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이유의 계략
서량, 무위군.
중앙아시아 곤륜산맥에서 발원한 황하는 동쪽으로 흐르다 한나라의 서량 지방에 오면 북쪽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이 황하의 서쪽, 하서(河西)지방이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가르는 경계가 된다.
전한의 무제는 흉노 제국과 전쟁을 치르며 오랫동안 유목민의 땅이었던 하서에 진출해서 한인들의 도시를 건설했다. 무위는 무제가 하서에 건설한 서북 4군 중의 하나였다. 무제는 서량에서도 서쪽 변방에 위치한 이 도시에 무용위력(武勇威力)이라는 말에서 따 온 무위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초가 태어나기 약 300년 전의 일이다.
“올해 무위의 소출은 이십만 석이 넘을 것입니다. 아마 3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겠지요.”
무위군, 장제의 진영.
군사 이유가 흰 수염을 쓸며 말하자 장제가 호들갑스럽게 말을 받았다.
“이를 말씀이겠소이까? 무위는 내 고향이라 잘 알지요. 이제까지 소출이 십만 석을 넘겨본 적도 없던 이 척박한 땅을 이렇게 바꿔 놓다니, 과연 이 선생은 신이 내린 인물이시외다!”
“허허.”
이유는 그런 장제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겉보기에는 영락없이 품위 있는 선비였다. 장제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겉으로는 아무리 봐도 청류파의 선비란 말이야. 이런 자가 동 상국의 꾀주머니였다니.’
그러나 그런 이유의 정체는 동탁의 편에 서서 갖은 악행을 부추기고 저질러 온 모사다. 장제는 자신도 모르게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그런 장제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유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장군, 기성의 동향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되었다 하오?”
“한문약이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서평에서 옛 한수군을 재집결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오오, 과연 선생의 헤아림이 들어맞았구려! 기성에 내통자를 만든 것도, 성공영에게 정보를 흘려서 한문약을 구출하게 만든 것도 선생이 아니오?”
“기성의 호족들 중에는 옛날을 그리워하는 자들이 많이 있지요. 그들의 불만이 연못처럼 고여 있으니, 저는 그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약간 물꼬를 틔워 준 것뿐입니다.”
이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서량 군벌 동탁이 천하를 쥐게 만들었던 이유다. 그는 마가군에게 참패하고 장안에서 쫓겨난 장제를 불과 2년 만에 무위에서 재기하게 만들고, 서량의 정세를 자기 뜻대로 휘두르고 있었다.
“선생께서 겸양이 지나치시오. 그래, 그러면 마초가 이제 어찌하겠소? 서평의 한수, 성공영과 한 판 크게 붙겠지요?”
“마초가 관중도독부 관내의 서량 호족들을 기성으로 모으고 있다고 하더군요.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지금쯤 기성에서 회합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선생은 참… 이곳에 앉아서 천 리 밖에 있는 마초의 움직임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계시는구려.”
이유에게 매수된 호족들이 다투어 정보를 흘려주고 있었다. 감탄하는 장제를 보며 이유가 말했다.
“아마 마초가 거느린 군사는 많아도 5천을 넘지 않을 겁니다. 호족들의 군사를 모아 머릿수를 채울 생각이겠지요.”
“그래요? 관중도독부에는 2년 전에도 군사가 3만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5만을 헤아릴 텐데 겨우 5천으로 서량 원정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소?”
“까닭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마가군 병사들이 많다 하나 태반이 관중에서 둔전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큰 가뭄이 들었으니 올해 가을걷이까지는 병사들도 농사에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모아 놓은 군량도 없는데 군을 움직이면 얼마나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모아 놓은 군량? 으음…….”
장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서량 군벌들에게는 군량이 없어도 얼마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약탈을 하면 되니까. 그런데 선생께서는 마가군이 약탈을 하지 않으리라 보시는 거요?”
“허허, 장군. 마가군은 벌써 몇 년간 약탈을 하지 않았습니다.”
“으음, 그야 그렇지. 이상한 놈들이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나?”
“민심을 얻을 생각이겠지요.”
