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맹덕을 맹덕이라 부르지 못하고
익주 내전의 뒤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마초는 낙양으로 향했다. 관중도독부의 많은 문무 관리들이 낙양행에 함께 했다. 마초의 최측근인 나관중도 당연히 껴 있었다.
“그러니까 그건 정말 헛소문인 거죠?”
“그렇다니까! 대체 왜 그따위 헛소문이 퍼진 거야? 내가 진짜 그랬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그게 참… 역사서에 남은 이야기라서 말입니다.”
나관중이 말하는 헛소문의 진상은 이랬다.
<산양공재기>에 따르면, 지난 생의 마초는 유비에게 귀부한 후, 한동안 유비의 구신들과 갈등을 겪었다. 마초 본인이 유비와 동렬에 있는 군웅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마초가 유비를 자(字)인 현덕으로 부르자, 관우와 장비가 그런 마초를 불러서 병장기를 들고 시립한 채 잔뜩 겁을 줬다고 한다. 마초는 그제야 자신의 언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뭔가 자연스럽지 않아서 <자치통감>의 저자 배송지도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오늘날에는 객장 신분인 마초와 유비의 구신들 간의 관계에 대해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추정해 볼 수 있는 일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일화가 남았다는 것은, 마초와 유비의 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매끄럽지 않기는 얼어 죽을.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누군가 내 평판을 깎기 위해 날조한 소문이 틀림없어. 누구일까? 관가놈일까?”
마초는 계속 투덜거렸다. 가끔씩 후세에 자신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나관중에게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들이 영 좋지 않았다.
“그러니까 제가 삼국지연의를 완성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거기서 주공을 꽤 멋지게 써 줄 예정이었다고요.”
“이제 와서 부질없는 얘기 하면 뭐하나.”
“그런데 주공… 진짜로 유 황숙과의 관계는 어땠습니까? 정말 그런 미묘한 긴장감이 있었나요?”
나관중의 눈에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역사상 삼국지를 가장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인 것이다.
마초는 자신의 과거사를 캐묻는 나관중을 보며 질려 하면서 대답했다.
“거 되게 궁금해하네. 미묘한 긴장감? 그런 건 전혀 없었다네.”
“음… 그렇다면 유 황숙이 주공께 항상 예의를 지키셨나 보군요.”
“아니. 유 사군은 원래 예의가 없는데.”
“예?”
“나도 별로 예의가 없잖아. 그런 면에서 서로 잘 맞더라고. 어쨌든 그의 자를 부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네. 그리고 유 사군은 사람 다루는 귀신이라 온갖 꼴통들을 다 거느리고 있었다네. 내가 귀부 전에 지위가 좀 높았다고 다루는 데 애를 먹을 정도였으면 그 위치까지 가지 못했겠지.”
“으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초가 모호하게 답변을 피하자 나관중은 집요하게 계속 물었다. 마초는 그런 그를 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지금은 조조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마초도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런데 나관중이 보인 쓸데없는 호기심 덕에 주의가 환기되며 긴장이 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여튼 이 녀석이 복덩이라니까.’
유비에게는 좋은 감정만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고 끝내 객장으로 대우하려 했다. 주종의 맹세를 먼저 청한 것은 마초 자신이다. 유비가 한중왕에 등극한 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고 유비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군공을 세워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객장보다는 신하의 신분인 게 편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진심에는 관심이 없었다. 유비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마초가 지위나 명성에 얼마나 미련이 없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나관중이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헛소문들은 사실 당대에도 숱하게 많이 돌았다. 그중의 하나가 후대에 윤색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자를 부른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화가 나기는 하겠군.”
마초가 되뇌었을 때, 먼발치로 함곡관이 보였다. 춘추시대의 함곡관보다 훨씬 동쪽에 있는, 전한 때 다시 건설한 함곡관이다.
