 역적이라 불리는 것이다. 마치 대의를 위하는 척, 삿된 말로 스스로의 욕망을 가리지 말라.”

“건방 떨지 마라, 마초.”

조조의 말투가 변했다.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천하를 위해 나를 주살하겠다라. 네가 코흘리개 아이였을 때부터 조정의 간신배들과 싸워 온 나다. 천하에 나보다 강한 자가 너 하나였을 것 같으냐?”

십상시에게도, 동탁에게도 꺾이지 않았는데 너에게 꺾일 것 같은가.

진지하게 변한 조조가 뿜어내는 기백은 누구보다 강렬했다. 하후돈도, 하후연도, 조인도, 조홍도, 방덕도, 서황도, 장료도, 감녕도 조조를 똑바로 마주 볼 수 없었다.

오직 마초만이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눈으로 조조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 말에나 대답하라, 조조. 내가 그대를 왜 살려 둬야 하는지 말이다.”

“나는 천자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나의 대의에 매진할 것이다. 천자 또한 나의 대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천하를 위하는 일이다. 아니라고 생각되면 이 자리에서 칼을 뽑아라.”

“그렇게까지 해서 실현하려는 대의란 무엇인가?”

“재주 있는 자가 위에 서는 세상을 만드는 것. 어질지 않아도 좋다. 불효자라도 좋다. 재주가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불인불효(不仁不孝), 유재시거(唯才是擧).

역사 속의 조조가 훗날 주창하게 되는 말이다. 인과 효 대신 능력을 우선시해서 사람을 쓰겠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다. 400년간 한나라 사회를 지배해 온 유교사상 자체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유학에 대한 집착이 이 한을 썩게 만들었다. 내 친구 원본초는 부모상을 고통스럽게 치른다고 자랑해서 명성을 얻었고, 형식화된 유학을 따르는 못난 사대부들이 그놈에게 붙어서 세력을 만들었지. 이런 썩은 나라는 뒤엎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대 스스로 권신 정도는 되어야겠군.”

“권신에서 끝나기를 나 또한 바란다. 그 정도로 이 썩어빠진 한이 바뀔 수 있다면 말이다.”

조조는 솔직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마초는 피식 웃었다.

“말은 정말 그럴싸하게 잘하는군. 천자 또한 대의를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

“군웅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마초, 너는 다른가?”

“천자를 도구로 여기는 건 나도 비슷하다. 그러나 나와 그대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 조조, 그대의 방식으로는 한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오호. 무슨 뜻인가?”

이번에는 조조의 눈에 흥미롭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조조는 마초의 말을 듣겠다는 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마초는 그런 조조를 보고 말했다.

“천자를 끼고 제후들에게 영을 내려 천하를 평정한다? 그렇다면 결국 천자는 그대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고, 그대는 새 나라를 세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혼자서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는 법이니, 천자와 황실과 귀족들을 대신할 새로운 지배 계층이 필요하겠지. 아니, 그 전에 400년 사직을 뒤엎으려면 강력한 지지 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맞는 말일세.”

“그것은 호족뿐이다. 그대의 방식은 결국 호족들의 지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방식이다.”

마초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형식화된 유학? 그런 것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먹고 사는 문제는 호족에게 의지하는 한 해결할 수 없다. 광무제 이래 200년, 백성의 땅은 점점 줄어들고 호족의 땅은 점점 늘어 오지 않았나.”

“그대는 호족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인가?”

“호족은 난세에 자신의 땅과 사람을 지킨다. 지금 당장은 호족이 쓸모가 있겠지. 그러나 천하가 안정된 후에는 반드시 문제가 된다. 자, 이미 조정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다. 또다시 권신이 탄생한다면 그다음은 찬탈밖에 없다. 그대가 아니라도 그대의 자식이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조조는 멋쩍게 웃었다. 진짜로 속마음을 들킨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

“한을 무너뜨리고 찬탈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협력자가 필요할 것인가? 호족들을 회유하고, 그들에게 인정받지 않으면 새 나라를 세울 수 있겠는가? 그대가 썩어빠진 한을 무너뜨리고 새로 세운 나라는 결국 호족의 나라가 된다. 호족이, 호족의 힘을 빌려 찬탈하고, 호족을 위해 통치하는 나라일 것 아닌가. 고삐 풀린 호족들이 날뛰면 나라 꼬락서니가 아주 볼 만하겠군.”