“민심이라. 하긴 마등과 마초는 그런 한가로운 짓거리를 잘하지. 강족 피가 흐르는 반 오랑캐 놈들이 꼴에 개국공신의 후예라는 건가?”
장제는 인상을 찌푸리며 마등과 마초의 험담을 퍼부었다. 이유는 웃으며 장제에게 대답했다.
“생각보다 야심이 큰 자들입니다. 민심을 신경 쓴다는 건 천하를 넘보고 있다는 증거. 나중에 중원으로 진출해서 천하의 패권을 한 번 다퉈 볼 생각이겠지요.”
“제길…….”
장제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마수성이는 예전부터 그랬지. 서량의 무부 주제에 무슨 큰 뜻이라도 있는 것처럼 뻣뻣하게 굴곤 했소. 빌어먹을 위선자 놈.”
“허허, 장군. 마등의 인물평에는 공감합니다만, 약탈 없이 이번 원정을 하려는 건 마등의 뜻이 아닐 겁니다.”
“그럼 누구의 뜻이라는 거요?”
“그 아들, 마초의 뜻일 겁니다.”
이유의 눈이 번쩍 빛났다.
“마등이 예전부터 약탈을 삼가기는 했지만, 그는 천하를 노릴 만큼 야심이 큰 자는 아닙니다. 그저 복파장군 마원의 후예라는 자존심만 가득한 인물일 뿐. 그러니 마등이라면 이 시기에 원정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군량이 모일 때까지 일 년 더 기다렸겠지요.”
“으음… 그건 그렇소.”
“반면 마초는 다릅니다. 그자가 싸움을 대단히 잘한다지요?”
“내 조카 장수가 그놈에게 당했소. 놈의 무용은 이미 그 아비 마등을 뛰어넘었고 여포와 견줄 만한 수준일 것이오.”
“관서 최대 군웅의 장남이자 천하에서 손꼽히는 무장. 나이는 20대 초반. 이런 자는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야…….”
“천하를 쥐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이유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허허 웃었다.
“그는 지독하게 야심이 큰 자일 겁니다. 목숨을 걸고 천자를 장안에서 탈출시킨 걸 보면, 또 조정에 입조하는 걸 거절하고 관중에서 세력부터 키우는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러니 우리 세력이 커지는 걸 보고 조급해진 겁니다.”
“조급해졌다? 마초가?”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가 세력을 더 키우면 마초도 장기전을 해야 합니다. 그러고 싶지 않겠지요. 빨리 중원으로 진출해서 천하의 패권을 다퉈야 하니까요.”
“군량도 없으면서 무리해서 원정을 나선 이유가 그건가. 선생의 말씀이 참으로 옳소.”
“기다릴 수도 없다. 약탈을 할 수도 없다. 이는 그 자가 천하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무용을 믿고 소수 병력만으로 우리와 한수군을 동시에 치려고 하는 것이지요.”
이유의 말은 막힘이 없었다. 장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좋소. 선생, 그래서 우리가 이길 수 있겠소?”
“허허허, 그건 해 봐야 알겠습니다만… 방법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마초의 약점을 찌르는 것이지요.”
이유가 잔잔하게 웃었다.
“멀리 보는 자는 발밑의 돌부리에 걸리는 법입니다. 이 늙은이에게 마초를 잡을 계책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오, 나는 선생만 믿고 있겠소!”
장제는 이유의 손을 부여잡고 거듭 이유를 치하한 후 나갔다. 이유는 장제가 나간 후 혼자 쓴웃음을 지었다.
“장 장군도 늙었나.”
창으로는 이길 수 없는 적을 만난 탓일까? 창 한 자루로 서량에 이름을 떨쳤던 무사는 이제 이유의 지모에 기대고 있었다.
장제가 나가고 잠시 후.
“어르신. 찾으셨습니까.”
부장 국연이 들어와 이유에게 군례를 올렸다. 이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국연에게 물었다.
“준비가 되었는가.”
“예. 말씀하신 대로 마가군의 군복과 군기를 준비했습니다.”
“좋아. 군사들 입단속을 철저히 하게. 이 계획은 절대 새 나가서는 안 될 것이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랫동안 소장을 따라온 믿을 만한 군사들, 그리고 아예 한인 말을 잘 못 하는 이민족 군사들을 준비했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어르신의 명을 수행할 것입니다.”