이곳을 지나면 낙양이 나온다. 마초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 * *
3년 전, 천자 유협은 허도를 임시 수도로 정하며 낙양을 재건한 후 낙양으로 돌아가겠다고 천명했다. 마초와 가후의 진언에 따른 것이다. 낙양은 참으로 절묘한 위치라 하북의 원소, 연주의 조조, 관서의 마등, 형주의 유표가 모두 비등한 거리에 있다. 천자가 낙양을 성공적으로 재건하고 돌아온다면 등거리 외교를 통해 군웅들의 사이에서 자기 몫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낙양이 폐허가 되었다는 것이다. 동탁이 이곳을 불태운 뒤, 낙양은 오랜 도읍으로서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곳곳에서 성벽과 도로를 다시 만들고 있었지만, 폐허 위에 만드는 것이니 완전히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래서야 빨라도 오륙 년은 걸리겠군.”
마초는 장안에 돌아가면 낙양으로 사람을 보내 재건을 앞당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는 사이, 일행은 조조와 만나기로 한 회담장에 도착했다.
고아한 풍취가 있는 낙양 외곽의 한 저택, 가을이면 감국화가 아름답게 피는 곳. 그리고 나관중이 채염에게 두보의 시를 들려줬던 곳. 채옹의 저택이었다. 마초는 채염이 나관중을 따라 장안으로 이주한 후 비어 있는 이곳에서 조조와 회담을 할 셈이었다.
저택 바깥에 한 무리의 인파가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니 조조는 먼저 도착해 있는 모양이었다. 마초는 이제 곧 조조를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마초가 저택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렸을 때, 저택의 문이 벌컥 열렸다.
안에서 문을 연 사람은 작은 키의 중년 사내였다. 그는 정문을 사이에 두고 마초를 빤히 쳐다봤다. 중년 사내의 눈에서는 위엄도, 지혜도, 야망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크지도 않은 눈에 그저 궁금증만을 가득 담고 있을 뿐이었다.
15년 만에 이루어진 두 숙적의 재회치고는 무척 허무한 순간이었다.
문 너머에서 마초를 빤히 쳐다보던 조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대가 마맹기로군.”
“하. 그러는 그대는…….”
마초는 자신의 표정이 어떻게 변해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저 수십 가지 감정이 동시에 얼굴에 떠올라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조조가 이렇게 나오면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말인가?
“…조맹덕인가?”
“핫하하하! 잘 알고 있구만. 성은 조, 이름은 조, 자는 맹덕이라 하네. 자네를 참으로 보고 싶었네그려.”
“반겨 주시니 고맙소. 마초요.”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이름만을 말했을 뿐이다. 마초는 오래전부터 조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지 않았다. 조조 입장에서는 마초가 초면이지만 이름 이외의 정보가 궁금하지 않았다. 자신의 눈으로 본 것, 자신의 귀로 들은 것만 가지고 판단하고 싶은 것이리라.
조조는 초면에 대뜸 마초의 자를 부르며 반말을 했다. 마초는 쓸데없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예의를 갖춰 줄 생각이었지만, 조조의 얼굴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조조의 자가 나왔다.
‘아무려면 어때. 나와 저자의 악연을 생각해 보면 불알 없는 내시의 손자놈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만도 감사히 여겨야지.’
조조는 안쪽으로 들어가서 식사부터 하자고 자리를 권했다. 따라 들어가던 마초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병사들을 향해 손짓했다.
“곽 선생을 데려와라.”
잠시 후, 병사 둘이 대열의 끝에 있던 곽가를 끌고 왔다.
오늘은 곽가를 조조에게 넘기는 자리다. 보통 이런 경우는 곽가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단정하게 차림새를 만드는 것이 상례일 것이다.
그러나 두 병사가 끌고 온 곽가는 오랫동안 입어서 꾀죄죄한 옷에 봉두난발을 하고 있었다. 팔뚝은 밧줄로 묶여 있고, 심지어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조조에게, 마초가 행하는, 명백한 도발이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맹덕의 궁금증을 먼저 풀어 드리리다. 우리가 익주에서 잡은 곽가 선생이오. 데려가시오.”
“으흠.”
조조는 그런 곽가를 또다시 물끄러미 쳐다봤다. 곽가는 수치스럽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한참 눈을 끔뻑이던 조조는 마초를 보며 물었다.
“밥은 제대로 먹였나?”
