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익주에 남는 자
가맹관.
익주 북부와 중부를 가르는 관문이 되는 곳이다. 익주에서 북방으로 진출하려면 이곳을 지나 북부의 무도나 한중을 통해야 한다. 낙성을 떠나 한중으로 향하는 양임과 곽가의 군사들도 당연히 이곳을 지나야만 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한 무리의 군사들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맹관을 공격한 것이다. 서황과 순유가 이끄는 마가군이었다. 그러니 양임과 곽가는 북쪽으로 나가지 못하고 가맹관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되던 며칠 후, 이번에는 남쪽에서 한 무리의 군사들이 가맹관을 쳤다. 가맹관을 지키는 장수 부금은 사색이 되어 소교들을 닥달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가맹관을 남쪽에서 친다는 말이냐!”
“그게… 저놈들이 복파장군 마초의 군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뭣이? 마초라고? 설마 유탄 공자가 패했다는 말이냐! 아아, 끝났구나. 모든 것이 끝났어…….”
출세 한번 해 보겠다고 유탄에게 줄을 섰지만 아무래도 줄을 잘못 선 듯싶다. 목 놓아 통곡하며 잘못된 판단을 후회하던 부금은 마초의 사자가 오자 냉큼 성문을 열고 항복해 버렸다. 가맹관에 갇혀 있던 양임은 한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곽가는 호표기를 이끌고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호표기는 일당백의 무예를 자랑했으나 적이 너무나도 강했다. 좁은 성문 안에서 마초, 방덕, 서황, 장료, 감녕이 다섯 갈래로 동시에 쳐들어와 난전을 벌이자 아무리 호표기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승패가 기울자 곽가는 호표기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허도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차피 패배는 피할 수 없으니 남은 전력이라도 보존해서 허도로 복귀시킬 셈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명령을 내린 곽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누군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제야 잡았구나.”
“마초…….”
마초가 곽가의 팔을 비틀자 자결하기 위해 뽑아 든 검이 땅에 떨어졌다. 마초는 그대로 곽가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병사들을 시켜 결박하게 했다. 곽가는 묶이면서도 독기를 가득 품은 눈으로 마초를 쏘아봤다.
“서량 촌놈이 제법 기세가 좋구나. 마음껏 심문해 봐라.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다.”
“심문이라.”
마초는 피식 웃은 후 결박당한 곽가의 앞에 호상을 놓고 앉았다.
“곽가, 자는 봉효. 사공부 군사좨주. 예주 영천군 출신. 상서령 순욱의 추천으로 조조에게 임관. 비밀리에 육성 중인 호표기를 이끌고 허저, 여건과 함께 익주의 정세에 개입해서 유탄을 익주목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실패. 자, 이제 네놈이 말해 봐라. 내가 더 이상 뭘 심문해야 하지?”
곽가는 눈을 부릅뜨고 마초를 노려봤다. 마초는 아름다운 얼굴에 비웃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마초가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유탄이 패했다는 뜻이다. 유탄에게 전부 다 들었나 보군.’
“전부 다 알고 있다면 길게 말할 필요가 없겠군. 나를 네 손으로 베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다.”
“하, 이거 말만 들으면 만고의 충신이 따로 없구만. 곽가 주제에 무슨 어울리지도 않는 개자추 흉내를 내냐? 이제부터 곽자추라고 불러야겠어.”
마초는 곽가를 춘추시대의 충신 개자추에 빗대며 빈정거렸다. 묵묵히 듣고 있던 곽가가 입을 열었다.
“마음껏 비웃어라. 패자의 도리로 들어 주마. 그러나 네놈이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할 것이다. 나는 결코 네놈에게 목숨을 구걸하지도, 용서를 빌지도 않는다.”
“이봐, 곽 군사.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 내가 네놈 목숨 따위를 필요로 할 것 같나?”
마초는 빙글빙글 웃으며 쭈그리고 앉아 결박당한 곽가와 눈을 맞췄다.