“허허. 내 자네만 믿음세.”
이유는 웃으며 국연의 어깨를 두들겼다. 국연은 이유에게 작전의 세부 사항을 확인받고 방을 나갔다.
국연을 내보낸 뒤, 이유는 계속 마초의 일을 생각했다.
“백성을 배불리 먹여서 민심을 얻겠다… 참으로 젊은이다운 발상이군.”
관중을 재건해서 민심을 얻는 것이 마초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달성되었다.
그러나 이유는 민심의 속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민심이라는 것은 얻기는 힘들고, 얻고 나서도 별 힘이 없다네.”
반면 민심을 잃기는 너무나도 쉽다.
이유의 밀명을 받은 국연은 마가군의 복장을 하고 징발의 명목으로 서량 일대를 약탈할 것이다. 국연이 악랄하게 약탈을 하면 할수록, 마가군이 관중을 재건하며 얻은 민심은 서량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마초가 보여준 젊은이다운 열정은 그렇게 짓밟히게 될 것이다.
“늙은이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는 다 까닭이 있지. 안타깝지만 이 늙은이가 죄를 하나 더 짓겠군.”
이유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 * *
천수군 기성.
관중도독부는 관중의 4개 군 장안, 풍익, 부풍, 홍농과 서량의 4개 군 천수, 안정, 농서, 북지를 관할한다. 마초는 이곳 천수군으로 서량 4개 군의 유력자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그들은 전부 천수태수의 치소에 모여 있었다. 4개 군의 고위 관원들과 유력 호족들, 크고 작은 군벌들을 전부 끌어 모았으니 그 수가 백여 명을 헤아렸다.
마초는 높이 마련된 상석에 앉아 그들을 내려다봤다. 마초의 옆으로 법정과 서황, 나관중이 앉았다. 방덕은 명목상 관직이 북지태수니 다른 태수들과 함께 아랫줄 첫 번째 열에 앉아 있었다.
“서량은 본래 호(胡)와 강(羌)의 땅으로, 한나라 400년 역사에서 항상 변방이었소. 땅이 척박하니 이민족들과 먹을 것을 두고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곳이오. 조정에서 매관매직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지방관의 수탈까지 더해졌으니, 이 땅을 지켜온 것은 나라가 아니라 여기에 계신 공들이오. 관중도독을 대신해서 이 마초가 감사드리오.”
“예에.”
“허헛, 참.”
마초는 미리 외워 온 대로 서량 호족들을 치하했다. 그런데 어째 서량 호족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대답하는 자들은 말꼬리가 길게 늘어지고, 헛웃음을 지으며 노골적으로 비웃는 자들도 있었다.
마초의 눈썹이 꿈틀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법정이 입을 가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복파장군,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마십시오. 일단 외워 온 대로 말하십시오.’
‘알았네.’
법정의 진언을 들은 마초는 감정을 억누르고 말을 이었다.
“지난 2년간 유례없는 대기근이 닥쳤소. 우리 관중도독부에서는 민생에 힘써서 관내에 굶어 죽는 자 없이 기근을 나도록 했고, 이제 기근이 끝나가는 게 눈에 보이고 있소. 그러니 2년간 미뤄온 과업을 지금 진행하고자 하오.”
기성에 모인 호족들 모두는 그 과업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서량의 군웅들을 전부 토벌해서 서량 전역을 마가군의 손에 넣으려고 하는군.’
‘이제부터 마가군이 서량의 주인이라는 말인가.’
그들 중 마초의 말에 흔쾌히 동의하는 자는 별로 없었다.
한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유목 세계와의 경계선을 지키는 최전방인 서량 지방의 관리에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한 조정은 이미 수십 년간 정상적인 국가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썩은 조정의 사명감 없는 관리들에게 서량이란 세수는 적고, 예산은 많이 드는, 그저 골치 아픈 혹덩어리일 뿐이었다.
그러니 서량 호족이란 조정에서도 방치하는 무법지대에서 나름대로 온갖 거친 꼴을 다 보며 세력을 만들어 온 이들인 것이다.