“최선을 다했소. 다만 고기를 안 드시기에 조금 걱정했는데, 양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드리니 잘 드시더군요.”
“저 친구가 입이 짧아서 말이야. 술은 얼마나 굶겼나?”
“굶기다니 무슨 소리를. 이틀에 한 번씩, 한 번에 한 말씩 꼬박꼬박 드렸소.”
“하하하, 그걸로는 조금 부족했겠군!”
조조는 하늘을 보며 껄껄 웃었다. 조조의 부하들이 곽가를 인계받아 모셔갔다. 조조는 그 뒷모습을 보며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마초에게 말했다.
“자, 들어가세.”
“먼저 들어가서 곽 선생과 회포를 풀고 계시오. 말을 묶어 놓고 일다경 후 들어가겠소.”
“그러겠나?”
조조는 마초의 도발에도 여유 있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마초는 그런 조조의 뒷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잠시 후, 선두에 서서 저택으로 들어가는 마초를 한 사람이 붙잡았다.
“복파장군. 긴히 청할 것이 있습니다.”
나이는 30대 중반쯤이니 마초보다 십여 세 많다. 체격이 호리호리한 편이지만 키가 크고 몸이 단단한 게 느껴지는 사내였다.
그리고 지난 생에서 익숙한 얼굴이기도 했다. 마초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청할 것이 무엇인가?”
“소장은 하후연, 자는 묘재라 합니다. 외람되오나 사공의 먼 일가붙이가 됩니다.”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용건을 말하라.”
하후연은 젊은 시절, 친척 형인 조조가 지은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관부에 끌려갔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그때처럼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마초를 보며 말했다. 마초는 그런 하후연을 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사공께 예의를 갖춰 주십시오.”
“무엇이 예의에 어긋났다는 것인가?”
“소장이 생각하기로 복파장군께서 사공의 자를 부르는 것은, 사공의 아들인 조앙 공자가 관중도독의 자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맹덕을 맹덕이라 부르지 못하면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아만이라고 부를까?”
그쯤 되자 예의를 갖춰 청하던 하후연의 눈에 노기가 서렸다.
“복파장군. 소장의 청을 들어주십시오.”
“싫다면 어찌할 텐가?”
“싫다면…….”
하후연은 자기도 모르게 마초의 말을 되뇌었다. 억누르고 있었지만, 노기가 새어 나온 것이다. 마초의 태도는 그만큼 무례했다.
“싫다면 뭐? 나와 생사결이라도 할 텐가? 그랬다간 죽을 텐데?”
마초는 아예 마음 놓고 하후연을 조롱했다. 하후연은 마음을 잡고 있던 끈이 툭 끊어진 듯 두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그의 손은 자신도 모르는 새 허리춤의 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하후연의 손이 칼자루에 닿기 직전, 기척도 없이 나타난 누군가가 하후연의 손을 막았다.
“하후 교위, 복파장군께 무슨 무례입니까.”
차분한 인상에 문관의 관복을 입은 젊은 청년이었다. 보통 키, 약간 마른 듯한 평범한 체격, 희고 갸름한 얼굴. 그저 선비처럼 보이는 사내였다.
그러나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청년의 목이 유달리 굵고 손이 큰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마초는 거기에 더해서 청년의 손바닥에 박혀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굳은살까지 볼 수 있었다. 그 또한 마초가 지난 생부터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청년은 하후연을 진정시킨 후 마초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의랑으로 있는 조인, 자는 자효라 합니다. 하후묘재가 복파장군을 언짢게 할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니 용서하십시오. 어서 자리로 드시지요.”
조인은 조조의 육촌 아우다. 조조의 아버지가 환관의 양자로 들어갔으니 조조에게는 사촌이 없고, 따라서 육촌 형제들이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그러나 그런 배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인의 실력이다. 지난 생에 서황, 장합, 하후연 등 조조군 최고의 무장들과 전부 겨뤄 본 마초다. 마초가 기억하기에 그들 중 가장 뛰어났던 인물이 조인이었다.
마초는 조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좋아. 그대를 봐서 특별히 하후묘재를 용서하도록 하지.”