“내게 네 목숨 따위는 오수전 한 닢의 가치도 없다. 이제부터 네놈의 입에 재갈을 물릴 것이다. 그리고 살려서 중원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혹시라도 자결하지 못하도록 밤낮으로 군사들이 감시할 테니 그리 알아라.”
“뭣이? 무슨 꿍꿍이냐?”
곽가가 인상을 쓰며 물었지만, 마초는 대답하지 않고 일어나서 몸을 돌렸다. 그가 찾은 것은 월길이었다.
“월길, 이 서찰을 들고 장안으로 가라. 관중도독께 서찰을 올리면 문관에게 글을 닦도록 시키실 것이다. 그 글을 들고 허도에 좀 다녀와. 너 허도 한 번 가 보고 싶어 했지?”
“으헛? 이를 말씀입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허도에는 왜요?”
“아아, 내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만날 핑계가 없었는데 마침 잘 됐지. 그 사람에게 이 서찰을 전하면 만날 약속을 잡아 줄 것이다.”
한인들의 정치는 잘 모르는 월길이었지만 지금 마초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으흠,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겠군요. 곽가의 신병을 인도한다는 핑계로 허도의 권력자를 불러 내 회담을 할 생각이시지요?”
“잘 아네. 그럼 그 권력자가 누구인지도 짐작하겠군.”
“그럼요. 그 정도는 저도 알 수 있습니다.”
마초는 씩 웃으며 월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허도로 가서 사공 조조에게 전해라. 곽가를 데려가고 싶으면 석 달 후에 낙양으로 오라고.”
* * *
시간을 되돌려 며칠 전.
신도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마초는 성도에 입성한 후 바로 짐을 챙겼다. 장안으로 돌아갈 셈이었던 것이다. 유범은 그런 마초에게 섭섭함을 드러냈다.
“복파장군, 우리 익주의 전란이 길어지는 것을 막고 백성들을 보전한 것은 오로지 복파장군의 은공이오. 이 사람에게 보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싸움이 끝나자마자 먼 길을 떠나야겠소?”
“유 중랑장, 아니 자사 어르신. 익주의 일에 외지인이 너무 오래 끼어들면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이제 익주와 관서 사이에 신뢰가 싹텄으니 저는 이만 장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복파장군이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익주의 호족들과 고관들도 무사하기 힘들었을 것이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좌우될 것이 무엇이겠소?”
“정히 그러시거든 제 부탁이나 몇 개 들어 주십시오.”
마초가 유범에게 요구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마등의 관중도독부와 유범의 익주자사부가 동맹을 맺는다. 관중도독부는 마등의 이름으로 조정에 표를 올려 유범을 익주 자사로 천거하고, 익주자사부는 관중도독부와 난세 평정의 뜻을 같이하여 원정시마다 군량과 원군을 보내는 형태로 공동 작전을 한다.
둘째, 관중도독부에서 서량을 통해 비단 교역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 십 년간 매년 십만 필의 촉금을 지원한다.
셋째, 유범은 관중도독부의 인사 몇 명을 마초가 청하는 곳에 등용하고, 마등은 익주자사부의 인사 몇 명을 유범이 청하는 곳에 등용한다.
일종의 인재 교환이었다.
“그러나 마침 제가 파군에서 알게 된 선비들이 많습니다. 동화, 등지, 등방은 모두 학식이 깊고 큰일을 맡길 만한 선비들이니 관중도독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익주가 내전을 치른 직후라 안 그래도 인재가 모자랄 테니 굳이 무리하게 빼 주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인재 교환은 상대 진영에 자기 사람을 심어서 상대가 동맹을 파기하지 못하게 감시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마초가 고사한다고 해도 유범 입장에서는 자기 사람들을 보내야 했다. 유범은 고심 끝에 몇몇 문관과 무장들을 마초에게 내어 주었다. 마초는 그들 중 몇 명은 극구 사양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인물들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수차례의 싸움을 거쳐서 유범을 권좌에 올린 장본인이 마초다. 유범은 마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로써 익주에는 완전히 친 마가군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유범과 전후 처리를 마무리한 마초에게 나관중이 말했다.