“복파장군. 과업이라 하시면, 진서장군(한수)과 평양후(장제)를 쳐서 쓰러뜨리겠다는 것 아닙니까?”
좌중에서 한 사내가 일어나서 물었다. 천여 명이나 되는 무리를 이끌고 있어서 호족보다는 군벌에 가까운 사내, 조청룡이었다.
“그렇소.”
마초가 짧게 대답하자 조청룡이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진서장군과 평양후가 거느린 군사들이 몇만인지는 아십니까?”
“3만, 아니 4만쯤인가? 그게 어쨌다는 거요?”
“복파장군. 여기 모인 자들의 군사들을 다 합쳐도 1만 남짓입니다. 반면 그 두 사람의 세력을 합치면 3만이 훌쩍 넘습니다. 물론 관중도독부의 군사는 그보다도 훨씬 많다고 알고 있지만, 지금 복파장군께서 끌고 오신 군사는…….”
“2천에 불과하지.”
마초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조청룡의 이마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공격하는 쪽의 병사가 수비하는 쪽보다 훨씬 많아야 하는 것은 병가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복파장군은 지금 열세인 병사로 공격을 하겠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조청룡 대인은 서량 원정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건가?”
“제 말에 먼저 대답해 주십시오. 무슨 뜻으로 이런 불리한 싸움을 하시려는 겁니까?”
‘이 녀석이…….’
조청룡이 계속 추궁하자 마초의 미간에도 주름살이 깊게 패었다.
그런데 좌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서량 호족들은 저마다 들고일어나서 마초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복파장군. 그것은 안 될 말씀이올시다.”
“1만 2천으로 3만이 넘는 적을 치겠다는 말입니까?”
“설령 이길 수 있다고 칩시다. 이제 여름인데 장정을 1만이나 전쟁에 동원하면 가을걷이는 누가 합니까?”
“솔직히 관중 사람들에게는 온갖 특혜를 다 주고, 전쟁은 우리 서량 군사들로 하겠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좌중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서량 호족들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를 들며 관중도독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듣다 보니 일리 있는 얘기였다. 인상을 쓰고 듣던 마초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관중 재건이 너무 빠르게 된 탓인가. 서량 호족들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군.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심한걸.’
난세에 호족을 통제하는 건 극히 어려운 일이다. 저마다 기병대를 갖추고 있는 서량 호족들은 더욱 그랬다.
마초는 이들을 살살 달랠 작정이었다.
그때, 멀찍이에서 젊은 청년 하나가 일어났다. 안정군 호족들이 모여 있는 자리였다.
“솔직히 말씀해 보십시오. 우리를 화살받이로 내세워서 한수에게 다 죽게 만들고 나서 마가군 본대가 와서 서량을 통째로 접수하려는 것 아닙니까?”
제법 건장한 청년이었다. 젊은이답게 감정이 격해진 모양인지 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
물론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마초는 헛웃음을 지으며 청년을 바라봤다. 멀리 있어서 눈을 크게 뜨고 봐야 겨우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하, 그대는 말이 지나치군. 이 마초가 설마…….”
말을 꺼내는 와중에 청년의 얼굴이 확인되었다. 마초가 아는 얼굴이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마초가 말을 하다 말자 청년은 잠시 멈칫하다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내 말이 틀렸습니까?”
멍하니 청년을 바라보던 마초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청년을 향해 뚜벅뚜벅 다가갔다. 마초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청년은 당황했다.
“아니, 보, 복파장군?”
콱!
마초는 청년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려 벽에 밀어붙였다. 자리에 모인 호족들이 모두 놀라 웅성거렸다.
“컥, 컥…….”
순식간에 목을 잡힌 청년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발만 버둥거렸다. 몸무게가 적지 않고 무공도 익히고 있었지만, 마초의 손아귀 힘에는 대적할 수 없었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마초의 눈을 본 순간, 청년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초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원래의 푸른 빛을 알아볼 수 없었다.
“…다시 만났구나, 양관.”
마초의 지난 생에서, 아내와 두 딸을 죽인 자.
마초는 젊은 시절의 양관을 들어 올린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