마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후연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겠지만, 그것은 마초가 알 바 아니었다.
먼발치에서 사색이 되어 세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나관중이 마초의 옆에 바싹 붙었다.
“주공, 대체 왜 그러셨어요!”
“이거 재미있네. 자를 부르니 아우들이 진짜로 화를 내는구만?”
“그러다 큰일이라도 나면 어찌합니까.”
“무슨 큰일?”
“하후연이 진짜로 칼을 뽑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잘 된 거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지.”
“아이고 주공!”
나관중은 이마에 흐른 땀을 연신 소매로 닦았다. 마초는 나관중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지난 생에 저 하후연이란 놈이 나에게 하도 괘씸하게 굴어서 좀 골려 준 것뿐이야. 이번 생에는 이번 생의 은원에만 집중하기로 했지만 뭐… 이 정도는 괜찮잖아?”
“에휴, 그래도 오늘은 정말 회담만 하러 오신 것 맞죠?”
“글쎄, 어떨까?”
마초는 나관중을 놀리듯이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연회장의 음식은 전부 정갈하고 고급스러웠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손이 가거나 사치스러운 재료를 사용한 요리는 없었다. 조조의 취향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조조는 벌써 술을 두어 잔 들이켠 모양이었다. 슬슬 취흥이 올라오는 얼굴로 마초의 잔에 향기로운 술을 채웠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난세란 실로 참혹한 것이오. 그러나 그중에도 딱 하나, 난세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다면 천하의 영웅과 재사들이 태평성대보다 더 잘 드러난다는 것이오. 내가 부족한 재주로 이 난세를 어떻게 해 보려고 싸운 게 벌써 15년이오. 하루도 괴롭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오로지 영웅과 재사를 만나는 재미로 살고 있다오.”
그것은 진심이었다. 조조는 그렇게 말하고 마초에게 은근히 말했다.
“그러니 오늘 복파장군을 만난 게 기쁘기 한량없다네.”
“그것참 영광이군요.”
“하하하! 그래, 복파장군. 나는 영웅을 만나는 걸 즐기니 그대의 부름에 응한 것일세.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나를 직접 보자고 했는가?”
생각보다 이야기가 빠르다. 조조가 생각하기에도 마초가 왜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들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초는 조조를 마주 보며 씩 웃었다.
“천하를 위해서올시다.”
“천하를 위해서?”
“그렇소. 조공을 만나 무엇이 천하를 위하는 길인지 확인하고 싶었소.”
“흠… 천하를 위하는 길이라. 열 사람이 있으면 열 갈래 길이 있게 마련이지. 자네가 생각하는 길은 무엇인지 먼저 말해 주게.”
“내가 생각하는 길은 이렇소.”
마초는 조조의 옆에 앉거나 시립한 무장들을 눈으로 훑었다.
하후연.
하후돈.
조인.
조홍.
‘우금과 악진 같은 인물은 보이지 않는군.’
확인이 끝났다. 마초는 조조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제 조조의 물음, 마초 자신이 생각하는 천하를 위하는 길에 대해 대답할 차례였다.
마초는 이렇게 대답했다.
“천자를 핍박하는 사공 조조를 주살하는 것.”
조조와 조조의 옆에 앉은 자들과 조조의 뒤에 선 자들 전원이 귀를 의심했다.
잠시 간의 침묵이 흐른 뒤, 그들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난 자들부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조조의 옆에 앉아 있던 하후연, 하후돈, 조인, 조홍이 각자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초의 옆에 앉아 있던 방덕, 서황, 장료, 감녕이 칼을 빼 들고 일어났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연회 석상을 사이에 두고 여덟 명의 범 같은 장수가 여덟 자루 칼을 들고 대치했다. 다른 이들은 그 기세에 눌려 감히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상석의 마초와 조조는 그대로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초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조조를 보며 말했다.
“자,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천하를 위하는 길이오. 그러니 이제 조공이 말해 보시오.”
“무엇을 말인가?”
“내가 여기서 그대를 죽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지. 들어 보고 이치에 맞으면 그대는 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