“그래도 오란과 뇌동을 데려가지 않는 건 좀 아쉽습니다.”
“유 익주에게도 무장이 필요하니까. 앞으로 반란도 심심찮게 일어날 것이고, 한중의 장로도 토벌해야 하는데 무장이 아예 없으면 곤란하잖아? 익주에서 힘 좀 쓰는 녀석들은 내가 다 죽이거나 등용해 버렸으니 말이야.”
익주 최고의 무사라면 금범군 수장 감녕이 있는데 마초에게 귀부했다. 그다음으로는 동주병의 수장 장임이 있는데 낙 전투에서 감녕과 싸우다 무공을 잃고 낙향했다. 유괴와 냉포, 양회와 고패는 모두 마초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그리고 황권과 포원, 엄안, 왕평은 우리를 따르기로 했지요.”
“그러니까 도적 토벌이라도 하려면 오란, 뇌동 정도는 남겨줘야 하지 않겠나?”
원래 목표는 익주에서 문관들을 얻는 것이었다. 동화, 등지, 등방을 얻어서 이 목표는 달성했다. 추가로 얻고 싶었던 황권, 포원, 감녕도 얻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왕평과 엄안까지 마가군으로 끌어들였으니 마초가 익주에서 얻은 사람이 실로 많았다.
반면 익주에 남기로 한 사람들도 있었다.
건녕군 독우였던 이회는 아예 건녕태수가 되어 남기로 했다. 옹개가 죽고 건녕의 정세가 바뀌었으니 앞으로 좋은 정치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비관은 익주 별가의 자리를 얻었다. 수완도 뛰어나고 마초와의 인맥도 탄탄한 그에게 어울리는 자리였다.
“아이고, 맹기 형님! 지금 헤어지면 언제 또 본다는 말입니까! 어흐흑!”
비관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목 놓아 통곡했다. 그의 행동이 대부분 장삿속에서 나오는 것을 훤히 알고 있는 마초도 깜빡 속을 뻔한 명연기였다.
“하하, 빈백 아우. 우형이 판순만에 심미에 금범적까지 쓸어 버렸으니 이제 장강 교역은 빈백 아우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겠군. 이제 아우는 돈 벌 일만 남았는데 뭘 그리 아쉬워하는가?”
“아이고 형님, 제가 형님과 헤어지는 게 이토록 아쉬운데 그까짓 돈이 다 무슨 소용이랍니까?”
“그래? 그러면 수익금에서 매년 비단 만 필씩 떼서 나에게 보내던가. 그리하면 내가 자네를 다시 만나 주지.”
“네… 네?”
마초는 황당해하는 비관을 보고 크게 웃었다.
“으하하, 그까짓 비단 만 필 가지고 안색이 변하기는. 비단은 됐고, 아우가 내 덕을 많이 봤으니 내 청을 좀 들어주게. 그러려면 비단을 만 필쯤 쓰게 될 거야.”
“아니… 그 청이 뭡니까?”
“장강을 따라 교역을 하다 보면 형주에 닿지.”
“그렇지요.”
“거기서 매번 내게 필요한 정보를 좀 얻어 주게. 특히 형주 명사들의 관계도를 촘촘하게 만들어 주고.”
마초는 그렇게 말하며 비관에게 몇 명의 이름을 써서 건넸다.
“황승언, 방덕공… 사마휘? 이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신 겁니까?”
“정확히는 그들보다 그들의 인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네. 형주목 유표와의 관계가 어떤지, 혼맥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그리고 제자를 들인 인물이 있으면 그 제자들에 대해서도 조사해 주게. 아주 상세하게.”
마초는 그렇게 비관을 끄나풀로 삼아 형주의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형주는 천하를 평정하려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땅이다. 그리고 형주에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인물이 한 명 있는데, 이 인물은 대단히 까다로운 자라 등용하려면 몇 년간 공을 들여야 했다. 그 작업의 첫 번째로 형주 명사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시작한 것이다.
‘제갈량이라면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지.’