“그렇다면 마초, 그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한의 신하로서 난세를 끝낸다. 그 다음 한의 조정을 바로 세울 것이다.”

“무책임하구나. 그대가 끝낼 수 있는 건 전쟁뿐이다. 전쟁이 끝나면 정치가 시작된다. 몇 번의 큰 승리를 거둬서 이미 수명이 다한 한을 계속 살리고, 모순덩어리인 나라의 숨을 붙여서 계속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 아닌가.”

“아니, 전쟁이 끝난 이후의 한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일 것이다. 전쟁 이후의 정치는 내 일이 아니라 천자의 일이 되겠지만, 천자를 도와 그 일을 맡을 만한 사람을 이미 물색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마라.”

“개혁인가.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 것이다.”

개혁인가, 혁명인가.

치열한 논쟁이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팽팽하게 마주 봤다. 먼저 표정을 풀고 너털웃음을 지은 것은 조조였다.

“맹기.”

조조의 말투가 바뀌었다.

“자네는 참으로 천하의 영웅일세. 그 나이에 거기까지 고민한 점은 정말 대단하네. 그러나 아쉽게도 자네의 말은 너무 이상적이야. 결국 천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그 권위를 빌려 난세를 끝내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것은 천자가 자네 뜻대로 움직여 줄 때만 가능한 일일세. 정치란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일이니 그렇게 이상적으로 되는 게 아니야.”

“조공.”

마초의 말투도 바뀌었다. 엷은 미소를 머금고 조조를 바라보는 눈에 조소나 경멸은 보이지 않았다.

“십상시의 아재비를 때려죽이고 동탁에게 칼을 뽑던 조공께서 현실에 찌들어 이상을 잃으셨나 보오. 조공은 결국 남의 위에 서는 자가 되기 위해 대의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오. 이 나라를 호족의 나라로 만들지 않으려면 한실의 권위는 이어 가되 그 한을 개혁하는 게 최선이오. 나는 최선의 방법을 두고 멀리 돌아가지 않겠소.”

“지금은 천자와 그대의 뜻이 같으니 문제가 없어 보이겠지. 그러나 나중에도 그럴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나?”

“천자도, 나도 일신의 영광에는 별 관심이 없소. 우리는 그저 대의가 우선이니 나중에도 변치 않을 것이오.”

천자 유협도, 마초 자신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죽은 형제에게 그렇게 맹세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천자가 그 맹세를 깬다면… 그때는 그와 맞서면 그만이다.’

조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안이한 사고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나는 이미 성공하고 있소.”

“자신감이 넘치는군.”

“그럴 수밖에. 조공이 서주에서 산 사람 수십만을 죽일 동안, 나는 관중에서 죽을 사람 수십만을 살렸소이다.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조공이오.”

조조는 아픈 부분을 찔린 듯 말이 없었다. 마초는 씩 웃었다.

“자, 이제 조공이 천하를 위하는 뜻은 잘 알았소. 그러니 원점으로 돌아갑시다. 내가 그대를 살려 둬야 하는 이유는 그게 끝이오?”

“허허. 진짜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지. 자네도 이미 짐작하고 있으리라 믿네.”

마초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 정보가 진실인가.”

“그래. 역경루가 함락됐네. 여포가 기세를 몰아 병주로 진격하고 있으니, 올해 안으로 하북 4주가 원소의 손에 들어갈 걸세.”

좌중이 다시 싸늘해졌다.

기주목 원소. 하북 최강이자 천하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가진 군웅이다. 지금 가진 기주와 청주만으로도 조조나 마등보다 더욱 강성한 세력을 뽐내는 그가, 객장 여포를 앞세워 공손찬을 멸하고 유주를 손에 넣었다. 게다가 이제 곧 흑산적의 영역이던 병주 동부까지 손에 넣을 것이다.

“관서는 대기근을 이겨낸 지 얼마 되지 않았지. 연주도 재작년에 메뚜기떼가 창궐하여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세. 이 상황에서 원소가 하북 4주를 제패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나?”

마초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의 역사에서도 이맘때쯤 중국 최강의 군벌이 된 원소다. 건안 5년(200년), 황하 유역에서 조조와 벌인 관도대전에서 패하지만 않았어도 천하는 원소에 의해 통일되고 삼국지는 싱겁게 끝났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니, 원소는 관도대전에서 패한 뒤에도 여전히 중국 최강의 군벌이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몇 년 남지 않은 그의 수명이었다.