마초의 사람 중에는 이회를 비롯한 몇몇 장수들이 익주에 남기로 했다. 비관은 원래 익주 호족이지만 이제는 마초의 사람이나 다름없으니 앞으로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익주에 남기로 한 사람이 있었다.
“흥. 이제 몇 년은 보기 힘들겠군요.”
마초는 맹획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3년 전, 어린 소년이었을 때보다 많이 성장해 있었다.
“키도 이제 나보다 커졌고, 말투는 아직 버릇이 없지만, 조금이나마 나아졌지. 무예도 많이 늘었고, 감녕에게 물어보니 지휘하는 것도 제법 장수 태가 난다고 하더구나.”
“흥, 무, 무슨…….”
때아닌 칭찬을 듣자 맹획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마초는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죽은 옹개 대신 건녕에 남아서 호족이 될 생각이라고? 맹획, 정치는 전쟁보다 더 어렵다. 예전에 내가 해 준 말을 기억하고 있느냐?”
“맹획의 자존심이 아닌 남만의 자존심을 지키라는 이야기 말이지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니,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되뇌고 있습니다.”
맹획은 그답지 않게 진중한 말투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런 맹획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마초가 별안간 인상을 팍 구겼다.
“아니, 그런 놈이 아직까지도 흥흥거리는 말버릇을 못 고쳐?”
“흐, 흥…….”
마초는 우물쭈물하는 맹획을 한참 닥달한 뒤, 뭔가 생각났다는 듯 품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 던졌다. 맹획이 열어 보니 쇠로 만든 도장과 비단으로 된 도장끈이었다.
“이게 뭡니까?”
“보면 모르냐? 인수(印綬)잖아.”
“아니, 그건 알지요. 그런데 인수는 고관들만 가진 것 아닙니까?”
“그래, 장안으로 돌아가면 조정에 표를 올릴 생각이다. 조정과 남만족 사이의 관계를 전담하는 호만교위(護蠻校尉) 관직을 신설하고, 맹획 너를 호만교위로 삼아 달라고. 이건 호만교위의 권한을 나타내는 인수다.”
호만교위. 강족과의 관계를 전담하는 호강교위, 흉노와의 관계를 전담하는 사흉노중랑장과 같은 위치로, 남만족과의 관계를 전담하는 고관이다. 원래 존재하는 벼슬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 남중의 지도자가 된 맹획을 위해 마초가 만들어 주려는 관직이었다. 사실 녹봉이나 의전으로만 따지면 마초의 공식적인 벼슬인 복파장군보다 더 위에 있는 자리였다.
맹획은 호만교위의 인수를 보고 가슴이 먹먹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른 뒤, 맹획의 눈에서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복파장군, 나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되겠습니까?”
“뭐야, 벼슬 좀 받았다고 우는 거냐?”
“벼슬이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그저 아무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던 꼬마였지요. 그런데 복파장군을 만나서 무예를 배우고, 지휘를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향까지 되찾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차도 잘 끓이게 됐지.”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잘 나오지 않았다. 쑥스러울 때 툭툭 쏘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건 사내들의 고질병일까.
눈물을 떨어뜨리던 맹획이 별안간 마초에게 큰절을 올렸다.
“복파장군. 빠른 시일 내에 남중을 안정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난세를 끝내기 위해 거병하셨을 때, 반드시 제가 찾아가서 돕겠습니다. 이 목숨을 일곱 번이라도 던져 미오성의 맹세를 지킬 것입니다.”
마초는 가만히 맹획을 응시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아우를 잃은 후 저 소년을 아우처럼 생각했다. 아니, 지난 생의 나이를 합산하면 쉰이 넘은 마초이니 아들처럼 생각했다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있으리라.
마초는 술병을 하나 꺼내 들었다. 나관중이 빚은 독한 소주였다.
“손발이 수축하는 듯한 소리 집어치우고 잔이나 받아라. 독한 술이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저 살가운 말을 건네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쉽지 않았다.
마초와 맹획은 밤이 늦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두 사람은 독한 술에 기대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며 몇 방울의 눈물을 보이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동이 틀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