문제는 지금이 건안 2년(197년)이라는 것이다.

‘원소의 확장이 너무 빠르다. 역경루가 함락되는 것도 2년이나 빠르고, 병주도 너무 쉽게 떨어지고 있다. 나중에 문제가 되는 건강도 아직은 건재할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원소가 최강의 기병대장, 여포를 객장으로 들인 것이다. 미오성 전투에서 이간계에 걸려 곽사와 싸우고 떠난 여포는 원소의 객장으로 나서는 전투마다 큰 활약을 했다. 그리고 원래의 역사에서 끈질기게 원소를 괴롭혔을 흑산적의 세력도 와해되어 있었다.

역사가 이렇게 바뀐 원인은 한 가지.

‘내가 날뛰고 다녔기 때문이지.’

마초가 상산에서, 미오성에서 벌인 활약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원래 역사에서도 강성했던 원소는 더욱더 강해졌다. 그러니 원소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되면, 하북을 제패한 원소는 중원을 얻기 위해 남하할 것이다.

조조의 힘으로는 원소를 당해낼 수 없다.

마가군의 힘으로도 원소를 당해낼 수 없다.

“알았소. 상황이 이러하니 조공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매우 명확한 일이오.”

마초는 방덕을 향해 손을 들었다.

“칼을 거둬라.”

“존명.”

방덕은 지체 없이 칼을 들어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의 뒤를 따라 서황, 장료, 감녕이 차례대로 칼을 거두고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조인이 칼을 집어넣고, 하후돈이, 하후연이, 마지막으로 계속 씨근거리던 조홍까지 칼을 갈무리하고 물러섰다.

무장들이 칼을 거두자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졌다. 기에 눌려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던 이들이 저마다 심호흡을 하는 소리였다.

긴 서론이 끝났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마초는 조조에게 말했다.

“조공은 익주에서 나를 죽이려 했으나 실패했소.”

“그랬지.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네.”

“그럼에도 오늘 나의 초대에 응한 것은 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 믿소.”

“맞네. 자네를 암살하겠다는 계획을 승인했을 때와는 상황이 바뀌었어. 이제 나에게는 동맹이 필요하네.”

조조는 선선히 인정했다. 원소의 남하를 막기 위해 마가군과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나 또한 원소가 천하를 잡도록 놓아둘 수 없소. 그러나 동맹은 거절하오. 우리는 그저 같은 목적을 가진 연합일 뿐이오. 목적은 원소가 황하를 건너지 못하도록 막는 것.”

“좋네. 그 이후에는?”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합시다.”

곧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소의 남하에 맞서서, 관중도독부와 사공부의 연합이 결성되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조조와 함께 싸워야 한다. 지금 원소를 저지하지 않으면 난세를 평정하겠다는 꿈은 그대로 물거품이 될 것이다.

15년 만에 만난 원수다. 진심으로 조조를 베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마초는 이내 머릿속에서 미련을 떨쳐 버렸다.

지금은 원소와 맞서 싸우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남하하는 원소군의 선봉에는 여포가 서 있을 것이다.

“사람은 칼 앞에 서면 진실한 말을 하게 마련이오. 오늘 서로가 서로의 진심을 명확히 알았으니 고민할 필요 없을 것이오. 조공, 우리는 당분간 힘을 합칠 것이나, 결국 갈림길을 만날 수밖에 없는 처지요.”

“그리고 그 순간까지는 같은 길을 갈 수 있겠지. 마맹기. 나는 말일세.”

조조는 마초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 빛냈다.

“자네가 너무나도 탐이 나서 견딜 수가 없군. 자네는 아직 젊으니 너무 속단하지 말게. 원래 뜻이란 나이를 먹다 보면 바뀌기도 하는 것이라네.”

“하.”

마초는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인상이 구겨지는 것을 느꼈다. 이 조조라는 사내는 왜 이렇게 인재에 집착하는 것일까.

뛰어난 인물을 이렇게 사랑한다면, 범용한 인물들은 또 얼마나 하찮게 여길 것인가.

마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뜻은 꺾이지 않소.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대가 묻힐 곳이 없을 것이니 그리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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